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Degree RAW novel - Chapter 201
201화. 결단기 수사와의 격투
얼마 지나지 않아 영리수의 몸 안에서 비취색 구슬을 찾아낸 오축이 크게 즐거워하고 있었다.
이어 영리수의 손에 들린 네 개의 보물들에도 탐욕을 드러냈다. 그가 다시 마도를 들어 올리자 고 장로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를 만류했다.
“소도주, 귀 섬의 사조님과 우리 전주의 교분을 보아 영리수의 다른 보물들은 모두 내주겠소. 그러나 요단은 여섯 전각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니 두고 가야 할 것이오. 우리도 돌아가 전주님께 할 말이 있어야 하지 않겠소?”
오축은 그의 말에 냉소하며 올렸던 도를 그대로 내리쳐 산호를 들고 있던 손을 잘라버렸다.
대화가 전혀 통하지 않자 고 장로가 한숨을 내쉬고는 어쩔 수 없이 오축에게 전음을 날렸다. 그의 전음이 오축의 귓가에 울린 순간 공중으로 올라갔던 도가 허공에서 멈추었다.
오축은 마도를 서둘러 거두더니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러자 고 장로는 여전히 담담한 얼굴로 그의 말에 답해주고 있었다.
갑작스런 전개에 나머지 사람들은 머리에 안개가 찬 듯 내막을 알 수 없었다.
다만 묘 장로만이 모든 일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는 표정으로 하늘에 떠있었을 뿐이었다.
오축이 고개를 저으며 서늘하게 일갈했다.
“난 믿지 못하겠으니 신분을 증명할 증거를 제시하시오!”
이 말은 그가 무심코 흘린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그런 것인지 전음이 아니라 입 밖으로 그대로 흘러나왔다.
한립과 풍삼낭 등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고 장로와 묘 장로의 안색이 급변하더니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드디어 분노를 드러냈다.
고 장로가 얼음장 같은 얼굴로 손에서 거무튀튀한 무언가를 쏘아 보냈다.
“받거라. 이거면 증명이 되겠지!”
오축은 간단히 그것을 잡아챘다.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직감한 한립이 강력한 의식을 이용해 물건의 살펴보니 한 면에 흉악한 해골이 새겨진 영패에서 검은 기운이 분출되고 있었다.
가슴이 덜컥 내려앉은 한립에게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그가 서둘러 좌우를 살피곤 흠칫 놀랐다.
다른 이들은 그저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으나 청산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 없이 뒤로 빠지더니 별안간 삼십 여 장을 물러나 버린 것이다.
청산자는 한립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쓴웃음을 짓더니 두말할 것 없이 한 줄기 빛으로 변해 죽어라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한립은 생각할 것도 없이 신풍주를 꺼내 곡혼을 태우고는 이름 모를 무인도 방향으로 쏘아져 나갔다.
청산자와 한립의 거동을 발견한 다른 이들이 이상하단 표정을 지었다. 이를 지켜보던 장로들의 표정 역시 한결 싸늘해져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우리 둘은 달아난 이들을 맡을 것이니 남은 이들은 오형만 믿겠소!”
말을 마친 고 장로와 묘 장로는 오축이 동의를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각각 한립과 청산자를 쫓아 흩어졌다.
오축은 내가 왜 그래야 하느냐는 표정이었으나 그래도 살기를 띠며 안색이 창백해진 수사들을 돌아보았다.
“운도 없구나! 들어선 안 될 말을 들었으니 내게 원신을 받치고 죽어줘야겠어.”
오축의 두 팔이 펼쳐졌다. 하늘을 뒤덮을 듯한 검은 기운이 음산한 바람을 타고 솟아오르더니 나머지 수사들을 덮쳤다.
쇄액-
축기 후기에 이른 한립의 조종을 받은 신풍주는 너무 빨라서 화살이 날아가는 듯한 소리를 내며 무인도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한립은 무인도의 암석이 눈에 들어오자 겨우 한 시름 놓고는 이마의 땀방울을 닦아냈다.
그때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이 등 뒤에서 전해져 왔다.
놀란 그가 한 발로 신풍주를 박차자 사람은 물론이고 법기까지 맹렬히 한쪽으로 비켜나며 순식간에 십여 장 밖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황색 빛줄기가 그가 원래 있던 허공을 지나치더니 이, 삼십 장을 더 가고서야 멈추며 사람의 형상을 드러냈다.
한립이 식은땀을 훔치며 그를 보곤 쓴 웃음을 흘렸다. 망토를 휘날리며 허공에 떠있는 이는 바로 여섯 전각의 고 장로였던 것이다.
그는 원형의 흙 속성 법보를 밟고 서서 말 한 마디 없이 한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서늘한 눈빛에서부터 이미 그를 죽은 사람 취급하고 있었다.
마침 그가 막고 선 곳에서 십여 장 뒤가 한립이 진법을 설치해 둔 곳이라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지금은 무언가를 따지거나 애원할 상황이 아니란 것만은 분명했다.
한립의 명에 따라 곡혼이 앞으로 나서며 몸에서 은은한 핏빛을 내뿜었고 그 피비린내 나는 보호막 속으로 아예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두 손을 빛내며 한립도 법기를 꺼내 들었다.
감히 자신에게 대항하려는 곡혼과 한립의 모습을 본 고 장로가 차갑게 눈을 빛내니 원형 법보가 울리며 노란 빛이 강력해 졌다. 노란빛은 마치 투구과 갑옷처럼 고 장로를 감싸 안았다.
이후 그의 양 손이 펼쳐지며 노란 빛 덩이들이 빽빽하게 날아올랐다. 빛 덩이들은 곧 주먹만 하게 커져 초승달 형태를 그리며 한립과 곡혼에게 달려들었다.
한립은 놀라긴 했으나 한숨 돌린 기분이었다.
상대의 법보는 뢰만학의 것처럼 절정의 속도를 자랑하는 형태는 아니었다. 정신을 집중한 한립 역시 두 손을 펼쳤다.
한 손에는 거대한 구각 법기가 나타나 한립과 곡혼의 앞을 막았고 다른 손엔 작은 거울이 푸른빛을 분출하여 날아드는 빛의 칼날들을 막아섰다.
퍼퍼퍼퍼퍽퍽…….
자잘한 폭음이 끊이지 않으며 칼날을 막던 거울의 빛이 금세 약해졌다. 계속해서 날아드는 초승달 형태의 칼날에 결국엔 푸른빛이 잠식당했다.
파삭.
동시에 한립이 손에 든 거울 역시 두 동강이 났으나 한립은 전혀 아까운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는 바로 저물대 속에서 한 쌍의 검은 빛과 다섯 개의 하얀 빛 줄기들을 내뿜었는데 현란한 빛을 내며 한립의 머리를 선회한 법기들이 한 데 모여 공격을 막으러 분출되었다.
한립은 쉼 없이 손을 움직여 측면에 여덟 개의 빛을 뿜어냈고 빛들은 곧 꼭두각시 병사들로 변해 당장이라도 빛 화살을 날릴 태세였다.
이때 거울을 부순 초승달 칼날들이 구각 법기에 날아들었다. 칼날과 닿자마자 법기엔 무수히 많은 홈이 파이기 시작했고 무수한 조각으로 변해 터져나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그 찰나의 순간을 이용해 한립의 다른 법기들이 곡혼의 앞으로 나섰고 하얀 빛과 검은 빛이 쉼 없이 춤을 추며 초승달 형태의 칼날을 쳐냈다.
겨우 최상급 법기들이 법보를 오래 막아 설 수는 없었으니 곧 오룡탈 및 하얀 비도들이 공중에서 산산이 흩날렸다.
이제 아무런 방해도 없어진 칼날의 무리가 한립 앞을 막아선 곡혼을 향해 몰려들었다.
“하압!”
곡혼이 돌연 경천동지할 괴성을 지르며 몸에서 핏빛을 내뿜고는 바로 거대한 적홍색 교룡처럼 변해 앞으로 뛰어나갔다.
동시에 이미 여러 법기들을 부수며 힘이 쇠한 달빛 칼날들과 붉은 기운이 맞부딪치니 한립이 준비해둔 괴뢰 병사들의 빛 화살 공격이 시기에 맞춰 곡혼을 보조했다.
놀랍게도 두 힘이 팽팽하게 균형을 유지하기 시작했다. 한립의 계획한 수가 통하자 고 장로는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그러나 결단기 수사가 이 정도에 당황할 리가 없었다.
콧방귀를 뀐 그는 바로 두 손을 들어 올리며 전신의 노란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 모습에 한립이 흠칫 놀라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번 공격도 온갖 법기를 이용해 겨우 막고 있는데 상대가 다른 일격을 가한다면 죽는 수밖에 없다.
위기의 순간, 한립이 손을 쓰기도 전에 하늘이 보우한 듯 이변이 생겼다. 냉소를 짓던 결단기 수사의 얼굴이 돌연 굳어지더니 얼굴에 비정상적인 혈액의 흐름이 드러났다.
이어 그가 막 끌어올리던 노란 기운이 사라지더니 그는 고통을 못 이기며 허리를 숙여 버렸다. 고 장로 역시 당황스럽고 화가 나긴 마찬가지였다.
영리수와의 일전에서 원기를 크게 상하고 바로 회복도 못한 채 무리를 했더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정말 잠시만이라도 운기조식을 할 수 있다면 상세를 억누르고 한립을 죽이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였을 텐데 아쉬울 뿐이었다.
반면 한립은 기뻐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기회를 틈타 바로 곡혼을 낚아 챈 뒤 꼭두각시들을 고려할 새도 없이 몸을 날렸다. 몸을 굽혀 고통을 참고 있는 결단기 수사의 옆을 지나쳐 무인도로 향한 것이다.
고 장로에겐 이런 치욕이 없었다. 그가 정말 한립과 곡혼을 놓친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화가 치민 그는 내상 악화를 각오하고 법력을 이용해 몸의 이상을 억눌러 버렸다. 그리곤 한립과 단 반걸음 차이로 몸을 돌려 그를 쫓았다.
한립이 막 진법의 범위에 들어왔을 때 노란 빛이 거의 동시에 그 뒤를 따랐다. 고 장로가 그들을 없애려는 순간 눈앞이 환해지며 풍경이 뒤바뀌었다.
분명 작은 섬 위에 있던 그는 어느새 사방이 물결치는 푸른 바다 위를 날고 있었고 엄청난 압력이 그를 압박해 들어온 것이다.
“진법?”
그의 안색이 진중해졌다.
어째서 갑자기 진법이 등장했는지 조금 놀라긴 했으나 크게 당황할 필요는 없었다.
어쨌든 진법에서 느껴지는 파동으로 보아 그렇게 강한 종류는 아니었으니 조금만 시간이 주어지면 가볍게 부술 수 있을 터였다.
고 장로의 얼굴이 싸늘해지며 요란한 노란 빛을 뿜어냈다.
한립은 자신이 설치한 벽수청갑진(碧水靑甲陣)에 갇힐 이유가 없었으니 유유히 결계의 범위를 빠져 나와 뒤를 돌아보았다. 멀리 도망가려던 한립의 얼굴이 굳었다.
고 장로가 번개처럼 날뛰며 결계를 공격하니 당장이라도 진법이 깨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떠났다간 고 장로의 추격을 받게 될 테고 법보의 엄청난 속도를 고려하면 다시 전면전을 펼치게 될 것이 뻔했다.
그가 잠시 주저하는 사이 이미 진법의 일부가 망가져 가고 있었다.
한립의 눈에 살기가 감돌더니 더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곡혼을 불러들였다. 둘은 진법의 보호를 받으며 소리 없이 결계로 숨어들어 고 장로에게 접근했다.
정말 은밀한 움직임이었음에도 결계 안을 날뛰던 고 장로의 이목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는 당장 모든 행동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보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립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에 푸른 깃발을 꺼내 들었다. 벽수청갑진을 유지하는 주요 법기였다.
그가 무어라 주술을 외고 법기를 던지니 푸른빛으로 변한 깃발이 진법 안으로 융합되었다.
이어 고 장로가 보는 풍경이 또 변하며 그를 둘러싼 바다가 거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동시에 천근 정도의 압력이 몇 배로 늘어나 그를 꼼짝 못하도록 억눌렀다.
진법에 갇힌 수사가 몸을 가누지 못하자 그를 둘러싼 파도 속에서 투명한 얼음 창이 솟아나와 그의 등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채채챙!
꼼짝 못하던 고 장로의 몸이 순간 번뜩이며 돌아섰다. 그는 거대한 초승달 칼날을 쥐고선 튀어나가 얼음 창을 박살내 버렸고 그대로 얼음 창이 치솟은 방향으로 돌진했다.
그러나 그 즉시 그의 뒤에서 파도가 갈라지며 핏빛의 빛줄기가 분출되었고 거리가 너무 짧아 대가 진법의 영향으로 최고 속도를 내지 못한 고 장로는 차마 피하지 못했다.
허벅지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고 장로의 걸음이 불안정해졌다. 이때 다른 쪽에서 푸른빛이 번득이더니 돌연 한립이 공중에서 나타나 은검을 내리쳤다.
고 장로는 대경실색했다.
분명 다른 방향에서 공격을 해왔던 이가 어떤 신법을 썼길래 벌써 이곳까지 올 수 있단 말인가!
가슴이 서늘해진 고 장로는 몸 안의 기운을 거세게 방출하며 한립의 검을 막아내려 했다.
한립이 그 모습에 미소를 짓더니 다시 순식간에 종적을 감추었고 곳곳에서 기이한 파공성이 들리며 열댓 개의 가느다란 물체가 날아들었다.
“비침(飛針)!”
고 장로는 그것들을 바로 알아보았다. 수도계에서 유명한 암기형 법기이니 모를 수가 없었다.
#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