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77
유명 또한, 지금까지 중 가장 큰 규모의 공연장에 자신의 팬들이 가득 차 있다는 사실에 심장이 쿵쿵 뛰고 있었다.
팬들을 위해 준비했지만, 자신에게 더 선물같은 시간인 것 같다.
‘마지막 무대를 즐기자.’
유명이 입가에 참을 수 없이 즐거운 미소를 지었고,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264 됐네요, 다섯 명
효준은 초대석의 한 자리에 앉아 있었다.
유석이 그의 몫을 양보한 것임을 알고 극구 사양했지만, 유석은 효준의 머리를 헝크러뜨리며 엄포를 놓았다.
“나는 첫 공연 봤으니까 됐어. 나보다는 배우인 너한테 도움이 되겠지. 보고 느낀 점 독후감 써와라?”
“…고마워요, 형. 진짜.”
“이럴 때만 존대말은.”
한 자리도 빠짐없이 들어찬 2천 석의 객석.
그 한 명 한 명의 얼굴이 모두 가장 행복할 때의 꿈을 꾸는 듯이 밝다.
효준은 기분이 이상해진다. 자신은 수년 간 관객에게서 도망다녔고, 캐스팅보트 때는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기까지 했다. 프랑스에 가선 팬들도 좀 생기긴 했지만, 이런 풍경은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나도 언젠가는…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하나하나의 무대가 지나갈 때마다, 효준은 짜릿한 감각에 시달렸다.
‘내가 미쳤었구나…저런 배우한테 연기로 깝쳤다니.’
그 때는 몰랐다. 적당한 능숙한 자신의 연기가 그의 연기와 크게 다를 것 없다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자신이 했던 것은 연기라기보다는 재주였다. 몸도 마음도 연기에 젖고 나서야, 비로소 그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를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안 까불어야지···’
한편, 무대 위에 선 유명도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 중이었다.
‘연기가…꽤 늘었구나.’
예전에 했던 배역들을 다시 연기해 보면서, 유명은 자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실감했다. 어떤 어려운 자세를 취해도 무리가 없고, 어떤 대사를 해도 그 인물의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읊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작품이 컸어.’
은 기술적으로도, 심적으로도 가장 힘겨웠던 작품이었다.
자로 잰 듯한 연기도 그렇지만, 자신의 내면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그리고 스스로의 마음을 깨닫고 받아들인 후, 유명의 연기는 한 단계 더 성장했다.
‘…미호야. 나 좀 성장한 거 같은데, 너는 언제 돌아와서 기뻐해 줄 거야?’
벌써 미호가 사라진지 네 달이 넘었다.
유명은 요즘 조금 불안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생각보다 미호가 돌아오는 것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설마 돌아오지 않을 생각인 건 아닐까, 때로 떠오르는 불안을 애써 가라앉힌다.
오늘따라 미호가 무척이나 보고 싶다.
‘오늘 네가 있었다면, 배우들과 관객들의 생기 최고로 맛있당! 하고 신나게 꼬리를 돌렸을텐데.’
유명이 습관처럼 공연장의 허공을 바라본다.
아름다운 푸른 빛으로 가물거리는 형체는, 오늘도 보이지 않는다.
유명은 애써 미호의 생각을 떨쳐내고 다시 무대에 집중했다.
기본 레파토리들에 아스와 테르카의 if story, 아리자데 왕국 살인사건의 if story도 무대에 올랐다. 숨막힐 듯이 멋진 이야기들의 향연에 두 시간은 삭제된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유명이 마지막 무대의 의상을 교체하러 들어간 사이, 소진이 그를 대신해 무대 위에 올라 진행을 맡았다.
“오늘의 마지막 공연, 궁금하시죠?”
“네에~~~!!”
“요즘 한국에서 손꼽히는 탑배우 한 분이 함께 하셨습니다.
그 말에, 팬들은 무언가를 예감하고 자지러지기 시작한다.
“윤한성 배우님과 함께합니다. 의 다담 씬입니다.”
우와아아아!!
마지막 콘서트의, 마지막 무대였다.
*
두 남자가 무대를 향해 나란히 정좌해 있었다.
그 사이엔 찻주전자가 얹힌 작은 소반이 하나. 원래 마주보는 구도이지만, 공연 무대의 특성에 맞추어 객석을 향하는 것으로 변경한 상태. 관객들은 그들이 서로를 마주보고 대화하는 것임을 상정하고 이 무대를 지켜본다.
조명은 불그스레한 색을 머금고 떨어지고 있다.
두 사람이 입은 톤이 다른 두 푸른색의 도포가 그 붉은 빛 아래에서 오묘한 빛을 낸다.
3년 반만에 다시 보는 다담 신. 이미 몰입에 들어간 두 배우의 표정에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강녕하십니까.”
“자네의 활약 덕에 강녕할 수가 없으이.”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유명은 고민했다.
다담신의 스토리를 변형시킨다면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팬들이 가장 바라는 if 엔딩은 이방원과 정몽주가 손을 잡는 모습이겠지.
그러나, 이방원과 정몽주가 스승과 제자 사이였다는 것까지야 팩션(*팩트+픽션)의 범주로 볼 수 있지만, 두 사람이 화해하게 되면 역사 개변이 되어 버린다.
-아무래도 다담신은, 건들지 않고 그대로 연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겠지? 그래도 좀 아쉽네. 나도 뭔가 변화된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영화 화면을 연극 무대로 가져오는 것도, 사실 연기적인 변형이 필요한 거니까요. 그리고 마지막 날의 마지막 무대는 원작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아요. If story들이 참 재미있긴 하지만, 그래도 원작의 무게감을 따라갈 수는 없으니까요.
려말선초의 콘서트용 버전을 의논하며, 유명과 한성이 나누었던 대화였다.
“그리 목소리를 높이시는 것은 처음 봅니다.”
“지금 자네가 막말을 하고 있지 않나!”
“정말 그래서입니까···?”
유명이 말했듯이, 영화 연기와 연극 연기는 조금 다르다.
영화팬들은 종종, ‘연극적 연기는 너무 과장되어 있어서 보기 불편하다’라고 비판한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고, 그래서 세월이 지날수록 연극에서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추구하는 바람이 불기도 하지만, 사실 그 차이점은 매체의 특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
작은 표정변화까지도 클로즈업 처리할 수 있는 영화 연기에 비해, 무대 연기는 무대에서 객석까지 최소 수 미터 이상의 공간이 있다. 표정이나 감정변화를 영화처럼 일상적으로 표현하면, 관객에게는 너무 작게 와 닿는 것이다. 심지어 객석 끝의 관객까지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 ‘감정의 과장폭’은 더 늘어난다.
그러므로 지금의 이방원은, 영화에서보다 더욱 압도적인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고,
지금의 정몽주는, 영화에서보다 더욱 세련된 분위기를 휘감고 있었다.
두 정적의 팽팽한 대치에, 관객들은 정신없이 빠져들어 갔다.
“혹여 마음이 변하시진 않았습니까.”
오연한 분위기에 묻어 있는 한 점 강한 집착.
이방원의 작은 손짓 하나에 공연장의 공기가 숨이 막히게 죄어든다.
려말선초 이후 미국으로 떠나, 온 세계에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돌아온 신유명의 이방원은, 당시보다 훨씬 복잡하고 깊어져 있었다.
“그 때부터는 정치가가 아닌, 필부에 불과한 것이다.”
그에 대응하는 정몽주의 흡뜬 눈동자는 무대를 집어삼킬 듯이 번들거린다.
윤한성의 연기력 또한, 려말선초를 기점으로 크게 도약했다. 영화 평론가들이 ‘배우 윤한성의 재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그는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무대에 붉은 노을이 진다.
26세에 이미 세상을 집어삼킬 패기의 총체. 패왕의 자질을 갖추고 태어난 맹수는, 자신이 갖지 못하는 고고한 학을 바라보며, 개탄하듯이 시조를 읊는다.
가지고 싶다. 가지고 싶다. 그러나 내가 갖지 못한다면 저 낭창한 목을 꺾어 버리리라.
그 운명을 안다면, 그냥 포기하고 자신에게 와주지 않겠냐는 마지막 권고.
그리고 그 노을이 타오르며, 꺼지기 전 마지막으로 강렬한 붉은 빛을 내는 가운데, 정몽주는 가장 고고한 모습으로, 답가를 읊는다.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
관객들은 숨도 쉬지 못한 채, 두 인물의 마지막 대치를 역사의 산증인처럼 눈 속에 기록하고 있었다.
정몽주는 한 점 미련없는 태도로, 무대를 저벅저벅 걸어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방원의 말.
“죽여라. 가장 번화한 곳에서 가장 처참하게.”
“명 받들겠습니다.”
“…그리하여 그의 죽음은 역사가 될 것이다.”
연기 콘서트의 마지막 무대.
포켓에서 지켜보던 전병우는 그 무대의 넘쳐나는 아우라를 느끼고 있었다.
3년 전 배우들의 사이에서 온몸으로 느꼈던 의 에너지는 정말 굉장했지만, 지금 자신은 무대 곁 포켓에서도 그보다 강렬한 에너지를 체감하고 있다.
‘거기서 더 나아가다니, 당신은 정말…”
그 생각을 하는 것은 전병우 뿐이 아니었다.
이 무대를 지켜보는 모든 팬들이 같은 마음으로 눈시울이 붉어진 채, ‘자신의 배우’에게 갈채를 보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신유명이라는 배우를 사랑하는 수천 명의 거대한 함성이 휘몰아친다.
유명은 커튼콜에 등장해, 그 모든 사람들에게 깊이 허리를 숙였다.
*
“정말, 정말 대단했어요.”
“감사합니다. 공연장이 한몫했어요.”
혜전당의 관장이 공연을 끝낸 유명에게 다가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감탄을 거듭했다.
“이걸 보고 나니, 다음 연극무대를 저희 쪽에서 못 올리는 게 더 아쉬워지는군요.”
“저도 아쉽습니다, 하하.”
“다음에라도 무대공연 할 일이 있으면 꼭 저희쪽으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신유명 배우의 공연이라면, 어떤 일이 있어도 최대한 편의를 봐드리겠습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분장을 지우면서도, 유명은 꿈같이 행복한 기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연기는 즐겁지만, 연기를 완성하는 것은 자신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무대에 최고로 집중해 주는 팬들과, 함께 무대를 불태우는 동료 배우들.
그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밤.
“성공적인 공연 축하드립니다!”
“정말 최고였어요~~!”
“이 공연에 참여한 걸 잊지 못할 겁니다.”
공연 뒤풀이 장소.
이번 콘서트를 기획한 콘서트 연출자와 이하 스탭들, 김성진을 포함한 혜전당의 관계자들, 굿 엔터의 관계자들과 배우들 전원이 한 고기집에 모였다.
다들 유명과 악수 한 번, 이야기 한 번 해보려고 눈치싸움을 했다. 그리고 이 역사적인 공연에 참여한 것이 영광스럽다는 인사를 남겼다.
“다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유명은 그들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함께한 배우들.
“형, 촬영 중에 시간 빼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무슨 소리야. 이런 자리에 내가 어떻게 빠져.”
윤한성은 영화 촬영 중에 어렵게 시간을 빼서, 마지막 공연에 참석해 주었다. 유명이 무리한 일정 조정에 감사하자, 그는 오히려 서울 공연밖에 참석할 수 없었던 것을 아쉬워했다.
[나는? 나도 고맙지?] [고맙긴 한데…데렉은 저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냥 재미로 한 거 아니에요?] […들켰나?]유명은 데렉과 마주보며 함께 피식 웃었다.
장난으로 받아치긴 했지만, 그가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지 데렉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리라.
그리고 류신과 수연과도 눈이 마주친다. 역시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
‘역시…연기는 함께하는 게 즐거워.’
에일듯한 추위를 무릅쓰고, 설원에 한 발 한 발 발자국을 남기는 것은, 대단한 고통과 희열을 함께 가져다준다.
하지만, 정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데렉, 류신, 수연, 한성, 선하, 카이, 나탈리, 마일리, 하린···
연기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연기에 미쳐있는 친구들과 함께 달려가는 시간.
원생에서는 알지 못했던,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즐거움.
꼭 한 가지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유명은 이제야 깨닫기 시작했다.
유명은 얼마 전부터 생각하던 이야기를 꺼냈다.
[저, 혹시 무대, 같이 만들어보실 생각 있으세요?]“뭐라고요?”
[무슨 말이야, 그게? 자세히 설명해 봐.]데렉을 고려해 영어로 물었지만, 깜짝 놀란 류신이 한국어로 먼저 반응했다. 그리고 데렉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다음 말을 종용했고, 수연은 자신이 낄 자린지 아닌지를 몰라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냥, 같이 연기하는 게 재밌어서요. 공연 기간이 두 달이니까, 초반 한 달은 단독 공연으로, 후반 한 달은 여러분과 같이 만들어보면 어떨까 해서요.] [호오…어떻게? 그 작품은 인격만 나누어져 있을 뿐, 동일인이라면서?] [어차피 인격인데, 꼭 모습이 같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유명의 말에, 누구보다도 류신이 먼저 혹한 눈빛으로 달려들었다.
[하죠. 재밌겠군요.] [나도 막 작품이 끝난 참이라 몇 개월 쉬는 건 괜찮아.] [그런데 오빠, 사람이 하나 모자라지 않아요?]하나, 둘, 셋, 넷.
하지만 의 주요인물은 다섯이다. 인격 넷에 다인까지. 확실히 한 명이 모자란다. 촬영 중인 한성을 끌어들일 수도 없고.
[흐음…그건 제가 생각-]딸랑-
그 때, 고기집의 문이 열리면서 문유석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 낯익은 한 명의 얼굴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혀…형! 안녕!…하세요.”
“도효준, 너 여기 어떻게!”
“류신 형…나 공연 끝나고 휴가기간인데…요?”
찔끔한 듯 유명과 류신의 눈치를 번갈아 보는 효준을 보고, 유명이 빙긋 웃었다.
[됐네요. 다섯 명.]세상에 다시 없을, 특별한 공연진이었다.
265 의외의 캐스팅
-제발 콘서트 끝나고 공연DVD 만들어주세요.
-전재산을 들여서라도 삽니다.
-이프으? 이이프으으으? 아놔 미치겠네. 나도 보고싶다고!!
유명의 부탁을 칼같이 지키는 팬들은, 자신이 보았던 공연의 내용을 누설하지는 않았지만, 콘서트가 얼마나 황홀했으며, 기존 스토리를 변형해서 만들어진 무대들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를 자랑했다.
그걸 본 나머지 대부분의 콘서트 탈락자들은 땅을 치며 그들을 부러워했고,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가 바로 공연DVD를 풀어달라는 간청이었다.
그런데, If 콘서트가 끝난 다음 날, 팬들은 눈을 의심했다.
[공지]If concert 부산 : 연예학개론 If 보형과 하나가 만난다면 [공지]If concert 부산 : 트루먼쇼 [공지]If concert 부산 : 무무 [공지]If concert 부산 : 피터팬 If 피터팬과 후크의 캐스팅이 바뀐다면···
가장 첫 공연인 부산 공연부터, 공연실황영상이 무료로 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거 실화인가요? 이런 귀한 자료들이 이렇게 누추한 곳에···
-한 편 한 편 예술이네요ㅠㅠ 어떻게 이런 일이···
-와 이걸 눈 앞에서 봤으면 심장 멎었겠네요. 떨어져서 다행···(신포도)
연예학개론은 KBK에 저작권이 있었고, 이후 대전 공연에 올라왔던 미믹크리는 워크브로더스(TW 영화사업부)에 저작권이 있었다. 그런데도 이 무료 공개를 허용한 것은, 기존 작품의 재판매율에 긍정적인 유인이 되리라는 계산에서였으리라.
자료의 링크들은 금세 국내외의 다른 팬커뮤니티로도 퍼져나갔고, 이번 콘서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다른 나라에서도 수많은 퍼나름 게시물들과 관련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제가 제일 사랑하는 발레리나 하이는 콘서트에 안 나왔군요. 아쉬워라ㅠㅠ
발레리나 하이는 윤세련에게 저작권이 있다.
콘서트에 올리려면 원작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유명은 세련이 지금 무척 중요한 시기라는 것을 알고, 그녀가 온전히 발레에 집중하게 하려고 연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팬들은 발레리나 하이를 보지 못한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그리고 프랑스에 산다는 한 팬이 그녀가 마르타 여왕으로 캐스팅된 지젤의 포스터를 올려, 그녀의 재기 소식이 한동안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팬카페를 뒤집어 놓은 글이 하나 올라왔다.
[게시글 48557788] 안녕하세요. 신유명입니다.안녕하세요. 갓네임드(제 손으로 쓰려니 쑥스럽네요ㅎㅎ) 여러분.
배우 신유명입니다. 이렇게 직접 인사를 드리는 건 처음인 것 같네요.
연기콘서트는, 팬분들의 오랜 사랑에 감사하고자 마련한 자리였습니다. 원래 팬들을 위해 만들었던 무대였기에, 그날 오지 못하신 다른 모든 팬분들도 보실 수 있도록 무대촬영분을 공개했습니다.
선물을 드리려 했는데, 콘서트에 와 주신 분들의 눈빛과 열기에 오히려 제가 선물을 받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하나하나의 배역에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신유명 드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저희가 감사해요ㅠㅠ ㅠㅠ
-공연실황 보고있는데 봐도봐도 질리지 않아요. 다시 공연해 주세요. 이번엔 입장료 받으시고!!
-사랑한다, 유명아!
└아우, 이런 건 우리끼리 있을때만 합시다, 좀.
-신이 강림하셨도다…성지순례왔습니다. 굽신.
이 날 팬클럽의 방문자수는 역대 기록을 갱신했다.
*
“수고했어요.”
“별로 수고한 것도 없는데요. 다 해봤던 연기였고, 관객들도 워낙 호의적이었구요.”
“다 해봤던 거라니…스토리가 몇 개가 바뀌었는데. 영화 연기를 무대로 가져온 거도 따로 연습이 필요했잖아요.”
“…인격 살인 촬영 후에 한계가 늘었나봐요. 연기콘서트는 진짜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무지막지한 유명의 말에도 이제 익숙해졌는지, 유석은 웃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