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Degree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보물
“술법을 시작하시죠.”
풍삼낭이 먼저 깃발을 흔들며 소리치자 공중에 남색 파문이 일었다.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푸른 기운을 흩날리며 깃발을 흔들었다. 그러자 모두가 허공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멀리서보면 허공처럼 보일 것이다.
잠시 후, 두 줄기의 빛이 날아들어 그들을 지나쳤다. 여전히 물보라는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하고 그 뒤를 쫓고 있었다.
하얀 물보라가 결계의 범위 안에 들어오자 곳곳에 남색 광채가 번지더니 거대한 빛의 장막이 펼쳐지며 그것을 안에 가둬 버렸다.
그제야 풍삼낭 등을 비롯해 사람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들이 높게 쳐든 남색 깃발에서 사발만한 굵기의 남색 빛기둥이 솟아오르며 거대한 장막을 더욱 눈부시게 만들었다.
그 옆을 지나쳤던 황색과 금색 빛은 이 모습을 확인하고 방향을 틀어 돌아왔다. 빛이 사라지자 그 안에서 묘 장로와 거한의 모습이 드러났다.
묘 장로가 기뻐하며 소리쳤다.
“잘했구나! 이제 저 괴물을 붙들어 놓고 우리가 이보(異寶)를 발동할 시간을 벌면 된다.”
묘 장로와 고 장로는 시선을 교환한 뒤 각각 고색창연한 청동 창을 꺼내 들었다. 청동 창은 아무런 빛도 발산하지 않는 것이 볼품없어 보였다.
그러나 결단기에 이른 여섯 전각 장로들이 숙연하게 주술을 외자 수중의 기다란 창이 떠오르며 요란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때 빛에 갇힌 영리수도 위기를 감지했는지 처량하게 울며 백여 장에 달하던 물보라를 거둬들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물방울로 된 하얀 보호막이 만들어졌다.
동시에 그 안에서 수만 마리의 말이 달려가는 듯한 울림이 전해지자 빛의 장막을 유지하던 수사들이 놀라 눈을 떴다.
돌연 울음소리가 그쳤다!
이어 무수히 많은 남색 빛이 물보라 속에서 튀어나와 흉흉한 기세로 자신을 가둔 장막을 향해 달려들었다.
물보라를 떠난 빛덩이의 일부는 남색 장막에 튕겨 나갔고 대부분은 장막에 부딪쳐 터져나갔다.
퍼퍼펑!
동시에 남색 장막과 물보라에서 동시에 폭음이 들려왔고 괴수를 가둔 빛의 장막이 흔들거리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풍삼낭은 안색이 변해 크게 소리쳤다.
“모두 법력을 보충 하시죠! 방금의 공격은 영리수의 삼대 절초 중 하나인 수강신뢰(水罡神雷)입니다. 오래 유지하진 못할 것이니 잠시만 버티면 됩니다!”
그녀는 바로 구결을 외며 입에서 피를 뿜어내 들고 있는 깃발을 적셨다. 그러자 깃발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기둥도 더욱 굵어져 빛의 장막을 안정시켰다.
다른 다섯 수사들도 법술을 펼쳐 더 많은 법력을 불어넣어 그녀를 도왔다.
곡혼 뒤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한립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단지 첫 공격을 받았을 뿐인데 여섯 명의 축기 후기 수사들이 사력을 다해야 겨우 막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비범한 요수였다.
진법 상공에 떠서 구결을 외던 결단기 수사들의 청동 창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었다. 창이 조금씩 커지며 동시에 창끝이 요수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물보라 속의 영리수도 그것을 감지했는지 갑자기 귀를 찢을 듯한 괴성을 질러댔다.
이어 그것을 둘러싸고 있던 물의 기운이 점차 회전하며 커다란 돌풍을 일으켰다. 회오리바람을 따라 바닷물이 일어서니 그 거대한 파도 속에 아까 보았던 위험천만한 수강신뢰의 빛 덩이들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청산자 등이 놀라 서둘러 풍삼낭에게 시선을 보냈는데 그녀도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안색이 변했다. 아마도 영리수가 펼치려는 술법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이 분명했다.
한립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서둘러 곡혼을 시켜 엄청난 법력을 깃발에 쏟아 넣도록 했다.
돌아가는 상황으로 보아 영리수가 어떤 기이한 술법을 쓰려는 줄은 모르나 살려는 마지막 발버둥일 테니 만만치 않은 공격임에는 틀림없었다.
우웅.
이런 생각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두 개의 기다란 창이 이미 커질 대로 커져 듣기 좋은 울림을 방출하고 있었다.
기이한 소리가 울리며 거대한 파도가 미친 듯 회전하며 빛의 장막의 모처를 향해 솟아올랐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중년인과 그 옆의 여인은 혈색이 사라졌는데 그 엄청난 공세가 그들이 지키는 진법의 문 쪽으로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문 둘은 황색과 남색의 빛을 발산하며 눈부신 보호막을 형성했다. 또한 손에 쥐고 있던 깃발에 대량의 영력을 불어넣었다.
그의 깃발에서 뿜어져 나가는 빛기둥이 엄청나게 굵어지며 정면으로 닥쳐오던 파도를 잠시 멈추었으나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을 뿐 파도를 막진 못했다.
영리수의 파도는 그대로 빛의 장막을 향해 부딪쳐 갔다.
콰콰콰쾅!
콰지직.
“읏!”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그들이 지탱하던 빛의 장막이 처절하게 붕괴되고 있었던 것이다.
결계를 지탱하던 수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피를 한 사발씩 토해냈다. 중년 문사도 피를 뿜고는 즉시 부인과 수십 장 밖으로 물러나 버렸다.
요수를 간신히 가두고 있던 결계가 깨져 모두가 경황이 없을 때 하늘에서 누군가 소리쳤다.
“죽어라!”
동시에 두 개의 빛줄기가 전광석화처럼 거대한 파도를 꿰뚫고는 해수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러자 끔찍한 울음소리가 울리더니 해수면이 순식간에 안정을 되찾았다.
하얀 물의 장막마저 흩어지자 오랫동안 감춰왔던 영리수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원형을 회복한 청동 창들이 영리수의 몸뚱이를 꿰뚫고 있었다.
한립은 바로 곡혼을 시켜 영석을 꺼내 법력을 회복하게 하고는 멀리서 그 요수를 살펴보았다.
영리수란 요수의 생김새는 너무 기이했다.
아기의 얼굴에 물고기의 꼬리를 가졌는데 또 몸에는 네 개의 하얀 손이 자라나 있었고 양쪽으로 날개처럼 기다란 지느러미를 지닌 생물이었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그 하얗고 보드라운 손에 네 가지 물건을 쥐고 있다는 점이었다.
거대한 붉은 게딱지, 남색의 산호, 계란만한 구슬에다 방패 같은 은색의 조개껍데기였다.
네 가지 물건은 모두 스스로 빛을 발하는 것이 한 눈에 보아도 대단한 보물인 듯 했다.
영리수는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고통스런 신음을 흘려 수사들을 소름 끼치게 만들었다.
거기다 잉어의 몸을 끊임없이 흔들어대며 요동을 치니 단단히 박힌 창에서 벗어나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청동 창이 두 개나 박혔으니 아무리 난리를 피워도 꼼짝 할 수가 없었다. 마치 물에 꽂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창을 발동한 여섯 전각 장로들도 다른 이들처럼 얼굴에 피로가 가득한 것이 이보를 이용하느라 원기를 크게 상한 것 같았다.
그래도 눈앞의 보물에는 기쁨을 감출 수 없는지 재빨리 아래로 내려가려 했다.
물론 중년 문사나 청산자 등도 눈앞에 보물들을 보며 탐욕스런 기색을 드러냈다.
다만 그들을 호랑이 눈으로 노려보는 풍삼낭의 시선에 얼른 표정을 바로 하고 결단기 수사들이 요수의 보물을 취하는 것을 보았다.
신이 난 결단기 수사 둘이 영리수와 불과 이십 장 거리까지 내려왔을 때 요수의 아래 쪽 해수면에서 칠흑 같은 검은 기운이 불어 닥쳤다.
그 검은 기운은 영리수를 포함한 반경 수백 장의 해수면을 얼음 덩어리로 만들더니 쉼 없이 치솟아 장로들에게 까지 날아들었다.
한립과 수사들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묘 장로와 고 장로는 단번에 검은 기운을 보았다.
“현음마기(玄陰魔氣)!”
둘은 양쪽으로 갈라서며 순식간에 날아든 검은 기운의 공격을 피해냈다.
검은 기운도 그들을 끝까지 쫓을 생각은 없는지 독사처럼 머리를 돌려 해수면으로 돌아가니, 기운이 응집하며 검은 돌풍을 만들어냈다.
돌풍이 가시자 영리수의 옆에 사내 하나와 여인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는 왜소한 체구에 새까만 얼굴이었고 여인들은 풍만한 몸매의 수려한 용모를 갖추고 민소매의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세 사람에게서 음산하고 사악한 기운이 느껴졌다.
여인들은 그저 축기 후기의 수행이었으나 못생기고 작은 청년은 결단기 수사였다.
“오축, 이게 뭐 하는 짓이오! 설마 우리와 전쟁이라도 벌이겠단 게요?”
묘 장로는 사내와 아는 사이인지 거침없이 화를 분출했다. 그러나 청년의 태도는 오만 방자하기 짝이 없었다.
“전쟁이라? 내게 그런 취미는 없는데 말이오. 다만 할아버님께서 해저에서 출관하심을 축하하는 의미로 영리수의 요단(妖丹)을 받치려는 것입니다.”
그 말에 여섯 전각 장로들의 표정이 대번에 변했다.
“극음 사조님께서 출관하셨단 말이오?”
이를 듣고 있던 다른 수사들도 혈색이 없어졌고 줄곧 거만한 태도를 유지하던 중년인 문사도 공포를 드러냈다. 설마 극음 사조란 이가 난성해에서 그렇게 위명이 높은 것인가?
더욱 기이한 일은 저들이 내뿜는 사특한 기운이 조금 익숙하단 것이었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저 검은 기운의 위력은 알 수 없으나 월국 황제 및 곡혼이 수련한 혈련신광(血煉新光)의 기운과 흡사함을 알 수 있었다. 한립은 자신도 모르게 회백색 서책에서 언급된 을 떠올렸다.
현음마기라 불리더니 정말 현음경과 관련된 공법일까?
한립이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묘 장로가 고함을 내질렀다.
“그 무슨 허황된 소리요. 그분이 100년 전 폐관에 들어가시며 한층 높은 경지에 이르지 않고는 출관하지 않겠다 하신 것을 모두 알고 있는데, 설마 100년 만에 원영기 중기에 이르셨단 게요!”
오축이 광소를 터뜨렸다.
“흐하핫, 역시 여섯 전각에선 아무 것도 몰랐군요. 누가 우리 할아버님이 원영기 중기를 위해 폐관을 한다 하더이까? 그분은 천하제일의 마공을 수련하기 위해 폐관에 들어가셨고 지금 공법을 대성하셨으니 당연히 출관할 밖에요.”
그의 표정이 무척 의기양양했다. 묘 장로와 고 장로는 의외의 정보에 얼어 바로 진위를 가리지 못했다.
여전히 의심 가득한 표정에 오축의 얼굴이 굳더니 말투가 한결 싸늘해졌다.
“이왕 할아버님의 소식을 전해 들었으니 영리수는 당연히 넘겨주겠지요? 여섯 전각이라 해도 우리 극음도(極陰島)의 체면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 말입니다.”
그 방자한 말에 묘 장로는 안색이 안 좋아졌고 고 장로 역시 생각에 빠져 들어 말을 잃었다.
당연히 청산자나 다른 수사들은 그저 초빙된 외부인사에 불과하니 한 걸음 물러나 상황이 돌아가는 꼴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어쨌든 풍삼낭을 제외한 수사들은 요수를 상대하기 위해 고용된 인물들일 뿐 무슨 여섯 전각의 수하는 아니었던 것이다.
게다가 지금 돌아가는 정황상 여섯 전각이 밀리고 있지 않은가!
비록 전각의 결단기 수사인 묘 장로와 고 장로가 있었지만 그들은 이보인 간천과(干天戈)를 무리해서 발동하느라 원기가 크게 상한 상태였다.
게다가 오축이라 불리는 청년은 결단기 초기에 불과했지만 난성해에서 이름난 최상급 마공 현음공(玄陰功)을 익혔느니 보통 결단기 수사와는 차원이 달랐다.
더욱이 그 뒤에 극음 사조가 버티고 있으니 난성해 수사라면 누구라도 건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오축에게 영리수를 넘겨준다면 여섯 전각의 체면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지금까지 들인 시간과 돈이 모두 헛수고가 될 뿐 아니라 명성에 누가 되어 앞으로의 성장에 장애가 될 것이다.
이때 허공에 떠있던 고 장로의 입술이 달싹거리며 묘 장로와 무언가를 은밀히 상의하고 있었다.
오축은 차갑게 그들을 비웃더니 먹처럼 새까만 도를 꺼내 들고 영리수 옆으로 다가갔다.
거침없는 손길로 도가 휘둘러지자 요수의 머리가 날아갔고 그는 목 부분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짧은 치마의 두 여인이 경계 어린 표정으로 허공의 두 장로를 단단히 주시하고 있었다.
풍삼낭의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 그러나 두 장로가 말이 없는데 그녀가 나설 수 있는 자리는 더더욱 아니었다.
다른 수사들도 모든 것을 지켜보며 혹시 불똥이 튈까 굳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 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