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88)
쇠가 긁히는 소리가 아닌, 청명한 소리가 검에서 울려 퍼졌다.
드러난 검신.
새하얗고 투명한 듯한 검신에 상우의 얼굴이 비쳐보였다.
“와···.”
상우는 그저 감탄했다.
무기가 아닌 하나의 예술작품 같았다.
유리로 만든 검 같달까.
-음···.
옆에 있던 레이븐 역시 감탄하는 중이었다.
언제나 진지하고 진중했던 그의 얼굴에 기쁜 기색이 만연했다.
“하하, 어떤가. 마음에 드는가?”
“대박입니다!”
-정말 좋은 검이군요. 검의 예기가 마치 제가 쓰던 스톰브링어 느낌이 납니다.
“허허, 아직 스톰브링어에 비교할 정도는 아닐세. 그래도 오랜만에 만든 수작이지.”
“이야··· 이거 망가질까봐 아껴 써야겠는데요?”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새 제품을 가지게 애지중지하게 된다.
상우도 그 심정이었다.
이렇게 멋진 검에 괜히 흠집이라도 나면 가슴 아플 테니까.
그 말에 듀베르가 피식 웃었다.
“아껴 쓰지 않아도 된다네. 함부로 굴려도 강도가 대단해서 웬만해서는 절대 흠집이 나지 않을 거야. 흠집이 나도 자가수복 기능이 있으니 괜찮고.”
“오오~”
“정, 회복 불가할 정도로 망가지면 나한테 가져오게. 원념의 강철이 좀 남았으니.”
“알겠습니다. 그럼 믿고 막 쓸게요.”
“그러게. 자, 이제 마나를 불어넣으면 인식이 완료될 걸세.”
듀베르의 말에 상우와 레이븐은 각자의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상우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듀베르가 제작한 품명 미상의 검이 인식되었습니다.]
[사용자에게 귀속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 후 무명(無名)검은 연기처럼 흩어지더니, 연기는 상우의 몸속으로 스며들면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 모습을 본 듀베르가 설명했다.
“됐군. 이제 검을 원할 때마다 소환해서 사용하면 된다네.”
“아, 그래요? 어떻게요?”
“그냥 검을 소환한다고 생각해보게.”
상우는 무명검을 소환한다고 떠올렸다.
그러자 상우의 오른손에 무명검이 스르륵 생성되었다.
“신기하네요. 이런 기능도 있을 줄이야.”
물론 아공간이 생겼기에 그렇게 유용한 기능은 아니었다.
그저 신기할 뿐.
“원념의 강철의 특성인 거 같더군. 유체화··· 정확히 말하면 영체화 된달까. 평상시엔 사용자의 몸속에 머물다가 필요할 때마다 물질화 시켜서 사용하는 것이지.”
“그렇군요. 어쩐지···. 근데, 이 검 아직 이름이 없던데요?”
“아직 안 정했다네. 원래는 보통 검을 만든 사람이 검의 이름을 짓지만, 지금은 주인이 정해진 검이니까. 자네들이 정하게.”
그 말에 상우는 레이븐을 쳐다보았다.
“사부님 먼저 정하세요.”
검을 품에 갈무리했다가 다시 소환하는 걸 반복하고 있던 레이븐이 입을 열었다. -검의 이름이라··· 투명한 것이 공기처럼 시원하고 단아하더군. 난 ‘에아’라고 짓겠다.
“오··· 멋진데요?”
에아라.
사부의 작명 센스에 놀란 상우였다.
‘난 뭘로 할까. 에아투? 에아2세? 에어? 에어리즘? 내 작명센스가 이것밖에 안된다니.’
이왕이면 멋진 이름으로 짓고 싶은 그였다.
그렇게 낑낑 고민하던 끝에 겨우 이름을 정한 상우.
“정했습니다.”
“그래, 뭘로 정했는가?”
“제 검의 이름은 바로··· ‘풍혼’입니다.”
“푼혼? 바람의 영혼?”
한국식 발음에 어려워하다가 고글로 번역된 뜻을 보고 고개를 끄덕거리는 듀베르.
“괜찮군.”
-멋진 이름이구나.
“하하. 멋지다니 다행이네요.”
두 사람이 칭찬하자 그제야 쑥스러운 듯 뒤통수를 긁적이는 상우.
그때였다.
[사용자에게 귀속된 ‘품명 미상의 검’의 명칭이 ‘풍혼’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드디어 완벽하게 상우의 검으로 자리잡은 풍혼이었다.
상우는 매우 흡족했다.
“아, 진짜 감사합니다. 듀베르 씨, 이 보답을 어떻게 해드려야 할지.”
“괜찮네. 나도 제작하면서 얻은 게 좀 있으니. 어스퀘이커를 복구할 실마리를 발견했거든.”
“오, 정말요?”
“원념의 강철의 유체화 성질을 잘 이용하면 금을 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네. 일단 시도는 해봐야겠지만.”
“다행이네요.”
원념의 강철이 꽤나 많이 있어서 남은 건 듀베르에게 제작 용도로 기부했다.
듀베르는 원념의 강철 중 일부는 자신이 쓰고, 대부분은 상우에게 가끔씩 장비를 제작해주기로 했고.
“일단 아직 어스퀘이커 복사본이 있으니 나중에 연락주겠네. 그때 한 번 복사 부탁하지.”
“네, 알겠습니다.”
이후 풍혼을 아공간에 갈무리한 상우는 레이븐과 함께 서울로 돌아갔다.
돌아온 이후에 상우는 풍혼을 소환하여 감정을 해보았다.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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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워프 듀베르가 제작한 변환 무기입니다.
-평상시 유체상태로 사용자의 몸에 머뭅니다.
-사용 시 실체화됩니다. 검, 전투망치, 방패, 권총, 샷건, 저격총 다섯 가지 형태로 변환이 가능합니다.
-크기 및 무게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풍혼을 통한 마나에는 사념이 깃듭니다.
-공격당한 대상에게 혼란, 공포 등의 정신 공격을 가합니다.
-타격시, 상처 악화 및 과출혈 효과가 부여됩니다.
-대상을 처치할수록 풍혼의 위력이 강해집니다.
-대상을 처치할수록 강도와 탄성, 부과효과가 강해집니다.
-자가수복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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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스펙이 떠올랐다.
아무래도 귀속된 장비여서인지 스펙이 아주 세세했다.
감정으로 떠오른 정보창을 보면서 상우는 또 감탄했다.
“와···.”
상우 입장에서는 거의 완벽한 무기였다. ‘방패로도 변환이 가능하니 완벽한 전투장비라고 해야 될까.’
게다가 성장도 가능했다.
‘근데 사념이 깃든다고? 이게 무슨 말이지?’
상우는 곧장 듀베르에게 통화 연결을 시도했다.
다행히 헤어진 지 얼마 안 된 터라 듀베르는 바로 연락을 받았다.
-무슨 일인가? 뭐 놓고 갔는가.
“아니요. 풍혼 스펙 살펴보는데 궁금한 게 있어가지고요. 풍혼을 통한 마나에 사념이 깃든다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요?”
-아, 그건 말 그대로일세. 원래는 원념의 강철에 남아있던 원념체가 미스릴과 아리아의 마법에 의해 정화되어 사념체가 된 거지. 좋은 거라네.
“음··· 말만 들어서는 좋은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쉽게 얘기하자면 풍혼으로 마나를 뿜어내면 자네의 마나에 항마의 성질을 띤다는 거지. 자네의 마나에 깃든 사념의 기운이 상대방의 마법과 마력을 흩어버릴 걸세.
“항마요?”
항마라니.
상우는 그런 건 듣도보도 못했다.
-마법내성과 비슷하면서 좀 다르지. 예를 들면 파이어볼을 풍혼으로 베어버리면 풍혼에 담겨있던 사념이 파이어볼의 유지 마나를 흩어버리기 때문에 자연히 사그라들걸세. 원래 오러로도 되긴 하지만, 좀 더 수월해진다는 거지. 마나쉴드를 공격하면 마나쉴드의 기운
을 좀 더 빨리 흩어버려서 쉽게 베어버린다던가.
“와, 그럼 엄청 좋은 거네요?”
-그렇다네. 풍혼의 최대 강점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는 기능이라네.
“진짜 그렇겠네요. 듀베르 씨, 바쁘신데 확인 감사합니다.”
-괜찮네. 또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주게나.
“예, 수고하세요.”
연락을 마친 상우는 풍혼을 써보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렸다.
‘항마라··· 엄청 좋을 거 같은데. 좋아. 사냥을 가보자. 어디로 가볼까나.’
그때였다.
오버마인드-개체파악 스킬에 특이사항이 보고된 게 감지되었다.
슬라임 던전에 던져놓은(?) 글러트니와 엔비로부터 들어온 보고였는데, 어떤 특이사항을 발견했다는 보고였다.
‘뭐지.’
상우는 곧장 질투의 분신 엔비에게 접속했다.
‘얘는 칠죄종인데도 정신에 이상이 적어서 좋단 말이지.’
평상시 엔비는 낙인을 찍지 않는 이상, 질투의 감정을 일으키지 않았다.
때문에 질투의 낙인이 해제되었을 때 접속하면 일반 분신과 똑같은 느낌이었다.
상우는 접속하자마자 특이점을 찾을 수 있었다.
“누구···?”
글러트니와 상우가 접속한 엔비 뒤쪽에 인기척이 느껴져서 쳐다봤더니 슬라임 파밍 복장을 한 일련의 헌터들이 보였다.
“으악!”
“지금 말한 거지?”
“어! 말했어!”
그들은 말없이 사냥하던 엔비가 갑자기 말을 하자,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아, 아바타 아니에요?”
“아바타요?”
아바타란 말에 상우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실 요새 SNS는 가끔 들어가지만 커뮤니티 활동을 잘 안해서 자신의 별명이 아바타인 걸 모르고 있었다.
“아, 별명 모르시는구나. 아바타는 상우님 별명이에요.”
“아바타라··· 재밌네요.”
“정상우 본인이세요?”
“맞아요. 그런데요?”
“아! 저 팬이에요!” 팬이라며 호들갑을 떠는 F급 헌터들이었다.
상우는 연예인이라도 만난 듯 신기해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곤 팬이라는 그들의 말에 같이 사진도 찍어줬다.
“그런데 여기까진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슬라임 파밍 중이었는데 갑자기 상우님이 보여서 따라왔어요.”
“맞아요. 옆에 아바타가 계속 슬라임 드시던데.”
“맞다. 상우님, 분신 몇 개 소환하실 수 있어요?”
“독가스 유해한데 마스크 안 쓰셔도 괜찮아요?”
귀여운 뉴비(?)들로부터 정신없이 쏟아지는 질문.
상우는 멋쩍게 웃었다.
“그냥저냥요. 아무튼 이 앞에는 좀 위험하니까 더 따라오지 마세요. 책임 못집니다.”
“아, 예예. 만나서 영광이었습니다!”
“천만에요. 오늘도 무사히 사냥 마치시기를 바랄게요. 수고하세요.”
상우는 F급 헌터들을 돌려보내고 앞을 쳐다보았다.
F급 헌터들이 상우의 뒤를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하고 있었던 이유가 그 앞에 있었다.
‘··· 이건가?’
분신의 머리에 달린 헤드라이트 불빛이 어두컴컴한 동굴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동굴을 가득 메우고 있는 액체덩어리가 보였다.
‘보스몹?’
그건 마치 매우 커다란 슬라임으로 보였다.
‘리젠된 건가.’
반년 전에 이곳 도봉산 슬라임 던전에는 슬라임 보스가 출현하였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 이 슬라임 보스를 잡으려는 헌터들이 별로 없어서, 결국 정부에서 현상금을 걸고 처리했었지.’
슬라임은 돈이 안 되고 몸에서 뿜어내는 소화 가스가 인체에 해롭기 때문에 헌터들에게 배척당하는 몬스터였다.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점에서 F급 헌터들의 연습대상이 되는 정도랄까.
‘나야 뭐, 돈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이미 돈은 벌만큼 벌어놨기에 상우의 목적은 글러트니에게 슬라임의 능력을 심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계속 슬라임을 먹여왔는데, 때마침 보스몹이 나타난 것이다.
‘근데 보스몹이 원래 이렇게 크나?’
그냥 어떤 형태라기보다는 동굴 전체에 액체덩어리가 꽉 차 있었다.
불투명한 몸체 너머로 그 끝이 보이지도 않았다.
‘쪼렙 보스몹 주제에 엄청 크네···. 흠, 아무렴 어때. 글러트니 포식시켜주자. 아, 일단 풍혼부터 시험해볼까.’
상우는 곧장 접속한 엔비를 움직여 아공간을 열어 풍혼을 꺼냈다.
풍혼은 엔비의 오른손에서 은빛 검집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스르릉-
검을 뽑아들자 예의 그 유려한 자태가 드러났다.
“좋아. 가보자.”
상우는 곧장 슬라임 보스로 추정되는 액체덩어리를 향해 속검을 휘둘렀다.
팍!
속검은 별다른 기술은 아니었다.
그저 빠르게 휘두르는 것일 뿐.
하지만 고속으로 휘둘러진 검의 충격에 의해 액체덩어리가 뭉텅이 째로 산산이 터져나갔다.
‘너무 약해서 그런가. 검의 위력을 비교할 수가 없네.’ 슬라임은 풍혼을 시험하기엔 너무 약했다.
슬라임 보스는 마법 내성이 있는 몬스터였음에도 그러했다.
상우는 김이 샜다.
‘됐다. 다른 던전이나 가야지. 글러트니야, 보이는 슬라임 다 먹어라. 엔비 너는 계속 질투의 낙인 찍고.’
상우는 접속을 해제하면서 슬라임 보스에 질투의 낙인을 찍고 글러트니에게 흡입을 명령했다.
이후 풍혼을 시험할 새로운 던전을 알아보기 위해 강준모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렇게 다시 잊혀진 글러트니와 엔비.
글러트니는 염동력을 사용하여 액체덩어리를 강제로 떼어와 안면 변화 스킬로 입의 크기를 좀 늘려서 마구마구 흡입하기 시작했다.
[슬라임 보스의 체액을 소화하였습니다.]
[마법 내성이 0.001 올랐습니다.]
[슬라임 보스의 체액을 소화하였습니다.]
[재생력이 0.001 올랐습니다.]
추르르르릅-
글러트니로 막 각성할 당시의 위력에 비하면 모자람이 있지만, 그래도 이전에 비해 매우 빨라진 먹방(?) 속도였다.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흡입할 정도의 빠르기였으니까.
슈우우우우우웁-
하지만, 글러트니와 엔비의 걸음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 슬라임의 몸체가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기에.
그저 상우가 내린 명령을 끝내기 위해 글러트니와 엔비는 동굴 깊숙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슬라임을 먹으면서.
깊숙이.
아주 깊숙이.
그렇게 며칠 뒤.
상우는 이상함을 느꼈다.
[근원의 슬라임의 체액을 소화하였습니다.]
[마법 내성이 0.001 올랐습니다.]
‘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