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243
〈 243화 〉 마법사들의 밤(5)
* * *
마학의 축제, 마법사들의 밤.
마법에 무지한 일반인들 또한 즐길 수 있도록 축제가 구성되었다곤 하나, 모든 행사가 그렇진 않다. 이를테면 마학연회가 그렇다.
마학연회.
마법사들의 밤을 개최하는 이유가 바로 마학연회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마법사가 마탑에 속하진 않는다.
대부분의 마법사는 마탑의 최첨단 연구시설과 억 소리가 나는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 마탑에 속하지만··· 그렇지 않은 괴짜들도 분명 존재하는 법이다.
타인의 실력을 믿지 못하거나.
협력보단 독단 연구가 편하다거나.
그도 아니라면, 워낙에 성격에 문제가 있다거나.
여러 이유로 지방에서 홀로 연구하는 마법사들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괴짜들조차 마학연회에는 꼭 얼굴을 비춰보이곤 한다.
각지에서 모여든 수많은 마법사.
왕실에 속한 궁중 마법사.
그리고, 색을 가진 마탑의 고위 간부까지.
내로라 하는 마법사들이 한곳에 모여, 단상에 오른 연구의 결과물을 냉정히 평가하는 자리가 바로 마학연회다.
“연회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사실 즐기는 자리라고 표현하기엔 어려운 행사이긴 하지.”
청색 마탑주, 브릭 게오반.
그는 각 잡힌 로브를 어깨에 걸치며 중얼거렸다.
“눈을 부릅뜬 수백의 마법사들의 평가는 냉정하기 짝이 없어. 아주 사소한 결함이라도 발견되면 미친 듯이 물어뜯지. 개중에는 마탑의 눈치를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는 괴짜들도 있고.”
대부분의 마법사는 마탑의 눈치를 본다.
마탑과 척을 져 봐야 좋을게 하나 없는 까닭이다. 하지만, 지방에 틀어박혀 연구를 거듭하는 괴짜 마법사들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정말로 미친 듯이 물어뜯지. 사정없이, 상대가 누구던 간 개의치 않고 말야.”
브릭의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그렇기에, 이 자리가 적합하단 뜻이지.”
무엇에 적합한가.
“그 건방진 애새끼에게 굴욕을 맛보여주기엔, 이 자리만큼 적합한 곳이 없어.”
라니아 반 트리아스.
그 건방지기 짝이 없는 잿빛 마법사와 똑 닮은 소녀에게, 마학 사회의 쓴맛을 보여주기엔 마학연회만큼 적합한 장소가 없다.
“그래. 자네 좋을 대로 하게나.”
브릭의 음습한 중얼거림을 흘겨 듣고 있던 예투알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됐단 말인가.’
본래 브릭은 라니아에게 이토록 이나 적대적이진 않았다. 물론 잿빛 마법사와 같은 가문이란 이유만으로 그녀를 싫어하긴 했지만···.
‘본래 굴욕을 줄 대상은 잿빛 마법사였을 텐데?’
그 대상이 어느샌가 라니아로 바뀌어 있다.
사실 그 둘이 동일인물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예투알의 입장에서야 웃을 수 없는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기도 하다.
‘대체 그 며칠 사이에 무슨 짓을 벌였으면.’
브릭이 저렇게 이를 박박 간단 말인가.
“슬슬 차례로군.”
그런 예투알의 속내도 모른 채, 브릭은 로브를 탁탁 털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청색 마탑의 새로운 전설을 쓸 거라네. 나의 활약을 지켜봐 주게. 예투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다.
언제나 굽어있던 허리가 오늘만큼은 올곧게 펴져 있으며, 어깨에도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한 걸음 한 걸음에 승리에 대한 확신이 엿보였다.
“내가 전적으로 옳았음을··· 이 자리에서 증명해 보이도록 하지.”
브릭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예투알은 말없이 제 눈가를 쓸어내렸다.
라니아 반 트리아스의 정체를 알고 있는 예투알의 시야에, 브릭은 제 발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므로.
“···힘내시게나.”
정말로 힘내야 할 것이야.
2.
거대한 대광장에서 마학연회는 진행됐다.
광장을 둘러싼 고급 레스토랑의 발코니에서 와인을 즐기며 마학연회를 관람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광장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 마학연회의 분위기에 녹아든 마법사들도 있다.
그들은 저마다의 자세와, 저마다의 시선으로 단상을 바라본다.
이미 단상에는 제법 많은 수의 마법사가 올라갔다 내려간 와중이다.
마법사들의 밤이 앞당겨진 만큼, 허겁지겁 연구를 완성해 온 마법사들의 수가 꽤 됐다. 당연하게도, 그런 마법사들은 있는 욕 없는 욕을 전부 먹어가며 단상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이젠 욕하기도 지치는군.’
광장의 곳곳에 걸터앉은 마법사들은 심드렁히 단상을 바라보았다. 기대했던 것에 못 미친다. 먼 곳에서 왕도로 찾아온 마법사들의 얼굴에는 지루함이 묻어나온다.
그렇게 그들이 한숨을 내쉴 무렵이다.
[다음 차례는 청색 마탑주, 브릭 게오반 님 입니다.]그들의 흥미를 끌 만한 이름이 들려온다.
총기를 잃었던 관객들의 눈동자가 크게 뜨인다.
‘브릭 게오반.’
청색 마탑주이자, 근 7년간 마학연회에 결과물을 발표한 적이 없는 마법사. 그런 그가 단상에 올라왔단 소식에 관객들의 시선에 흥미가 깃든다.
‘수년간 연구한 결과물을 이제야 보이는가?’
그러고보니, 흘려들은 소문이 하나 있다.
청색 마탑주와 잿빛 마법사가 결투를 벌인다는 소문이었다. 물론, 잿빛 마법사의 경우 같은 가문에 속한 소녀가 이어받았다곤 하지만···.
‘청색 마탑주가 손속을 둘만 한 위인은 아니지.’
청색 마탑주가 마탑의 권위에 목을 매는 인물이란 것쯤은, 알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철저하게 짓밟을 것이다.
분명 그러리라고 관객들은 예상한다.
그들의 눈동자에 마학연회가 시작하고 처음으로 기대라는 것이 담긴다. 하나의 학파를 대표하는 마탑주가 이를 갈고 나와 선보이는 결과물이다.
어중이 떠중이들과는 다르리라.
그리고, 그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브릭 게오반은 들어 올린 팔을 까딱였다.
“준비하게.”
청색 마탑의 마법사들이 단상 위에 무언가를 설치하기 시작한다. 잠깐의 소란 이후 단상 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 미터 남짓의 정육면체다.
“내가 이 자리에서 보일 것은 증강 마공학이라네. 청색 마탑이 대표하는 분야지.”
증강 마공학.
다른 마도구의 위력을 증강 시키는, 강화계열에 속한 마공학이다. 청색 마탑주가 정육면체형의 마도구를 손등으로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그간 청색 마탑의 마도구의 완성도는 잿빛 마탑에 밀리고 있었다네. 여기 모인 이들이라면 다들 알고 있으리라 믿네.”
사실이었다.
칠 년쯤 전, 잿빛 마탑에서 내놓은 마도구는 청색 마탑보다 싼 값에 시장에 풀렸고··· 청색 마탑의 것보다 한 단계 높은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 덕에 청색 마탑은 홍역을 치러야만 했었지. 하지만, 마법사란 언제나 결과로 이야기해야 하지. 그렇지 않나?”
브릭의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그 시점으로부터 발전하지 않은 잿빛 마탑과 달리, 청색 마탑은 꾸준히 ‘다음’을 추구했지. 이게 그 결과물일세.”
브릭이 곁에 서 있던 청색 마탑의 연구원에게 손을 내민다. 연구원이 브릭에게 곡괭이 형태의 마도구를 건넸다.
“이는 마석 광산에서 광부들이 애용하는 마도구라네. 충전형 마석을 이용하기에 마나 없이도 사용할 수 있어, 사용자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그가 단상 위에 미리 준비해둔 마광석을 향해 곡괭이를 가볍게 휘둘러 찍었다.
캉!
곡괭이는 마광석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그 탓에 출력이 너무나도 약하지. 출력을 올리려면 필연적으로 마나를 잡아먹는 마도구가 쓰여야 하고 말일세.”
마공학의 딜레마였다.
그것을 언급하며 브릭은 곡괭이를 자신이 준비해온 정육면체의 마도구 위에 올려두었다.
“그것을 해결할 게 바로 이 마도구일세.”
정육면체의 마도구가 끼릭,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갈라진 마도구가 곡괭이를 집어삼켰다.
“증강학 육면체.”
십초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곡괭이가 육면체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푸르스름하게 코팅된 곡괭이를 손에 쥔 채 브릭이 말했다.
“한번 증강된 마도구의 강화 상태는 사흘 정도 유지가 된다네. 그리고, 그 위력은···.”
곡괭이를 가볍게 휘두른다.
툭, 하고 곡괭이의 끝이 마광석을 건드렸다.
쩌적!
좀전에는 흠집도 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건드린 것만으로 마광석이 반으로 쪼개졌다. 관객들이 눈을 크게 떴다.
“대략 일곱 배 가량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네. 물론 마나를 요구하지 않는, 이런 간단한 마도구만을 강화할 수 있지만···.”
브릭이 곡괭이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 가치는 이자리에 모인 이들이 더 잘 알겠지.”
관객들이 한순간 침묵했다.
그들 또한 마법사였고, 마광석 채굴 산업과는 깊게 연관이 있기에 저 마도구의 가치에 대해선 잘 이해하고 있다.
작업속도의 향상.
채굴량의 증대.
마석 공급량의 증가.
마석이 수많은 연구에 사용되는 만큼, 저 마도구가 불러올 파장은 결코 적지 않다.
“질문.”
“질문이 있다!”
“청색 마탑주님, 해당 마도구에 대해···.”
이윽고 청색 마탑주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브릭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기 시작했다.
“가장 궁금한 것은 이해한다네. 바로 가성비의 문제겠지. 이 마도구가 주로 활용될 분야는 마광석 채굴 현장이고, 가성비가 안 좋아서야 상용화되긴 힘들 테니까.”
브릭이 증강학 육면체를 툭툭 건드렸다.
“표준 규격의 중상급 마석 한 개에 서른 개 남짓의 마도구의 강화가 가능하다네.”
좋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한 이득을 가져올 가성비다.
“그리고 이는 아직 초기모델일 뿐이지. 청색 마탑의 마공학은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한다네. 더욱 높은 가성비, 더욱 높은 품질의 마도구의 지속적인 출시를 약속하지.”
심드렁한 눈동자로 단상을 바라보던 마법사들은 온데간데없다. 그들은 눈을 빛내며 청색 마탑주가 선보인 결과물에 찬사를 보낸다.
수많고 수많은 마법사들.
그들의 냉정한 시선이 놀라움으로 뒤바뀔 때 맛볼 달콤함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열렬한 환호에 감사를 표하지.”
브릭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미 자신의 승리는 따놓은 단상이었다. 고양된 기분 탓에 그는 쓸데없는 말을 더 늘어놓고 만다.
“잿빛 마탑은 과거의 유산에 집착하지. 물론, 과거의 유산이 찬란했던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과거에만 집착해선 미래로 나아갈 수 없지.”
다음 차례에 올 소녀.
라니아 반 트리아스.
그녀를 겨냥하듯 브릭은 비웃음을 흘렸다.
“마법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미래를 향해.”
쏟아지는 박수와 함께 브릭이 단상에서 내려온다.
단상에서 내려오던 그의 곁을 스쳐 지나가듯, 잿빛 머리칼의 소녀가 걸음을 옮긴다.
“제 주제를 알게.”
소녀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브릭은 싸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소녀는 걸음을 옮기다 말고 고개를 돌려 브릭을 바라봤다.
피식.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웃을 뿐이다.
소녀의 입가에 맺힌 조롱 섞인 웃음에 브릭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보군.’
곧 제 주제를 알게 되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브릭은 걸음을 옮겼다.
3.
청색 마탑주가 질러놓은 열기가 채 가시기 전에, 다음 주자가 단상 위로 올라온다.
“······.”
브릭이 선보인 파격적인 성능의 마도구에 대해 떠들던 마법사들이 잡담을 멈춘다. 단상 위로 올라오는 소녀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잿빛 머리칼이 찰랑인다.
확실히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을 지닌 소녀다.
한걸음 걸을 때마다 찰랑이는 머리칼을 바라보며, 마법사들은 저 소녀의 이름을 떠올린다.
‘라니아 반 트리아스.’
잿빛 마법사와 같은 가문에 속한 소녀.
현재 아플리아의 교수로 일하고 있다는 소녀다.
그녀에 대한 소문을 한 번쯤은 접해봤기에, 광장에 모인 마법사들은 그녀가 유능한 교수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인위적인 극점의 형성, 그 외에도 회로에 대한 기반지식이 무척 높다던가.’
마학적 지식에 있어 비범함을 가진 소녀.
또한, 개인의 강함조차 어지간한 전투직 마법사들보다 강하다는 소문 또한 익히 들어 알고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마공학은 다른 영역이지.’
이건 이거다.
마공학은 단순히 마학적 지식이 높다고 하여 통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오랜 기간에 걸친 경험과, 숱한 연구 과정에서 기를 수 있는 실력이다.
‘그런데, 마공학 연구를 발표하겠다니.’
오랜 세월 이 분야에 종사한 청색 마탑과, 같은 분야에서 대결을 펼치겠다니.
‘아직 어리고 미숙하군.’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그런 감상을 품는다.
그녀의 오만한 태도에 마법사들은 고운 시선을 보내진 않는다.
“제가 준비한 것은 증강 마공학입니다.”
피식, 하고 여기저기서 비웃음이 새어나온다.
하필이면 세부 분야마저 같다.
조금 전 청색 마탑주가 보인 파격적인 성능의 마도구를 보고도, 자리에서 도망치지 않은 그 용기만큼은 높게 평가하지만··· 그게 전부다.
마법사들은 심드렁히 라니아를 흘겨봤다.
사락.
그녀는 별다른 준비과정을 거치지도 않는다.
그저 로브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꺼내 든 것은 한 손에 담길 만큼 작은 정육면체의 마도구다.
크기가 작다.
작은 크기의 마도구가 휴대에 용이하다곤 하나, 그 단점도 분명하다. 출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저런 작은 마도구로 무엇을 한다는 것인가.
그렇게 의문을 가질 시점.
라니아는 아직 단상에 남은 곡괭이 두 개를 쥐었다. 하나는 청색 마탑주가 사용하고 남은 곡괭이고, 남은 하나는 강화가 되지 않은 곡괭이다.
“설명을 길게 하진 않겠습니다. 일단 한번 보시는 게 빠를 테니.”
강화가 걸리지않은 곡괭이에, 손에 쥔 마도구를 가져다 댄다. 끼릭, 소리를 내며 갈라진 마도구가 푸르스름한 빛을 뿜는다.
곡괭이가 선명한 푸른빛을 뿜는다.
그 시점에서 관객들은 이변을 느낀다.
색이 너무나도 선명하다. 청색 마탑주가 강화해둔 곡괭이보다 더욱 선명한 푸른색이다. 관객들이 눈을 가늘게 뜨고 소녀가 손에 쥔 곡괭이에 집중한다.
그리고, 소녀가 양 곡괭이를 맞부딪친다.
힘을 주지도 않는다. 그저 가볍게, 두 곡괭이를 툭 하고 맞부딪칠 뿐이다.
파삭.
하나의 곡괭이는 가루가 된다.
하나의 곡괭이는 작은 흠결조차 없다.
“···어?”
너무나도 명확한 결과에 관객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진다. 당연하게도, 박살 난 것은 청색 마탑주가 강화를 걸어놓은 곡괭이였다.
“고대의 마공학을 베이스 삼아, 현세대에 어울리게끔 변형을 가한 마도구입니다. 기본적인 조건은 청색 마탑주님께서 선보이신 마도구와 같습니다.”
관객들의 얼을 빼놓고 나서 라니아는 설명을 시작한다. 그녀는 마도구를 손바닥 위에서 굴리며 말을 이었다.
“크기가작아 휴대에 용이하긴 하나, 그만큼 사용 횟수 자체가 많지는 않습니다. 이 곡괭이를 대상으로 삼는다면 열 개 정도가 한계입니다.”
···사용 기간은?
누군가 던진 질문에 라니아가 답한다.
“마도구가 망가질 때까지 유지됩니다.”
“···망가져?”
“이 곡괭이의 수명만큼 유지가 된단 뜻입니다.”
라니아가 덧붙였다.
“물론, 마도구 자체의 성능을 오버클록 시키는 것에 가깝기에 수명이 줄어들긴 할 겁니다. 대략 한 달 정도로 예상합니다.”
···사용 후엔 마도구를 망가트린다.
그러나, 한 달 정도는 사용할 수 있다.
관객들이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다. 마공학 곡괭이는 싼값에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다곤 하나, 한 달마다 갈아주는 것은 확실히 부담이 된다.
‘하지만, 작업속도는 그 곱절로 상승하게 된다.’
남은 것은저 증강 마도구의 시장 가격이다.
파격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만큼, 그 가격이 결코 값싸지는 않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소녀에게 그들이 질문을 던지려는 시점이다.
“양산이 가능하고, 상용화가 가능합니다.”
소녀 한 명이 더 단상 위로 올라왔다.
잿빛 마탑의 정점을 상징하는 로브를 차려입은 소녀. 레스티 엘레노아라는 이름을 가진 잿빛의 차기 마탑주이다.
“이 증강 마도구는 전대 차기 마탑주인 라니엘 반 트리아스 님께서 미완(?完)상태로 남겨뒀던 결과물입니다. 그것을 완성한 게 이쪽의 라니아 반 트리아스 마법사님이 되겠군요.”
공격적으로 잿빛 마탑을 휘어잡은 소녀.
마법사들 사이에선 피도 눈물도 없다고 소문이 자자한 레스티 엘레노아가 무표정이 말했다.
“잿빛 마탑에선 이미 해당 마도구를 양산할 준비를 마쳤으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시장에 제공할 것을 약속합니다.”
그녀가 시장가를 입에 담는다.
관객들이 상상하는 숫자에서, 공이 두세 개 정도 빠진 값이다. 그만한 가격에 저만한 기술력을 제공하단 사실은 놀랍기 짝이 없다.
“···독점 기술 아닙니까?”
누군가 질문한다.
레스티가 답한다.
“독점 기술이 맞습니다. 이곳의 라니아 반 트리아스 마법사께선 잿빛 마탑과 독점계약을 맺으셨습니다.”
독점 계약.
오롯이 잿빛 마탑의 주도하에 상용화될 기술.
그럼에도 그 가격은 합리적이다.
“더 질문이 있으십니까?”
라니아의 물음에 관객들은 침묵한다.
그녀는 별다른 말을 남기지 않고 레스티와 함께 단상 아래로 내려가려다, 잠시 걸음을 멈췄다.
“······.”
그녀의 시선은 광장에 서 있는 한 마법사를 향한다. 모두가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을 바라본다. 그곳에는 청색 마탑주, 브릭 게오반이 있다.
혼이 빠져나간 듯한 얼굴로 서 있는 브릭 게오반.
누가 보아도 결투의 승부는 분명하다.
그 성능도, 가성비도, 수준까지도 전부 라니아 반 트리아스의 압승이다. 브릭은 시장가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그마저도 패배했다는 것은 말 할 것도 없었다.
“이 무슨···.”
제 승리를 확신하던 브릭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릴 지경이다. 그런 브릭을 향해 라니아는 긴말을 내뱉지 않는다.
“과거에 집착하는 건 잿빛 마탑이 아닌 것 같군요.”
한마디만을 내뱉고, 도로 걸음을 옮긴다.
많은 의미를 내포한 한마디에 브릭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거봐요! 내가 저 애가 이길 거랬잖아!”
광장에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발코니에서 와인잔을 흔들며 백색 마탑주가 언성을 높였다.
“꼴좋다!”
안주가 따로 필요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