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83
83
변호인 강태훈 083화
오중주는 뭔가가 확실하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양옆에 앉은 두 사람은 자신이 도망치지 못하게 철저히 막고 있었다.
오중주의 시선이 뒤로 향했다.
이미 뒤에도 범현이 배치해놓은 수사관 한 사람이 법정의 입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튈 생각은 하지 말아요.”
범현은 빙긋 웃었다.
유원호의 시선이 방청석으로 향했다가 오중주의 양옆으로 이범현과 수사관이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위험하다고 했건만…….’
그는 얕은 신음을 흘렸다. 오중주의 도와달라는 신호의 눈빛이 유원호에게 향했다.
그는 시선을 외면했다.
방법이 없었다.
자칫 자신까지도 역일지도 몰랐다.
판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2차 공판의 시작.
역시나 유원호는 무기징역을 구형하고 있었다.
협박을 통해서 이주한의 자금을 가로챘다고 주장하며 경찰에 이 사실을 알리겠다고 이주한이 말하자 계획적으로 그를 살해했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태훈의 경우 우발적인. 또한, 자신의 몸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자기방어였으며 살해 의도 역시 없었다고 주장하며 5년의 실형을 요구하고 있었다.
유원호의 얼굴로 식은땀이 흘렀다.
자신은 오중주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오중주와 입을 맞춘 것이다.
오중주는 앞에 나와서 그녀 때문에 주한이 괴로워했고 그녀는 말도 못 할 여자였다고 증언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며 주한은 그녀를 아꼈다는 거짓 진술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은 너무나도 크게 틀어져 버렸다.
주심 판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유원호를 보았다.
“검사 측. 검사 측!”
“아, 예.”
겨우 정신을 차린 그는 하는 수 없이 오중주를 신청했다.
방청석에 앉아 있던 범현이 손을 들어 올렸다.
“재판장님.”
“뭡니까.”
주심 판사는 방청석에서 손을 드는 이가 있자 눈살을 찌푸렸다.
범현은 품에서 신분증을 꺼냈다. 판사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현재 증인은 특수폭행 및 살인미수 사주 혐의가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또한,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존재합니다.”
판사는 그 말에 뭔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의 시선이 유원호에게 향했다가 다시 범현에게 돌아갔다.
그것을 찰나 태훈은 놓치지 않았다.
판사의 불안한 시선.
‘판사들까지…….’
실로 기업의 힘이 무섭긴 하다는 것을 여겼다. 사법부의 정점에 서 있는 판사까지도 매수할 정도였다.
그리고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환이었다.
그마저도 매수가 되었다는 건가.
그렇게 좋은 놈인가 하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정직한 녀석이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일단은 추측일 뿐이었다.
“법정에 증인 신청이 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여 잠시 연행을 미루었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저희가 함께 증인의 뒤에 서도 되겠는지요?”
“……인정합니다.”
상황이 어쩔 수가 없었다.
범현은 오중주의 양손에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 그의 등을 떠밀었다.
증인석에 참석한 오중주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형식적인 절차를 마쳤다.
유원호는 증인 신문을 하기 전 자신도 모르게 망설였으나 주위에 향한 시선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증인 신문을 시작했다.
“증인. 증인은 살해당한 피해자 이주한이 피고인을 어떻게 여겼는지 진술해주시겠습니까.”
“……제가 모셨던 피해자는 피고인을 무척이나 사랑했고 누구보다 아꼈으며…… 중얼중얼…….”
말을 하면서도 오중주와 유원호는 과연 잘하고 있는 것일까 싶었다.
본래대로였다면 판사는 판결문에서 변호인 측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엄한 처벌을 내렸어야 맞는 것이다.
그러나 오중주가 벼랑 끝까지 몰린 상황이었다.
“변호인 측 반대신문 하시겠습니까?”
“네.”
판사는 태훈에게 시선이 꽂혔다. 깁스 된 팔. 머리에 둘려 있는 붕대.
당장 쓰러질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에도 그는 꿋꿋하게 앞으로 나섰다.
앞으로 나선 그는 품속에서 녹음기를 꺼내어 오중주의 바로 앞에 ‘탁!’하는 소리가 나게 내려놨다.
그의 눈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재판장님. 본 증인 신문에 앞서 죄송하지만 이야기할 것이 있습니다.”
“사적인 이야기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판사는 냉정하게 말했다.
“본 재판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재판과 관련이 있다는 것에 판사는 역시라는 생각이 스쳤다. 오중주의 잘못된 판단 하나가 스스로 계획한 모든 일을 망치게 될 것이다.
“인정합니다.”
어쩔 수 없었다. 판사로서도 재판과 관련이 있는 일을 회피할 순 없다.
보는 눈이 많았다.
“그 이야기에 관련한 증거입니다.”
“알겠습니다.”
태훈이 녹음기를 들어 올리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곧 녹음기에 녹취된 음성이 법정에 퍼지기 시작했다.
– 오중주 비서라는 사람입니다. 그자가 6억 원 줄 터이니 강태훈이라는 사람을 반신불수로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 어째서지?
묵직한 목소리가 법정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오중주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며 눈이 붉어지고 있었다.
범현은 혹시나 모를 위험 사태에 대비해 항시 대기하고 있었다.
– 정확한 것은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단지, 강태훈이라는 사람을 2차 공판이 있기 전까지 법정에 가지 못하게 만들라는 뜻 같았습니다.
– 그렇군.
판사는 얕은 신음을 흘렸다.
태훈의 반대신문이 시작되었다.
“증인. 어째서 저를 습격하라고 조직 폭력배들을 사주했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태훈의 물음에 오중주는 이빨을 꽉 물었다.
“제가 법정에 나서지 않으면 좋은 게 있나요?”
역시나 말하지 않는다.
“혹시 그렇다면 저를 이번 공판에서 참석시키지 못하게 하고 저를 피고인의 변호에서 제외시키겠다는 계략이 아니었습니까?”
역시나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해주세요, 증인!”
태훈의 거칠어진 목소리가 법정에 퍼졌다. 그의 멀쩡한 오른팔이 책상 위에 강하게 쳐졌다.
오중주는 태훈을 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태훈도 맞추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오중주의 웃음은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이었고 태훈의 것은 반격을 의미하는 것이다.
몸을 돌린 태훈은 말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이주한은 우리나라의 그룹 중 하나의 숨겨진 자녀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사실 저에게는 꽤나 큰 압력들이 계속해서 들어왔었습니다. 그리고 그 압력을 받은 것은 저뿐만이 아닐지도 모르지요.”
태훈은 유원호를 보고 판사들을 쭈욱 흩어보았다. 시선을 회피한다.
“어떤 이는 저에게 그런 말까지 했습니다. ‘대충 시답잖은 변호나 서라고 말이지요’.”
유원호의 이야기라든가, 오중주와 만났던 이야기들을 직접적으로 꺼내기는 힘들었다. 그것을 증명할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유원호를 겨냥하고 덤벼든다면 자신은 자칫 ‘검찰’이라는 조직을 적으로 돌리는 것일지도 몰랐다.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현직 검사를 공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었고 실상 그것을 증명할 여력도 태훈에게는 없었다.
“압력에 응하지 않았던 저를 습격하게 한 이유는 공판에 참석하지 아니하게 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변호사를 그곳에 채워 넣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추측을 해봅니다.”
“변호인은 현재…….”
“말했잖습니까. 추측이라고.”
유원호가 예상했듯 반색하자 태훈은 빙긋 웃었다.
유원호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공판은 계속되었다.
* * *
“갑 4호증은 CCTV 증거 화면입니다. 검사 측이 주장하는 것은 분명히 피해자 이주한이 그녀를 끔찍하게도 사랑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주목해 보시죠.”
CCTV 화면 속에서는 이주한이 곧 기사를 불러 수표를 건네고 문을 따는 장면이 나왔다.
“사랑하는 여자의 집에 들어가는데 기사에게 돈을 주고 문을 따게 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태훈의 웃음이 스쳤다.
“증인, 검사 측 증인 오중주 씨의 말처럼 정말 피해자는 피고인 하예지를 아꼈다고 생각하나요?”
“아니요. 그 사람 때문에 울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에요. 헤어지고 난 후에는 계속 연락해서 휴대폰까지 바꿨고…… 생략.”
“이처럼 보시는 바와 같이 이주한이 하예지 씨를 누구보다 아꼈다는 것이 의심스럽습니다.”
“그 의심은 어디서 나오는 겁니까?”
“추측입니다.”
“추측으로 완전하게 말한 순 없는 겁니다.”
태훈은 빙긋 웃었다.
원대호의 사건 때 조진원에게 배운 걸 이렇게 써먹게 될 줄이야.
“방금 검사 측은 추측으로 완전하게 말할 수 없다. 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검사 측은 현재. 특수폭행과 살인미수를 사주한 오중주의 말을 이용해 추측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즉, 진실 여부를 파악하는데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판사는 태훈의 말에 얕은 신음을 흘렸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빈틈없이 유원호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유원호가 밀리고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태훈의 것은 본디 사실이고, 유원호는 거짓을 조작하는 것.
유원호가 믿던 것은 사주한 판사들과 태일기업의 힘뿐이었다.
그러나 판사들은 이제 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공정한 판단을 내려야 했다.
그렇지 않는다면 자칫 자신들의 자리가 위험해진다.
다음 증인이 이어졌다.
의사였다.
불법 낙태를 한 의사.
“증인은 하예지 씨를 야간에 낙태를 진행한 적이 있지요?”
“전 그런 적 없습니다.”
“그럼 이 자리에 왜 나오셨나요?”
“그야 변호사님께서 절 증인으로 신청하셨으니까요.”
그는 황당하다는 듯이 태훈을 올려다보았다.
“그렇죠. 저와 만나셨죠. 전 분명 증인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네. 병원에 와서 행패 비슷하게 부리고 돌아갔죠.”
의사는 실소를 흘렸다. 미쳤다고 자신이 낙태했다고 인정하겠는가. 그렇게 한다면 의사 자격은 박탈이다.
“갑 3호증을 제시합니다. 산부인과 의사의 소견서입니다. 그녀에게서 낙태가 진행된 흔적이 있다는 증거자료입니다. 이런데도 아니라고 하실 겁니까?”
태훈의 날카로운 질문에 의사는 실소를 흘리고 적반하장(賊反荷杖)이었다.
“대체 저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낙태를 진행한 것이 저희 병원이라는 정확한 증거는 없지 않습니까. 또한, 살해당한 이의 아이가 아닐지도 모르는 상황 아닙니까? 그만 좀 하십시오.”
그는 정말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태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만약 정말 낙태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무척이나 기분이 상하시겠군요. 저 같아도 그럴 것입니다. 낙태는 모자보건법 제14조에 해당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서는 명백한 범죄 행위니까요.”
태훈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그의 몸이 순간 움찔하는 게 보였다.
“참 증인은 오중주 비서를 모르시나요?”
“몇 번을 말합니까. 모른다고.”
“맞습니다. 증인은 제가 병원에 찾아갔을 당시에도 오중주를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지만.”
태훈의 입꼬리가 말아 올라갔다.
그는 음흉하게 웃었다.
“이 화면을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겠군요. 갑 5호증을 제시합니다.”
떠오른 것은 이번에도 CCTV 화면이었다.
태훈이 무척 힘겹게 찾아낸 자료였다.
CCTV 화면은 편의점을 비추고 있었다.
딸랑이는 소리와 함께 하예지와 오중주가 함께 들어온다.
두 사람은 뭔가를 사기 위해 계산대로 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내 익숙한 얼굴의 한 남성이 들어왔다.
남성은 오중주를 발견하고는 묵례를 취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 남성은 다름 아닌 앞에 앉아 있는 의사였다.
“이 CCTV 화면은 증인의 병원과 불과 몇 m 되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는 편의점에서 확보한 영상자료입니다.”
태훈은 싱긋 웃으며 의사를 보았다.
극도의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증인은 모르는 사람한테 인사를 합니까?”
“그게…… 사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애초에 저에게는 모른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거짓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증인. 증인의 말은 지금 모두 거짓입니다. 증인, 법정에서 거짓을 말하면 위증을 벌 역시도 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몰아치는 태훈의 말에 의사는 순간 눈앞이 새하얘졌다.
어떻게 피해갈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도 잡히지 않았다.
그는 머리를 싸매며 책상 위에 머리를 묻었다.
그것은 일종의 수긍과 같았다.
“이상입니다.”
태훈은 호기롭게 웃으며 유원호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