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18
315 외전15.진짜 이게 되네
미호는 오늘도 촬영장에 따라와 있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았지만 이만한 성찬이 없기 때문이다.
유명과 마일리가 연기할 때의 기운은 달콤하면서도 짜릿했고, 릴과 연기할 때는 풋풋하고 신선했으며, 데렉과 연기할 때는 그야말로 최상의 진미였다.
{재밌냥?}
‘응!’
유명은 어느 때보다 즐거워 보였다. 아무런 외부적인 문제없이, 이 정도의 환경 속에서 촬영하는 것은 유명에게도 처음이기 때문일까.
동료, 제자, 파트너와 함께하는 촬영.
배역 자체는 우울하고 감정선이 깊었지만, 촬영장 바깥에서 유명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생기가 넘쳤다.
‘데카르도…재밌는 캐릭터야.’
릴의 캐릭터에게 눌리지 않도록 분발해야겠다고 자신이 놀렸을 때, 유명은 그럴 일 없다고 단언했었다. 그의 장담대로, 데카르도는 먹색이 섞인 것처럼 짙은 우울 속에서도 다채로운 모습을 내보이며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고통으로 몸부림치다 잠든 표정에서 드러나는 어린아이같은 순진무구함.
늘 어두운 분위기지만, 셀리가 소프라노로 웃음을 터뜨릴 때면 언뜻 입에 떠오르는 매력적인 미소.
도망가고 싶다고 외치는 듯한 얼굴 속에, 시선만은 타협이 없이 앞을 바라본다.
그런 데카르도의 모습을 보면서 그가 언뜻 떠올린 것은…
‘원생의 신유명이…저랬을까.’
초라한 인간의 신념.
모든 것을 외면할 수 있지만,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한 가지가 반짝반짝 빛을 낸다.
그 보석을 건져내어 세상에 풀어놓은 것은…바로 자신이었다.
‘처음엔 나도 양부처럼, 이용하려는 마음이었지만.’
자신이 날이 갈수록 신유명을 지켜주고 싶어지는 것처럼,
시청자들은 데카르도를 보면서, 그를 지켜주고 싶다는 애타는 마음으로 한 주 한 주의 에피소드를 기다리게 되리라.
오늘의 촬영은 12화.
이야기의 딱 절반이 진행된 부분이었으며, 다시 한 번 주요 인물들의 관계가 바뀌는 타이밍이었다.
*
유일하게 신뢰하고 사랑했던 아버지가,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 입양했다. 그것도 어린 자신을 세뇌까지 하면서.
‘다시는…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겠어.’
산산이 부서진 데카르도의 마음.
마음이 죽어가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그는 그렇게 마음먹었지만, 알다시피 마음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셀리와 몸을 섞고 매일 얼굴을 보면서, 그는 어느덧 그녀를 사랑하게 돼 버린 것이다.
어쩌면 너덜너덜해진 그의 마음은, 그녀라도 사랑하지 않고선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정이 있었을 거야. 기자들은 가명으로 활동하기도 하잖아.] [그렇다면 형에겐 밝혔어야-] [좀 더, 좀 더 알아보고. 셀리에겐 얘기하지 마.] [알겠어요.]데카르도는 날이 갈 수록 마르고, 우울해져 간다. 그가 점점 소원해지자, 붙잡고 이유를 묻는 셀리와 외면하는 데카르도.
한 편, 양부는 연구를 폐기했다는 데카르도의 말이 거짓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양부의 수하들이 데카르도를 쫓는다. 도망가는 그들은 몇 번이나 위기에 빠지고, 그럴 때마다 데카르도의 지혜로, 셀리의 눈치로, 릴의 뛰어난 신체 능력으로 벗어난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양부의 세력은 경찰에까지 닿아 있었고, 결국 그들은 차를 타고 가던 중 연행된다.
양부의 집으로.
[데카르도. 이게 뭐하는 짓이니. 릴, 너는 또 왜…후우.] [여태 부족함 없이 키워주신 것은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게 감사함을 아는 자식이 할 짓일까? 네가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파양해주겠다고 했다. 너만 빠져나가면 될 걸, 왜 내 가정 전체를 망치려고 하지?]이제 자신을 아예 가족에서 배제하는 그의 말.
하지만 가슴이 저미는 얼굴을 하고서도, 데카르도는 처음으로 그에게 눌리지 않고 맞선다.
[너무 이상하니까요. 이건 너무 이상합니다. 아버지에게 나쁜 의도가 없다는 걸 확인해야만 마음을 놓을 것 같습니다.] [그래. 입양한 자식들이 내 사업에 힘이 되어 주기도 하지. 그게 왜? 설사 인재를 원해서 똑똑한 아이들을 선별해 입양한 것이라고 한들, 그게 죄라고 할 수 있을까?]이제 가면을 쓰지 않는 아버지.
데카르도는 입술을 꾹 문다.
그는 자신이 과거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을 모른다. ‘나를 세뇌했잖아요!’라는 말을 애써 목구멍으로 삼킨다.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자신과 릴, 셀리는 더 위험해질테니까.
그 때, 양부의 입술이 비웃듯 비틀어지며, 데카르도에게 말했다.
[내 품을 벗어나서 간 곳이 겨우 저 아이냐? 사랑 놀음에 정신이 빠졌군. 저 아이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니?] […그게 무슨 말-] [저 아이도 내 딸, 즉 네 누나인 걸 알고는 있느냐고.]셀리의 얼굴이 희게 질렸고,
데카르도는…잠시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
[너는 참 좋겠다.] [네?]앞뒤없이 자신에게 좋겠다는 말을 던지는 데렉을 보고, 카이가 어벙하게 반문했다.
[그 나이에 길을 알고 제시해주는 선배를 만나서 좋겠다고.]카이의 나이였을 때, 데렉에게는 그런 스승이나 선배가 없었다. 물론 촬영장에서 만나는 까마득한 선배들이 한두 마디씩 조언해 주기는 했지만, 정말 자기 일처럼 눈여겨보며 따끔한 조언을 해 주는 선배는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자신이 싹수 있는 후배들을 보면 갈구고 굴려서라도 재능을 개화시켜 주려고 하는 건.
[나한테 배워 간 후배놈들이 부러운 적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너는 부럽네. 내가 네 나이에 신유명을 만났다면 어땠을까.]이미 연기 스타일이 완전히 자리잡은 지금에 와서도, 매일매일 스스로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함께 연기하는 배우의 포텐셜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배우와 연기한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행운이다.
그런데 카이는 고작 만 스물 두 살의 나이, 연기가 뭔지 배워가는 시점에 그를 만났다. 하루하루 연기가 늘어가는 것이 눈에 보인다.
[나도 부럽다!]옆에서 듣고 있던 마일리가 끼어들었다.
[너도 아직 꼬맹이잖아. 지금이라도 열심히 배우면 되면서 뭘.] [그거 말고요. 유명 오빠가 카이를 동생처럼 엄청 챙기잖아요. 나도 더 친해지고 싶은데.] [너도 귀여워하잖아.] [더요, 더.] [누나, 근데…유명 형한테 맨날 나랑 언제 사귈 거냐고 하잖아요. 형은 그냥 웃기만 하고.] [어? 혹시 나 부담스럽게 들이댔었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런 얘기 계속하기 쉽지 않을텐데 이유가 궁금해서…]마일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오늘은 사귈 마음이 없었는데, 내일은 생길수도 있잖아.] [그럼 형이 말하지 않을까요?] [내가 물어보면 허락해줄 정도의 마음은 생겼는데, 본인이 말할 정도는 아닐 수도 있잖아?]묘한 논리다.
카이가 고개를 갸웃갸웃하자, 부연설명이 나왔다.
[아쉬운 건 나잖아. 친해지고 싶은 거도 내 쪽이고. 그럼 내가 노력해야지. 원하는 게 있으면 혹시 주지 않으려나 눈치보는 것보다, 줄 수 있냐고 내가 묻는 게 맞다고 생각해.] [하지만 혹시 상대가 부담스러워 하면…] [으음…유명 오빠 성격에 내가 부담스러웠다면 진작에 선을 그었지 않을까.]데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유해보여도 선은 확실히 긋는 성격이니까. 처음 한 번 확실히 거절했으니, 그 뒤에 마일리가 던지는 고백은 친해지고 싶어서 치는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거야.] [그러다 혹시 잘 되면 좋구요, 헤헷.]마일리가 귀엽게 웃으며 말했다.
[만약에 과하다 싶으면 얘기 좀 해주세요. 연기하는 거 볼 때마다 너무 멋있어서 자제를 못하겠네.] [큭큭.]카이는 마일리에게 새삼스럽게 감탄했다.
저 정도 미모와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원하는 사람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스스로를 적극 어필하고, 먼저 손을 뻗는 진취성.
인간관계 뿐 아니라, 꿈을 향해서도 그녀는 기죽지 않고 손을 내뻗었으리라. 그것이 그녀를 지금 톱 여배우 중 한 명으로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누나, 저랑도 친하게 지내요! 데…데…데렉 씨도요…]그래서 용기를 내 보았지만, 아직은 데렉 맥커디에게 엉겨붙을 용기까지는 나지 않았다.
마일리가 깔깔거리며 카이의 등을 두드리고, 데렉이 피식 웃었다.
*
[이게 돼?] [진짜 이게 되네…] [와…성격 급한 PD랑 NG없는 배우들이 만나니까 이게 되는구나.]5월 초. 의 촬영이 끝났다.
7개월간 22개의 에피. 거의 주 당 한 회씩을 찍은 것이다.
한국에선 드라마 후반으로 가면, 매 주 2편의 분량을 찍어낸다고는 하지만, 사전제작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였다.
특히, 스탭들과 배우들의 싸인이 맞기 시작한 6회차 이후로는 세 번 이상 찍는 일이 거의 없었고, 배우들도 스탭들도 정해진 시간에 촬영을 마치고 다음 날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여유로운 환경이었다.
짝짝짝짝짝-
마지막 날.
촬영장에 커다란 박수가 울렸고, 주연 배우는 함께했던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악수를 청했다.
제니브는 그 광경을 보며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촬영이 끝나는 날, 이렇게 다들 화사하게 웃고 있을 수 있을까.’
그와 악수를 하는 배우들과 스탭들의 얼굴에는, 단 한 명도 빼놓지 않고 깊은 신뢰와 뿌듯함이 어려 있었다. 인간을 불신하는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모두에게 이만한 신뢰를 주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아, 재밌었다.] [이만한 작업을 다시 할 날이 올까.] [미친 소리지만, 촬영이 안 끝났으면 싶기도 하고…]할 일은 제대로 하지만, 늘 몰려다니며 뺀질대는 선배감독 3인방의 얼굴에도 보람이 가득했다.
‘이제…남은 건 내 몫이군.’
제니브는 그 날부로 편집실에 틀어박혔다. 편집감독 출신인 그녀는, 메인 편집을 제 손으로 했다. 필요한 CG팀 멤버들과, 외부 인원인 마리오 브레이, 도시락과 간식을 사든 조연출만이 편집실에 드나들었다.
그녀가 기쁜 소식을 들은 것도 편집실 안이었다.
[PD님! Mimicry가….Mimicry가…!!]그 소식을 들었을 땐, 무덤덤한 성격인 제니브도 심장이 쿵쿵 뛰었다.
황금종려상 수상. 그것도 감독과 배우 동시 수상이라는 전에 없는 쾌거.
지난 7개월간 자신의 카메라에 담아 온 배우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를 다시 한 번 체감하는 동시에, 이 손에 들려있는 작품이 이상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치솟아 오른다.
[끝났다…]완성도를 위해 다시 다듬기는 하겠지만, 지금 현재도 완성본으로서 부족함은 없는,
22개 에피소드의 편집본.
달칵-
[됐나?!] [완성됐어?!]그녀는 이사들 앞에 자랑스럽게 외장하드를 내밀었다.
자신이 만들어 낸, 최고의 걸작이었다.
*
유명이 돌아왔다.
[신유명씨, 황금종려상 수상소감 한 마디만 부탁드립니다!] [바네사 녹스가 초반에는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시상식 땐 완전히 태도를 바꾸어 극찬을 보냈는데요, 혹시 뒷이야기는 없습니까?] [Mimicry를 찍을 때부터, 이런 결과를 예상하셨나요?]공항에서부터 취재열기에 불이 붙었다.
공항경비원들과 매니저의 보호를 받으며 차를 탔지만, 꼬리에 수십 대의 차량이 달라붙었다.
회사 앞도 기자들로 꽉꽉 메워져 있는 것을 겨우 뚫고 들어갈 수 있었다.
“대표님, 다녀왔습니다.”
“……”
유석은 한참 동안이나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당돌하게 자신에게 조언을 건네던 스물 세 살의 청년은, 이제 세계 최고의 배우가 되어 제 눈 앞에 서 있었다.
눈이 부시다.
계약을 위한 미팅을 했던 날, 그에게 자신이 했던 말.
-사람 심리가 그렇잖아요. 엄청 좋은 걸 준비해 놨는데, 이걸 못 받아먹으면 바보지 하는 마음이었달까요.
하하.
그 때의 자신이 가소로왔다.
엄청 좋은 게 과연 어느 쪽이었을까.
그를 만나지 못했다면, 자신의 삶에 이토록 영광되고 보람찬 나날이 있었을까.
그는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딛어,
꽈악-
유명의 어깨를 한 번 안았다.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자신의 배우를.
316 외전16.어느 태양이 더 큰가요?
최대한 유명에게 대외 활동을 시키지 않으려는 유석이었지만, 이번만은 어쩔 수가 없었다. 황금종려상을 최초로 수상한 배우라는 타이틀은, 대중들에게 자신을 내보일 의무도 일정부분 부과했기 때문이다.
Mimicry팀의 단체 기자회견.
[신유명씨, 황금종려상 최초로 감독 배우 공동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으셨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얼떨떨하네요. 과분한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연배우의 신기에 가까운 연기가 아니었다면, Mimicry는 이런 완성도를 가질 수 없었다’, 화제가 되었던 심사위원장 바네사 녹스의 말이죠. 그 연기가 가장 빛났던 장면을 세 가지만 꼽아 보신다면요, 카일러 감독님?] [감독한테 스포일러를 요구하신 건가요? 힌트만 드리죠. 개인적으론 물, 사랑, 희생. 이 세 가지를 찍을 때 가장 전율했습니다.] [암호같은 말이군요. 관객들이 눈에 불을 켜고 세 가지 장면을 찾게 될 것 같습니다.]에르히와 함께 출연한, 연예 뉴스 방송.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였다’, 라는 샤론 바벨 양의 코멘트가 SNS에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애인을 갈아치우는 헐리웃 최고의 파티걸이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코멘트였죠. 사실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을 땐 그런 말도 많았거든요? 그냥 왕자가 평범한 여자를 좋아하는 판타지 아니냐고.] [하하, 그런 얘기도 있었나요?] [제가 봐도 그랬으니까요. 아스는 정말 쿨-하고 멋지잖아요? 그에 비해 헤티는, 아 죄송, 화면상으로는 그저 평범하고 조용한 급우1로 보이는 게 사실이니까요. 그래서 캐스팅 미스 논란도 있었구요.] [평범하고 조용한 급우1의 연기를 잘 해낸 거죠. 헤티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 그 자체이고, 오직 아스만이 헤티의 진가를 알아보니까요.] [제가 연기해서가 아니라, 헤티는 정말 멋진 여성이에요. 저도 그녀처럼 살고 싶다고 간절히 기도할 정도로. 트레일러에선 다 볼 수 없었던 헤티의 매력을 여러분도 느끼시게 될 겁니다.]유명은 그 때, 조용하지만 똑 부러지게 할 말을 하는 에르히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데렉과 함께 했던 잡지 인터뷰와 화보 촬영.
[데렉. 언제나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던 당신의 기분은 어떤가요? 지금 사람들은 데렉의 시대가 가고 유명의 시대가 오는가,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르는 것인가, 이런 말을 하고있단 말이죠.] [유명의 시대가 온 건 맞지만, 내 시대가 간 건 아니죠.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게 아니라 태양이 두 개인 시대가 온 겁니다.] [그럼 어느 태양이 더 큰가요?] [……]리포터들의 말솜씨는 여간 아니었다. 유명은 데렉이 답을 못하는 것을 보고 쿡쿡 웃었다.
여론이 반전되는 속도가 무서웠다. 며칠 안으로 개봉할 미믹크리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져만 갔다. 신유명이라는 배우의 이름과 얼굴도 이제 훨씬 알려져, 예전처럼 마음놓고 마트에 못 가게 된 것은 아쉬웠지만.
“다음 작 요청이 쏟아지듯 들어오네요.”
“예상하신대로네요.”
“이미 최고의 카드를 쥔 상태에서 다른 제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네.”
“악취미예요, 대표님.”
그리고 가 개봉했다.
*
가 역대급의 성적을 올리면서, CRD와 NBC는 연일 파티 분위기였다.
[물론 미싱차일드는 미믹크리가 없었어도 대박이었지만, 있으니 초대박이 될 것 같군요.] [ABC가 신사적으로 사과는 했지만, 내부 분위기는 엉망이랍니다. 미싱차일드와 같은 시간대에 붙이려고 기존 편성까지 바꿨다던데.] [작년엔 FOX에게 당했으니, 올해는 사수해야겠다는 생각인가? 그냥 피하는 게 상책일텐데.] [Divert를 보면 깨달을만도 한데 말이죠.]는 말 그대로 박살이 나고 있었다.
조지 하우슬리는, 캐스팅보트 당시 보았던 유명과 데렉의 연기를 잊지 못하고, 오웬에게 그와 비슷한 연기를 계속 원했고, 배우의 특성을 감안하지 못한 연출은 결국 무리수를 낳았던 것이다.
또한 피비 테일러가 파헤친 ‘신유명 발연기 동영상의 진실’이라는 르포 기사, 그에 이어진 #apologize_or_out 운동으로, 자극적인 루머를 뿌려대던 가십지들이 연일 철퇴를 맞았고…
피비가 내 놓은 다음 기사는, 헐리우드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파블은 침몰했으며, 오웬 위트필드는 이미지 손상에 대해 조지 하우슬리와 파블을 고소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수가 터진다.
Mimicry Teaser.
티저는 초반 스포에 노출되어 영화관 관람을 포기했던 사람들조차 다시 영화관으로 이끌었다.
시기적절한 유인. 그리고 기존 관객들의 2회차, 3회차…N회차 관람.
가 화제가 된 것은 미국 뿐만 아니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배급사가 선계약되어 있던 나라들과, 칸 영화제의 필름마켓에서 를 구매해 간 다른 나라들까지. 곳곳에 신유명이라는 이름이 알려졌고, 그의 연기력을 칭송했다.
때를 맞추어 피비는 촬영장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특집 기사로 엮어내기 시작했다.
피비 테일러@pitbullterrior
익사의 공포, 그 본능적인 감정을 ‘연기하는 것을 연기하는’ 배우(스포포함)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카일러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미믹크리 최고의 신 세 가지로, ‘물, 사랑, 희생’을 꼽았다. 지금쯤 이 세 장면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촬영장을 지켜본 1인으로서, ‘물’의 신을 연기하는 것을 보았을 때의 전율을 조금이나마 전달하고 싶다.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