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74
“삶의 목표를 진취적으로 이루는 중!”
유명은 동생의 헛소리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 뒤를 미호가 따라 들어온다.
‘또 저 방 가있었어?’
{지연이 좋당.}
‘요즘 촬영장에는 따라오지도 않고.’
{힐링이 필요하당.}
그날의 거래 이후로, 미호가 뭔가 달라졌다.
크랭크업까지 한 번도 촬영장을 따라나서는 일이 없었고, 요즘은 주로 지연이의 방에 붙어 있다.
기운이 강하고 포근해서 힐링된다는 핑계를 대는데, 왠지 자신을 좀 피하는 눈치이다.
지연의 방에 가보면 가관이었다.
임용합격 후 근무지 배정을 받을 때까지는 자유라고 부르짖은 지연은,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설정했다.
방바닥에 철썩 달라붙은 노른자가 될 거다. 혹은 프라이팬에 구워지다가 끈적하게 눌러붙은 인절미도 좋다는 이상한 말을 하며 방바닥에 깔린 이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 옆에 미호가 네 다리를 쭉 뻗고 엎드려있다.
유명은 두 짐승(?)이 누가 더 늘어붙는지 내기하는 듯이 바닥에 접촉면적을 늘리는 모습을 요즘 매일같이 보고 있었다. 물론 현신화하지 않은 상태라 지연에게는 미호가 보이지 않겠지만.
{끝났냥?}
“응.”
후시녹음까지 끝났고, CG를 포함해 모든 편집과 준비과정들이 끝나는 데 기도한 감독은 3개월을 잡았다. 그의 성격상 더 늘어질 것이 분명할 것이긴 하다.
{그럼 이제 뭐할거냥?}
“생각해 둔 작품이 있는데…좀 알아봐야해.”
{장르는 뭔뎅?}
“드라마.”
{호오···}
다시 흥미가 좀 돌아오는지, 미호의 귀가 쫑긋해졌다.
{드라마 좋징. 일정에 쫒기니까 쪼는 맛이 있당.}
“그래? 쪼면 뭐가 좋은데?”
{현장이 더 휘몰아치징. 자극적인 맛이 난당.}
미호가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그 기운이라는 거…꼭 연기의 기운만 먹을 수 있어? 다른 기운들도 있을 거 아냐.”
{난 연귀니까 연기演氣만 먹는다. 획득할 수 있는 기운은 귀업鬼業에 따른당.}
“그럼 연귀 말고 다른 귀업도 있는 거야?”
{당연하당. 스포츠에서 선수와 관객의 열기를 얻는 동귀動鬼도 있고, 아무래도 요즘 가장 많은 건 색귀色鬼징.}
아…
{색귀 애들은 질이 나쁘당. 시대가 변하면서 색사色事가 흔해지니까 그쪽으로 귀업을 전향하는 놈들이 많은데, 그쪽 기운은 자극적이고 중독성이 있어서, 자칫 선계의 룰을 깨고 아귀가 되기 십상이니깡.}
유명이 새롭게 쏟아져 들어오는 이계의 정보에 놀란 얼굴을 했다.
“귀鬼가 그렇게 많아?”
“옛날보다 많이 줄었당. 예전엔 산천묘목의 기운처럼 순한 기운을 오랫동안 모으며 풍선등화를 노리던 터줏귀들도 많이 있었는뎅, 지금은 잡귀들이 대부분이징.”
“나는 너밖에 안보이는데.”
“계약하거나, 혹은 관록있는 귀가 의지를 가지고 현신할 때가 아니면 인간은 볼 수 없당. 이 방에만 해도 웬 못보던 색귀 한 마리가···”
유명이 흠칫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미호가 캥캥 웃었다.
“농담이당. 뭐 찔리는 거라도 있냥?”
“…”
“하여간, 나처럼 오랜 시간 한가지 귀업에 매진해온 전문귀는 흔치 않당.”
미호가 가슴을 쭈욱 편다.
오랜만에 보는 거만한 표정, 역시 귀엽다.
유명이 미호의 반지르르한 털을 쓸자, 뾰족한 여우얼굴이 느긋해진다. 그 날 이후로 왠지 둘 사이에 서려있던 서먹함이 조금 풀리는 느낌.
그 때였다.
휘익-
{컁!}
미호가 털을 바짝 세우고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냈다.
유명은 놀라 미호의 등에서 손을 뗐다.
미호는 아무 것도 없는 허공을 한참 노려보았다.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눈동자가 구른다. 뭔가를 읽고 있는 움직임.
“왜 그래?”
{나 당분간 자리를 좀 비워야겠당.}
“무슨 일이야?”
{선계에서…소환이당.}
그 말만을 남기고 미호는 다급히 자리를 비웠다.
유명의 앞엔 사라진 빛무리의 잔상만이 남았다.
*
며칠 후, 유명은 오랜만에 학교를 향했다.
오디우스 여름 워크샵이 한창인 시기. 워크샵이 마칠 무렵에 맞춰 뫼비우스 홀에 들어서니 익숙한 얼굴들이 그를 반겼다.
“와– 신유명 오랜만!”
“오올…대학내일 표지모델이 왕림하셨다.”
“촬영은 잘 끝났어?”
유명이 멋적게 그들의 인사를 받아쳤다.
“개런티 들어왔어. 오늘 내가 쏠게”
“우와아아– 형님!”
돈쓰는 자가 형님이라는 지론의 수호는 당장 형님이라고 호칭을 바꾸어 불렀다.
그의 츄리닝이 땀으로 젖어있다.
4학년 여름방학에 오디우스 워크샵을 듣고 있다니 대단한 열정이다.
“지금 학교 앞 치킨집 전화해서 단체석 잡을게. 방학이라 손님없다고 한숨 쉬시던데, 이모님이 좋아하시겠네.”
유리는 바로 단골 치킨집에 예약부터 했다. 성격 나온다.
“유리는 이번에 졸업 아니야?”
“맞아. 오디우스 워크샵은 도움이 되니까, 이거까진 듣고 작품 시작한다고 했어.”
배우가 주관이 워낙 뚜렷해서 유리네 매니지먼트도 고생일 듯 했다. 그래도 연출하느라 한 학기 휴학한 걸 제외하면 더 쉬지는 않고 코스모스 졸업을 택한 모양.
혜선은 자신은 2년 휴학해서 아직 7학기라며 묻지도 않은 대답을 붙였다. 가을에 대학로 극단들에 입단 원서를 내 볼 예정이라고 한다.
그들은 곧 한산한 치킨집에 자리잡았다.
새로 워크샵에 진입한, 아직 앳된 기가 가득한 2학년들이 잘먹겠다고 인사를 한다. 유명의 얼굴을 신기한 듯 쳐다보며 이른 싸인을 부탁하는 친구도 있다. 지난 가을 오디우스 공연을 보고 입단을 결심했대나 뭐래나.
잠시 후에 유명은 유리, 수호, 혜선과 한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고학번 테이블이다.
“류신 선배는 요즘 뭐한데?”
“예전 매니지랑 재계약하고 작품 알아보는 모양이더라고. 유명이 너는 아직 기획사랑 계약 안했어?”
“응, 아직.”
그러고보니 기획사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기획사는 이익을 낸다는 목적이 있는 집단. 여러 가지의 제약이 걸린다. 돈이 안 되는 작품은 반대할 거고, 연기 외에 다른 외부활동도 시킬지도 모른다. 최대한 연기에만 전념하고 싶은데…그건 어려우려나.
그냥 계속 혼자 활동할까 생각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시스템을 능가할 만한 인지도가 없다보니…역시 무리겠지. 어떤 작품이 언제 시작하는지 정보조차 얻기 힘들테니.
유명은 그 문제를 한켠으로 접어놓았다.
“아참, 준호 공연 올라간 건 어떻게 됐어?”
대본이 결국 혜성 특별공연에 채택되었다는 소식까지는 전해 들었다. 꼭 가서 보고 싶었는데…아직 하려나?
“혜성 특별 공연? 그건 봄공연이라 한달 전쯤 끝났지. 평판이 좋았어. 덕분에 준호도 든든한 커리어가 생겼고, 혜성에서 작가팀 인턴으로 올 생각 있냐는 제안도 받은 모양이야.”
유리가 대답했다.
“그래…다들 제 길을 찾아가고 있구나.”
“너도 촬영 끝났으면 가끔 얼굴 비춰. 복학은 안해?”
“응.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 그래서 윤한성 선배님한테 조언을 좀 구했더니, 오신다고 했는데···”
“뭐? 오늘?”
전해듣지 못했는지, 당황한 빛이 역력하다.
“어. 못들었구나.”
또롱-
경쾌한 문자 알림이 도착했다.
“지금 오셨다는데?”
*
한성이 출현했다.
까만 마스크와 선글라스로도 가릴 수 없는 네임드 배우의 간지.
“우와…대박!”
한성을 처음 봐서 놀란 신입단원들에게 그는 정답게 인사를 건넸다.
“연기 잘 배워놔. 나이들어서 뜯어 고치려면 고생이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유명만이 피식 웃었다.
잠시 그 자리에 앉아 근황을 나눈 후, 한성은 좀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길 것을 제안했다.
유명의 ‘의논’이라는 것에 상당한 무게를 부여해주고 있는 그의 배려였다.
나갈 때 한성이 카드를 내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