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19
현장감을 위해 이 장면은 CG를 사용하지 않고 실제로 촬영되었다. 배우들은 철저한 안전교육을 받았고, 의료진과 비상구조 요원들이 주변에 대기하고 있었다. 혹시 모를 위험 상황에 대비해 감독은 대역을 쓰길 권했지만, 주연 배우는 이 신을 반드시 직접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붙여서는 직접 하는 것만한 그림이 절대 안 나올 거예요.
그 말의 의미는 곧 알 수 있었다.
물에 빠진 사람들은 곧 생명의 위험을 느끼고 공포심에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유명은 수조에 빠진 와중에도, 주변의 인물들을 ‘관찰’하고, ‘흉내’내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살고자 하는 본능보다 배우로서의 본능이 더 앞서는 것일까. 믿을 수 없겠지만, 이 신의 촬영은 원테이크로 끝났다…(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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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올라오는 촬영장 비하인드 컷.
미믹크리의 인기를 타고, 피비의 채널은 이미 ‘Top Influencer’로 분류될 만큼 규모를 키워가고 있었고, 취재 요청과 광고 의뢰가 물밀듯이 쏟아졌다.
*
“엄마, 아버지!”
“유명아!!”
유명은 LA공항의 주차장에서 초조하게 서성이다가, 저 쪽에서 호철과 함께 걸어오는 부모님을 보고 달려가 와락 안았다.
입국장까지 가고 싶었지만, 자신이 공항에 모습을 나타내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불편하시게 될테고.
“우리 아들, 아이고 얼굴 마른 것 좀 봐.”
“촬영 때문에 일부러 다이어트 한 거예요. 건강에 무리없게 균형 잘 챙겨가며 했어요. 이제 다시 찌우는 중이구요.”
“엄마밥 먹으면 금방 찔 거다. 나도 엄마밥 먹고 자꾸 배가 나와서 큰일이야.”
“아니에요, 아버지. 여기서 일할 생각하지 마시고,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다녀요.”
“아들 밥해주는 게 뭐가 일이라고.”
근 1년만에 뵙는 부모님.
작년 캐스팅보트 방송을 마치고 며칠 한국에 들어갔다 온 게 마지막이었다.
영상통화라도 자주 하려고 애쓰고, 좋은 게 보일 때마다 집으로 보내기도 했지만, 직접 얼굴을 보는 것과 같을 수는 없다.
“어서 집으로 가요.”
집에 도착했을 때 부모님의 표정이 볼만했다.
“이게…네 집이라고?”
“회사 명의예요. 제가 살고 있지만 제 집은 아니구요.”
“명의 이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곧 아드님 집이 될 겁니다.”
때맞춰 집으로 온 유석이 거들었다.
가 성공하면 이 집을 유명의 명의로 구매할 거라고 했던 약속을, 그는 잊지 않고 있었다. 유명도 잊고 있었다가 ‘진짜요?’ 하고 되물었다.
“어머…집에 수영장이 있네.”
“영화관도 있고…”
“지연이가 봤으면 아주 난리가 났겠는데.”
“그러게. 같이 못 와서 아쉽네.”
지연은 아직 학기 중이라 오지 못했다. 유명은 지연이와 하는 짓이 비슷한 애가 있다고 하면서, 마일리의 이야기를 꺼냈다.
“엄청 유명한 배우잖니. 그렇게 어른스럽고 예쁘게 생긴 아가씨가 성격은 지연이 같다고?”
“지연이도 밖에서는 그런 소리 들을걸요.”
“그런가? 호호.”
그 날부터 일주일간, 유명은 부모님을 모시고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부모님은 외국인들이 아들을 알아보고 비명을 지르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셨고,
특히 헐리우드의 영화관들에 의 포스터가 크게 붙어있는 모습을 봤을 때 가장 감격스러워 하셨다.
“이거도 먹어. 이것도.”
데카르도 역을 하며 빠졌던 유명의 체중이 부쩍 회복되었다.
햇빛이 눈부시게 들어오는 아침의 저택에서 어머니가 찌개를 끓이고, 아버지가 그걸 돕는 모습은 유명에겐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유석도 몇 번 찾아와 식사를 같이 했고,
“대표님, 많이 드세요. 유명이 때문에 해외 나와서 엄마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지내죠.”
“어…음…엄마 밥이라면 원래도 먹을 일이…”
데렉도 피비와 함께 한 번 찾아왔다.
“어모니, 아버지, 아녀엉하세요.”
“잘생긴 서양 배우가 한국말 하니까 너무 귀엽다, 호호. 어머, 이 쪽 아가씨는-”
박 여사는 피비를 보더니 반색을 하며 손을 덥석 잡았다.
“그 리포터 아가씨 아냐. 내가 얼마나 고마운지…어우, 예뻐라.”
세계 최고의 배우보다, 내 아들 편 들어준 기자가 더 예뻐보이는 게 부모의 심리.
피비가 생글생글 웃으며 부모님을 마주 안았다.
그 날 저녁, 데렉이 평소답지 않게 상냥하게 그지없는 태도로 부모님을 대하는 것을, 유명은 고마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데렉.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인사하러 와 줘서 고마워요.] [친구 부모님이니까 내 부모님이나 다름없지. 그런데 부모님은 나보다 피비가 더 반가우신 것 같은데?] [하하…]그 모습을 보고, 부모님은 이상한 부분에서 감탄했다.
“우리 아들 영어 유창한 거 봐.”
“그러게. 화면으론 많이 봤는데, 실제로 보니 너무 신기하네.”
“지금 유명이 토익 보면 만점 받으려나?”
유명이 웃음을 풉 터뜨렸다.
*
밸론토가 문유석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일단 팀별로 우선순위 목록 작성해 보세요. 당장 생각나는 건 배우들 프로필 분류하고, 클래스 담당할 강사들 섭외하고, 밸론토에 배우 요청하는 기존 고객사들 잘 관리하면서 새로운 루트도 뚫어야 하고.] [네, 대표님.]Agency W의 팀장 회의.
새로운 회사 셋업을 위해서, 기존의 중추 인력들이 향후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었다.
밸론토와 Agency W는 피라미드 구조로, 단역과 엑스트라 배우의 양성은 밸론토에서, 그 중 재능이 보이는 배우들은 Agency W와 정식 계약을 하게 될 것이다.
[아, 대표님. 그리고 TW에서 한 가지 제안이 들어왔는데요.] [뭐죠?] [비시즌 중 8월부터 연예학개론을 방영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쵸. 9월 미싱차일드 런칭을 앞두고 추가 붐업을 위해 시기를 그렇게 잡았죠.] [영어 녹음과 입 싱크를 맞추는 작업 중인데, TW에서 OST는 새로 만드는 게 어떨까 하더라구요.] [OST라…]유석이 생각에 잠겼다.
언어야 영어로 바꾼다고 하더라도, OST는 좀 문제다. 한국의 OST 가수에게 영어로 재녹음을 요청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기존 팝송을 쓰기에는 분위기가 딱 들어맞지 않을테고.
[다른 건 알아서 할 테니, OST 뮤직비디오에 신유명씨를 출연시켜 줄 수 없겠냐고 하는데요. 유명씨가 연기했던 배역 캐릭터 그대로 뮤비 주인공을 연기하면 홍보 효과도 있을 것 같다고.]이 자식들 보게. 어디 낼름 꿀을 빨려고.
하지만 좋은 생각이긴 하다. 연예학개론에서 유명의 역할이 워낙 매력적이기도 하고, 뮤직비디오 연기는 유명이 안 해 본 분야이니까.
[아예 저희 쪽에서 제작을 하겠다고 전달합시다.] [네? 아…신유명씨 출연료를 받는 것보다 아예 노래 저작권을 가지는 게 이득일 거라는 말씀이시죠. 그 생각을 못했네요.] [쥬디스. 애나는 이제 거의 준비됐죠?] [완벽합니다.]OST 작업.
유석이 꺼낸 카드는, 유명이 ‘가수로 키워보라’고 권해줬던 배우지망생.
애나 플랫이었다.
317 외전17.Run wherever / A. Flat
“뮤직비디오라…재밌겠네요. 가수는 누구예요?”
“그 때 유명씨가 가수로 키워보는 건 어떠냐고 했던 지원자 있잖아요.”
“애나 플랫이요?”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어요?”
유석이 의외라는 듯이 물었고, 유명이 아차-하며 변명을 했다.
“목소리가 무척 인상적이라. 이름도 쉽잖아요.”
“쉬운가요?”
“이름의 첫 글자를 따면 A플랫이라서요. A플랫은 내림가라고 음악시간에 배웠던 거 같은데.”
“내림가장조, 진짜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크큭. A플랫이라. 느낌이 괜찮은데, 예명을 그걸로 해 볼까나.”
원생에 유명했던 팝의 여신 A.플랫의 이름을 무심코 내뱉었던 유명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날부터, 곡 작업과 뮤직비디오 준비가 시작되었다.
OST 작업은 일반 곡 작업과는 또 다르다. 그저 좋은 곡과 가사를 뽑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의 분위기와 어울리고 주제를 반영한 노래여야 하니까.
“그런데 사실 보형이는 주연이 아니잖아요. 보형이 스토리로 곡을 뽑아도 되는 거예요?”
“미국 채널에 한국 드라마가 수입되는 거 자체가 유명씨 때문인데요. 미국 사람들이 다른 배우들에 관심이나 있겠어요? 물론 보다 보면 재미도 느끼겠지만, 유입은 유명씨로 시키는 수밖에 없어요.”
“…그렇겠네요.”
“그리고, 다들 보형이에게 빠져들겠죠.”
7월 중순.
한참 더운 여름날에 뮤직비디오 촬영에 들어갔다. 애나 플랫도 함께였다.
[아…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애나.] [배우님 덕에 이쪽 길에 소질이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알게 되셨을 거예요. 노래부르는 건 좋아요?]애나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는 무언가 자신의 내면에 있는 것을 밖으로 분출하는 일이 필요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그녀는 춤을 춰 보기도 했고, 배우를 꿈꾸기도 했다.
그리고 Agency W에서 뜬금없는 제의를 받았을 때,
-가수가 되어보는 건 어때요?
-가수…요?
-오늘 오디션 봤던 배우분 아시죠?
-네! 신유명 씨! 잘 알죠. 캐스팅보트에서 그 분을 보고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걸요.
-유명씨가 애나 양은 가수 쪽이 어울릴 것 같다고 하는데. 혹시 같이 만들어 볼 생각 있어요?
처음엔 배우의 소질이 없다는 이야기를 돌려서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노래를 배우고, 그 노래를 통해 자신의 영혼을 내뿜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이것이 자신의 업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어떻게 알았을까…’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되면, 꼭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데뷔곡을 그와 작업하게 될 줄이야.
그녀는 빙긋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죽을만큼 좋아요.] [하하, 다행이네요.]서글서글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그녀는 어떤 충동이 들었다.
[저, 단독 촬영하실 때, 제가 노래 불러드려도 될까요?] [여기서요?] […안 되나요?] [그럴 리가요. 앞으로 최고의 가수가 될 분의 노래를 라이브로 듣는 건데요.]그의 앞에서 직접 자신의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는,
바르작거리는 충동.
*
유명은 오랜만에 보형의 스타일링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한쪽에는 신난 뮤비 감독이 스탠딩 마이크를 설치해 놓았다.
[아- 아-] [괜찮아요?] [네, 좋아요. 키 맞추게 MR도 한 번 틀어주시겠어요? 테스트 한 번 해볼게요~]사실, 뮤비 촬영장에서 노래는 소품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컷이 들어갈지의 기준점을 잡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용도로 활용될 뿐, 어차피 음향은 따로 입히게 되니까.
그마저도 녹음된 음향을 사용하니, 원래라면 애나가 직접 노래를 부를 일은 없었다.
따라서 이것은 그저, 사소한 여흥이다.
하지만.
la~ la~
When I first heard your name, I spread one forefinger.
처음 네 이름을 들었을 때, 검지 하나를 폈어.
I smiled at your name.
웃었지. 그게 네 이름이냐며.
Then, I didn’t know my heart was stuck in the finger.
몰랐어 그 땐. 그 손가락이 내 심장에 꽂힐 줄은.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노래방에서 진짜 가수의 노래를 듣게 된다면, 조악한 MR와 번쩍이는 네온사인에도 눈물을 흘리게 되고 말 거라고. 그 정도로, ‘진짜 가수’의 목소리라는 것은, 보통 노래 잘 한다는 주변인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호소력이 강하다고.
유명은 그 말이 옳다는 것을 지금 깨닫고 있었다.
맑고 청아한 음색. 떨리는 끝음까지 청초한 비브라토. 그리고 한 마디 한 마디에 온 몸을 실어서 전달하는 그녀의 ‘말’.
People say.
사람들은 말을 하지.
If you fall in love, your sweetheart looks like a stopped scene.
사랑에 빠지면 상대의 모습이 정지 화면처럼 보인다고.
Still, I love your side face running while staring at the front straight.
하지만 내가 사랑하게 된 네 모습은, 정면을 곧게 응시하며 달려가는 옆 모습.
보형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노래에, 유명은 자신도 모르게 이미 보형이 된다.
하나. 보형의 여신.
처음 그녀를 보고, 재미있는 아이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던 보형은, 어느 순간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사랑하게 된 것은, 그녀의 어떤 부분이 아닌 그녀가 살아가는 방식.
(카메라, 카메라 돌려!)
(지금요?)
(저 표정 안 보여? 빨리 따 놓으라고!)
When you called my name,
네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
I felt unfamiliar with a familiar pronunciation.
그 익숙한 발음이 왜 그렇게 낯설게 느껴지던지.
You know? Your voice has great power as much as I felt.
알아? 그만큼 네 목소리에는 엄청난 위력이 있는 거야.
아아, 그 장면이다.
하나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서서히 사랑에 물들어가던 보형의 얼굴.
천진난만하던 얼굴에,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감정이 번진다.
순식간에 눈빛이 깊어져 가는 그의 얼굴에서, 모두는 시선을 떼지 못했다.
Run.
달려.
Wherever you want.
네가 원하는 곳으로.
Run.
달려.
Until you catch your breath.
숨이 턱에 치닫을 때까지.
I will be behind you so that you can run without letting anything bother you.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내가 네 뒤에 있을게.
후렴구가 되면서, 한층 빠르고 강렬해진 박자가 등을 떠민다.
후렴구에 들어갈 장면들은, 드라마 속에서 하나를 위해 뒤에서 움직이는 보형의 모습들.
Even if the end of my running isn’t a place where I want,
네가 달려가는 곳의 끝이 내가 원하지 않는 곳이더라도,
I’m fine. The important thing to me is not my love,
괜찮아. 내게 중요한 건 내 사랑보다
but what you want, your love, and your life.
네가 원하는 것, 네 사랑, 그리고 너의 삶이니까.
씩씩하게 상대를 응원하던 목소리는, 마지막에 가선 혼잣말이 된다.
들어주길 바라는 혼잣말처럼, 작고 쓸쓸한 노래가 또박또박 새겨진다.
애나는 허공의 어느 지점을 바라보고, 유명은 그런 그녀를 애타게 바라보고 있다. 그 목마름이 실제처럼 느껴져, 다들 침을 꿀꺽 삼켰다.
[오케이!]뮤비 감독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오케이를 외쳤다.
정식 촬영이 아니었다는 것을 깜빡하고.
[우와…몰입감 장난 아니다.] [이번 테이크에서 뽑아낼 장면도 꽤 있겠는데?] [분위기 좋구요! 이런 식으로 촬영 쭈욱 가겠습니다!]촬영이 순항을 알렸다.
*
뮤직비디오의 버전은 두 가지였다.
유명의 단독 씬과 연예학개론 장면을 섞어서 만드는 ‘OST버전’과, 애나와 유명이 함께 찍는 ‘가수활동버전’.
연예학개론의 여주는 원래 차하린이기 때문에, 애나와의 투샷이 잡히면 몰입이 깨질 수 있다. 그래서 애나의 활동을 위한 뮤비는 따로 찍는 것이다.
방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