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tu Sword Zone Central Expedition Punishment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럴듯한 계획. 6.
“최근 항주와 연주 일대에서 군주께서 말씀하신 그와 관련한 일들을 몸소 겪은 무림맹의 인사가 한 명 있습니다.”
“오호. 그런 사람이 있소?”
“예. 그리고 머리 쓰는 것이 제갈량을 능가한다는 무림맹의 군사가 있지요. 그 둘을 불러 같이 얘기를 나눠 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럽시다.”
연위작의 부름을 받은 호중산과 맹달이 들어오자 석다물이 먼저 연화에게 약조를 받았다.
서로가 알고 있는 모든 걸 숨김없이 쏟아내기로 석다물이 연화로부터 그런 약조를 받아낸 데는 분명 이유가 있어 보였다.
무림에선 무림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 있고 황실에선 황실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 분명 각각 존재하고 있으리라는 것이 석다물의 생각이었다.
이 두 개는 서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군주의 말대로 그 뿌리가 같다면 결국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을 것이니 서로 숨기는 것 없이 모든 걸 펼쳐 보여야 지금 벌어진 수수께끼 같은 일을 해결할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는 게 석다물의 강력한 주장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대화가 마치 미로를 헤매듯 시작되었고 해가 지고 달이 지고 다시 해가 뜰 무렵에서야 각자의 마음속에 지도가 한 장씩 완성되었다.
그 지도에 그려진 그림이 모두 같을 수는 없겠으나 많은 부분 공감을 끌어냈고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문제만 남은 듯했다.
“정말 폐하께서 형제분들을 정리하고자 하십니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데도?”
“위협이 문제가 아니라 존재가 문제인 거요. 역사 이래로 황위에 오르지 못한 황제의 형제가 아무런 이유 없이 죽어 나간 일은 차고 넘치지 않소?”
“허면 폐하께서 군주를 살리고자 피바람 속에서 빼내 잠시 무림에 몸을 의탁하게 하셨다는 게 사실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이오.”
호중산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새외의 우두머리들을 암살하는 데 필요한 자원은 무림의 모든 자원의 반 이상 될 것입니다. 어쩌면 무림의 전부를 동원해도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분명 다른 목적이 있으실 겁니다.”
“다른 목적이라면…?”
“그사이 무림은 반쯤 비어 있다 보시면 될 것입니다. 그때 뭐든 하려 마음을 먹는다면 가능해지겠지요.”
호중산의 말에 석다물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 얘긴 군사께서 들어오시기 전에 이미 나누었던 얘기입니다.”
“아 그러셨습니까? 허면 이건 어떻습니까?”
“말씀하시지요.”
“황상께서 피바람을 피해 군주를 무림에 잠깐 보내셨을지 몰라도 황상의 뒤에서 국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황태감이란 자는 생각이 다를 것입니다.”
“어찌 다르다는 말이오?”
“피바람을 피해 군주를 이리로 보낸 것이 아니라 황상께 들어가는 직언을 막고자 함이겠지요. 아마도 무림과 왕야들 군주가 같이 처리될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그 사이 무언가를 도모할 것이다?”
“예.”
석다물이 뭔가 궁금하다는 듯 연화에게 물었다.
“언젠가 황태감의 뒤에 폐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것 같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자가 그 모든 걸 원하는 듯합니다.”
“그런 자가 정말 있긴 있소? 그자가 대체 누구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허면 그자의 계획은 뭐요?”
“군주를 무림으로 보내 시선을 돌리고 왕야들을 정리한 후 군주와 무림을 엮어 또 한 번 피바람을 일으키겠지요.”
“…….”
“군주께서 멀리 나와 계시니 폐하께 들어가는 보고가 늦을 것입니다. 허니 선참후계할 수도 있고. 무림이 군주를 시해했다 누명을 씌울 수도 있을 겁니다.”
“허면 어쩌면 좋겠소? 내가 다시 연경으로 가는 게 좋겠소?”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될 것입니다.”
“어찌…?”
석다물이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러고는 지금 보이는 그것까지만 밝히는 게 좋겠다고 여겼는지 마교, 마존, 무림의 이야기는 최대한 빼고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아무리 무림과 황실이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나 나라가 위기에 처한 지금 황상의 명은 곧 하늘의 명이니 따를 것입니다.”
“당연한 것 아니오?”
“무림도 위기이니 무림의 전력을 빼 새외로 보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당연하오.”
“헌데 폐하께서 콕 집어 석다물을 언급하셨으니 저는 반드시 가야 할 것이고. 하여 새외로는 저와 제 수하들 몇만 갈 것입니다.”
석다물의 말에 연위작이 오히려 놀란 듯 정색하고 나섰다.
“말도 안 되오.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것 아니오? 수하란 사신사령을 이르는 듯한데 그들의 무공이 고절한 건 알지만 가면 죽을 수도 있소.”
“압니다.”
“아는데 그게 무슨 말이오? 무엇보다 사람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니 버티기 어렵소. 게다가 비무가 아니고 기습이고 암살이오.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도 있소.”
“그것도 압니다.”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게요?”
“예.”
“예?”
“가긴 가겠으나 일의 성공까지는 장담할 수 없는 일 아니겠습니다.”
“뭐 최선을 다했으나 실패할 수도 있겠지요.”
석다물의 말인즉 황제의 명이니 따르긴 하겠으나 시늉만 하겠다는 소리였다.
허면 무림의 힘은 전혀 줄이지 않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석다물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석다물과 무림의 핵심이 움직이고 있다고 저들이 믿는 동안 분명 뭔가 다른 일을 저지를 것이라 확신했다.
“제가 새외로 나가 있는 동안 분명 무슨 일이든 일어날 것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구체적으로 예상할 수 있으시겠소?”
연위작의 말에 호중산이 나서 석다물 대신 대답했다.
“황실과 무림이 동시에 움직일 것입니다.”
무림이 움직인다는 말에 연위작이 아니라는 듯 말했다.
“무림? 나? 나는 쥐 죽은 듯 가만있을 건데?”
“아! 무림이 아니라 마교를 말씀드린 겁니다.”
“아 마교!”
“이제 마존이란 놈이 무엇을 원하는지 확실히 알 것 같습니다.”
마존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자 연화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마존은 또 누구요?”
“황태감이 주인으로 받들어 모시는 놈일 겁니다.”
“황가놈의 주인이 내 오라버니가 아니란 말이지요?”
“그럴 겁니다.”
“그걸 증명해 보일 수 있겠소?”
“그러겠습니다.”
“반드시 그러셔야 할게요. 그걸 증명해 내는 게 우리가 살길인 듯하오. 말씀들을 듣다 보니 안 그럼 우리 모두 죽게 생겼소. ”
“반드시 그럴 것입니다. 군주!”
연위작이 대충 석다물과 호중산의 구상을 이해했다는 듯 물었다.
“허면 중원에서는 뭘 하고 있으면 되겠소? 아니 석문주는 돌아올 생각은 있으신 게요?”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허면 난 그동안 집안 단속을 해야겠군,”
“맹주께선 그간 안배라고 그리 자랑하시던 것들을 펼쳐 보이셔야 할 것입니다.”
“그건…. 아무 때나 발동하는 게 아닌데?”
“바로 지금 발동하셔야 할 때입니다.”
“사부들께선 마가 머리를 보일 때 발동하라 하셨소. 이제 겨우 마의 꼬리가 보인 격인데 벌써?”
“마는 백두문과 함께 돌아온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으음….”
“황명을 받아 무림의 힘을 반으로 쪼개 새외로 보낸다는 건 반쪽이 된 무림에 뭔가 하고 싶은 게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헌데 무림의 반은커녕 모든 문파는 꼼짝도 하지 않고 없어도 티도 안 날 신흥 문파 하나만 움직인다 생각해 보십시오. 김이 새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남은 무림은 멸사첩을 발동해 오히려 경계를 더 강화한다?”
“그 안배가 멸사첩이었군요. 뭐가 됐든. 그리하면 꼬리만으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머리가 움직일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
“제가 없으니 움직일 것입니다.”
“그동안 석문주 무서워 못 움직이고 있었다는 말이오?”
“예.”
“지랄!”
석다물의 말에 딱히 흠잡을 구석은 없으나 뭔가 걱정이 된다는 듯 연위작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리되면 일단 석문주가 너무 위험하오. 한 명도 아니고 네다섯 군데의 새외 우두머리를 암살한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소.”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황명을 받고 움직이는 데 적어도 구파와 세가의 대표 정도는 따라붙어 줘야 하지 않겠소?”
“인원이 많으면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허니 대여섯이면 족합니다.”
“대여섯은 너무 적지 않소?”
“인원을 적게 보냈다 트집을 잡으면 그리 설명하면 될 것입니다. 어차피 인원이 중요하지 않다는 걸 더 잘 알 겁니다.”
“그건 그렇겠지. 힘을 빼려 명을 내렸는데 무림 전체에 멸사첩을 돌려 경계를 강화하기만 해도 이미 의도가 찌그러졌다는 걸 알 테니.”
“허면 석문줄 믿고 진행하겠소. 언제쯤이 좋겠소?”
“일단 맹주께 제가 얻은 심득을 전하고 곧바로 섬서로 가 태상장로를 뵙고 저희 호법들을 불러 모으고 준비하는 데까지 달포쯤 걸릴 듯합니다.
”거기부터 시작하실 참이오?“
”거기서 시작해 새외 네 군데를 한번 도는데 짧으면 일 년에서 오 년쯤 걸릴 듯합니다.”
“너무 길지 않소?”
“마음 변하면 중간에 올지도 모르지요.”
안배, 멸사첩, 무림첩 등등 생소한 단어들과 잘 이해할 수 없는 무림이란 곳의 일에 관해 떠들어 대는 석다물과 연위작의 대화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잠자코 듣고 있던 연화가 불쑥 끼어들었다.
“나도 갈 것이오. 그리 준비하시오?”
“예? 어딜요? 벌써 연경으로 돌아가십니까?”
“석문주와 함께 갈 것이오.”
“예에?”
연화의 석다물과 함께 갈 것이라는 말을 누구도 연화가 석다물과 함께 새외로 간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듯했다.
그저 석다물이 출발할 때 연화 또한 연경으로 출발할 것이라는 의미 정도로 이해한 것 같았다.
“그렇게 하시지요. 그리 준비하겠습니다. 굳이 무림맹에 군주께서 머무신다고 해서 일이 달라질 건 없을 듯합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허면 제가 출발할 때 같이 출발하시지요. 금의위 군사들을 돌려보내셨으니 호위는 무림맹의 천황대에게 하라 이르겠습니다.”
“천황대라니? 석문주와 백두문도 몇몇만 움직이기로 하지 않았소?”
“그랬지요.”
연위작과 연화의 대화가 서로 몹시도 엇갈리고 있었다.
이를 먼저 눈치챈 연화가 쐐기를 박듯 한마디 던졌다.
“내 황궁 무고에 있는 상승의 무학들을 몇 가지 익히긴 했으나 제대로 된 실전 경험이 없어 석문주께 짐이 될까 걱정스럽긴 하오.”
그제서야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의 연화가 석다물을 따라갈 생각이란 걸 깨닫고는 태어나 가장 놀랍고 말도 안 되는 소릴 들었다는 듯 연화를 봤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무슨 말이냐니? 다 같이 들었지 않소? 나도 석문주와 함께 새외로 갈 것이오.”
“미치셨습니까? 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맹주께서도 허락하시지 않았소? 그리 준비하겠다 해놓고는 차 한잔 마실 시간도 지나지 않아 말을 바꾸시려는 게요?”
“소인은 그저 군주께서 석문주 떠날 때 연경으로 움직이시겠다는 뜻인 줄 알았사옵니다.”
“그게 말이 되나? 내가 이미 폐하께 명을 받고 떠나왔거늘. 폐하께선 성공이든 실패든 일이 마무리되면 돌아오라 하셨소. 또 실패한다고 해서 따로 문책하지 않으시겠다는 약조도 하셨소.”“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새외는 멀고 험합니다. 북해는 추워 얼어 죽기 딱 맞으며 남만은 습하고 덥습니다. 서역의 모래바람은 또 어떻구요? 군주께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짐이 되지 않을 것이오. 약속하겠소.”
“아니 되옵니다.”
“되오.”
“군주께서 그리 고집을 피우신다면 황명을 받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