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237
〈 237화 〉 초대받지 않은 손님(5)
* * *
“외부의 인원을 보물고에 들여보내시는 건···.”
“그래서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가 괜한 참견을 했군요. 차기 마탑주님과 동행하시는데 문제가 있을 리가 없지요. 암, 그렇고 말고요.”
마탑의 보물고를 지키는 관리인을 서늘한 시선 한 번으로 물리친 레스티가 보물고의 문에 제 휘장을 가져다 댔다.
[출입을 확인합니다.]결계가 레스티가 가진 휘장과 반응한다.
푸르스름한 결계가 걷히고 드러난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거대한 서고가 시야에 들어온다.
잿빛 마탑의 중앙서고.
그것이 보물고의 다른 이름이다.
마탑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원로와 마탑주만이 발을 들일 수 있는 이곳에는 잿빛 마탑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초대 마탑주, 아르미엘.
현 차기 마탑주인 레스티 엘레노아.
그 두 이름 사이에 놓인 길고도 긴 간극이 빠짐없이 기록된 서고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밖으로 유출돼선 안될 기밀문서들이 서고에는 가득했다.
“이쪽이에요.”
그리고, 서고의 한구석.
“전 차기 마탑주인 라니엘 반 트리아스 님의 연구 기록은 이쪽에 따로 모아뒀어요.”
새로 들여놓은 책장인 듯, 다른 책장들에 비해 반질반질 윤이 나는 책장. 그곳에 적힌 이름이 라니아의 시야에 들어온다.
『라니엘 반 트리아스』
자신의 연구기록이 보물고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라니아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다 미완성일 텐데?’
완성된 연구면 또 모른다.
미완(?完)인 채로 뭉개버린 연구들이 왜 이곳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가.
“꺼내올게요. 증강 마공학 실험이라고 말씀하셨죠? 그게 십칠 열에 있을 텐데···.”
사다리를타고 올라간 레스티가 작은 상자 크기의 큐브 하나를 들고 내려왔다.
“여깄어요. 올라가서 확인하실 건가요?”
“잠깐만 보면 돼. 잠시만.”
연구 자료를 압축해둔 큐브.
큐브에 새겨진 잠금장치를 풀자 라니아가 제 손으로 작성했던 서류들이 공중에 떠올랐다.
‘역시, 딱 한걸음 모자랐었네.’
역시 자신의 예상대로였다.
과거 마탑에서 자신이 진행했던 ‘고대 마공학 연구’의 태반은 핵심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중단되곤 했었다.
‘딱 한 조각이 부족했지.’
마공학의 중심이 되는 구동력.
고대에는 있었지만, 현대에는 유실되고 만 것.
차기 마탑주 시절에는 그것을 끝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연구자료에 적힌 것이라곤 자신이 머릿속으로나 유추해봤던 마공학 핵의 형태다.
“······.”
분해하며 깨달았던 고대 마공학의 핵을 떠올리며, 라니아는 과거의 자신이 추측했던 핵의 형태를 바라보았다.
‘정말, 거의 다 왔었구나.’
그 형태가 제법 유사하다.
유사하면서도, 조금은 다르다.
틀린것이 아닌 다름.
그곳에서 라니아는 다른 방향으로 향할 가능성을 깨닫는다. 새로운 방향성이 잡힐듯하다. 영감은 언제나 갑작스러운 것이었고, 라니아는 당장에 그것을 현실로 옮겨볼 필요가 있음을 느꼈다.
“레스티.”
라니아가 큐브를 꾹 쥐었다.
펼쳐졌던 서류가 한점으로 모여들었다.
“네 연구실 잠깐 빌려도 될까?”
“···네?”
“마지막으로 한 군데만 손보면 될 것 같아서.”
레스티는 눈을 깜빡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2.
잿빛 마탑의 최상층, 차기 마탑주의 연구실.
그곳에 도착한 라니아는 로브를 벗어 주머니에 있던 걸 전부 쏟아냈다. 쏟아지는 마도구를 흘겨보던 레스티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어?”
현재의 마도구와는 형태 자체가 다른 것.
고대에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마도구들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보관 상태다.
‘손상되지 않은 고대의 마도구.’
금전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물건들.
그런 것들이 한두 개도 아니고, 수십 개씩 쏟아진다. 레스티의 동공이 흔들렸다.
“라, 라니아 교수님?”
“응? 왜?”
“그, 이런 걸 대체 어디서···?”
“친구가 줬어.”
친구가 줬다고?
정말로 말 그대로 친구가 준 것에 불과하지만, 레스티는 그 말에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 했다. 레스티의 시선이 흔들리는 가운데, 라니아는 쏟아진 마도구 하나를 주워들었다.
뽀각!
그리고, 그대로 잡아 뽑는다.
“어!”
당황한 레스티가 새된 소리를 냈지만, 라니아는 뭐가 이상하냐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렸다.
“막 뽑아도 돼. 이거 재조립하면서 느낀 건데, 고대 마도구들은 내구성이 되게 좋더라고. 처음부터 조립해서 쓰라고 만들어 뒀더라.”
“그, 그래도 되는 건가요?”
“응. 여기 있는 것들은 다 한 번씩 분해해봤거든.”
능숙한 손놀림으로 마도구를 분해한 라니아는 핵심이 되는 핵을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이게 고대 마도구의 핵.”
라니아가 품에서 다른 마도구를 꺼낸다.
그것은 고대의 마도구가 아닌, 현대의 부품으로 만들어 낸 마도구다.
“지금부터 저 핵에 사용된 회로를 여기에 새길 거야. 저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식이 아니라 새기신다고요?”
“이식해도 마도구가 작동하긴 하겠지만, 그래서야 의미가 없지. 잿빛 마탑이 추구하는 방식은 그런 게 아니니까.”
마도구를 내려놓으며 라니아는 말했다.
“잿빛 마탑은 고대 왕국의 기술을 복원하는 것을 주된 가치로 삼은 마탑이야. 흉내 내는 게 아닌 복원이지. 복원해서 우리의 기술력으로 삼는 것.”
라니아가 고대 마도구의 핵을 가리켰다.
“고대 마도구들의 핵을 이루는 이건, 지금은 마경이라 불리는 곳에서만 채굴되는 광석이야. 쉽게 얻을 수도 없고, 얻어도 오염돼 있겠지.”
흉내내도 의미가 없단 뜻이야.
양산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다른 걸 써야지.”
그리 중얼거리며 라니아가 자신이 조립해온 마도구를 분리했다. 그 핵심을 이루는 것은 어디에서나 얻을 수 있는 푸르스름한 마석이다.
“현대에 흔하게 얻을 수 있고, 상용할 수 있는 것으로 고대의 기술을 복구한다. 그게 잿빛 마탑이 추구하는 방향이지.”
그녀가 미소 지었다.
“안 그래?”
“···그렇네요.”
레스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부터 저 마석을 고대 마도구의 핵과 같은 역할을 하게끔 만드실 건가요?”
“그렇지. 너 마공학 연구해본 적 있니?”
있었다. 아주 많이.
레스티가 주로 연구하는 분야는 고대 소환 회로의 복구와, 마석 골렘의 제작이었으므로··· 마공학과는 연이 깊은 편이었다.
레스티는 고개를 끄덕였고, 라니아는 잘됐다는 듯 마도구를 가리켰다.
“그럼 보조해줄래?”
“제가요?”
“응. 너 눈 좋잖아. 새기는 건 내가 할 테지만, 흐름이 이상하거나 잘못된 방향이 있으면··· 옆에서 지적해주면 좋겠네.”
딱, 하고 라니아가 손가락을 튕긴다.
퍼져 나간 마나의 흐름이 연구실에 놓인 장치들에 동력을 불어넣는다. 키잉, 소리를 내며 장치들이 하나둘 작동하기 시작한다.
끼릭.
장치에 푸른 마석을 고정시키고.
그 옆에는 고대 마공학의 핵을 고정시킨다.
“시작한다.”
팔을 걷어붙인 그녀가 각인용 송곳을 쥔다.
마공학은 극도로 세밀한 작업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아주 작은 실수도 거대한 오작동으로 이어지기에 심혈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지만···.
틱, 티디디딕.
라니아의 손놀림은 거침이 없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점을 찍고 선을 긋는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레스티는 마른침을 삼키며 눈을 가늘게 떴다.
눈에 백금색의 빛 고리가 떠오른다.
맥락을 읽는 와쳐(Watcher)의 시야는 푸른 마석에 새겨지는 각인을 정확하게 읽어낸다. 그리고, 레스티는 깨닫는다.
‘조금 다르다.’
단순히 옮기기만 하는 게 아니다.
고대 마도구의 핵에 새겨진 각인과, 지금 라니아가 푸른 마석에 새기는 각인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틀리지 않다.
틀린 방향이 아니다.
고대와는 달라진 현재의 마공학 체제에 맞춰, 회로에 변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이 레스티는 놀랍다.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작업일 텐데.’
일반적인 주문 회로가 평면에 작업하는 것이라면, 마공학의 회로는 ‘입체적인’ 작업을 요구한다.
가장 단순한 정육면체의 마도구만 해도 그렇다.
면과 면이 맞닿은 곳에서 회로는 입체적인 연결점을 가진다. 면에 새기는 것만 해도 그러한데, 하물며 그 중심이 되는 핵이라면··· 각인의 난이도는 말 할 것도 없다.
‘그런데.’
변형을 가하며 회로를 새기고 있다.
그것도 즉석으로.
가히 신기에 가까운 행위였다.
레스티는 마공학에 대한 지식의 깊이가 라니아에 비하면 모자라지만, 와쳐(Watcher)의 재능이 그녀에게 라니아와 같은 시야를 보게끔 만들어준다.
“···아.”
그렇게 보게 된 풍경은 놀랍다.
놀라움의 연속 아래, 레스티는 라니아가 자신에게 부탁한 것을 잊지 않는다.
“7 라인의 5.”
실험 장치가 마도구에 표기한 좌표.
오류가 발생한 좌표를 레스티가 입에 담았다.
“그곳에 찍으신 회로, 여기 이 라인하고 제대로 안 이어지는 것 같아요.”
라니아가 분해해둔 마도구의 면을 가리키며 레스티가 말했다. 아주 작은 오차이나, 조립하고 작동시켰을 때는 크게 나타날 오차다.
“음, 확실히.”
고정해둔 마석을 라니아가 분리한다.
새로운 푸른 마석을 장치에 고정하곤, 라니아는 다시 작업을 시작한다.
······마공학 작업이 상당한 작업 시간을 요구하는 것은, 조립하기 전까지 오차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점과, 각인 작업 자체가 속도를 내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다.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어느 부분을 다시 새겨야 할지 모른다. 다시 새기는데에도 어마어마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마공학 연구는 까다롭다.
긴 시간을 잡아먹곤 하는 것이다.
“8 라인의 6.”
“확인.”
“4 라인의 3.”
“고쳤어. 이렇게 하면 연결되겠지?”
“네, 그리고 3 라인의 5도···.”
허나, 라니아와 레스티의 경우는 다르다.
라니아는 거침없이 회로를 그린다. 순식간에 이전에 새겼던 회로의 진도를 따라잡는다. 새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에 대해선 즉각적으로 레스티의 지적이 들어온다.
시간이 단축된다.
둘의 작업은 막힘이 없다.
연구실에 도착한 건 낮이나, 라니아의 손이 멈춘 것은 깊은 밤이 된 시점이다. 라니아는 짧게 숨을 돌리며 각인용 송곳을 내려두었다.
“완성된 것 같지?”
“네, 오류는 없는 것 같아요.”
레스티는 뻑뻑한 눈을 몇 번 감았다 뜬다.
푸르스름한 빛을 띠는 마석을 라니아는 마도구의 중심에 놓은 채 분해해둔 마도구를 재조립했다.
키잉.
마도구가 작동한다.
마석에 새겨진 회로가 모든 면의 회로와 동시에 반응을 일으키며, 매끄럽게 마력을 순환한다. 어떠한 오차도 없이 완벽하다.
“문제는 없는 것 같다.”
고대 마도구의 핵을 쓰지 않았다.
현재에서도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만으로, 고대의 기술을 복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가히 위업이라 불릴만한 일이었다.
레스티는 왠지 모를 뿌듯함에, 뻑뻑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마도구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새긴 건 아니지만, 자신 또한 도움이 됐다. 그 사실이 레스티는 기껍다.
그녀로서는 모를 일이지만 때로는 질투하고, 때로는 동경했던 잿빛 마법사와의 공통 연구다. 전대와 현재의 차기 마탑주가 함께 만들어낸 마도구는 은은한 푸른 빛을 흘렸다.
“수고했어 레스티.”
라니아는 마도구를 들어 올렸다.
“마학연회 때 공동명의로 실어야겠네, 이건.”
“네? 전 오류만 잡았는데···.”
“오류도 잡고 조언도 했지. 너 아니었으면 한 달 안에 끝나기나 했을지 모르겠다.”
그녀가 미소 지으며 레스티의 머리를 툭, 하고 손등으로 건드렸다.
“고마워. 도움이 많이 됐다.”
그말을 남긴 채 라니아는 테이블에 널브러진 마도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레스티는 라니아의 손등이 닿았던 앞머리를 매만지다가, 살짝 미소 지었다.
“저도 뒷정리 도울게요, 교수님.”
3.
일상이 반복되는 가운데 마법사들의 밤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축제 기간에 맞춰 아플리아도 일주일 정도의 단기 방학이 결정됐다.
몇몇 교수들이 마학연회에 참가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마법사들의 밤을 견학하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여긴 아론 총학장의 결정이었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
학생들이 조금 들떠 보이는 것은.
“라니아 교수님! 교수님은 마법사들의 밤 때 어디 들리실 예정 있으신가요?”
수업이 끝나자 몇몇 학생이 단상에 올라와 내게 질문을 던졌다. 마법사들의 밤에 들릴 곳이라, 나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다른 곳에 들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때는 여러모로 바쁠 것 같아서.”
“네? 바쁘시다뇨? 아, 혹시 잿빛 마탑 쪽에서 여는 박람회에 참가하시는···.”
“잿빛 마탑 소속이 아니라 참가하진 않습니다. 한번 보러 가고 싶긴 하지만, 그거 말고 참가해야 할 곳이 따로 있어서.”
참가해야 할 곳이 있다.
그 말에 단상에 올라온 학생들뿐만이 아닌, 자리에 앉아있던 학생들도 나를 바라봤다. 호기심 가득한 그 시선에 나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마학 연회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네? 마학연회?”
질문세례가 쏟아지는 가운데, 나는 적당히 대답을 흘리며 자리에 앉아있는 학생 둘을 불렀다.
“아일라, 클로에 학생.”
내가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다음 수업이 끝나고 마나의 거래학 교수실로 잠시 와주십시오.”
아일라는 별에게서 독립했다.
클로에는 어느 정도 기반을 다지고, 다른 학생들과 같은 수업을 들을 수준까지 올랐다.
‘지금이 적기겠지.’
본격적으로 저 둘도 궤도에 올려둘 필요가 있었다. 마법사들의 밤이 끝난 뒤가 될 테지만··· 미리 공지해 둘 필요가 있었다.
“그럼···.”
전달할 것도 끝났겠다, 내가 강의실을 빠져나오려는 순간이다.
드르륵, 탁!
강의실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내가 연 것은 아니었으며, 다른 학생이 연 것도 아니었다. 열린 문 너머에 서 있는 것은 아플리아에선 본 적이 없는 남자다.
푸르스름한 머리칼.
그리고, 세로로 찢어진 금색의 동공.
내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위장을 한 것 같긴 하지만, 저 눈동자를 내가 못 알아 볼 리가 없다. 내가 눈앞에 선 남자의 이름을 눈에 담으려는 순간이다.
“오. 드디어 만났군.”
짧게 감탄을 내뱉은 남자가 허리를 숙였다.
이윽고 내 손을 잡아 들어 올린 그가, 고개를 숙여 내 손등에 입을 맞췄다.
한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온몸에 소름이 돋은 가운데,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린 남자가 느끼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내게 속삭이듯이 말했다.
“아름다운 레이디에게···.”
와.
“뭔 이딴 시발···.”
머릿속에 떠오른 건 혹시 미치셨습니까, 라는 굉장히 순화된 표현이었으나··· 당황스러운 나머지 순화기관을 거치지 않은 채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미쳤냐?”
내가 남자의 조인트를 깠다.
군화가 아닌 단화를 신었음에 아쉬움을 느끼며.
“어억!”
빠악!
비명을 지르며 남자가 무릎을 굽혔다.
저게 다 엄살이란 걸 알기에, 나는 남자의 뒤에 안절부절못하며 서 있는 아론 총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거 뭐하는 놈입니까? 총장님?”
누군지 안다.
하지만, 일부러 모른 척 연기할 필요가 있었다.
“허, 허어억!”
총장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 가운데, 나는 내 발밑에 엎어져 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마법사들이 신(?)으로 여기는 존재.
최초로 별과 계약하여, 수만 년의 세월을 온전히 살아온 태초의 마법사.
‘요르문 반 드라고닉.’
고룡의 마법사라 불리는 존재.
“과연, 소문대로 매콤한 레이디로군···.”
그는 쓰러진 와중에도 정신 나간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나는 정신이 아득해짐과 동시에, 눈앞의 마법사에게 가지고 있던 존경심이 한순간에 증발해버림을 느꼈다.
「노망난 도마뱀 새끼.」
과연.
대현자의 말은 옳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