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62
〈 62화 〉 고대 리치, 스케발(2)
* * *
이변은 언제나 갑작스럽다.
어느 때와 같은 일상이 깨지는 건 순식간이다.
아플리아 아카데미.
왕도에 위치한 배움의 요람은 때아닌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그 시작은 한 학생의 혼절이다.
시험 도중 학생 하나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그리곤, 그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정황상 그 과정에 모종의 주문이 개입된 건 확실하다.
알 수 없군.
방식이 달라. 그 체계가 다르다.
다만, 그 주문이 무엇인진 알 수 없다.
···추적할 수가 없다.
일류 마학자들이 모인 아플리아 아카데미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마학자도 학생의 실종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시간이 흐른다.
그 무엇도 알지 못한 채, 시간만이 흐른다.
아론 학장!
학장님!
학생 하나의 실종만으로도 이미 혼란스럽거늘, 사건은 하나로 그치지 않는다.
···학과, 학생 다섯이···!
이쪽도 입니다! 학생들이 수업 중 발작을···!
몇몇 학생들이 추가로 쓰러졌다.
그들은 실종되진 않았다. 그 대신 발작을 일으켰다.
···이건.
학생의 상태를 확인한 몇몇 교수가 답을 내놓는다. 그 답을 입에 담는 교수들의 목소리가 옅게 떨렸다.
마기(??)의 중독 증상이오.
말하고도 믿을 수가 없다.
학사진들은 의문을 토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왕도의 한복판에서 마기의 중독 증상이라니?
이 현상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전혀 일어나리라 상상치 못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어?
그리고.
저, 저기 좀 보십시오!
아플리아 인근의 숲, 하르메인 숲이 검은 장막에 뒤덮이기 시작하며 그 혼란은 극에 다다랐다.
저,저게 무슨 결계요?
결계! 결계 해석학과 교수가 있지 않소! 렘펠 교수, 저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이오!
검게 물든 결계는 보는 것만으로 공포를 일으킨다. 학생들은 뒷걸음질 친다. 교수들 또한 섣불리 다가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가가지 않는다고 하여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끽, 끼기긱.
결계가 그 크기를 키운다.
범위를 확장한다. 파도가 치듯 아플리아를 향해 밀려들기 시작한다. 그 속도가 심상치 않다.
“···아, 아하하.”
다가오는 검은 파도를 보며, 교수 하나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은 실성한 자의 웃음과도 같다.
“다들, 다들 도망치시오.”
결계 분석학 담당 교수인 렘펠.
그는 결계를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어째서, 저것이 이런 곳에.’
렘펠은 결계를 보는 순간 단박에 깨달았다.
저것이 무슨 결계인지.
저게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어서, 도망치시오.”
렘펠 교수가 뒤를 돌아본다.
그는 흔들리는 눈으로 교수들을 바라봤다.
“저건.”
결계라는 학문에 발을 담근 사람이라면, 저 결계를 모를 수가 없다. 저 결계는 난제의 대명사와도 같은 것이었으니까.
“저건, 고대 리치 스케발의 결계요.”
스케발.
그 이름에 교수들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린다. 그 이름이 가지는 무게를 모르는 마법사는 없다.
마왕군의 사천왕.
과거, 왕국을 불태운 넷의 재앙 중 하나.
‘그런 존재가 어째서 아플리아에?’
그 의문에 답해줄 사람은 없다.
혼란이 커져만 간다. 그 혼란 속에서, 렘펠 교수는 입을 열어 말했다.
“움직이시오, 조금이라도 더 멀어져야 합니다. 학생들을 데리고 움직여야···.”
그렇게 말은 하고 있지만, 렘펠 교수도 도망칠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하진 않는다.
끽, 끼기긱.
결계가 다가오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제아무리 달린다 한들, 저 결계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어서···.”
렘펠의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진다.
도망치시오, 라고 내뱉은 목소리는 소란에 파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렘펠은 허망히 결계를 바라봤다.
검은 파도가 아플리아를 덮친다.
그리고.
“···아?”
끝까지 그 결계를 지켜보고 있던 렘펠이었기에, 그는 갑작스레 일어나는 이변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플리아의 옥상.
그곳에서 빛이 번뜩였다.
번쩍!
번뜩임은 한순간이다.
뒤이어 쩍, 쩌적 소리를 내며 옥상이 갈라지기 시작한다. 그 위로, 무언가 피어오른다.
‘···마나?’
옥상에서 마나가 격동한다.
몰아치는 검은 파도와는 그 질이 다르다. 구조 자체가 다르다. 찬란히 빛나는 마나가 몰려든다.
몰아치는 마나가 시야를 가린다.
피어오르는 빛무리에 가려, 옥상에 서 있는 인물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건 하나뿐이다.
피어오르는 마나의 색이 잿빛이라는 것.
분쇄(Smash).
이윽고, 잿빛과 검은 파도가 맞부딪친다.
콰아아아아아앙!
천둥이 치는듯한 굉음과 함께, 충격이 아플리아를 뒤흔든다. 몰아치는 바람에 가로수가 흔들린다. 땅이 흔들린다.
“어,어어억!”
“이게 무슨 소리···!”
달리던 교수들이 비틀거린다.
몇몇은 넘어진다. 그들은 바닥에 엎어진 채 충격이 시작된 곳을 바라본다.
쩍, 쩌저적!
그 시선이 멈춘 곳은 아플리아의 연구동이다.
결계와 가장 먼저 닿게 될 연구동의 옥상.
“·····.”
누군가는 멈춰서서, 또 누군가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그곳을 바라본다.
아플리아에 다가오던 결계가 멈춰있다.
검은 파도는 마치 시간이라도 멈춘 양 연구동을 덮치려는 모습 그대로 그곳에 박제되어 있다.
틱, 티딕.
이윽고, 그 결계에 금이 간다.
쩍, 쩌저저적!
결계가 힘없이 무너진다.
그 중심에는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다.
탁.
그 안으로 누군가 뛰어들었다.
뒤집어쓴 로브 탓에 그 체형도,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먼 곳에서도 그 로브에 새겨진 문양만큼은 한눈에 보인다.
본래 잿빛 마탑을 상징하는 문양이었으나.
이제는 한 사람만을 상징하게 된 문양이다.
그 문양을 알아보는 이가 있다.
“···라니엘.”
누군가 그 이름을 부른다.
“잿빛 마법사, 라니엘.”
2.
쩌저저적!
“읏···!”
이계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자마자 레스티는 휘청거렸다. 그녀는 근처에 있는 나무를 붙잡고 겨우 자리에 섰다.
마나를 무리해서 쓴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숨이, 안 쉬어져···!’
숨이 막혔다.
호흡하기가 힘들었다.
‘여긴···.’
레스티는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로 주변을 살폈다. 숲의 한복판이었다. 이 숲이 어디인가. 어디이기에 이렇게 호흡하기조차 어려운가.
문득, 그녀의 시야에 나무 한 그루가 잡혔다.
나무의 껍질이 독특하다.
그 껍질은 갈라짐이 없이 매끈하다.
그것을 보는 순간, 레스티는 이곳이 어디인지 깨닫는다. 그리고, 왜 호흡이 어려운지까지도.
‘···하르메인 숲!’
포화 상태의 마나가 맴도는 곳.
레스티는 마른기침을 뱉으며, 주저앉았다. 나무에 등을 기댄 채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고대 리치, 스케발은 이미 자리를 떴다.
그가 떠난 자리를 뼛조각이 대신하고 있다.
“···우웁!”
바닥에 박힌 뼛조각에선 악취가 풍긴다.
본능적인 거부감이 드는 그것에, 레스티는 헛구역질을 했다.
가뜩이나 숨을 쉬기 어려운 상태거늘, 뼛조각에서 새어 나오는 마기가 호흡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읏.”
조금씩 정신이 몽롱해진다.
포화 상태의 마나 탓에, 주변 풍경이 전부 일그러져 보인다. 감각이 꼬이고, 눈에는 핏발이 선다.
터벅.
급기야 환청마저 들리기 시작한다.
터벅, 터벅.
발걸음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이런 곳에 누가 올리가 없을 텐데도,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는 가까워진다.
탁.
그 발걸음이 멈춘다.
레스티는 그 소리가 멈춘 곳을 바라봤다. 흐릿흐릿한 시야 사이로 무언가 보인다.
모든 것이 일그러지고, 왜곡되어 보이지만.
그 시야에 담긴 인물만큼은 뚜렷하다.
잿빛 머리칼이 살랑인다.
가늘게 뜬 푸른 눈동자가 보인다.
“·····.”
그녀가 말없이 두르고 있던 로브를 벗었다. 망토를 닮은 로브를 그녀는 레스티의 어깨에 걸쳐주었다.
“···아.”
직후, 레스티의 숨통이 트인다.
여전히 몸을 가누긴 힘들고, 감각은 꼬인 채지만, 적어도 숨을 쉴 수는 있었다. 레스티는 자신의 앞에 선 인물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라니아 교수님?”
라니아 반 트리아스.
그녀가 무릎을 굽히곤 레스티와 눈을 마주한다. 시선을 마주한 채, 천천히 팔을 들어 올린다.
툭.
그리곤, 레스티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손에서 퍼진 마나가 레스티의 몸에 남아있던 마기를 몰아냈다.
“수고했어.”
짧은 한마디.
그 한마디에, 레스티는 긴장이 탁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툭툭.
무릎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선 라니아가,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잠시 레스티를 바라본다.
그리곤 질문했다.
“어디로 갔는지 봤니?”
그 물음에, 레스티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스케발이 지나간 방향이다.
왜 그랬는진 모른다.
상대는 무려 고대 리치 스케발이다.
아무리 이 교수가 뛰어나다 한들, 스케발은 그 차원이 다르다. 마법사의 악몽이라 불리는 존재다.
‘잿빛 마법사 라니엘.’
그 전설적인 마법사 정도나 되어야, 상대할 수 있는 거물 중의 거물일 텐데.
‘분명 그럴 텐데···’
어째서일까. 자신은 일말의 의심도 없이, 스케발이 향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고마워.”
엷은 미소.
그리곤 그녀가 발걸음을 마저 옮긴다.
“·····.”
레스티는 그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모든 것이 흔들리는 숲속에서도, 그녀만큼은 선명했다.
3.
고대 리치, 스케발은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수백 년을 살아온 삶은 길다.
대부분의 기억은 퇴색되었지만, 기나긴 세월 동안 퇴색되지 않는 기억도 분명 존재한다.
마학에 관한 것이 그러하다.
스케발은 수백 년을 마학에 종사했다.
범인(凡人)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시간을 진리를 탐구하는 데 바쳤다.
희대의 천재라 불리는 이가, 한평생을 마학에 다 바쳤다. 그것도 모자라 생을 초월해 언데드가 되어가면서까지 마학을 연구했다.
별에 닿기 위해서.
진리를 탐하기 위해서.
오직 그를 위해 보낸 수백 년의 세월이다.
그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온갖 감정은 풍화되었다. 기쁨도, 슬픔도,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곳에 들어찬 것이라곤 가장 단순한 감정뿐이다.
“잿빛.”
분노.
“가증스러운 잿빛.”
스케발의 뼈마디가 삐걱거린다.
계약이 파괴됐다. 제단을 위해 준비해둔 다섯 개의 조각이 모두 박살 났다.
계획이 전부 틀어졌다.
모든 것이 망가졌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와 같은 마법사가 있다.
“또, 또, 또!”
스케발의 안광이 분노로 흔들린다.
언제나 그렇다.
5년 전, 아니 그보다 더 전의 이야기다. 그 시작은 왕가에 태어난 별의 아이, 스텔라(Stella)의 납치에서부터 시작된다.
7년 전, 스케발은 왕가의 마법사에 접촉했다.
그 접촉조차 쉽지 않았다. 온갖 보호결계를 뚫어내고, 라이프 베슬까지 희생해가며 스케발은 그를 타락시켰다. 변절자로 만들었다.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타락한 왕가의 마법사는 강력했다. 그가 별의 아이를 납치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나의 변수만 없었더라면.
그때, 그곳에 머물고 있던 어느 마법사만 아니었더라면 계획은 성공했을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스케발이 짜낸 계획은 단 한 명의 마법사에 의해 저지당했다.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워도.
아무리 많은 마나를 바치고, 라이프 베슬 조차 소모하여 주문을 짜올려도.
그 마법사는 번번이 계획을 망쳐버린다. 계획이 망가질 때, 언제나 그 마법사가 그곳에 있었다.
“언제나.”
스케발은 발걸음을 멈춘다.
“언제나, 네가 그 끝에 서 있다.”
그가 팔을 들어 올린다.
앙상한 뼈마디로 이루어진 손가락의 끝이, 스케발의 앞을 가로막고 선 마법사를 가리킨다.
그 마법사의 머리칼은 잿빛이다.
가증스러운 잿빛에 스케발은 분노를 느낀다.
그 마법사의 눈은 푸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푸른 눈동자에, 스케발은 증오를 품는다.
“야.”
그 마법사가 웃는다.
“오랜만이다, 해골바가지 새끼야.”
그 목소리에 스케발은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느낀다. 당장이라도 저 마법사를 갈가리 찢어버리고 싶다.
“잿빛 마법사, 라니엘.”
그 모습은 바뀌었으나, 스케발은 그 존재를 한눈에 알아본다.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다.
잿빛의 마나.
가증스러운 잿빛이 여전하기에.
물론, 잿빛의 마나를 가진 것이 라니엘 뿐만은 아니다. 오히려 잿빛 마나는, 잿빛 마탑과 관련된 이들에게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마나다.
그러나.
눈 앞의 저것 처럼.
별빛을 품은 잿빛의 마나를 가진 것은, 스케발이 기억하는 한 잿빛 마법사 라니엘 뿐이다. 그 마법사의 마나에는 은은한 별빛이 흘렀으니까.
뿌득.
그 별빛조차도 가증스럽다.
진리에 맞닿은 이들에게 나타나는 그 별빛에, 스케발은 증오를 느낀다.
“너는 언제나 그렇지.”
스케발이 쭉 뻗은 손을 움켜쥔다.
“언제나, 내 앞에 나타나 나의 계획을 망가트린다. 그거 알고 있나, 잿빛? 네가 아니었더라면 왕도는 진작 내 손에 떨어졌을 것이다.”
잿빛이 방해하지 않았더라면.
“별의 아이 스텔라는 타락하여, 별의 그늘을 모시는 제단의 성녀가 되었을 것이다.”
벌어졌을 일들을, 스케발은 하나씩 읊는다.
“전장은 진작에 무너졌을 테지. 고작 백 년도 살지 않은 마법사들이 나의 결계를 무너트릴 수 있을 리가 없다. 네가 아니었더라면, 너만 아니었다면···.”
그로 인해 실패한 것들이 많다. 너무나도 많다.
스케발은 분노로 흔들리는 안광으로 눈앞의 잿빛을 바라본다.
“근데?”
그 시선을 마주한 채, 잿빛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게 뭐 씨발아.”
그리곤, 그녀는 언제나처럼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인다.
“꼬우면 니가 잘하든가.”
“···뭐?”
“난 하니까 되던데?”
뿌드득.
움켜쥔 뼈마디가 삐걱거린다.
“어째서냐, 잿빛.”
스케발은 한마디 한마디를 씹어 뱉듯이 말했다.
“너는 어째서 쓰러지지 않지? 너를 죽이기 위해, 너만을 상대하기 위해 나는 수많은 것들을 연구했다.”
그 앙상한 뼈마디가 잿빛의 심장을 가리킨다.
“나의 신조차, 네게 저주를 내렸다. 별의 그늘이 너를 저주했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살아있지?”
심장에 깃든 것을 가리키며 스케발은 소리친다.
“어째서!”
빠득, 빠드득.
“어째서, 너는 그 저주를 뒤집어쓰고도 무사할 수 있지? 오직 너만이 무사했다. 너만이!”
뼈가 갈리는 소리가 커져만 간다.
“하나로는 모자라기에, 새로운 저주를 걸었다. 정기를 배양해 키우던 그늘의 유충을 네게 심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지?”
스케발의 전신이 떨린다.
그가 두른 마기가 포화상태의 마나와 반응한다. 파직, 파지직 소리를 내며 튀어 오르는 불똥과 함께 스케발은 소리쳤다.
“그 저주를 뒤집어쓰고도!”
너는.
“어떻게, 도대체 어찌하여, 너는···.”
어째서, 너만이.
“인간으로서 서 있을 수 있지?”
나는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는 것이지.
“어째서!”
수백 년을 살아온 고대 리치는 열등감을 느낀다. 아직 반백 년은 커녕, 그 절반밖에 살지 않은 어린 마법사에게.
“·····.”
그 말을 가만히 듣던 잿빛이 입을 열었다.
“오···.”
그녀가 짧게 감탄했다.
그리곤 손가락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킨다.
“이거 니가 한 거였냐, 이 씨발아?”
빠직.
그녀의 이마에 핏줄이 도드라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