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104
〈 104화 〉 조별 과제의 탈주자(1)
* * *
“그럼 우선 조를 나눠볼까요.”
라니아 교수가 부르는 이름에 따라 학생들은 자리를 옮겼다. 정해진 조대로 앉고 보니 넷이서 한 조를 이루는 모양새다.
까딱.
그녀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허공에 일렬로 늘어서 있던 저항석들이 나누어진다. 조마다 하나의 저항석을 받는다.
“······?”
학생들은 대뜸 테이블 위로 올라온 저항석을 바라볼 뿐이다. 이것을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알 수 없었다.
“과제의 골자는 간단합니다.”
멀뚱멀뚱 저항석을 쳐다보고만 있자니, 라니아 교수가 입을 열었다. 간단하다는 말에 반신반의하며 학생들은 그녀를 바라봤다.
“지금 지급 받은 중상급 저항석을 주문으로 박살 내는 것이 조별 과제입니다.”
···중상급 저항석을 박살 내라?
이 비싼 광석을 박살 내라니, 그건 상상치도 못한 요구사항이다.
‘박살 내라면 박살 낼 수야 있긴 있지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상급 회로를 짜낸다면, 중상급 저항석 정도는 박살 낼 수 있다. 라니아 교수님 말대로 간단한 일이다.
‘파괴는 모든 마법의 기초.’
저항석을 부수는데 효율적인 마법이야 잔뜩 알고 있다. 학생들이 그렇게 이번 과제는 쉽겠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이다.
“단, 조건이 두 가지 있습니다.”
라니아 교수가 검지와 중지를 세웠다.
그녀가 중지를 접으며 말했다.
“하나는, 넷의 조원이 모두 회로 제작에 참가해야 한단 점입니다.”
그녀가 종이를 나눠주었다.
회로의 해석과 분석을 쓰는 칸과, 회로를 기록할 여백이 존재하는 보고서였다.
“지금 나눠드린 보고서는 4분할 된 회로 기록지입니다. 네 면이 모두 채워져 있어야 회로가 발동합니다.”
귀찮은 일이지만, 여기까진 이해할 만 하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번째 조건입니다.”
이어서 그녀가 검지를 접는다.
두 번째 조건이 그녀의 입을 통해 발음됐다.
“주문의 발현에 사용되는 마나 단위는 1 파이(pi)로 한정합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는 순간, 학생들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마나를 1 파이만 쓰라고?’
1 파이(pi)가 무엇인가?
회로의 기본 조건인 원(Circle)을 채울 때 드는 마나다. 그러니까, 최소 단위의 마나인 것이다.
‘1 파이로 발현할 수 있는 주문은···.’
고작해야 기초 주문뿐이다.
학생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책상에 놓인 저항석으로 향한다. 그러니까, 라니아 교수의 말은···.
‘기초 주문만 사용해서 저항석을 부수라고?’
그것도 중상급의 저항석을?
불가능이란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당황한 학생들이 눈을 깜빡이고 있는 와중에도, 라니아 교수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기간은 2~ 3주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충분히 고민하여 회로를 그려보도록 하십시오.”
그리 말하고선, 그녀가 방긋 웃는다.
“여러분께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녀가 해맑게 웃으며 칠판을 손등으로 툭툭 두들겼다. 칠판에는 ‘기초 주문의 극한’ 이라는 주제가 가지런히 적혀있다.
‘······진짜 하라고?’
학생들의 원망 어린 시선이 라니아 교수에게 향한다. 정작 그녀는 그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냥 못알아 보는 눈치 같기도 하다.
“흥, 흐응.”
라니아 교수는 흥얼거리며 수업의 종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학생들의 속이 터진다.
참다못한 학생 하나가 손을 들어 질문했다.
“그··· 교수님?”
“네, 무엇입니까. 맥 학생.”
“아무리 생각해봐도, 과제의 난이도가 조금···.”
“음, 그런가요?”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 하고자, 용기를 내 자리에서 일어선 맥은 천천히 말을 잇는다.
“1 파이의 마나로 만들 수 있는 건, 고작 해봐야 기초 주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초 주문으로 중상급 저항석을 깨라니······.”
그는 논리적으로 말을 잇는다.
모든 학생들이 맥을 속으로 응원한다. 맥은 자신감을 얻는다. 그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저희로서는, 달걀로 바위를 부수라는 것과 같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자신감을 얻은 맥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 어떤 마법사가 이것이 가능할······.”
흥분한 나머지 실언(??)을 하고 만다.
‘···아.’
말하고 나서야 뒤늦게 맥은 자신이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를 이해한다. 맥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지만, 엎지른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처럼··· 내뱉어진 말 또한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다.
“흠.”
라니아 교수가 입가를 매만진다.
꼴깍, 맥은 마른침을 삼킨다.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라니아 교수가 말했다.
“보십시오.”
그녀는 나눠주고 남은 저항석 하나를 손에 쥐더니, 위를 향해 가볍게 던졌다. 학생들의 시선이 허공을 맴도는 저항석을 향한다.
그리고, 그녀가 손가락을 튕긴다.
딱,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순식간에 회로가 완성된다.
회로가 완성됨과 주문이 빛을 뿜는 것은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학생들은 무슨 회로가, 어떻게 그려졌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콰릉!
흡사 번개가 치는듯한 굉음이 울린다.
뒤이어 투둑, 하고 무언가 바닥에 떨어졌다. 학생들은 바닥에 떨어진 것을 보았다.
반으로 갈라진 저항석이다. 그 단면이 칼로 베어내기라도 한 듯, 무척이나 깔끔하다.
“······.”
학생들은 침묵한다.
어떤 회로가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허공에 남은 마나의 잔재로 ‘얼마만큼’의 마나가 든지는 유추해 볼 수 있다.
“1 파이······.”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린다.
사용된 마나는 1 파이였다. 앞서 라니아 교수가 말한 조건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수치였다.
“예, 맞습니다.”
단상에 선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가능 한 건 아닙니다. 여러분도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다 보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그녀가 미소 지었다.
“그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댕, 대엥 하고.
수업을 끝마치는 종소리가 울린다. 그녀는 언제나와 같은 모습으로 강의실을 빠져나간다.
그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떄, 학생들의 시선은 서로를 향한다.
‘네 명으로 이루어진 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야 하는, 이 말도 안 되는 과제에 함께 도전하게 될 전우(戰?).
“···저기.”
“···응.”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한다.
“힘내보자······.”
“그래······.”
······인간은 때로는 협력한다.
불가능한 과업을 이루어내기 위해서.
2.
전대미문의 과제가 아플리아의 학생들을 덮쳤다. 과제의 악명은 학생들을 넘어, 교수들의 귀에까지 들어갈 지경이다.
『중상급 저항석을 박살 내는 게 과제라 하더라.』
『···중상급 저항석을? 에잉, 아깝게 시리.』
『그래도 어려운 건 아니지 않나?』
『그것이 말일세······.』
과제의 내용을 전해 들은 교수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놀라움을 표한다.
『···뭣이라?』
『아니, 기초 주문으로··· 박살을 내라 했다고?』
『가능은 하다. 이론상으로 가능은 하지만, 정말로 딱 가능만 한 수준이 아니던가?』
교수들은 묻는다.
『도대체 그 과제를 낸 교수가 누구인가?』
물음에 학생들은 답한다.
“라니아 교수님이십니다.”
그 대답을 들은 교수들의 표정이 잠시 굳는다. 이윽고,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의사를 표한다.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꾼다.
『···라니아 교수라면 그럴 만 하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 너희들도 열심히 하거라. 도움이 될 테니.』
『너희를 위해 사비를 털어 저항석까지 구매한 거잖니. 너희들도 열심히 하렴.』
애석하게도 학생들의 편은 없다.
그 누구도 학생들의 심정을 대변해주지 않는다. 학생들은 눈물을 삼키며 약속을 잡는다.
합동하여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어찌 됐든 간 모여서 연구할 필요가 있었기에, 학생들은 시간을 조율하며 만날 날을 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깨닫게 된다.
조별 과제에 어찌하여 그리도 많은 악명(?名)이 붙었는지. 왜 선배들이 조별 과제 만큼은 피할 수 있음 피하라고 말했는지.
마지막으로.
『사람이 여럿 모이면, 하나는 반드시 쓰레기다.』
그 문장의 참뜻이 무엇인지.
학생들은 피눈물을 흘리며 깨닫게 된다.
* * *
이번 조별 과제에 정해진 조장은 없다.
대부분의 조는 조장을 정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이미 조장이 정해진 것과 마찬가지인 조 또한 존재하는 법이다.
‘네 개의 조.’
모두가 공평하게 ‘학생’이란 신분으로 취급받는 아플리아라지만··· 그 사이에서도 나름대로의 구분은 있다.
‘네 명의 명예 입학생.’
그 어려운 입학시험을 거의 만점에 가까운 성적으로 통과한 넷의 학생이 존재한다. 학기 중에서도 그들은 언제나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다.
수석 입학자.
잿빛의 차기 마탑주, 레스티 엘레노아.
“우선 생각해야 할 건 기초 주문의 종류야. 저항석을 부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니까, 나는 타격계열 주문이 좋을 것 같아.”
그녀가 속해있는 C조의 학생들은,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인다. 무려 이름 높은 잿빛 마탑의 마탑주가 될 인물이다.
‘같은 학생이라 한들, 수준이 다르다.’
조원들 입장에서 레스티의 말은 그 자체가 정답과도 같이 느껴지는 법이다.
“응, 레스티의 말대로 하자.”
“내가 할 일은 더 없을까?”
조원들은 레스티의 말을 따른다.
어설프고 버벅거리기는 하지만,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된다. 그들은 사전에 정한 시간만큼 과제를 진행시키고 웃으며 헤어졌다.
차석 입학자.
제 4 왕녀, 아일라.
“함께 생각해 볼까요? 한 분씩 의견을 내보죠. 저는 이런 쪽으로 진행하는 게 좋다고 봐요.”
“음, 제 생각은······.”
“이쪽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아일라가 속한 A조의 학생들은 아일라의 눈치를 보면서도, 제 의견을 하나씩 말한다.
말을 안 하고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학생이 하나 있지만, 아일라가 눈웃음과 함께 한번 흘겨보니 마지못해 의견을 내놓는다.
“의견이 모였군요. 그럼 이 중에서 하나를 정해보도록 할까요?”
그녀는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는다.
충분히 이야기하고, 충분히 회의한 끝에 의견을 수렴하여 정리한다. 이끈다기보다는, 함께 걷는 느낌으로 과제는 순조로이 나아간다.
아일라가 속한 A조 또한, 첫번째 만남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두었다.
전투 마학과 공동 수석.
북방의 공자, 라크 반 그레이스.
“도끼로 내려찍으면 안되나?”
“안돼, 라크. 교수님이 주문으로 하라고 하셨잖아. 도끼는 무기야 라크.”
“라크, 그건 좀 그래······.”
“나는 도끼가 좋다만······.”
라크가 속한 D조의 학생들은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뱉고 만다. 그들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라크를 흘겨봤다.
“흠. 이걸 부숴야 한단 말이지······?”
주먹을 말아쥐는 라크를 보고 있노라면, 뇌까지 근육으로 된듯한 그가 어떻게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지 의문이 들곤 한다.
학생들은 한숨을 쉬며 의견을 낸다.
“그래, 라크 말대로 타격으로 부수는 게 좋지 않을까?”
“응, 그럼 타격계 주문으로 해보자.”
“오, 그거 좋은 이야기로군.”
라크도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회의를 이어나간 지 10분 정도 지났을 때, 라크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나저나 한 명이 오질 않는군.”
“그 애 늦잠 자잖아.”
“오늘도 휴일이라고 늦잠 잔 것 같은데?”
그 말을 들은 라크가 흠, 하고 턱을 짚었다.
“조별 과제는 협력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그렇지?”
“데리고 오겠다.”
“어?”
“조금만 기다려라. 곧 돌아오도록 하지.”
손도끼를 든 채 라크가 성큼성큼 기숙사 방향으로 향한다. 줄지어 둘만이 남게 된 D조의 조원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찌 됐든 D조 또한 순조롭게 진행된다.
조금 문제가 있긴 하지만, D조 또한 조별 과제의 악명치고는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전투 마학과 공동 수석.
슬럼가의 귀신, 벨노아.
“······.”
“······.”
벨노아가 속한 E조는.
“그······.”
“응······.”
“이상하다. 우리 조 네 명···이었지 분명?”
한 명의 학생이 오질 않고 있다.
라크가 속한 F조와는 다르다. F조는, 그래도 라크라는 조에 중심이 될 구심점은 분명 존재했다.
“있잖아.”
그러나 E조는 다르다.
“···벨노아 언제 와?”
E조의 중심이 될 인물.
E조에서 가장 성적이 높고, 주문에 대해 박식한 벨노아가 오고 있질 않다. 약속 시각으로부터 20분이 흘렀지만, 벨노아는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이 여럿 모이면』
그들의 머릿속에는 한 문장이 떠오른다.
『하나는 반드시 쓰레기다.』
···애써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 문장을 떨쳐낸다.
‘그럴 리가 없다.’
벨노아는 무뚝뚝 하긴 하지만,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분명 무슨 사정이 있어서 늦는 거겠지. 그들은 그리 생각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리끼리라도 그럼···.”
“응, 일단 방향부터 잡아볼까?”
벨노아가 오기를 기다리며 회의를 진행해본다. 그러나, 중심이 없으니 이야기가 제대로 흘러가질 않는다. 쓸데없는 이야기만이 허공에 맴돈다.
약속 시각으로부터 두 시간이 흘렀다.
끝끝내 벨노아는 나타나지 않았다.
벨노아의 실종 소식에 아플리아와 흑색마탑이 뒤집힌 건 다음날의 이야기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