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173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졌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 듯이 짓궂게 웃으며 바라보는 후배의 표정에 처음으로 설렜다.
공연을 보며 울고 웃고 가슴졸이며 널을 뛴 심장은 방어할 틈도 없이 그를 보고 쿵쿵- 속도를 키웠다.
퍼엉–
그리고 G11 좌석에 앉은 윤기자의 머리 속에서는 폭죽이 터졌다.
‘대박, 대박이다. 기사감이 한둘이 아니네’
공연매니아로서 안 가본 공연이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작품을 관람했지만, 이렇게 스토리와 배우들 모두 빠지는 부분없이 하이텐션 하이퀄인 작품은 보지 못했다.
물론 공연 중인 연극의 스토리로 기사를 낼 수는 없다. 그것은 무척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압도적인 무대, 잔혹하면서도 생각하게 하는 주제, 그리고 드문드문 자리를 채운 셀럽들까지 모두 기사감이었다.
‘다른 기자는…안 보이지?’
그는 객석의 면면을 확인하다 한 사람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저 사람은…?’
그는 그 사람이 힘차게 박수를 치는 것을 보고 머리속이 팽글팽글 돌았다.
저 분의 인터뷰를 딸 수 있다면…
‘문화면 특종 감이다!’
*
“저…남희도 선생님 아니십니까?”
“자네는 누구?”
백발이 성성한 남자가 윤기자의 부름에 뒤를 돌아보았다. 윤기자의 가슴이 쿵쿵 뛰었다.
여전한 눈빛이다.
남희도.
전성기에는 백상예술대상 연극상, 동아연극상 등의 연극관련 상들에서 이름을 빼놓지 않았던 한국 연극사의 거인이라고 불리는 배우이다.
작년에는 대한연극협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 선생님의 을 보고 처음 연극에 입문했었습니다. 그 뒤로 선생님 공연은 빼놓지 않고 봤었지요. 이렇게 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노인은 온화하게 웃었다.
“이제 은퇴한 퇴물을 이렇게 기억해주다니 내가 영광이구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한국공연사에 애정이 있는 인물들 중에 선생님께 감사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고맙네. 자네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윤기자는 잽싸게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어 공손하게 내밀었다.
“올해 우정일보 문화부에 입사한 신입 기자입니다.”
“오…우정일보라…”
남희도 선생이 젊은 친구의 얼굴을 뜯어보며 알겠다는 듯이 웃었다.
자신의 팬이었다는 것은 사실이겠지만, 이렇게 따라와서 말을 붙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리고 본인도 나이가 들었는지, 이런 열정이 성가시기보다는 기특하다. 자신의 공연을 본 것을 시작으로 공연에 애정을 가지고 문화부 기자까지 되었다는 내력 때문에 마음이 누그러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공연을 본 내 감상이 무척 궁금한 모양이지?”
“어…저…그건…”
윤기자는 자신의 마음을 읽은 듯한 노인의 말에 얼굴을 붉혔다.
물론 그의 정정한 모습을 보고 무척 반가웠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취재 욕심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따라오진 않았을 것이다. ‘역시 실례였나’ 라는 생각에 무척 민망해진다.
“선생님의 오랜 팬인 건 정말입니다. 그리고 이 공연을 초연을 보시게 된 사정과 공연의 감상이 궁금한 것도…사실이긴 합니다. 부담스러우시다면 물러가겠습니다.”
남희도는 솔직하게 고백하는 젊은 기자를 보고 허허 웃었다.
“아닐세. 나도 재밌는 공연을 보고 입이 심심하던 차야. 커피나 한 잔 하겠나?”
윤기자의 눈이 동그래지더니 허리를 꾸벅 숙였다.
지이잉-
공연이 어땠는지가 어지간히 궁금했는지, 문화부장님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하지만 그는 미수신을 꾸욱 눌렀다.
지금은 앞에 닥친 기회에 집중할 때였다.
다음 날, 우정일보 문화섹션 탑면에는 신입기자의 기사가 떴다.
128 첫번째 팬
진성은 자신의 이름으로 나간 첫 기사를 감개무량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未成熟한 아이들의 잔혹한 剝製, 연극 심금을 울렸다](*미성숙, 박제)
전날, 남희도를 잡았다는 말을 듣고 문화부장은 기사 교체를 결정했다.
저녁에 이미 마감된 10판(*신문의 첫 번째 인쇄판)은 어쩔 수 없었지만, 40판부터는 의 기사로 교체하여 찍기로 한 것이다.
초연 이후로는 프레스 티켓이 풀리므로 독점기사의 기회는 오늘밖에 없다는 부장의 재빠른 판단, 그리고 남희도와의 인터뷰라는 대박이 신입기자의 화려한 데뷔를 성공시켰다.
“수고했어.”
부장님이 지나가다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진성의 생각대로, 피터팬 공연을 본 관객들의 후기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다른 신문사들이 그 반응들을 그러모아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하는 건 오늘 오후부터일 것이다.
즉, 아직까지는 우정일보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기사를 다시 읽어본다.
자신이 썼는데도 기사가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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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을 예매하기 위해서 전날 저녁 7시부터 15시간을 지정예매처 앞에서 줄을 섰어요.』(피터팬 관람객 인터뷰)
연극계에 거센 바람이 불었다. 연일 화제를 갱신하고 있는 연극 피터팬이 5월 27일 개연을 맞았다. 데뷔 2년차이지만 로 단숨에 천만배우 반열에 오른 배우 신유명씨(26)와 아역배우로서 은퇴한 후 로 재데뷔하여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 서류신씨(28)가 공동출연한 이 연극은 전일 방영된 KBK 다큐멘터리 에서 독특한 제작과정이 다루어져 주목을 더했다.(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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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4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예매 당일 30분만에 예매분 매진, 현장표 구매를 위해 밤새 줄서는 진풍경 벌어져.
-압도적인 몰입도의 잔혹극. 동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제시.
-이름값은 뒤지지만 연기로는 뒤지지 않았다. 설수연, 추세미에 관심 쏟아져.
-남희도 전 대한연극협회장,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공연.
문화섹션의 최상단을 반페이지 이상 덮는 특집기사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한국 연극의 산역사라고도 불리는 남희도 옹의 인터뷰였다.
-피터팬의 초연을 감상한 남희도 전 대한연극협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각본의 구성과 연기하는 배우들 모두 유례없을만큼 수작인 공연으로···(중략)
진성은 아직도 귀에서 선명하게 남아있는 남희도 선생과의 인터뷰를 떠올렸다.
“공연 전 논란이 되었을 때부터 생각했어요. 배우가 연기를 하러 무대에 서겠다는데, 그 목적과 결과물에 대해 왜 이렇게 왈가왈부가 많을까 하고.
그 배우들의 연기를 스크린에서 보았을 때부터 잘할 것을 알고 있었지요. 매체의 종류에 따라 연기가 조금씩 달라진다고는 하지만, 영화 연기를 그만큼 잘 하는 배우들이 연극 연기라고 엉망으로 할 리가 있겠어요. 다만, 무대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는 궁금하긴 했어요.”
섣부른 짐작을 쏟아냈던 사람들에 대한 따끔한 비판으로 시작한 그의 인터뷰는
“솔직히 감탄했습니다. 제가 가르친 후배들에게도 이렇게 감탄한 적이 없어요. 일단 메세지가 참 좋았어요. 동화라는 것은 무서울 정도로 주인공의 시점을 강요합니다. 하지만 동화속의 ‘선’이 과연 진짜 ‘선’인가에 대한 메세지가 묵직하게 다가왔어요.
그리고 무대 연기에 대한 이해도가 감탄을 더했죠. 동화답게 아름답지만 상처가 빼곡한 인물들을 선명하게 전달하는 연기력은 찬사를 보내고 싶을 정도로 대단했어요. 아직 젊은 배우들이라는 걸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각본의 참신함과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한 칭찬으로 이어졌고,
“개인적으로 눈여겨 본 캐릭터는 ‘닥터’였습니다. 언뜻 중립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미성숙한 아이들을 정신병동에 가둬놓고 제3자적인 입장에서 방치하기만 하다가, 악화된 후에는 격리하여 동화 속에 박제해버리는 ‘어른’이라는 존재는 정상일까요? 그것 또한 어쩌면 비정상이고, 잔혹한 동화가 아닐까요?
사실 닥터는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상이라고 믿고 있는’ 우리 모두를 대변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희도가 생각한 공연의 이면적 해석까지 주욱 이어졌다.
이 마지막 해석 부분은 오늘의 기사에 싣지 못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
하지만 공연이 종료되고 난 후에 다시 한 번 기사로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진성은 그가 오프더레코드로 남긴 말을 곱씹었다.
“이건 우정일보 문화부 기자가 아닌 오랜 연극팬인 윤진성군에게 하는 말인데, 초연을 보러 간 데는 다른 기대가 있었기는 했었네, 허허.”
“어떤···?”
“천상연.”
그가 잊을 수 없는 한 이름을 꺼냈다.
“그 때 를 심사위원으로 관람했었지. 평생을 연기에 바쳐온 이 사람에게도 경악할 수 밖에 없는, 잠시 꿈이라도 꾼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의 연기였다네. 그 배우의 체구나 외양이 신유명씨와 비슷했던 것 같아서, 혹시나 하고.”
“설마…동일 인물인가요?”
“아니,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그 배우와는 연기하는 스타일이나 뿜어져나오는 질감이 달라. 그리고 신유명씨의 연기도 무척 인상 깊었지만, 당시 천상연의 연기는 인간 레벨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였다네. 신유명씨가 아무리 대단한 연기력을 갖추었다 해도 천상연과 동일 인물이라기엔···”
“그 정도였습니까···”
“그 정도였지.”
진성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던 오늘의 피터팬조차 견줄 수 없다는 천상연의 연기. 그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이미 지나간 일이라 남희도의 기억이 조금 미화된 것이 아닐까라는 무엄한 생각을 목구멍으로 꿀꺽 삼켰을 뿐이었다.
‘후…일이나 하자. 지금은 내 앞가림 하기도 바쁘다.’
타닥타닥-
진성이 생각을 접고 키보드에 다시 손을 올려 후속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자고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법이었다.
*
공연 당일 밤부터 익일까지 갓네임드에는 수많은 간증글이 올라왔다.
게시물 161181 [피터팬 초연 보고 왔습니다! feat.기적] / 계같은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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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아아아악-
어제 초연 보고 왔습니다.
퀄리티 미쳤습니다. 유명이 팬이라서 좋은 게 아니고, 진짜 미친 공연입니다.
갔노라. 보았노라. 지렸노라.
뒤에 가실 분들 때문에 스포는 못하는데 입이 근질근질하네요. 하여간 미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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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첨 떨어지고 우셨다고 하더니 표 어떻게 구하셨어요? 설마 밤샘대기로 현장표?
└(원)아니요. 이 계같은인생에도 기적이라는 게 일어나더군요. 회사 부사수가 초연 vip티켓이 있더라 이겁니다.
└헉…초연 vip티켓요? 설마…관계자?
└(원)부사수가 유명이 학교 선배래요…만세 l(T^T)l
└우째 그런 일이…ㄷㄷ
└계같님, 저 추첨돼서 공연 본 사람인데, 그냥 부사수 아니잖아요! 왜 어제밤에 후기 안올리시고 오늘 올리신 거죠? 어제밤에 무엇을 한 것일까…
└아니, 이건 또 무슨소리!!
└잘생긴 남자와 손잡고 계신 거 내가 봤는데! 봤는데!
└(원)흐억…아니 그게 아니고…
└걸렸다, 요놈!
추첨을 통해 초연을 볼 수 있었던 사람은 10명.
그리고 초연 티켓 예매에 성공한 1명과 부사수 빽으로 공연을 본 민대리, 아니 민유정까지 총 12명이 앞다투어 공연 후기를 풀어놓았던 것이다.
-다큐에서도 느꼈지만, 신유명과 서류신의 합이 어마어마하다. 진짜 서로를 의식하는 것 같다.
-설수연이라는 배우, 실물로 보면 넘어간다. 인간을 초월하는 외모다. 어제 다큐 나오고 설수연 팬카페 생겼길래 바로 가입했다.
-닥터역 했던 여배우도 너무 멋지더라. 카리스마 최고다. 감정적으로 망가져 있는 주인공들에 비해 이성적인데도 미친 것처럼 보여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윤한성 배우와 이선하 배우도 와 있고, 유명이네 기획사 실장님도 와 계시더라. 윤한성 배우 바로 뒷자리에 앉았는데 싸인받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초연에 대한 다양한 떡밥들이 우수수 쏟아졌고,
회원들은 우스개소리로 그들 12인에게 12사도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이름에는 선택받은 자들에 대한 부러움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에 뜻밖의 사람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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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류신 배우 공식팬클럽 의 회장, 곽희정입니다.
이렇게 글로 인사드려서 송구합니다.
그제, 다큐멘터리 를 보고 저희 팬카페 내 반향이 컸습니다. 많은 팬들이 신유명 배우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드높였고, 저희 서류신 배우와의 관계에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운좋게 초연을 보게 된 저를 비롯한 팬클럽 회원들은, 두 배우가 치고받는 멋진 연기호흡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저희 팬들끼리도 교류하며 가깝게 지내는 게 좋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팬클럽 자매결연과 관련하여 갓네임드 회장님과 한 번 미팅을 하고싶습니다.
의논할 생각이 있으시면 첨부된 연락처로 연락 부탁드리며, 성사되지 않더라도 저희 류신화 회원들은 신유명 배우를 마음깊이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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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부터 와 는 끈끈해져 가기 시작했다.
*
갈수록 공연에 대한 관심이 드높아져 갔다.
티켓오피스에서 당일 현장표가 매진된 직후부터, 다음 날 표를 사기 위한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인터넷에서 의 티켓거래가가 천정부지로 높아졌다. 월드컵 티켓 한국전 암표거래를 방불케 하는 인기였다. 암표상들은 미리 티켓을 구해놓지 못한 것에 땅을 쳤다.
[나날이 높아가는 의 인기. 대학로에 새바람 불어넣나] [아이돌 ‘엘리펀트’ 팬들에게 티켓 요구해 눈총] [보고 오는 사람마다 극찬 일색인 어떤 내용?] [6월 중순 이후, 배우 FA 시장에 신유명, 서류신 풀리나]공연장 앞에도 기자들이 진을 쳤다.
영화도 아닌 연극에, 매스컴의 관심이 이 정도로 포화된 적이 있었을까.
우정일보가 초연 기사를 터뜨린 이후, 신문과 잡지들은 앞다투어 피터팬의 기사를 양산했다. 줄라이 극장 앞의 혼잡한 광경이나, 공연을 보고 나온 관객들을 취재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배우들의 합은 회가 거듭될 수록 정밀하게 맞춰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5회차 공연이 오픈된 목요일이었다.
“안녕- 나는 피터팬. 아름답고 멋진 생각을 하면서 날아야 떨어지지 않아!”
유명은 그 날 첫 대사를 치면서,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아주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느낌.
‘뭐지…?’
그 날따라 몸이 한계보다 높이 점프했다.
대사를 받아치는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먹혀들었다.
“오늘…산삼이라도 먹고 왔어?”
질린 듯한 표정으로 세미가 포켓에서 속삭였다. 원래도 텐션이 높은 연기인데 오늘은 따라가기 벅찰 정도로 유명의 텐션이 과하다고.
유명도 어리둥절했다.
온 몸의 세포가 발악하는 것처럼 최선을 다한다. 이유도 모르면서.
그 날 유명은 공연이 끝난 후, 포켓 사이로 객석을 내다 보았다.
뭔가, 뭔가 평소와 다른 것이 있다는 예감.
그리고,
‘아···!’
유명의 눈에 순간 눈물이 그렁해졌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객석으로 달려나갔다.
“저…잠시만···!”
원생에 유일하게 자신에게 팬이라고 말해주었던 사람.
무명배우 신유명의 ‘첫번째 팬’이 거기에 있었다.
129 한 사람을 위한 공연
“꺅-”
“신유명이다!”
포켓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주연배우를 보고, 남아있던 관객들이 작은 비명을 질렀다.
다행히 극장 안에 남은 관객은 몇 되지 않았다. ‘그 팬’을 포함하여 고작 10여 명의 사람들.
유명이 고개를 숙이며 양해를 구했다.
관객들이 곧 진정하고 조용히 해주었기에, 이미 공연장 밖으로 나간 팬들이 되돌아오는 혼란은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유명은, ‘첫번째 팬’의 앞으로 다가갔다.
“어···?”
남자는 뒤늦게 유명을 알아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까지 무대를 휘젓던 주연 배우다.
왜 그가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온단 말인가.
“안녕하세요.”
“네. 신유명씨…맞으시죠? 제게 무슨 볼 일이라도···?”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차 한 잔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뭐지? 무슨 이벤트라도 하는 건가? 신유명이랑 차를 마신대, 좋겠다!
아직 나가지 않고 있는 주변 관객들이 수군수군거리는데도 유명의 시선은 올곧게 한 사람에게만 꽂혀있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절반은 반갑게, 절반은 난처하게 웃음지었다.
“어…괜찮은데, 제가 눈이 많이 안 좋아서…천천히 가 주시면 따라가겠습니다.”
“…네.”
술렁-
그 말을 듣고 있던 주변관객들의 표정에 의문이 떠올랐다.
눈이 잘 안 보이는 사람이 공연장에는 왜? 라는 표정.
원생에서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유명 자신도 했던 생각이 지금 주변 관객들에게 떠올라 있었다.
유명은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너무, 너무 반가운 사람이었기에, 자신이 그에게 향하면 시선이 주목될 것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발걸음이 앞서 버렸다.
하지만 그에게 이번 생의 자신은 ‘모르는 사람’이겠지. 그걸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유명이 자신의 경솔함을 자책하며 천천히 그를 인도했다.
“공연은 어떠셨나요?”
무대 뒤의 대기실에서 유명과 남자가 마주앉았다.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시고서야 그는 조금 긴장이 풀린듯이 유명을 마주보고 웃었다.
“무척 좋았습니다. 제가 봐 온 공연 중에 최고였어요.”
“공연을…자주 보시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