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103
〈 103화 〉 한 여름밤의 악몽(4)
* * *
『마나의 거래학 기초』
『거래 개념을 포함한 주문의 효율 향상.』
스승님이 다루셨을 주제를 칠판에 적으며 나는 이번 수업의 개요를 떠올렸다. 내가 학생들에게 가르칠 것을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거래 개념, 즉 제약의 활용.
제약을 통한 주문의 효율 향상.
이게 스승님께서 다루셨던 주제다. 지금까지 학생들이 배워왔던 것이 ‘완성된’ 회로를 해체하여 그곳에 담긴 제약을 이해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 다룰 것은 그 반대다.
‘회로에 제약을 직접 새긴다.’
제약을 추가하여 회로가 어떤 식으로 변하는지를 관찰한다. 관찰을 통해 어느 것이 효율적인지 스스로 판단한다.
그것은 꼭 주문을 개발하는 것과 같다.
‘실제로 주문 개발에 쓰이는 개념이기도 하고.’
새로운 주문의 개발.
고대용의 마법사가 만들어낸 300여 개의 주문에서 벗어난 완전히 새로운 주문을 만들어내는 것. 그러니까, 자신만의 주문을 만들어내는 행위.
자신이 쌓아 올린 마학(??)의 정수.
한평생 걸어온 마도(??)를 대표할 것.
달리 말해, 마법사가 추구할 극한이다.
그런 주문의 개발에 가장 먼저 쓰이는 개념이 바로 제약의 활용이었다.
‘어찌 보면 첫 단추기도 해.’
무엇이든 첫 단추가 중요한 법이다.
그런 만큼 나는 이번 수업에 꽤 공을 들였다. 저항석을 준비한 과제도 마찬가지였고.
나는 이번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주문의 개발’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할 생각이었다.
주문의 개발이란 곧 마학의 극한이다.
그리고, 극한이라 한들 여러 종류가 있는 법이다. 그중 무엇을 체험하게 만들 것인가?
그에 대한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사각.
나는 분필을 움직였다. 칠판 위로 새하얀 가루가 파스스 떨어졌다. 가루 사이로 글자가 나타난다.
『주제』
마도(??)의 끝에 추구해야 할 게 있다면.
『주제 : 기초』
그것은 필시 마학(??)의 길에 처음 올랐을 때 마주했던 것이어야 했고.
『주제 : 기초 주문』
가장 먼저 추구해야 할 극한이 있다면.
『주제 : 기초 주문의 극한.』
그 또한 가장 기초(??)되는 것이어야만 했다.
댕, 대엥.
울려 퍼지는 종소리 사이로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럼 수업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2.
『주제 : 기초 주문의 극한.』
칠판에 적힌 주제를 보며 학생들은 눈을 깜빡인다. 로셀 교수의 수업에선 다룬 적이 없는 주제인 까닭이다.
마나의 거래학, 기초.
라니아 교수의 수업은 독립된 수업이 아니다. 로셀 교수의 마나의 거래학 수업을 보조하는 개념의 수업이었다.
‘조금 씩 다르긴 해도···.’
어찌 됐든, 로셀 교수의 수업과 그 주제만큼은 공유했다. 그러나 이번 수업은 아니었다.
로셀 교수가 이전 시간에 다룬 것은 ‘거래 개념의 활용을 통한 주문의 효율 향상’ 이다.
그리고, 라니아 교수가 쓴 주제는 기초 주문의 극한이다. 아무리 봐도 둘 사이에 연관 점이 느껴지진 않는다.
학생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의문 어린 시선에 라니아 교수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여태까지의 수업에서 여러분은 회로의 제약에 대해 배우셨을 겁니다.”
그녀가 허공에 몇 개의 회로를 그렸다.
과제를 하며 눈에 익었던 제약 회로들이다.
“여러분이 알고 있던 회로에 제약이 어떤 식으로 작용해 왔는가? 숨겨진 제약은 무엇인가? 애초에 제약 그 자체가 무엇인가?”
여태까지의 수업에서 다뤄왔던 것들이다.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는 몰랐던 것이나, 이제는 알게 된 것들을 그녀가 짧게나마 요약했다.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기초적인 개념을 이해했으니, 다음 단계로 나아갈 차례군요.”
그녀가 손가락을 까딱인다.
허공에 스무 개 남짓의 제약 회로가 정렬된다.
“이해의 다음은 활용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전 로셀 교수님의 수업에서 여러분은 이 제약 회로를 활용하는 방법을 배웠을 겁니다.”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로셀 교수는 저번 수업에서 제약 회로를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제약을 통해 주문의 효율을 향상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제약을 통한 성질 변화.’
그것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했다.
그러나 아직은 깨달음의 영역에 닿지는 못했다. 이제 막 초입에 발을 디뎠을 뿐이다.
“제가 이번 시간에 다룰 것도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조금 더 깊게 파볼 생각입니다.”
그녀가 극한이란 단어를 가리켰다.
이어서 그녀의 손가락이 기초를 가리킨다.
“여러분은 기초 주문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꽤나 원초적인 질문이다.
누군가 먼저 나서지 않자 라니아 교수가 앞줄에 앉은 학생 한 명을 가리켰다.
“거기 이루냐 학생?”
“네, 넵. 라니아 교수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학생에게 그녀가 질문한다.
“기초 주문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
그 질문에 이루냐는 잠시 고민했다.
회로의 획이 단순하고 가공되지 않아, 누구나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주문. 그것을 마학계에선 기초주문이라고 부른다.
그것의 장점이 무엇인가?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회로가 간단하고 발동이 빠른 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예, 맞습니다. 그럼 단점은 무엇이죠?”
“···음,발동이 빠른 만큼 그 위력이 약하고, 어떤 작용을 일으킬지 대부분의 마법사가 알고 있으니··· 마법전에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것이 단점이라 생각합니다.”
기초 주문은 장점만큼이나 단점이 명확하다.
가장 먼저 배우는 주문이니, 장단점을 학생들 태반이 잘 알고 있었다. 이루냐의 대답에 라니아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그렇다면, 기초 주문의 단점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입니까?”
“······.”
그 질문에 이루냐는 잠시 침묵한다.
‘···단점을 해결할 방법?’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문제다. 애초에, 단점을 해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마학에서 기초 주문이란, 그저 거쳐 가는 단계일 뿐이다.
‘단점이 있다면 중급 주문으로 넘어가면 되는 것 아닌가···?’
이루냐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일단 질문을 받았으니 이루냐는 최대한 자신이 아는 선에서 답을 내보았다.
“음, 위력이 부족하니 강화 회로 같은 걸 추가하는 식으로···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것도 방법의 하나겠죠. 하지만, 강화 회로를 새기다 보면 주문이 무거워지지 않겠습니까?”
라니아 교수가 손가락을 까딱인다.
허공에 기초 주문인 점화(Ignite)의 회로가 떠올랐다. 그녀가 손가락을 다시 한번 까딱였다.
점화의 회로를 강화 회로가 둘러싼다.
그렇게 완성된 회로는 기초 주문이라기보단 중급 주문에 가깝다. 사용되는 마나의 양도 많다.
“이래선 중급 주문에 가까워지겠죠. 물론 이것도 답이긴 하지만, 사용되는 마나를 변동하지 않은 채 단점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그 질문에 이루냐는 답하지 못하고 자리에 앉는다. 그녀가 앉자 누군가 손을 들었다. 손을 든 것은 레스티다.
“네, 레스티 학생.”
라니아 교수가 눈짓하자 그녀가 발언했다.
“교수님. 전반적인 위력이 아닌 특수한 방면에서의 위력 상향도 단점을 해결한다고 볼 수 있나요?”
“네, 물론입니다.”
“그럼 제약 회로를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발언에 라니아 교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정답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점화에 붙어있던 강화 회로가 떨어진다. 그 회로를 그대로 발동시킨다.
틱.
그녀의 손가락 위로 작은 불똥이 튀었다. 그 불똥을 가리키며 그녀가 말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이 점화(Ignite)란 주문의 효과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주문을 단순히 ‘불을 붙이는’ 식으로 이해하고 있을 테지요.”
그녀가 말을 계속했다.
“맞긴 합니다. 그러나, 점화 주문의 지속시간은 다른 주문보다 깁니다. 한번 만들어진 불길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부딪치면 흩어지는 화염 구와는 다르다.
그녀의 손가락 위에 일렁이는 점화는 여전히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작고, 약하지만 오랫동안 유지되는 주문.”
그것이 점화의 특징이다.
“강화 회로는 여기서 ‘작고 약하다’ 라는 특징을 바꿉니다. 뒤의 구절이 그대로 유지되니 마나가 곱절로 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죠.”
그녀가 점화 회로를 다시 새겼다.
학생들의 눈길이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바꿀 것은 뒤의 구절입니다. 장점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제약 회로의 핵심입니다.”
허공에 뜬 제약 회로가 움직인다.
점화 회로에 두 개의 제약이 달라붙었다. 달라붙은 제약은 단축(Shorten)이다.
“이렇게 되면, ‘작고 약하지만 짧게 타오르는 주문’으로 문장이 변합니다. 무언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녀가 문장을 다시 발음했다.
“작고 약한 데다가 짧기까지 한 주문이 되겠죠.”
단점밖에 없는 주문이 됐다. 사용되는 마나도 훨씬 줄었다. 여유분의 마나가 생겨난다.
“그럼 앞부분을 고쳐 쓸 수 있단 소리입니다. 아까 이루냐 학생이 말한 대로, 강화 회로를 그려 여유분의 마나를 소모해도 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단축 제약과 맞물려 이득을 만들어내는 제약을 추가해도 좋을 겁니다.”
그에 대해선 학생들도 알고 있다.
이전의 수업에서 배운 적이 있다. 수많은 과제를 풀어 헤치며, 제약과 제약이 맞물려 이득을 내는 경우에 대해서는 암기하다시피 했다.
‘특정과 절감이 맞물려 안정을 이루듯이···.’
학생들의 눈이 허공에 떠오른 20여 개의 회로를 살핀다. 그 안에서 ‘단축’과 맞물리는 회로를 찾아낸다.
‘단축과 불균형, 특정.’
불균형의 제약이 주문을 일그러트린다.
특정의 회로가 일그러짐의 방향성을 정한다. 방향성을 정했다 한들, 주문이 길어지면 통제를 벗어나게 된다. 그것을 단축의 제약이 붙잡는다.
학생들의 시선과 라니아의 시선이 겹친다.
그녀가 제약들을 끌어다가 점화의 회로애 새겼다.
딱, 그녀가 손가락을 튕긴다.
그녀의 손가락 위로 치솟은 불길은 이전보다 커다랗다. 그러나 순식간에 사라진다.
“아직도 공격으로 써먹기엔 부족하죠.”
그녀가 새로운 회로를 추가한다.
남은 여유분의 마나로 강화 회로를 새긴다. 새긴 강화의 회로는 확산이다. 확산의 회로에도 또다시 특정의 제약을 새긴다.
그래도 마나가 넘친다.
단축의 회로를 하나 더 새긴다.
계속해서 그런 식이다. 모자라면 더하고, 넘치면 뺀다. 그녀의 손에서 회로는 몇 번이고 바뀐다.
끼긱, 끼기긱.
그렇게 완성되어가는 회로는 점화의 골자를 유지하되, 점화와는 전혀 다른 형상을 띄는 회로다. 그러나 사용되는 마나의 양은 처음과 같다.
‘무언가 다르다.’
학생들은 불현듯 그런 생각을 가진다.
그들의 상식과는 다른 식으로 짜올려진 주문이다. 그들에게 있어 주문이란 공식과도 같다.
‘하지만 교수님은······.’
그러나, 라니아 교수의 손에서 변해가는 주문은 공식이 아니다. 그녀는 공식이 아닌 수식을 다루듯이 주문을 고치고 있었다.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눈다.
100이라는 결과만을 유지하되 그 안에서 수식은 몇 번이고 뒤바뀐다.
그렇게 수식이 완성된다.
처음과는 완전히 달라진 수식은 더욱더 복잡하다. 복잡하되 100이란 결과는 같다.
“보십시오.”
그녀가 손가락을 튕겼다.
기초 주문에 들어갈 만큼, 딱 적당한 양의 마나가 회로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주문이 발현된다.
처음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주문이.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티딕, 하고 작은 불똥이 튀었다. 불똥은 허공으로 향한다. 허공에 떠오른 저항석에 불똥이 붙은 순간.
번쩍!
섬광과 함께 열기가 몰아친다.
저항석에 열기는 금방 흩어진다. 그러나, 저항석에 그을음이 남아있다. 기초 주문은 고사하고 중급 주문까지 완벽히 막아내는 저항석에 흠결이 생겼다.
“······.”
학생들은 침묵한다.
“보시다시피, 기초 주문으로도 이 정도 위력은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라니아 교수는 말한다.
“기초 주문이 효율적이라고 많이들 착각하곤 합니다.”
그녀는 쓰게 웃으며 점화의 회로를 가리켰다. 단순하고, 볼품없는 회로다.
“기초 주문에 드는 마나는 적습니다. 하지만, 적다고 하여 효율적인 건 아니죠. 기초 주문에는 어떠한 제약도 새겨져 있지 않으니까요.”
단순하기에, 고칠 게 많다.
볼품없기에, 건드릴 게 많다.
“여러분들에게 주문을 강화하라고 한다면 대부분은 투자하는 마나의 값을 늘립니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그녀가 제약 회로들을 가리켰다.
“마나의 값에 크게 변동을 주지 않은 채 주문 그 자체의 성질을 변화하여 단점을 메꾸는 것.”
이어서, 칠판을 가리켰다.
가장 위에 적힌 문장을 손가락으로 건드린다.
“그것이, 제약을 통한 주문의 효율 향상입니다.”
그 손가락이 다시 아래로 향한다.
“그리고, 제가 여러분께 가르칠 것은··· 기초 주문에서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방법이 되겠군요.”
학생들은 무심코 시계를 바라본다.
이제 막 수업은 시작된 참이었다. 남은 시간은 많았다.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배우게 될 것인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기에 흥미를 느낀다.
그녀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동자에 이채가 깃든다. 마법사들은 깨달음을 갈구한다. 어느 순간, 어느 장소에서나 그 갈망은 멈추지 않는다.
피곤함을 호소하던 학생들은 없다.
그들은 눈앞의 회로에 집중한 채 필기를 시작했다. 라니아 교수의 말소리와 학생들이 필기구를 움직이는 소리가 강의실 안을 맴돌았다.
3.
라니아 교수의 수업은 언제나 그렇듯, 예시가 주가 되는 수업이다. 수업 시간 동안 그녀는 수많은 예시를 보였다.
예시를 보며 학생들은 깨닫는다.
기초주문이 어디까지, 얼마나 변화할 수 있는지. 그것이 단순히 ‘기초’로 단정할만한 영역이 아님을 학생들은 불현듯 깨닫는다.
제약이 값을 줄인다.
강화 회로가 값을 올린다.
단적으로 보면 그러하나, 그 과정이 너무나도 신비하다. 알고 있던 공식들이 바스러지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은 일종의 통쾌감마저 준다.
‘회로는 외우는 것이 아니다.’
지난 수업 동안 꾸준히 그녀가 강조해 왔던 것들이다. 학생들은 이제서야 그 말의 뜻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알고 있던 공식은 공식이 아니다.
암기해왔던 것들은 암기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고정적인 게 아닌 유동적인 것.’
회로는 얼마든지 변한다.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마치 새로운 주문의 탄생을 보는 것만 같다.
‘주문의 제작.’
마학의 끝에 도달하는 최종적인 목표.
꿈도 꾸지 못할 만큼 먼 곳에 있다고 생각한 경지다. 그것이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화려한 것.
뛰어난 것.
거창한 것.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내는 것만을 개발이라 하지 않는다. 보지 못한 주문을 만들어 내는 것 또한 개발의 일종이다.
학생들은 눈앞을 바라본다.
효율적이고, 단적이고, 정적인 것들이나··· 처음 접해보는 주문들이다. 그것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내는 상상을 하니 손가락이 근질거린다.
‘당장이라도 주문 연구실로 달려가고 싶다.’
학생들이 그런 생각을 할 무렵이다.
수업 종료를 10분 남기고 단상에 선 라니아 교수가 짝하고 손뼉을 쳤다.
“다들 직접 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학생들이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라니아 교수가 환히 미소짓는다. 처음 보는 미소다. 정말로 기쁘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 라니아 교수는 아름답다. 꽃이 피는듯한 모습이다.
아름답다.
분명 아름답긴 하지만······.
학생들은 그 아름다움에서 영문모를 오한을 느낀다. 그들의 어깨가 얕게 떨렸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그녀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이번 조별 과제에 대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순간이다.
싸아.
학생들의 눈동자에 이채가 사라진다.
과제란 단어를 듣는 순간, 무언가 화학적 반응이라도 일어난 듯··· 그들의 눈동자가 차게 식는다.
“······.”
뜨겁게 눈동자를 빛내던 마법사들은 온데간데없다. 그곳을 대신하는 건 지난밤을 아플리아의 악몽에 시달린 학생들이다.
“그럼 우선 조를 나눠서······.”
그런 학생들의 반응에 그녀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싱글벙글 웃으며 허공을 떠다니는 저항석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꼭, 나누어 주려는 듯한 모양새다.
‘도대체, 저 비싼 저항석으로 뭘 하려고?’
도무지 예측이 가질 않는다. 예측이 가지 않는 미지의 것에 학생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