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23)
“…라모스는 잡았습니까.”
댄은 속내를 숨기며 물었다.
“예. 잡았어요.”
상우가 아래에 널브러진 뼛조각들을 가리키며 얘기했다.
“음… 완전히 끝장내셨군요. 역시 아바타입니다.”
“뭘요.”
상우가 쑥스러워서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상우를 보며 댄이 조용히 물었다.
“그나저나, 라모스에게 다른 건 없었습니까?”
“네? 어떤 거요?”
“전투 중에 본 건데, 라모스는 새까만 책을 들고 있었거든요.”
“음….”
댄의 직접적인 물음에 상우는 자신이 수습했다고 말하려다가, 문득 생각에 잠겼다.
‘잠깐, 굳이 말할 필요가 있나.’
자신이 잡은 라모스란 녀석은 분명 테러리스트.
상우가 처리하긴 했지만, 그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 위험하다고 여겨지면 상우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게 어려울지도 몰랐다.
국제적으로 테러리스트들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은 이유였다.
일개인이나 단체에게 그런 힘을 쥐어주는 건 위험하기 때문에.
‘사자의 서는 위험하긴 하지.’
그리고 상우가 얻은 사자의 서는 핵무기에 준하는 아이템이었다.
단 한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거의 전쟁을 벌일 수 있는 힘을 부여하니까.
‘…얘기 안 하는 게 낫겠다.’
설사 나중에 밝혀지더라도, 사자의 서를 몰래 가지고 가는 게 나을 거 같았다.
괜히 이스라엘 정부나 세계헌터협회 측에서 소유권이나 아이템 봉인을 주장하는 난감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아, 저도 봤어요. 근데 보시다시피 그거 제가 뉴클리어 레이저 썼더니 타버린 거 같더라구요.”
상우가 태연하게 말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 말에 댄이 뼛조각을 훑어보았다.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거짓말을 하는군.’
댄은 분명 상우가 사자의 서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사자의 서….’
루카스가 찾아낸 희대의 유물.
라모스란 평범한 아랍인을 언데드 마스터로 만든 무시무시한 아이템.
일루미나티에서 비밀 요원으로 활동 중인 댄은 이러한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아바타군.’
정상우는 일루미나티에서도 최상위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는 강자다.
댄 역시 최상위 등급이긴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으로 봤을 때 정상우와 비견하긴 어려웠다.
‘분신 1기 정도는 어찌 해볼만 하겠지만, 그 이상은 어렵겠지.’
파악된 것만 20기 이상의 분신을 다루고 있는 아바타.
댄이 정상우를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젠장, 입을 막아야 하건만….’
그는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
상우가 자신이 이곳에 있었다는 걸 알았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찝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물러나야함을 깨달았다.
‘그래도 확인은 해볼 수 있겠지.’
댄은 자신의 얼굴을 감싼 전투헬맷을 떠올렸다.
전투헬맷에 내장된 녹화기능이라면, 자신이 슬쩍 보았던 빛이 무엇인지 증명해줄 터였다.
그 사실에 위안하며 댄은 대답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미스터 정.”
“아닙니다. 댄 씨도 수고하셨어요.”
“현장은 저희가 수습하겠습니다. 일단 임시테러대책본부로 가실까요?”
“아, 그럴까요?”
뭔가 추궁에 가까웠던 대화가 끝나고.
상우는 댄과 함께 이스라엘 정부가 세운 언데드 테러 사태에 대한 임시작전본부가 있는 건물을 향해 이동했다.
그렇게 모든 게 그렇게 일단락된 듯싶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라모스가 죽기 직전 움직였을 때, 온 힘을 다해 사자의 서를 사용했다는 걸.
그래서 그가 펼친 힘이 이스라엘 전역, 아니 이스라엘을 넘어 중동과 이집트에 퍼졌다는 것을.
그리고 그 힘은… 죽은 시체들을 언데드로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무엇보다….
그 힘의 파장에 의해 새로운 존재가 아프리카에서 눈을 뜨고 있었다.
* * *
상우의 활약은 이스라엘을 돌아다니던 영상촬영드론들에 의해 생중계되었다.
-와 인간들 맞냐 ㄷㄷ 눈에 보이지도 않음 ㄷㄷ
└0.25배속으로 보세요
└그래도 잘 안보이는 게 함정 ㅋ.ㅋ
-초 슬로우 모션 영상 링크임요 https://www.youtube.com/YwslUk210_js3
└감사합니다!
-방금 봤음? 정상우 미쳤다 ㄷㄷ 존나 쎄네
└저거 본체인가요?
└모르게씀
└저 라모스란 놈 조질 때 다른 분신이 언데드 쓸어버리는 거 보셈. 위력 비슷한 거 보니까 아마도 둘 다 분신인듯
└헐… 장난 아니네요
-라모스도 엄청 세서 저기 투입된 S급 헌터들 상대로 잘 버티더만, 정상우가 탁 치니 억 죽네 ㅋㅋㅋㅋㅋㅋ
└사이다 조쿠요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바로 상우의 강함 때문이었다.
그리고 세상은 라모스란 희대의 테러리스트를 제압한 상우에게 열광했다.
-He is Korean No.1 Hunter(그는 한국의 1등 헌터입니다).
-정상우가 한국인이라는 게 존나 자랑스럽다
-ㅇㅈ ㅆㅇㅈ
-근데 ㄹㅇ 생태계 교란종 아님? 혼자 너무 넘사벽으로 쎄네….
└세면 좋지 뭐
└ㅇㅇ
-I love u Jung Sang Woo♥
라모스를 제압하기 위해 투입되었던 각성자들과 헌터들.
그들이 S급이었음에도 고전할 정도로 강력했던 라모스.
하지만 상우는 이스라엘에 도착한지 단 몇 분만에 그 희대의 테러리스트를 사살했다.
그것도 본인이 아닌 분신만으로.
그러니 어찌 열광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렇게 상우의 강함이 증명되면서 그의 인기는 끝을 모르고 치솟았다.
그리고 이 시기를 노려 소위 말하는 ‘정상우 코인’을 타려는 언론의 흐름이 생겨났고,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열기였다.
몬스터와 거의 공존하다시피 하는 세상.
헌터는 이제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다.
그런 헌터들 가운데에서 오랫동안 정점이라 일컬어지던 점퍼를 밀어낼 새로운 강자가 나타났으니 관심이 없을 수가 없었다.
때문에 상우의 집으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그의 용산 저택은 몰려드는 기자들로 인해 집앞 도로가 어수선해졌다.
“아직도 안 갔네.”
힐끔 창밖으로 저택의 울타리 바깥쪽을 살핀 상우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이렇게 일이 시끄러워질 줄은 전혀 몰랐다.
그냥 봉사차원에서 갔던 이스라엘행이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이야.
그때 벌컥 방문이 열렸다.
“오빠 어떡할 거야. 나 약속 가야되는데!”
동생 지우가 상우의 방에서 투덜거렸다.
아마도 기자들 때문에 나가기 곤란한 모양이었다.
“…약속이 어딘데.”
“압구정.”
“분신 보내놓을 테니까. 아공간 타고 가.”
“헤헤, 옥희.”
단순한 지우는 희희낙락하면서 방으로 뛰어갔다.
상우는 대충 분신에게 압구정으로 가라고 명령을 떠올리고는 침대에 누웠다.
‘여론은 뭐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거고…. 이게 문제네.’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건 따로 있었다.
상우는 아공간을 열었다.
스으으윽-
그곳에서 튀어나온 거무튀튀한 책.
사자의 서였다.
‘…생명의 서이기도 하지.’
상우는 사자의 서에 성력을 주입하였다.
그러자,
우우우우웅-
사자의 서가 공명하며 휘황찬란한 빛의 책으로 변모하였다.
그건 바로 생명의 서였다.
마치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가짜처럼 보이는 투명한 빛의 책.
“…또 보고 있어?”
옆에서 뒹굴거리던 우현이 물었다.
“응. 아- 진짜 모르겠네.”
“사용방법?”
“어. 이거 뭐 쓰는 방법을 알아야 써먹지.”
그렇다.
상우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유.
생명의 서의 사용방법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 머리를 싸매고 끙끙 앓고 있는 중이었다.
“줘봐. 내가 봐볼게.”
“봐봐.”
상우는 우현에게 빛의 책을 건넸다.
조심스레 받아드는 우현.
하지만 책은 우현의 손을 통과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
당황하는 우현.
자유낙하하는 책을 상우는 떨어지기 직전 염동력으로 잡아냈다.
그리고 그 잠깐 사이 책은 어느새 거무튀튀한 사자의 서로 돌아가 있었다.
우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이거 왜 이래? 난 못 잡는 거야?”
“그러게? 뭐지.”
문득 상우의 뇌리를 스친 생각은, 사자의 서를 각인한 건 자신이기 때문이란 것.
‘주인을 알아본다 이 말이군.’
그런 점은 마음에 들었다.
다른 사람의 손에 들어가도 오용되는 일 없이 안전할 테니까.
‘그런데 못 쓰는 게 문제지.’
상우는 한숨을 쉬며 사자의 서에 다시 성력을 주입하였다.
그러자 다시 황홀하게 빛나며 생명의 서로 변했다.
“진짜 멋있다.”
우현이 신기한 듯 생명의 서에 손을 왔다갔다 했다.
손이 빛을 통과하며 지나치는 게 재밌는 모양이었다.
그 사이 상우는 고민에 빠졌다.
‘생명의 기운이래서 성력을 들이부으면 될 줄 알았는데 안 됐지. 그럼 생명의 기운이 뭐지.’
생명의 기운.
반대되는 말은 죽음의 기운.
생명과 죽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상우.
문득 스치듯 떠오르는 영감이 있었다.
‘설마….’
생명의 기운이 정말로 생물체의 ‘생명’의 기운을 의미하는 거라면?
‘생명을 바쳐야한다는 건 아니겠지?’
만약 상우의 생각이 맞다면.
생명의 서는 이름만 생명의 서일 뿐, 사자의 서처럼 무시무시한 물건임이 틀림없었다.
‘…몬스터로 한 번 시도해봐?’
일단 상우는 자신의 가설을 검증하려면 실험을 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왠지 생명이라는 생각으로 몬스터들을 떠올리니, 몬스터들이 불쌍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말이다.
‘그럼 타이베른에 보내야겠네.’
바로 타이베른 행성에 널려있는 게 크라니드와 몬스터들이었으니.
상우는 다시 아공간을 열어 생명의 서를 밀어넣었다.
이제 사자의 서로 변한 저 아이템은 아공간을 지나 타이베른에 있는 분신에 손에 들리게 될 터.
‘일단 좀 지켜보자고.’
그의 가설이 맞는지.
안되더라도, 사자의 서의 힘으로 몬스터들을 언데드로 부리면 되니까.
그렇게 일 한 가지를 진행시키고 상우의 마음이 좀 후련해졌을 때였다.
상우의 뇌리에 분신의 보고가 들어왔다.
바로 오딘의 탑 2층을 공략 중인 분신에게서였다.
심상의 세계를 통해 보니 오딘의 탑 2층 특유의 벌집처럼 얽혀있던 동굴이 단절되어 있었고, 그곳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두운 절벽이 펼쳐져 있었다.
‘새로운 스테이지인가.’
날아가야 할까, 아니면 절벽 아래로 내려가야 할까.
분신을 어떻게 움직일지 상우가 고민하던 사이.
옆에서 스마트 고글로 놀고 있던 우현이 갑자기 소리쳤다.
“야야야야! 또 난리 났어!”
“아, 깜짝이야. 왜. 무슨 일인데.”
“잠깐, 이것 좀 봐봐.”
우현의 손이 허공을 오가더니 그녀에게서 메시지가 상우에게로 전달되었다.
그는 메시지 어플을 통해 그녀가 준 링크를 들어가 보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