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helor Degree RAW novel - Chapter 6
6화. 이상한 일이 일어나다
문 대인은 한립이 모든 시간을 수련에 쏟아 붓자 굉장히 만족스러워했다. 허나 그의 수행의 성과는 여전히 느리다고 여겼다.
최근 문 대인의 병세가 악화돼 기침을 하는 횟수가 부쩍 잦아졌다. 그는 몸 상태가 악화될수록 한립의 수련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 말투에서 심리적인 조급함이 드러나고 있었다.
문 대인은 한립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
다른 제자들보다 더 많은 은자를 주기로 약속했을 뿐 아니라, 마치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보물을 보듯 소중히 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결의 제3성에 이른 한립은 감각기관이 굉장히 예민해져, 생각하지도 못한 사이에 이런 친밀한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 뒤에 있는, 문 대인의 한 줄기 탐욕과 갈망의 표정을 읽어내곤 하였다.
이런 사실은 한립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는데, 문 대인의 이런 표정들은 자신을 한 사람의 인격체가 아닌 물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시간이 갈수록 이것은 그를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자신에게 문 대인이 원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연히 그런 것은 없었다. 그는 스스로 분명히 답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수련에 심취해 너무 예민해진 탓이라 여겼다. 자신이 너무 배은망덕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 속 은밀한 곳에서는 여전히 경계하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
이러한 마음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더욱 강해져만 갔다.
지금 한립 앞에는 한 가지 중대한 문제가 생겼다. 수년간 수련에 매진하며 복용하던 문 대인의 진귀한 약초들이 거의 다 떨어진 것이다.
한립은 하늘에서 내려준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런 약초 없이는 수련의 성과가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문 대인이 그의 모든 심혈과 가산을 들여 수련에 임할 수 있게 도왔지만, 한립은 그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었다. 한립은 문 대인을 볼 때마다 송구스러워 마주하기가 편치 않았다.
정말 이상한 일은 무공이 고강(高强)한 문 대인이 한립의 수련에 대한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단지 그의 맥을 짚어서 그가 어느 정도인지 대충 가늠할 뿐이었다.
그래서 한립이 곤경에 처해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한립은 불안한 나머지 그의 연공의 진척에 대해서 문 대인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문 대인은 한립이 이미 1~2년 동안이나 구결을 수련함에 있어 진척이 없다는 말을 듣고는, 누르스름했던 안색은 창백해지고 무표정하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그러나 문 대인은 그를 탓하지 않았다. 단지 그에게 잠시 산을 내려가 약재를 찾아 돌아올 테니, 구결 수련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 * *
이틀 뒤, 문 대인은 약초를 채집할 도구를 챙겨 홀로 칠현문을 나섰다. 문 대인이 떠나자 한립은 홀로 남겨졌다.
하나뿐인 사형이자 절친한 벗인 장석철은 이미 2년 전에 상갑공이 3성에 이르렀을 때 홀연히 사라졌다.
오직 이별을 고하는 서신 하나를 남겼을 뿐인데, 강호로 나가 경험을 쌓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건은 칠현문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문 대인이 나서서 사정한 후에야 장석철을 추천한 사람과 그의 일가친척이 화를 면했다고 한다.
이 일은 한립에게 너무나 갑작스러워서 며칠간 힘들어 했다. 한립은 장석철이 상갑공의 4성을 수련하는 일이 너무 두려워 홀연히 사라져버린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 보았을 뿐이었다.
* * *
며칠 간 수련을 해봐도 아무런 성과가 없자, 한립은 신수곡을 빠져 나와 노을산을 거닐기 시작했다.
조금 더 길을 나아가자 병기 부딪히는 소리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는 소리가 산의 낭떠러지 쪽에서 희미하게 들려왔다.
한립은 무슨 일인지 궁금해져 소리가 들려오는 절벽 부근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엄청난 장면이 펼쳐졌다.
나무들에 가려진 낭떠러지 아래에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곳을 둘러싸고 있었다.
심지어 부근의 높은 나무에는 사람들이 올라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곳에는 두 파로 나뉜 사람들이 적의에 가득 차 맞서고 있었다.
왼쪽에는 열두어 명 정도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예닐곱 명 정도가 있었다.
한립은 구경하고 있는 사람도, 대결을 하고 있는 사람도 모두 그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란 것을 발견했다. 그의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떠올랐다.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는 손쉽게 익숙한 얼굴들을 골라 낼 수 있었다.
“만금보, 장대로, 마운, 손입송……. 이런 안뚱은 이전보다도 더 살이 쪘는데. 정말 이곳 주방장들이 잘 먹이고 잘 보살펴준 모양이야. 류철두도 있군. 하하 예전에는 얼굴이 석탄처럼 새까맣더니, 이제는 아주 새하얗게 변했네.”
한립은 튼튼한 나무 하나를 골라 올라서서는 아래의 익숙한 얼굴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 * *
양쪽에서는 두 명의 소년들이 무기도 없이 맨주먹으로 서로의 권법을 겨루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몸집에 살이 붙어 안정적이었고, 주먹과 발에 힘이 느껴졌다.
바로 최근에 안면을 터놓은 안뚱이라는 벗이었다. 안뚱은 뚱뚱했지만 약하지는 않았다.
그가 고함을 지르며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권풍(拳風)이 휙휙거리며 거세게 불었다.
다른 한 명은 오히려 몸집이 작은 편이었는데 동작이 민첩해 한 마리의 쥐처럼 보였다.
그는 안뚱의 주먹을 몸으로 막아서기 보다는 이리저리 날아오르며 피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안뚱이 힘을 소진할 때까지 기다린 후 반격할 결정적인 기회를 노리는 듯 했다.
두 사람이 대결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니 한립의 마음은 자연히 벗인 안뚱으로 기울였다.
그가 여전히 상대방에서 달려들어 그 맹렬한 기세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놓였다. 그제야 그는 사방을 훑어보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물어볼 만한 사람을 찾았다. 그에 눈의 띈 것은 한립과 멀지 않은 바위 위에서 손발을 휘저으며 우렁차게 소리치는 소년이었다.
“머리를 때려. 허리를 발로 차! 아! 조금만 더 갔으면 됐는데. 그래! 그렇지! 엉덩이를 걷어 차버려! 힘내라!”
소년이 기뻐하는 얼굴을 보니 그는 아무래도 안뚱의 편에 서 있는 듯 했다. 한립은 재미있는 녀석이라 생각하며 느릿느릿 나무에서 내려가 그의 곁으로 갔다.
“거기 사형, 왜 사람들이 모여서 싸우고 있는 겁니까? 아는 사람들이요?”
한립은 온화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걸 말이라고 물어. 나 빠삭이님이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어. 쟤들이야 당연히……. 어! 근데 넌 누구야? 넌 모르는 얼굴인데. 막 입문한 건가? 아니지. 아직 반년은 있어야 새로운 제자가 들어올 터인데. 네 정체가 뭐야?”
그는 별생각 없이 대답을 해주려다가 처음 본 한립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고는 경계하며 말했다.
“저는 한립이라 합니다. 저기에서 용감하게 싸우고 있는 안뚱의 친한 벗입니다.”
한립이 단정하게 대답했다.
“안뚱의 친구? 쟤 친구는 내가 모두 아는데, 네 녀석 얘긴 들어보지 못했어!”
빠삭이는 여전히 그를 경계하는 듯 했다.
“아, 저는 요 몇 년간 폐관수련을 하여 오랜 시간 밖으로 나온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사형이 절 모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요.”
한립은 진실과 거짓을 반씩 섞어 대답했다.
“그래? 그럼 너도 4년 전에 들어온 제자인가 보구나.”
그는 한립이 자신과 같은 의복을 입고 있는 것을 힐끗 보고는 그의 말을 믿는 듯 했다. 그는 한립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는 참지 못하고 이 대결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게 다 여인 때문에 생겨난 일이라네. 그게…….”
그는 스스로를 만물박사라 칭한 것이 부끄럽지 않게 이 대결의 속사정을 빠짐없이 말해주었다. 알고 보니 이 일은 안뚱의 사촌동생 안양과 한 마을에 사는 전포집 아들 장정귀라는 사람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둘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둘 다 칠현문의 제자였다. 그런데 안양과 혼담이 오가던 여인이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그 여인을 본 장정귀는 한눈에 여인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던 것이다. 집안이 부유했던 그는 온갖 애정공세를 펼치며 여인을 차지하려 했고, 결국 여인과 여인의 부모는 그에게 넘어가 안양과의 혼담을 물렀던 것이다. 이에 안양은 자신이 사랑하던 여인이 재물의 욕심에 넘어가 혼담을 깼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아, 강에 뛰어 들어 자진(自盡)하였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사촌동생과 우애가 좋았던 안뚱은 이 소식을 듣고는 분을 참지 못하고 장정귀를 찾아가 결투를 신청했다. 이 대결에서 지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고개를 숙여 잘못을 인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장정귀가 자만심이 강한 인물이었지만, 무공에 한해서는 안뚱에게 한 수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서로의 친구를 포함해 여러 번 대결을 겨룬 후, 그 결과를 합하여 승부를 내기로 요구하였다. 이에 안뚱도 두말나위 없이 승낙하였다.
이번에도 장정귀는 재물의 힘을 빌려 동문 중에서 가장 실력 있고 부유한 제자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리고 안뚱은 비록 큰돈은 없었지만 문파에서 인맥이 넓은 편이었다. 그는 낮은 계층 출신의 벗들이 많았는데 이들 중 실력이 괜찮은 이들이 안뚱을 돕기로 하였다. 그들의 대결 소식을 들은 문파 내의 많은 제자들이 이들을 구경하고자 이곳을 찾아왔고, 양쪽 모두 적의가 충만한 채 이렇게 모여 있었던 것이다.
이 소년의 말투에서 한립은 지금 부유층 제자들과 중하층 출신의 제자들 사이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이 대결이 놀랍게도 이렇게 많은 이들을 모으고 응원하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너도 안뚱을 도우러 온 거겠지? 만약 저들이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다 같이 치자고. 저 어린 풋내기들이 오줌을 지릴 만큼 두들겨 패줘서 다시는 감히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거야.”
그의 입은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자 결코 멈추는 법이 없었다. 한립은 문득 이들의 갈등이 자신과 무슨 상관이며,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분명히 말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는 몇 년 간의 운기행공과 좌선을 통해 예전의 뜨거운 혈기와 충동적인 마음을 많이 흘려보냈다. 게다가 자신은 한 번도 권각과 병기를 이용한 무예를 익힌 적이 없으니, 문파 내의 제자 누구라도 이길 재간이 없었다. 대결이나 구경하고 얌전히 신수곡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렇지!”
갑자기 소년은 기쁜 얼굴로 크게 소리쳤다. 한립 역시 그 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결국 안뚱의 상대는 끝까지 버텨내지 못했다. 그는 안뚱의 거대한 주먹을 피하지 못한 채, 이마에 한 방을 맞고는 그대로 기절해 쓰러졌다. 한 쪽에서는 연신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고 다른 한쪽의 사람들은 얼굴색이 좋지 않았다. 안뚱이 득의양양해하며 사방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더니 엉덩이를 쭉 빼고 흔들어댔다. 그러자 대결의 흉흉한 기세는 완전히 사라지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곧이어 장정귀의 사람들이 나와 기절한 그를 끌고 돌아갔다. 이어서 양쪽에서 한 사람씩 걸어 나왔다. 하나는 도를 들고 다른 한 사람은 검을 들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말 한마디 없이 무기를 휘두르며 곧바로 대결을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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