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59)
“가이드님, 이 길 맞나요? 왠지 반대로 가고 있는 거 같은데?”
“여기 맞아요. 이제 결계지역이 없어졌으니, 더 빠른 루트로 이동하고 있는 거예요.”
“음··· 넵.”
상우는 왠지 이상한 곳으로 향하는 기분이 들었으나, 이내 신경을 꺼버렸다.
‘좀 돌아가면, 사냥 좀 더 하는 셈 치지 뭐.’
이미 목표는 달성했기에 마음이 매우 너그러워진(?) 상태였다.
‘5000억이라니, 흐흐흐흐. 5000억원이 생기면 뭐하지?’
게다가 마음은 5000억을 가지고 뭘 할지 상상의 나래를 가득 펼치고 있었다.
신나서일까.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모두 일격에 처리하며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순발력이 0.001 상승하였습니다.]
[마력이 0.001 상승하였습니다.]
[재생력이 0.001 상승하였습니다.]
[독 내성이 0.001 상승하였습니다.]
[스톰브링어 검법 3단계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그 호쾌함 덕분에, 몬스터들이 이전에 비해 점점 더 많이 몰려들고 있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점이 함정이긴 했지만.
하지만, 몬스터들이 너무 많이 몰려들기 시작해서일까.
상우도 이상함을 깨달았다.
“가이드님, 아무래도 이거 길을 잘못 들어선 거 같은데요?”
“어, 그게···.”
손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쭈뼛쭈뼛 사실을 털어놓았다.
“사실은 이 길로 와보는 건 처음이라서요···. 강한 분들과 함께라서 새로운 길을 뚫어보려 한 건데 길을 잃었네요. 죄송해요···.”
“예?”
상우는 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실수라는데 뭐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음, 그래서 여기서 나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나요? 그건 알고 계시겠죠?”
“네. 그래도 포탈 있는 위치에 제가 GPS 수신기를 두고 와서, 이 신호만 따라가면 돼요.”
GPS 위치추적기를 들어보이며 손미가 어색하게 웃어보였다.
“그건 다행이네요. 그럼 좀 힘들더라도, 포탈 방향으로 직선으로 이동하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사과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손미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이더니, 거듭 사과를 했다.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상대에게 크게 뭐라고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였다.
상우도 마찬가지였다.
“알겠어요. 단, 다음에는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마시고 꼭 얘기해주셔야 해요.”
“네!”
손미는 씩씩하게 대답하더니 먼저 성큼성큼 걸어갔다.
‘바보 자식. 다행히 한 타임 더 벌었어.’
그녀는 지금까지처럼 상우 일행을 목적지로 인도할 생각이었다.
출구가 아닌, 그녀가 목표하고 있는 위치였다.
목적지까지는 이번에 벌어들인 시간 덕분에 충분할 거 같았다.
그건 점차 많이 생겨나는 몬스터들의 숫자가 입증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와씨, 이건 너무 하잖아!”
상우는 짜증을 내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사방에 몬스터들이 둘러싸고 있었으니까.
정글 수풀림 사이사이로 몬스터들이 대동단결하여 상우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캬아아아악-
쿠어어어어-
버그베어 주니어라 부르면 될 거 같은, 버그베어의 하위호환 버전의 곰 형상의 몬스터들과, 요사스러운 녹빛 구체 형상인 위습들이 나타나 마법의 빛줄기를 쏘아댔다.
상우와 분신들은 그런 몬스터들을 향해 바람의 검기를 마구 날려댔다.
촤아아악-
꾸에에엑-
분쇄되듯 쓸려나가는 몬스터들.
물론 분신들이라고 한 대도 안 맞고 있지는 않았다.
트롤이 던져대는 돌멩이와 위습이 쏘아낸 마법 등 다양한 투사체가 있었으니까.
[물리내성이 0.001 올랐습니다.]
[마법내성이 0.001 올랐습니다.]
[재생력이 0.001 올랐습니다.]
분투하던 분신 중 하나가 마법의 빛줄기에 스쳤지만, 마법내성이 꽤 올라간 탓인지 큰 피해 없이 끝났다.
게다가,
[풍벽]
상우가 검을 휘둘러 풍벽을 사용하자, 앞에 바람의 장막이 펼쳐졌다.
완전한 물리 형체를 띈 건 아니지만, 투사체에 실린 힘을 충분히 흩어버릴 수 있을만한 바람의 벽이었다.
그렇게 투사체를 무효화시킨 상우와 분신들은, 원거리 투사체를 무시하고 근접 전투에만 신경을 쓸 수 있었다.
[십연참]
상우는 마나 소모를 아끼기 위해 스톰브링어 검법의 1, 2단계의 기술들 위주로 사용했다.
대신 분신들에게는 돌풍참과 선풍참과 같은 광역기를 마구 펼치게 했다.
쏴아아아아-
워낙 몬스터들이 많은 탓인지, 돌풍참 하나에 수많은 몬스터들이 휘날리며 일타십피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다.
그런 공격들이 아홉 기의 분신들에게서 계속 뿜어지고 있었다.
[체력이 0.001 올랐습니다.]
[근력이 0.001 올랐습니다.]
[순발력이······.]
[스톰브링어 검법 1단계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덕분에 능력치는 미친 듯이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수가 너무 많았다.
“으아아-! 사부님 도와주세요!”
-제자야, 이 정도는 이겨내야 한다.
“아니, 이건 아니잖아요!”
가히 몬스터의 해일 수준이었다.
상우는 싸우다가 몬스터들을 분신들에게 맡기고 뒤로 물러나 이 사태의 원인인 손미를 찾았다.
“근데 사부님. 가이드는 어딨어요?”
-아까 그림자로 쑥 들어가면서 사라지더구나.
“예? 그걸 왜 보고만 계셨어요. 잡아야 되는데.”
-궁금해서.
레이븐은 말을 하며 몬스터들이 몰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왜 던전 중추로 향하는지 궁금해서 지켜보았다. “그럼, 가이드가 일부러 저희를 이쪽으로 끌고 왔다는 건가요?”
-맞다. 녀석은 이상한 곳에 보고를 하면서 우리를 이끌더구나.
사실 레이븐은 안력으로 스마트 고글에 띄워진 홀로그램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즉, 손미가 꾸미는 작당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던 것.
‘함정이라··· 오랜만이군. 오히려 잘 되었다. 이걸로 제자를 더 단련시켜야겠구나.’
그를 상대로 암중모의를 꾸민 세력이 한둘이었던가.
그는 이런 음모가 오랜만이라 오히려 신선했다.
“음··· 사부님. 그 말은 여기가 함정이란 걸 알고 일부러 오신 거죠?”
-흠흠. 원래 성장에는 고난이 필요한 법이다. 이 시련을 이겨내면 넌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을 터. 이겨 내거라, 제자야.
“아··· 그렇게 깊은 뜻이···.”
겉으로 상우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투덜거렸다.
‘아니, 분신들 던전에 놓고 우리는 나가서 편하게 쉬면 되는데, 이게 왠 사서 고생이냐고.’
하지만 사부인지라 티는 못내고 그저 애꿎은 몬스터한테만 화풀이를 할 뿐이었다.
“아오! 다 죽었어!”
상우는 다시 검을 날리며 몬스터 무리로 뛰어들었다.
한편 그 시각.
상우 일행을 통해 몬스터들을 헤치고 던전 깊숙한 곳에 도달한 손미.
‘거의 다 왔다.’
그때부터 손미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이 땅에 드리워진 그림자 속으로 스르륵 빨려들어갔다.
레이븐이 그녀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지만, 능력이 발동한 이상 그도 어쩔 수 없으리라 판단했다.
[그림자 은신술]
왜냐면 손미의 주력 능력은 그야말로 사기였기 때문이다.
마나 소모가 크고 오래 유지가 어려워서 그렇지, 한 번 발동되면 거의 모든 공격에서 자유로운 만능 은신기 겸 회피기였으니까.
그녀가 자신의 그룹 ‘안티시스템’의 작전실행요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시간이 없어. 빠르게 움직이자.’
그림자에 숨어든 손미는 몬스터들의 그림자들을 넘나들며 빠르게 이동했다.
정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수록, 태양이 있는 것처럼 빛이 내리쬐던 정글이 급속도로 어두워져갔다.
사실 저 빛은 태양빛이 아닌, 던전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빛에 불과했다.
그렇게 어두워질수록 던전 중추에 다가가는 지표로 삼으며 이동하길 얼마 후.
손미는 그토록 도달하고자 목표했던 던전 중추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던전 이로더··· 드디어 찾았다.’
던전 중추.
그곳에는 거대한, 산만 한 크기의 덩어리가 있었다.
세계에서는 던전 코어라고 부르기도 하는 그것을, 손미와 그의 단체는 그것을 던전 이로더라 불렀다.
던전을 좀먹는 기괴한 괴물이었으니까.
누가 봐도 기괴하게 생긴 그것은, 마치 암세포가 기괴하게 증식한 것처럼 징그러운 생김새였다.
두근- 두근-
게다가 그 징그러운 것은 기괴한 수포를 터트리며, 맥동하고 있었다.
표면이 꿈틀거릴 때마다 고깃덩어리 같은 표면이 갈라지며 몬스터들이 수십 마리씩 튀어나왔다.
키에에엑-
캬아아아악-
쿠워어어어-
갓 태어난 아이처럼 체액 범벅으로 미끌거리던 몬스터들은 순식간에 표면이 말라가며 거뜬히 일어났다. 그리곤 이내 흉성을 토해내며 정글로 뛰어들었다.
자기들끼리 싸우는 몬스터들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손미는 조용히 그림자를 타고 움직였다.
갓 태어난 몬스터의 그림자로 이동하고,
던전 이로더의 울퉁불퉁한 몸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통해 차근차근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거대한 덩어리의 꼭대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두근- 두근-
맥동하는 표면 위에서 손미는 배낭을 풀었다.
그 안에는 폭탄처럼 생긴 기계 장치가 들어있었다.
그녀는 능숙하게 타이머를 설정하고는 표면을 예의 주시했다.
그리고 이윽고, 표면이 갈라지며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지금이다.’
그녀는 재빨리 기계 장치를 표면의 갈라진 틈새로 던져 넣었다.
그리고는 다시 그림자 속에 몸을 숨겼다.
‘앞으로 30분이다. 마나핵폭탄이 터지기 전에 빠져나가야 해.’
이제 전력을 다해서 포탈까지 탈출할 일만 남았다.
그녀는 움직이면서 스마트고글을 활성화했다.
-[S]: 폭탄 설치를 완료했다. 지금 바로 빠져나가겠다.
-[K]: 알았다. 행운을 빌겠다.
보고도 마치고 이동하던 손미.
그녀는 문득 상우 일행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거 좀 미안한데, 앞으로 30분 뒤에 포탈이 사라진다는 걸 알려줘야 하나.’
약간의 죄책감이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했다.
사실 상우 일행에게 악감정은 없었으니까.
그저 이용했을 뿐이다.
‘그래, 멀리서 언질만 해주고 바로 도망치자.’
소드시커한테 잘못 걸리면 뼈도 못추스릴 거 같았기에 손미는 멀리서 소리치고 바로 그림자 은신술로 도망가기로 결정했다.
시간이 없었기에 그녀는 신속히 움직였다.
위치가 가까웠기에 금방 상우 일행이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뭐야, 이 난장판은?’
하지만,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콰과과과광-
상우 일행들과 복면을 한 수백의 괴한들이 싸우고 있었다.
수백의 마법과 검기들이 하늘을 수놓으며 정글을 초토화시켰다.
수풀림으로 가득했던 정글은 마치 공터처럼 평평해지며 폐허로 변하고 있었다.
“ ?去死 ?(죽어라)!”
“닥쳐!”
진짜 죽자사자 달려드는 적을 향해 돌풍참을 날린 상우는 지금 죽을 맛이었다.
“아니, 왜 공격하냐고!”
“스승을 잘못 둔 죄라고 생각해라. 뒤져라!”
복면 괴한은 중국어로 대꾸하면서 이상한 암기들을 쏘아냈다.
상우는 풍벽을 펼치며 암기들을 흩어버리곤, 몸은 회전시켰다.
[선풍참]
상우의 몸이 미친 듯이 회전하더니, 검에서 바람의 검기가 사방으로 뿜어지며 적들을 베어버렸다. ‘허억··· 젠장, 내가 사람을 죽이다니···.’
처음으로 살인을 한 상태지만, 얼떨떨할 겨를도 없었다.
당장 상대를 죽이지 않으며 자신이 죽게 생겼으니까.
이렇게 갑자기 괴한들이 습격을 시작한 건 얼마 지나지 않았다.
한창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는데, 뒤에서 나타난 복면 괴한들은 다짜고짜 상우와 레이븐에게 달려들었다.
이후 지금까지 계속 피터지게 싸우고 있었던 것.
레이븐도 싸움에 동참한 상태였다.
-허허, 즐겁구나. 그렇지 않느냐, 제자야.
하지만, 그는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적들만 가뿐히 베어넘기고 있었다.
“아니 죽겠는데 무슨 소리에요! 싸부! 힘 좀 써봐요!”
-나약해지지 말아라 제자야. 이 또한 지나간단다. 힘을 내려무나.
“무슨, 끄아아아아-!”
말할 틈도 주지않고 공격이 휘몰아쳤기에, 상우는 정신없이 검을 휘둘렀다.
복면 괴한들이 시전한 디버프 마법들이 몸에 적중했는지, 몸이 물 먹은 솜마냥 축축 늘어졌다.
하지만, 이내 힘을 내니 몸을 속박하던 기운들이 깨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마법내성의 힘이었다.
-상대한테 마법이 잘 안통한다. 지원조는 더 큰 걸 준비해!
그 와중에 적들은 소통하면서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때문에 상우와 분신들은 점차 인해전술에 말려 차곡차곡 데미지를 입고 있었다.
‘사부가 도와주기는 하겠지만, 이대론 안돼.’
상우는 본능적으로 큰 위기에 직면했음을 깨달았다.
이들이 누구인지, 왜 자신을 공격하는지는 아직도 의문이 들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님을 깨달았다.
이제 목숨이 달린 일이었으니까.
‘저 녀석들을 이겨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난생 처음 겪는 같은 사람들이 내뿜는 살기에 상우는 움츠러들려는 마음이 생겼다.
분명 자신이 강한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만큼 수백의 괴한들, 그들 다수가 내뿜는 살의란 대단했다.
그러나 반대로 오기가 생겼다.
“야 이 새끼들아, 내가 뭐했다고 지랄들이야! 내가 여기서 죽을까보냐!”
그 말과 함께 상우는 분신들과 합을 맞춰 동시에 돌풍참을 날렸다.
쏴아아아아아-
쏴아아아아아-
쏴아아아아아-
오러가 감긴 회오리에 적들이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피해라!”
“흩어져!”
하지만 적들도 바보가 아니라 재빨리 흩어지며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그 움직임들이 잠깐의 틈을 벌어주었다.
상우는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그리곤 그의 눈이 10호의 등에 매달린 슬로스에게 고정되었다.
그렇다.
슬로스는 격전 중에도 계속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쓸모없는 자식. 하지만···.’
상우는 눈을 빛냈다.
그가 생각한 노림수는 슬로스였으니까.
상우는 재빨리 10호의 등에 매달린 슬로스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이야아아!” 그리곤 슬로스를 냅다 집어던졌다.
적들은 날아오는 슬로스를 향해 총과 마법을 난사했다.
타다다다다다-
쾅!
까가가가강-
하지만, 미세한 생체기가 났을 뿐 그 공격들은 이내 반대방향으로 되돌려졌다.
카운터 어택이 발동한 덕분이었다.
“크아아아악-!”
공중을 날면서 적들을 쓸어버린 슬로스는 가볍게 바닥에 안착(?)했다.
쿵!
적진 한복판에 떨어진 슬로스.
덩그러니 바닥에 누운 슬로스를 보면서 상우는 다음 명령을 내렸다.
[이그저스트 필드]
슬로스의 몸으로부터 괴상한 파장이 퍼져나갔다.
동시에 무력감, 탈력감이 대지에 펼쳐졌다.
털썩-
털썩-
서있던 모든 존재가 자리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