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63
〈 63화 〉 고대 리치, 스케발(3)
* * *
수백 년 전, 왕국이 하나 있었다.
그 왕국은 하룻밤 사이에 재가 됐다.
왕국에 관련된 기록은 전부 말소됐다. 그저, 그곳에 왕국이 있었다는 것만 알려졌을 뿐. 왕국에 대해 알려진 건 극히 드물다.
그곳을 잿더미로 만든 재앙이 넷 있다.
검은 폭풍, 흑룡 벨리알.
배교자, 글레투스.
죽음의 칼, 가니칼트.
그리고···.
‘고대 리치, 스케발.’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해골바가지.
이 넷은 하룻밤 사이에 왕국을 지도에서 지워버렸다. 그곳에 남은 건 재뿐이다.
재가 된 왕국의 터로 추측건대, 왕국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았다. 대국이라 불릴만한 나라였다. 그리고, 내가 차기 마탑주였을 시절 나는 그 왕국의 마학을 복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복구했던 건, 1% 미만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마학계를 뒤집어 엎었다.
그만한 마학을 가진 나라다. 그런 나라가, 고작 넷의 재앙에 의해 멸망당했다. 그 멸망에 마왕은 간섭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있으니까.
나라를 하룻밤 사이에 멸망시킨 넷의 재앙.
‘마왕군의 사천왕.’
그 넷의 악명은 말해봐야 입 아플 뿐이다.
그들 전부를 나는 최소 한 번씩은 전장에서 마주했고, 그들이 단지 소문으로가 아닌, 실존하는 악몽임을 몸소 체감했다.
배교자 글레투스를 처음 만났던 날.
나는 열 손가락, 두 팔의 뼈를 전부 부러트려야만 했다. 주술을 흉내 내 천칭에 내 육체의 일부를 대가로 바쳤으니까. 그래야만, 그 미친 소환사를 막는 게 가능했다.
흑룡을 만났던 날은 또 어떠한가.
끝끝내 토벌하긴 했지만, 그 토벌도 한달에 걸쳐 이루어졌다. 날개를 찢고, 발톱을 뽑고, 목에 말뚝을 박아 브레스를 봉인했다. 그러고도 날뛰는 흑룡과 삼 일 밤낮으로 싸워 겨우 승리를 거두었다.
몇 번이고 죽을 뻔했다.
몇 번이고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죽음의 칼, 가니칼트는.’
그 괴물은.
마왕을 가장 가까이서 지키는 그 검사에게만큼은,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나와 카일에게 체술을 알려주던 소드 마스터조차, 가니칼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목숨을 잃었다.
사천왕은 언제나 그랬다.
그들은 상식으로 재단되지 않는다.
상식을 벗어난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 나와 카일은 미친 짓거리를 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그들을 멈춰 세우거나, 최소한 도망칠 수 있었으니까.
“딱, 한 명만 제외하고 말야.”
나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내 앞에는 그 넷의 재앙 중 하나가 있다.
고대 리치, 스케발.
스케발 또한 그 셋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악명만큼은 검은 폭풍, 벨리알의 바로 뒤를 따를 정도다.
‘전선의 악몽.’
괜히 그런 악명이 붙은 게 아니다.
실제로 전선에서의 피해 대부분은 스케발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니까.
스케발은 수백 년을 살아온 마학자다.
그는 모든 주문을 읽고, 회로를 강탈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마법사들이 아무리 거대규모의 회로를 짜올리고, 대규모 마법을 준비한다 한들, 스케발은 그것을 손쉽게 강탈한다. 마왕군을 섬멸하기 위해 준비하던 주문은 곧장 기사들을 향해 되돌아온다.
턱.
나는 한 걸음 더 내디뎠다.
“스케발, 그거 아냐?”
팔뚝에 회로가 타오르기 시작한다.
“나도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이긴 한데, 내가 배틀 메이지(BattleMage) 클래스의 창시자라더라고.”
웃기는 일이지.
그리 중얼거리며 나는 손가락을 뚝, 뚜둑 풀었다.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술, 그리고 한 마법사 만을 상대하기 위해 만든 전투 체계인데 말야··· 그걸 클래스까지 붙여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내가 모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배틀 메이지, 그러니까 전투 마법학이란 학문 자체를 보았을 때 나는 괴리감을 느꼈으니까.
전장에 적합한 전투 체계.
실용적인 마법사.
근,원거리를 전부 커버하는 극한의 운용.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게 이것저것 따져가며 만든 건 아닌데.’
세간에서 전투 마법학이라 불리는 것은.
그러니까, 주문의 스톡(Stock)을 활용한 전투 체계의 기원은··· 의외로 별거 없다.
“이거, 너 하나 잡자고 만든 거거든.”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투체계인 건 맞다.
그러나, 보다 정확하겐 고대 리치 스케발을 상대하기 위한 전투 체계였다.
만들어 놓고, 이것저것 덧붙이다 보니 완성된 전투법이지 처음부터 그런 걸 전부 염두에 두고 만든 건 아니란 소리다.
스케발은 사천왕이다.
사천왕에겐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적을 상대하기 위해선, 내가 가지고 있던 상식을 가장 먼저 무너트려야 했다.
당시,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것들.
주문은 짜올려야 한다.
영창은 오래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마법사를 지켜줄 전위가 필요하다.
마법사는 근접전에 약하다.
속성이 상성이라면, 마법사는 무능해진다.
마법사는 연비가 안 좋다.
그것을.
주문을 미리 저장(Stock)한다.
영창을 단축해 회로를 몸에 새긴다.
내가 전위로 나간다.
근접전을 벌이기 위해 체술을 배운다.
속성 상성에 구애받지 않도록 타격계 마법을 주로 삼는다.
한 톨의 마나도 놓치지 않게 체계를 짠다.
내가, 전열에 선다.
나는, 전부 갈아엎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전투 마법학이라 불리는 마법 체계의 정체다.
‘그런 방법밖에 몰랐으니까.’
해서 안 된다면 고쳤다.
안되면 될 때까지 전부 갈아엎었다.
‘마법사란, 그런 존재여야만 하니까.’
나는 한 걸음 더 앞으로 내디딘다.
그렇게, 스케발이 전개한 방어 결계 앞에 멈춰 섰다. 스케발은 방어 결계의 내부에서 나를 노려본다.
검은 안광이 번들거린다.
그 뼈마디가 주문을 짜올린다.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말한다.
“상대가 검사면, 소환사라면, 하물며 고대의 용이라면··· 나는 못이겨.”
혼자서는 못 이긴다.
카일이 있고, 그 씨발년 둘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근데 말야.”
상대가.
“나와 같은 마법사라면, 위자드(Wizard)라면.”
스케발이라면.
“지면 안 되겠더라고.”
내가 이긴다.
무조건 이긴다.
“이건 자존심 문제잖아. 그렇지?”
나는 입가를 틀어 올렸다.
그리곤, 손을 쭉 뻗는다.
팔뚝의 주문이 차례로 타오른다.
‘생각해보면, 웃기는 일이지.’
스케발을 이기기 위해 만들었던 전투 체계.
지금 세간에선 배틀 메이지라 불리는 이 클래스는, 내가 장담하건대 잘 못 알려져 있다.
‘하나가 모자란 데, 그게 어떻게 완성이야?’
배틀 메이지가 전선에서, 전사들과 함께 설 수 있는 이유는 그 유용성 때문이 아니다. 애당초 전투 마법학은 스케발을 압도하기 위해 만든 전투체계다.
스케발은 상식을 벗어난 마법사다. 그러나, 그 역시 위자드(Wizard)의 영역에 머무른다.
위자드, 마법사에겐 단점이 있다.
모든 주문이 뚫린다는 가정하에, 위자드는 근접한 전사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그걸 생각하면 방법은 간단했지.’
스케발 급의 마법을 다룰 수 있다.
그러면서도, 전사급의 육체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스케발을 이기기 위한 조건이다.
조건을 알았다면, 남은 건 하나뿐이다.
“천칭(Balance).”
조건을 충족시킨다.
그리고, 나는 그 방법을 알고 있었다.
2.
“그녀석을 따라 하는 클래스가 생겼다고 들었다.”
“그것이, 예. 전장에 있어서 잘 모르셨나 본데··· 배틀 메이지란 클래스가 생겼다더군요.”
“···그놈을 따라 할 수가 있다고?”
게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요즘 유명합니다. 기사들과 함께 전선에 서는 마법사, 배틀 메이지라며···.”
그 말에 카일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게일은 카일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그 왜, 마탑주 중에서도 전투 마법학에 능하신 분이 한 분 계시잖습니까. 흑색 마탑주라고.”
“···잘 알지. 만나 본 적도 많고.”
“오, 그러십니까?”
그리 말하는 카일의 눈이 순간 총기를 잃었지만, 게일은 그러든 말든 말을 계속했다.
“그분이, 용사의 자질을 가진 아이 하나를 양성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름이 클로에였었나? 그 왜, 카일님 말고 다른 용사 하나가 더 나오지 않았습니까?”
“···전장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군.”
“예, 아직 양성 중이긴 하지만··· 그 아이는 검보다는 마법 쪽에 재능이 있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를 배틀 메이지로 키우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 같더군요.”
“···굳이?”
“예?”
게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용사급의 배틀 메이지가 나온다면, 카일 님께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잿빛 마법사님의 빈 자리를 채워줄지도 모르는 일이잖습···.”
“그건 아니다.”
카일이 딱 잘라 말했다.
“아무래도, 너희는 뭔가 착각하나 보군.”
“···착각, 이요?”
“그 배틀메이지 관련 서적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게 빠져있더군.”
그목소리에 별다른 감정은 없다.
“마법사가 아무리 육체에 강화를 걸어도, 일정 수준을 넘진 못한다. 그를 모른 채 전장에서 그 녀석을 따라 한 녀석이 꽤 있었다.”
카일이 담담히 말했다.
“그러나, 나를 따라온 건 그 녀석 뿐이었다.”
그 어떤 기사도.
그 어떤 전사도, 카일의 옆에 서지 못했다. 하물며 마법사는 말 할 것도 없다. 카일의 육체는 남들과 다르다. 그는 별에게 축복받은 육체를 가지고 있다.
별빛을 태우며 달리는 카일의 움직임은 차원이 다르다. 그를 어쭙잖게 따라오려는 기사들은 고립될 뿐이다. 그렇기에, 카일은 언제나 전장에서 혼자였다.
라니엘이, 그 움직임을 따라오기 전까지는.
‘고작 1년도 안 걸렸다.’
카일이 수년간 육체를 단련하며 깨달은, 별빛을 태우는 방법을 라니엘은 고작 1년 만에 흉내 냈다.
“내가 별빛을 태우며 달릴 때.”
별빛은 카일만의 것이다.
그러나, 라니엘에게도 별빛과 비슷한 것이 있다.
“그 녀석은 마나를 태우며 달렸다.”
카일은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그 모습을 떠올렸다.
전장에서 자신의 곁을 따라 달리던 라니엘은 잿빛 마나를 흩뿌렸다. 그 원리는 모른다. 그러나, 흩날린 잿빛 마나는 마치 잿가루를 닮아 있었다.
“그 녀석이 전선을 유지할 수 있던 건, 나를 따라올 수 있던 건.”
카일이 감았던 눈을 떴다.
게일을 바라본다.
“그 독특한 전투법 덕분이었다. 그러나, 전투 마법학 교본에는 그 내용이 빠져있더군.”
카일이 단언했다.
“전투 마법학을 배운다고 하여, 그 녀석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렇습니까?”
그 말을 뒤로 카일은 말이 없었다.
게일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길 안내를 계속했다.
‘···마나를 태우면서 달린다고?’
그러고 보니, 자신의 선배가 해주었던 말이 있었다. 게일은 문득 그 말을 떠올렸다.
많이들 착각하지.
잿빛 마법사, 라니엘을 보좌했던 칼트의 말이다.
내 상관이었던, 라니엘님이 잿빛 마법사로 불리는 이유는 그분이 잿빛 마탑의 차기 마탑주였기 때문이 아냐.
애초에, 라며 칼트가 말을 이었다.
최전선에선 출신 같은 건 무의미해. 우리는 그분이 잿빛의 차기 마탑주란 것도 처음엔 몰랐어. 그런데도, 그분에겐 ‘잿빛 마법사’란 이명이 붙었지.
왜 그랬겠어?
정말로, 잿빛이 흩날렸거든.
잿빛 머리칼이 흔들린다.
그 머리칼의 뒤를 이어 잿빛 마나가 흩날렸다. 전장을 가로지르는 마법사는 잿빛이었다.
전투 마법학이니 뭐니, 웃긴 이야기지.
아무도 그분은 못 따라 해.
언젠가 들었던 칼트의 목소리가 게일의 귓가에 맴돌았다.
3.
천칭을 세워둔 채, 나는 양팔을 앞으로 뻗는다.
짝!
손바닥을 맞부딪친다. 회로와 회로가 마찰한다. 융합된다. 그렇게 강화된 주문을 몸에 건다.
주문 중첩(Spellnesting).
가속(Accel).
근력 향상(Muscular).
근력 강화(EnhanceStrength).
기본이 되는 육체 강화 주문이다.
그것을, 이미 강화가 걸려있는 몸 위로 덮어씌운다. 골격이 삐걱거린다. 몸에 부하가 온다.
이것이 마법사가 전사가 되지 못하는 이유다.
육체를 강화하는 마법은 몸에 어떠한 방향으로든 부하를 건다. 마법사의 기량에 따라, 그 한계가 다르긴 하지만··· 동급의 전사와 같은 육체를 가질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카일을 따라잡을 수 없었지.’
처음에는, 말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하나 있었다.
가속(Accel).
근력 향상(Muscular).
근력 강화(EnhanceStrength).
한 번 더, 주문을 걸며 삐걱거리는 팔을 들어 올린다. 그리곤 손가락을 튕긴다. 천칭이 내 앞에 다가온다.
“천칭, 거래를 요구한다.”
바라는 것을 말하라.
결국에는 이 또한 대가다.
주문에 대한 대가를 육체로 지불할 뿐이다.
그리고, 마법사란 별과 거래하는 존재들이다.
할 것은, 정해져 있다.
“육체 부하의 대가를 대체한다.”
대가를 지불하라.
“내 마나.”
치이이이이익!
몸 위로 잿빛 연기가 피어오른다. 피어오르는 연기가 전부 마나 입자다. 육체에 걸리던 부하가 마나 소모로 대체된다.
“잿빛!!!!!!!”
스케발이 괴성을 내지르며 팔을 뻗는다.
결계의 내부에서부터 주문이 쏟아진다. 쏟아지는 주문의 양이 많다. 수십 개의 주문이 나를 노리고 날아든다.
그 주문에 낭비는 없다.
속도 또한 빠르다. 정교하다.
그러나, 보통의 마법사가 언제나 그러하듯.
“근접전에 약한 건, 너도 포함되는 이야기지.”
정면에서 다가오는 전사를 이길 수는 없다.
한걸음에 스케발의 품 안으로 파고든다. 달려서 주문을 피했다. 내가 발을 디딘 곳마다 타들어 간 발자국이 찍혀있다.
한계를 넘어 건 육체 강화주문은, 일류 전사의 육체를 방불케 한다. 나는 카일이 그러했던 것처럼 거리를 한순간에 줄였다.
스케발의 검은 눈동자가 코앞에서 보인다.
그 눈동자를 마주 바라본 채, 팔을 들어 올렸다.
“라이프 베슬 많지?”
“···!”
주먹을 쥐었다. 스케발이 황급히 주문을 짜올리지만, 그것보다 내 주먹이 더 빠르다.
“오늘 하나만 더 깎자.”
휘두른다.
쩌엉!
스케발이 육체에 두른 결계에 금이간다.
4.
“여기가 아플리아 입니다.”
게일은 아플리아의 샛길로 용사를 안내했다.
‘···아무래도 시작된 모양이군.’
검은 결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바닥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마기가 느껴진다.
“곧, 제단의 초기 단계인 중하급 마물의 소환이 시작될 겁니다. 이때 어서···.”
그가 말을 하기 무섭게, 바닥에서 해골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백골(白?)이었던 스켈레톤들은 검은 결계에서 퍼지는 마기에 영향을 받는다.
그어,어어어.
백골이 검게 물든다.
그렇게 완성된 흑골병(??兵)들이 아플리아의 학사진을 노리고 달려든다.
“으, 으아아아악!”
“마물, 마물이오!”
“어서 대피를···!”
황급히 학생들을 모아 세우며, 주문을 읊는 교수들 사이로 누군가 뛰어든다.
우드드드득!
흑골병을 밟아 으깬다. 그대로 손에 쥔 칼을 검집째 휘둘러 둘의 흑골병을 더 으스러트린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흑골병들이 쓸려나갔다.
그쪽으로 달려가며 게일은 남자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칼트 선배님!”
“게일, 왔나?”
칼트가 시선을 돌려 게일의 뒤를 바라봤다.
그곳에 있는 건 용사다. 그가 입을 연다.
“사라. 학생들을 보호해라. 레미아. 높은 건물에서 기사들을 보조하여 흑골병들을 상대하도록.”
짧게 명령을 내린다. 신궁과 성녀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자리를 뜬다.
스릉.
카일이 성검의 칼자루를 쥔다.
별빛이 찬란히 빛난다. 흑골병들의 움직임이 잠깐이지만 멈춘다.
그오오오오,오오.
그들의 시선이 카일을 향한다.
카일은 성검(??)을 뽑는다. 그리곤 휘둘렀다. 그 두 동작의 구분은 없다. 매끄럽게 칼집을 뽑혀 나온 검이 빛의 참격을 토한다.
서걱!
“나는.”
칼을 뽑아 든 채, 카일이 결계를 가리킨다.
“제단을 맡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