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08
유명이 첫 대사를 던졌다.
가라앉은 눈동자 속의 혼란스러움.
갈라지는 목소리를 억지로 수습하며, 그가 묻는다.
데렉은 그 대사를 듣고 살짝 소름이 올랐다.
‘몰입이 더 빠르고 깊어졌어.’
데렉은 미믹크리에서 그의 연기력이 날개를 다는 모습을 직접 지켜보았다.
그 전에도 유명의 연기는 믿기 힘들 정도로 정교했지만, 그 때, 아스가 인간의 마음을 깨달으며 눈물 한 방울을 떨궜던 그 날 이후로 유명의 연기는 거기서 더 나아갔다.
그가 감추지 못하고 툭- 뱉은 문장에서 어린아이가 느껴진다. 단단한 껍질로 외부와 차단한 채 자라지 않았던 내면의 어린아이는, 자신이 느끼는 절망감이 거짓이라고 말해 달라고 조르는 듯 했다.
울컥-
그리고 에바는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살짝 치밀어올랐다.
저기 서 있는 남자가 아니라, 그 안의 작은 아이를 어루만져주고 싶은 연민.
유명은 고작 대사 한 마디로 완연한 데카르도가 되어, 그의 감정을 선명하게 공감시켰다. 옆에 선 배우의 표정을 돌아볼 겨를이 없을 정도로.
그런데,
[아뇨.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투명한 음성이, 떨리는 데카르도의 목소리를 꿰뚫고 존재를 드러낸다.
[…그래서 너는 기분이 어떤데?] [그런가보다 싶은데요. 아버지가 저말고 다른 사람에게 선행을 하시는 것이 저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은 아니니까요.]‘…!’
릴이 조용한 눈으로 데카르도를 들여다본다.
무엇이 억울하고 무엇이 분노할 일인가.
양아버지에게 다른 양아들이 있다고 해서 자신에게 더 소홀해진 것도 아니고, 법이나 윤리에 저촉되는 일도 아니다. 오히려 사회선을 증가시키는 일.
여태 알려주지 않았다는 배신감? 다른 아이에 대한 질투?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데카르도는 그 무감각한 눈을 보고, 스스로가 수치스러워진다.
똑같은 상황에서 저 쪽은 상처를 받지 않았다.
자신이 소심하고 나약해서 과민반응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에 그는 다급히 흔들린 감정의 파편을 쓸어넣는다.
그것을 못 본 척 해주려는 듯이 릴이 물었다.
[그나저나 풀리지 않는 수학 공식이 있다고 들었는데, 뭔가요?] [오늘은 자료를 안 가져왔어.]서로가 주고 받는 감정들이 지나칠 정도로 선명하다.
검은 잉크가 물에 번지듯이 부정적인 감정이 확 퍼져나가는 데카르도와, 그 빛깔을 그대로 투영해 보여주는 듯이 맑디맑은 릴.
몸을 뒤로 빼는 데카르도와, 가만히 서서 그를 관조하는 릴.
‘제법…’
작가들은 상당히 놀랐다.
유명이 연기에 덮여 릴의 존재감이 죽으리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천진하고 서툴기 그지없던, 그래서 릴 역할로는 아쉬울 것이라 생각했던 카이 누넨이었는데, 지금 그가 보여주는 릴은 분명 기대를 넘어서고 있었다.
‘의외로…꽤 잘 어울리긴 하네. 릴이 단순히 조연이라면 맡겨볼 만한 정도로. 하지만…’
문제는 그가 시즌2를 끌고 나갈 정도의 역량이 있냐는 것.
심사자들의 얼굴이 미묘하게 망설임으로 흔들릴 때, 연기를 끝낸 릴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한 가지 더 보여드릴 게 있는데요.]*
그들은 제작사 내부에 있는 연습 공간으로 이동했다.
매트리스와 각종 체력단련 도구들이 있는 연습실.
주로 액션 영화의 합을 맞춰보는 데 사용하는 공간에서, 카이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다들 궁금해했다.
[뭘 하려는 거에요?]결국 참지 못하고 육작가가 물었고, 유명이 대신해서 대답했다.
[지금부터 카이는 그가 해석한 릴 딜런을 보여드릴 겁니다. 카이, 몸 풀어.] [그런데 왜 굳이 이 곳으로···] [그건 보시면 알 겁니다. 다들 편하게 앉으세요.]연기와 관련된 일에서만 유명이 내보이는 자신감.
자주 보여주지 않기에 더욱 위력적인 자신감에 압도되어, 심사자들은 말없이 유명이 짚은 자리에 앉았다.
저 쪽의 매트리스 위에서 심호흡을 한 카이가 유명과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합니다.]그 소리와 함께 카이는 발을 한 번 굴려 손으로 땅을 짚었다.
허리가 유연하고 부드럽게 원을 그리더니 거꾸로 선다.
양 다리가 구부려저 교차하다 기우뚱 기운다. 이동하는 무게중심을 조정하기 위해 오른손이 떨어지고, 왼손만으로 몸을 지탱하는데도 힘겨워보이지 않는다.
‘와아···!’
작가들이 놀라 몸을 앞으로 당겼고, 데렉은 액션 스쿨에서 그의 스턴트가 생각나는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데 그 때와는…느낌이 좀 다른데?’
원래 발군의 신체능력을 가지고 있는 카이에게, 유명은 ‘좀 더 시선을 잡아끌고 멋지게 보일 수 있는’ 몸동작을 알려주었다.
릴의 캐릭터와 맞는 깔끔하면서도 시야가 넓은 동작들.
끝까지 시선을 마주치고 있다가 예고없이 휙 하고 움직일 때의 긴장감.
그는 지금 완벽하게 균형을 이룬 몸놀림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유명이 그의 뒤를 쫓았다.
‘으응···?’
지금 유명은 릴의 ‘적’ 역할이었다.
적이 릴을 잡으려고 덤벼들었지만, 그는 유연한 신체를 활용해 잡히기 직전에 빠져나오고, 얻어맏기 직전에 몸을 비튼다.
꿀꺽-
보는 사람들이 마른 침을 삼킨다.
마지막으로 유명이 크게 휘두른 손을 간발의 차로 빗겨 빠져나온 릴은, 같은 방향으로 몇 번 제비를 넘어 시선을 주지 않고도 정확히 2단 철봉에 매달렸다.
휙휙-
몸이 철봉을 가지고 놀듯이 오르내린다.
한 바퀴를 크게 돈 릴은 발을 철봉에 갖다대고 손을 놓은 후, 그 위에 두 발로 섰다.
발바닥의 너비가 채 되지 않는 봉 위에 완벽한 균형을 잡고 선 그가, 아래쪽의 관객들을 내려다본다.
자신과 한 겹 건너의 세계에 있는 정물을 바라보듯이 무감각하게.
찌릿-
그 시선이 까마득하게 높아보여, 두 작가는 몸을 흠칫 떨었다.
오연한 눈빛.
코 앞에까지 다가온 위험에도 동요없는 눈동자.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완벽한 릴 딜런의 탄생을 목격하고, 가슴 속에서 무언가 울컥 치밀어올랐다.
[하…합격!] [으헉, 저도요!!]에바와 육미영이 귓속말로 속삭였다.
(어떻게 연기가 저렇게 빨리 늘었지?)
(사실 릴 역할에 카이를 추천한 게 유명씨래. 붙잡고 가르쳤나봐.)
(역시 우리 유명이는 안목도 남다르네! 캐릭터가 딱붙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연기력도 저 정도면 내년쯤엔 주연감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은데.)
(응. 저런 릴이라면 기존에 없었던 스타일의 스턴트가 가능할 거야. 시즌 2부터는 액션 서스펜스다!)
작가들은 릴에게 ‘곡예’라는 특기를 부여하는데 적극 찬성했고, 이를 감안해서 배역을 다시 설계하기로 했다.
그 날, 주요 배역의 캐스팅이 완료되었다.
*
한참 유명에 대한 루머들이 야단법석이던 시기였다.
미싱차일드에 대한 소문은, 아직 영화 촬영도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저런 루머를 대동하며 빠르게 퍼져나갔다.
찌라시들은 다시 한 번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대충 발로 휘갈겨 놓고 끝에 물음표만 붙이면 ‘의혹제기’로 탈바꿈된다.
나중에 사실무근으로 고소가 들어와도, ‘의혹이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을 뿐이다’라는 식으로 발뺌할 수 있는 것이다.
쫘악-
찌라시 신문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피비 테일러는 양 손에 구깃구깃해진 신문종이를 움켜쥐고, 독기어린 목소리로 스산하게 말했다.
[진짜 이것들이 미쳐가지고.] [피…피비. 무서워, 왜 그래.]통통하고 안경을 쓴 순박하게 생긴 여성이, 피비가 찢어발긴 신문조각들을 주으며 울먹였다.
[같은 파파라치인 게 쪽팔려서 그래. 이 새끼들 다 기록해 놔, 밀리.]피비는 문유석에게 ‘1인 미디어’가 대중매체로 기능하게 될 거라는 전망을 들은 후, 친구 밀리를 섭외해 작은 사무실을 차렸다. 아직 별다른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고정급여가 나가는 것이 부담되긴 했지만, 밀리는 반드시 필요한 인재였다.
RRR-
[네! 파파라치 피비 테일러의 사무소입니다··· 어, 저요? 아뇨 전 피비 테일러가 아니고 밀리인데···]자신이 취재를 나가있을 동안 밀리가 전화를 받는데, 그녀 특유의 허술한 목소리가 제보자들의 경계를 풀어 쉽게 제보를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피비, 피비! 오션 위크에 제이슨 길론 있잖아.] [어. 지난 주에 신유명 밤의 황제 의혹 쓴 놈? 원래 질 나쁜 놈인데, 그 새끼는 왜?] [밤의 황제는 본인인 거 같은데? 이거 봐봐.]굉장한 재주가 있었다.
[…이걸 어디서 찾았어?] [음…이 기자 SNS를 보다 보니까, 코네티컷 대학교 출신이더라고. 그래서 그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을 뒤지다 보니까, 지금 쓰는 메일계정의 변형된 형태로 보이는 아이디가 나왔어. 그 아이디로 구글링하다보니까, 스와핑 파트너 구하는 게시물에 댓글로 메일주소 단 3년 전 기록이 있었거든? 그래서 스와핑 사이트들 들어가서 그 메일주소로 검색해보니까, 짜잔-]미친 디깅 능력.
밀리의 로직을 중간쯤부터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피비는, 그녀가 내민 노트북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비 가면을 쓰고 있지만, 드러난 하관을 보면 제이슨 길론임이 분명한 남자가, 매 사진마다 다른 여성들을 끼고 웃고 있었다.
[대박···] [피비, 나 잘했어?] [어…밀리. 네가 최고다. 가끔 보면 네가 나보다 더 파파라치 소질이 뛰어난 거 같아.] [에이, 설마…헤헤.]본인이 한 짓과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순박한 웃음을 걸고, 밀리가 마우스를 요란하게 클릭하며 다시 인터넷의 바다에 뛰어들었다.
파파라치를 파파라치하겠다는 자신의 아이디어는, 어쩌면 대박이 날 것 같았다.
*
[안녕하세요, 피디님.] [안녕하세요, 유명씨. 오신다고 수고하셨어요.]첫 촬영은 빠르게 시작되었다.
유석의 말에 의하면, CRD에서 1화 파일럿을 찍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파일럿을 만들지 않더라도 TW 채널에라면 편성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왕이면 정석으로 만들어서 더 좋은 계약조건을 따내보자고 했다던가.
어쨌든 유명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최대한 빨리 촬영을 시작하고 싶은데, 유석이 허락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눈치를 보던 상황이었으니.
[유명씨! 여기!]첫 촬영은 야외 로케였다.
허허벌판 위에 도로만이 가로지르는 곳의 한 쪽에 천막이 쳐져 있었고, 그 앞에서 데렉이 손을 흔들었다.
[데렉. 먼저 와 계셨네요.] [준비 다 됐어요?] [그럼요.]데렉은 빼지 않고 긍정하는 유명을 보고 피식 웃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함께 작품을 하는 배우들은 보통 자신을 무서워했다. 머뭇머뭇하다 조언을 구하기도 했고, 열심히 준비해놓고도 자신에게 까일까봐 눈치를 보기도 했다.
그런데 유명은 전혀 자신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당연하다. 그의 실력이 더 나으니까.
오히려 자신이 그가 무엇을 준비했는지 궁금해 안달날 지경이니···
‘미믹크리 때는 한참 진행중인 촬영의 후반이어서라고 생각했는데, 초반부터 이런 긴장감과 기대감이라니···’
하지만 미믹크리에서 ‘아스’는, 신유명에 맞춰 쓰여진 캐릭터였다.
이번에도 그 정도로 대단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완벽하고도 변화무쌍한 아스를 연기한 직후에, 인간으로서의 한계가 분명한 데카르도를 연기한다 해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번엔 유명이 묻는다.
[데렉은, 준비 다 됐어요?] [크흡···쿨럭쿨럭.]순간 데렉은 목에 사레가 걸렸다.
준비를 마쳤냐는 질문을 들어본 것이 얼마만이던가.
물론 할 수 있는 질문이다. 같은 촬영장에서 첫 촬영을 준비 중인 동료 배우들끼리라면, 흔하게 할만한 질문.
그럼에도 최소 5년 이상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연기에 관해 누구보다도 결벽적이고 잘하기로 소문난 데렉 맥커디에게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데렉은 기침을 과도하게 해 얼굴이 벌게져서도, 웃음이 터져나왔다.
유쾌하다.
이렇게 기대되는 촬영이 있을까.
[괜찮아요?] […괜찮아요. 준비 덜해와서 찔려서 그래요.] [아…혹시 제가 도와드릴 것 있으면 말씀하세요.] [푸흡···]다시 한 번 웃음이 터져나오는 그를, 유명이 아리송하게 쳐다보았다.
[데카르도, 촬영 준비해 주세요!] [넵!]유명이 일어서고, 데렉은 그 뒤를 졸졸 따랐다.
아직 자신의 등장 신은 아니었지만···
‘신유명의 첫 데카르도 연기를 놓칠 수는 없지.’
당연한 일이었다.
304 외전 4. 드라마는 밀당이야
[세팅 완료됐습니다!]제니브가 차에 타고 있는 유명의 차창 밖으로 다가왔다.
[첫 장면이 중요해요. 데카르도 딜런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면이거든요.] [네. 알고 있습니다!] [릴 오디션을 진행할 때, 단 한 마디로 데카르도라는 인간을 납득시켰던 그 분위기로 연기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피디님.] [시작하겠습니다!]첫 신은 데카르도의 단독샷이다.
촬영 허가를 받은 도로의 끝과 끝에는 바리케이트가 쳐져 있었고, 그 안에는 촬영에 관계된 차량 뿐이었다. 유명이 탄 차량이 서서히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자, 차량 내부의 카메라들과, 옆을 따라 달리는 촬영 차량이 그 모습을 찍는다.
우우우웅-
그는 고속도로를 한계 속도로 달려가다, 갑자기 전류가 통한듯한 표정을 짓는다.
차의 속도에 따라 빠르게 가속하는 공기의 흐름. 그리고 그 흐름을 방해하는 차체.
기압은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지형은 그 흐름을 방해하기도, 가속하기도 하며 여러가지 기상 현상들을 만들어낸다.
관통하는 영감.
[…그런 방법이…있었어.]데카르도 딜런은 기상학자였다.
변화무쌍한 기후를 최대한 근사치로 예측한다는 오랜 기후학의 난제. 그가 새로운 기후예측모델의 연구에 뛰어든 것은 벌써 5년째였다.
그런데 지금 그의 머리에, 여태 잡힐듯 잡히지 않았던 단순하지만 직관적인 해결방법이 떠오른 것이다.
스으윽-
그는 서서히 차를 멈추어 도로의 한 쪽에 세웠다.
그리고 글러브박스에 빼곡이 차 있는 노트와 펜을 잡히는대로 꺼내어, 어떤 수식을 마구 휘갈긴다.
한참을 연산하던 펜이 어느 지점에서 턱- 멈추어 선다.
데카르도는 펜이 멈추자 마치 자신의 숨이 멈춘듯이 한참을 숨을 참았고, 그 갑갑함이 전달되기라도 한 듯, 보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 숨을 머금다가,
달칵-
후우-
그가 노트와 펜을 내려놓고,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크게 숨을 내쉬자, 다함께 숨을 내쉬었다.
‘별 이유없이 긴장되네.’
제니브 스콧은 유명을 보고, 이상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묘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노트로 빠르게 휘갈기던 필기체가 어떤 문장에서 느려져 선명히 눈에 박히는 것 같다.
문을 열고 내려서, 구름이 짙게 깔린 허허벌판을 올려다 볼 때 그의 고개와 눈꺼풀이 함께 천천히 들린다.
그래, 지금처럼.
솨아아-
자줏빛 구름이 흘러간다.
거대한 자연 아래, 무력한 인간.
하지만 아득히 지평선 너머, 바람과 구름이 아닌 그 너머의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이 선명한 눈빛을 하고 있는 남자, 데카르도 딜런.
쿠르릉-
번쩍-
마른 하늘에 번개가 친다.
그는 다시 차로 돌아가, 시동을 건다.
기상학자인 그는 알 수 있었다. 곧, 아주 짙은 폭우가 내리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