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68
〈 68화 〉 후일담(4)
* * *
왕도의 거리가 시끄럽다.
모두가 최근 일어났던 전대미문의 사건에 대해 떠들기에 바쁘다.
그럴만한 일이 벌어지긴 했다.
하르메인 삼림을 뒤덮은 검은 결계.
아플리아 학생들의 마기 중독.
아플리아에 다시 한번 벌어진 마수 테러.
하나 같이 특보가 날 만한 사건들이다.
그런 것들이 연달아 벌어졌다.
그것도, 왕도에 있는 아플리아 아카데미에서.
여러 귀족가의 자제들이 모인 아플리아에서 벌어진 사건인 만큼, 그 여파는 크다.
왕가에선 사건을 최대한 조용히 마무리하고 싶었을 터나··· 뜻대로 되진 않는다. 진실을 은폐하기에는 사건을 목격한 이들이 너무나 많은 까닭이다.
보다 정확하겐, 결계를 목격한 이가 많다.
그날 펼쳐졌던 검은 결계는 어느 마법사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검은 파도와 같은 결계.’
처음에는 파도와 같은 형태로 밀려 들어와 알아보지 못했으나··· 차분히 생각해 보면 그 답은 금방 나오는 법이다.
최근에서야 해체 방법이 알려진 결계.
고대 리치 스케발의 결계.
즉, 이 사건의 흑막이 스케발이란 뜻이다. 무려 재앙이라 불리는 거물이 왕도에 출현했다. 신문이 쏟아진다. 입소문을 타고 소문은 커져만 간다.
그쯤 하여,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도대체.’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그만한 거물이 왕도에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인명피해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스케발을 상대했는가?’
이 사건을 해결한 건 누구인가.
그 물음에 아플리아의 학사진은 입 모아 말한다.
용사가 나타났다고.
용사가 결계를 막아섰다고.
세간에는 그런 식으로 보도된다. 용사와 기사단, 그리고 특수부대인 하운드(Hound)의 협동 작전으로 스케발을 물리쳤다고.
그러나, 그 실상은 다르다.
해당 작전에 참여했던 극소수의 하운드(Hound)들 만이 그 내막을 알고 있다.
그곳에, 잿빛 마법사가 있었음을.
* * *
사건의 직후, 하운드들은 마나 차단 로브를 두른 채 하르메인 삼림을 샅샅이 뒤졌다.
본래대로라면 하루면 충분할 작업이지만··· 하르메인의 포화상태의 마나는 차단 로브로도 제대로 막아지지 않는다.
그 탓에 작업이 더디다.
더디게나마 숲속을 조사하던 사냥개들은, 마침내 숲의 깊은 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선배님, 이건···.”
“···그래. 보고 있다.”
스케발과의 전투 현장이라 추측되는 곳을.
그곳에 모인 건 소수의 하운드들이다. 그들을 대표하는 하운드가, 현장에 가까이 다가간다.
“·····.”
하운드, 칼트는 현장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아주 난장판을 쳐놓으셨군···.’
칼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눈 앞에 비춰 보이는 건, 폐허를 방불케 하는 숲의 정경이다.
이리저리 나무가 뽑혀있다.
땅은 쩍쩍 갈라져 있고, 무언갈 내려찍고 질질 끌고 다닌 흔적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것은 검흔(??)과는 다르다.
칼로 베고 찍은 흔적이 아니다.
주문과 주문이 충돌한 흔적.
타격계열 주문이 남긴 흔적들.
그리고.
‘잿가루.’
칼트는 쓰게 웃었다.
사건의 현장은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내포한다. 그 정보를 캐내는 훈련을 지겹도록 받은 이들이 바로 하운드(Hound)들이다.
“선배님, 이건···.”
현장에서 답을 찾아낸 이들이 있다.
답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이런 독특한 흔적을 남기는 건 단 한 명 뿐이었으니까.
“그래.”
칼트는 담담히 말했다.
“잿빛 마법사, 라니엘님이 개입한 흔적이군.”
사건의 진상을 뱉는데 망설임은 없다.
미리 이야기된 내용인 까닭이다.
어차피, 내가 했다는 걸 숨기기는 힘들 거야.
어지간한 놈이면 몰라도··· 스케발이면 일단 숨기고 싸우기는 힘들 테니까.
칼트는 성큼성큼 현장의 중심으로 들어섰다.
그 뒤를 따라 하운드들이 걷는다.
그래서 뭐, 서신이라도 남겨뒀다.
대충 제일 멀쩡해 보이는 나무 밑에 놔뒀으니까, 그거 가져가서 보고하면 될 거야.
나무의 밑에 놓인 편지지에 손을 뻗는다.
그곳에는 잿빛 마법사, 라니엘이 쓰던 인(?)이 찍혀있다. 칼트는 그 편지를 터서 내용을 확인했다.
“흠.”
칼트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하운드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의 시선은 칼트가 쥔 편지지에 꽂혀있다.
그 시선을 받으며 칼트는 입을 열었다.
“라니엘님의 개입은 확인되었다. 해당 편지를 왕실에 전달하는 건 내가 하도록 하겠다.”
“···그, 칼트 선배님?”
하운드 몇몇이 질문한다.
“편지는 무슨 내용이었습니까?”
그 눈동자에는 묘한 기대감이 묻어나온다. 칼트는 잠시 고민하다, 편지지에 적힌 대로 답해주었다.
“···중요한 일이 있어 자리를 뜨니, 뒤처리는 맡기겠다는군.”
“중요한 일 말씀입니까?”
“그렇게 적혀있다.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른다.”
당연히 거짓말이다.
칼트는 시험지 채점을 해야 한다며 발걸음을 옮기던 라니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있는 그대로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칼트는 이것저것 억측하기 시작하는 하운드들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서 작업이나 시작해라. 오늘 안에는 끝내야 할 테니.”
2.
제4 왕녀, 아일라.
그녀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되물었다.
그 시선이 향한 곳은 문 앞에 서 있는 자신의 호위 기사, 하벨이다.
“하벨? 지금 뭐라 했나요?”
“···그게, 이번 사건에 라니엘 님이 개입하셨다고 합니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말이죠.”
그리 답하며 하벨이 서류를 테이블에 놓아둔다.
아일라는 하벨이 넘긴 서류를 휙휙 넘기며 빠르게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니까, 스케발의 토벌은 용사가 단독으로 한 것이 아니라···.”
아일라가 고개를 들었다.
“라니엘님이 단독으로 한 것에 가깝다?”
“예, 하운드들은 그리 판단하더군요. 그곳에 성검이 휘둘러진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성검이 훑고 지나간 흔적은 독특하다.
참격위에 빛무리가 남는다. 그 빛무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마기를 몰아낸다.
‘그런 흔적이 없다는 건···.’
성검을 휘두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아일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왜 세간에는 그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나요? 대부분 용사가 한 거로 알고 있던데.”
그녀는 하벨에게 불만 어린 시선을 보냈다.
‘이건 완전히 업적을 가로챈 것 아닌가요?’
용사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라니엘을 더 동경하는 아일라의 입장에서 이건 굉장히 불쾌한 일이었다.
“···그것이, 라니엘 님께서 굳이 자신의 개입을 알리지 말라고 못을 박아두셨습니다.”
“네?”
그 대답에 아일라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뜻을 잘못 해석한 듯 하벨은 뒷말을 덧붙였다.
“왕가 측에서는 로셀경의 주소로 토벌 사례금 및 보상을 지급했다고는 합니다.”
“아니, 잠깐만요. 개입을 알리지 말라뇨?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 그건 현장에 라니엘 님이 편지를 한 장 놓아두셨다더군요. 그 편지 실린 내용입니다.”
보고서를 확인해보심 나올 겁니다.
그리 말하는 하벨에게서 시선을 돌려, 아일라는 다시 서류를 바라봤다.
몇 장을 넘겨보니, 현장에서 발견된 편지를 필사해둔 페이지가 있다. 아일라는 그것을 쓱 훑어봤다. 담백한 문장으로 쓰인 편지였다.
골자만 추려보자면 아래와 같았다.
자신의 개입을 밝히지 말 것.
자신에게 제의 온 요직은 전부 거절할 것.
당분간 기사단 혹은, 그에 준하는 집단에 복귀할 의사는 없다는 것.
담백하게 전달할 것만을 이야기한다.
쭉 읽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문장에 닿는다. 그 문장은 위에 써진 문장들과는 다르다.
이 편지를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될 이들.
하운드(Hound)들에게 남기는 내용이었다.
중요한일이 있어 먼저 자리를 뜬다.
뒤처리는 맡기도록 하겠다.
아일라는 눈을 가늘게 떴다.
‘···중요한 일?’
그 일이 무엇일까.
아일라는 지금의 상황을 요약해 본다.
은퇴 후 몇 달간 신원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던 잿빛 마법사가 갑작스레 나타났다. 그리고, 그 등장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
‘고대 리치, 스케발의 왕도 습격.’
습격은 사전에 저지당했지만, 만약 조치가 살짝만 늦어졌더라도···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것이다.
과연, 잿빛 마법사가 나타날만한 사건이다.
아쉬운 점은 그 뒤의 이야기다.
‘그만한 사건을 처리하시고도···.’
별다른 말도 없이, 정체를 드러내는 일도 없이 잿빛 마법사는 사라졌다. 중요한 일이 있다는 편지만을 남기고서.
“으음···.”
아일라는 턱을 괸 채 눈을 깜빡인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계시길래?’
알 수 없는 일이다.
예전부터 조금 신비스러운 분이셨으니까,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것이겠지. 아일라는 기억 속의 잿빛 마법사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아쉽네요.”
별에게 사랑받는 아이, 스텔라.
이 재능도 만능은 아니란 걸까. 아일라는 고대하던 만남을 놓친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만나 뵙고 싶었는걸요.”
꼭 전하고 싶은 말도 있었는데.
아일라는 서랍을 열어 본다. 그곳에는 밀봉된 편지지가 수십 장 들어있다.
잿빛 마법사, 라니엘.
그 마법사에게 전하겠다며 어렸을 적부터 썼던 편지들이다. 보낼까 말까 고민하다가, 끝끝내 보내지 않고 넣어두었던 것들.
아일라는 그것들 중, 가장 최근에 쓴 것을 꺼내어본다. 보내려고 겨우 결심을 굳혔지만, 이제는 보내지 못하게 된 편지다.
잿빛 마법사가 은퇴를 했으니까.
그에게 편지를 전할 방법은 없다. 그의 스승을 거쳐 전달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로셀 경도 라니엘 님의 신원은 파악하지 못한다고 하셨지요.’
그마저도 확실치는 않다.
괜스레 편지의 겉면을 쓸어 넘기며, 아일라는 뒤늦은 후회를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은퇴하시기 전에 한 장이라도 보내 볼 걸 그랬어요.’
아일라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꼭, 말씀드려야 할 게 있는데.”
3.
사건 발생으로부터 삼 일 차.
건물들의 복구 작업도, 아플리아 학사 내에 남은 마기 찌꺼기의 처리도 막바지에 이른다.
그 사실이 아론 학장은 기껍다.
본래 마기를 치우는 일은 무척이나 귀찮고, 오랜 시간을 소모하는 일이다. 작은 찌꺼기라도 남아서는 안 되는 일이니까.
그 탓에 다시 한번 장기 휴일을 계획했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용사와 함께 찾아온 성녀가 아론 학장의 고민을 싹 날려주었다.
짝.
성녀가 한 번의 박수를 치고, 사제복의 소매를 너울 치는 것만으로 마기가 사그라든다. 찬란한 빛 앞에 작은 어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마치,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어.”
아론은 진심 어린 찬사를 보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 덕에, 단기적인 휴강으로 충분할 듯 해. 정말 잘된 일이지. 최악은 막았으니.”
“·····.”
“게다가 마기에 중독됐던 학생들도 성녀님 덕에 전부 나았다네. 은혜로운 일이야.”
아론은 미소를 흘리며 찻잔을 홀짝였다.
“그렇지 않은가, 로셀?”
“···뭐, 그렇겠지.”
“표정이 왜 그런가? 꼭 벌레라도 씹은 것처럼.”
아론은 맞은 편에 앉은 자신의 친구를 흘겨본다.
‘···뭔가 심기라도 거슬리는 일이 있었나?’
안 그래도 날카로운 눈매가, 오늘따라 더 날카로운 듯 하다.
“별일은 아니군. 조금 피곤해서 그러네.”
“···그게 무슨 소린가?”
“그런 게 있다네.”
로셀은 커피잔을 탁, 하고 내려놓았다.
“그래서, 나는 왜 불렀나?”
“별건 아니고, 라니아 양의 상태는 괜찮은가? 마기에 중독됐다고 들었다만···.”
아론은 그 말끝을 흐렸다.
소식을 듣게 된 건 사건 하루 뒤의 이야기다.
라니아 교수가 모습을 보이지 않나 했더니, 마기에 중독되어 자택에서 요양하고 있다 들었다. 결계의 근처에 있었다고 했던가.
‘하긴, 그 가녀린 몸으로는 결계가 내뿜는 마기를 견디기 힘들만도 하지.’
변절자를 맨손으로 때려잡는 데다가.
보이는 것 이상의 마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전장을 경험하지 않은 여린 소녀가 아니던가.
‘···여리다고 하기엔 다소 어폐가 있는가.’
어찌 됐든, 그 소녀가 마기에 시달리고 있을 걸 생각하니 아론의 마음도 썩 편하지는 않다.
‘심지어, 오늘은 출근도 했다지?’
그 아픈 몸을 이끌고 말야.
그 열의는 높게 사지만··· 몸을 먼저 챙겨주었음 하는 생각도 드는 법이다.
‘그러고 보니, 성녀님이 아직 머무르시던가?’
그럼, 그분께 부탁드리면 될 일 아닌가?
“바로 그거군.”
아론은 짝, 하고 박수를 치며 말한다.
“로셀.”
“뭔가, 아론.”
“혹, 자네의 제자도 성녀님께 부탁드리면···.”
“절대 안 되네.”
“···응?”
로셀이 눈을 부릅떴다.
“절대, 절대로 안 되네.”
“그, 그렇게까지 반응할 건 또 뭐람? 라니아 양에게도 좋은 일 아니겠는가?”
좋은 일, 좋은 일 이라.
로셀은 학사내에 성녀가 머무른단 소식을 듣고, 자신의 제자를 저택에 감금했다.
아니, 감금할 예정이었다.
‘그 녀석이 감금한다고 얌전히 감금당할 녀석이 아니지···.’
결국 로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자 녀석은 아플리아에 출근했다.
“후우···.”
지금 교수실에 처박혀 있을 라니엘의 모습을 떠올리며, 로셀은 이마를 짚었다. 오늘 하루, 라니엘과 성녀가 마주치지 않게 하고자 로셀은 진땀을 빼야만 했다.
성녀는 아플리아 곳곳을 쏘다니고 있다.
라니엘을 내버려 뒀다간, 반드시 마주치고 만다.
‘특히, 카페. 그곳만큼은 절대 못가게 해야한다.’
커피를 마시러 가겠다는 라니엘의 뒷목을 잡아 자리에 앉혀둔게 몇 번이었던가. 온종일 신경을 바짝 곤두 세우고 있자니 심신이 몹시 피로한 느낌이다.
로셀이 이렇게까지 하는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성녀와, 라니엘.
그 둘을 만나게 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 까닭이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절대 곱게 끝나지는 않을거란 점이다.
아, 그 미친년이요?
만나면 어떻게 할 거냐고요?
으음···
그 질문에 제자가 무어라 답했던가.
글쎄요. 별건 안 할 거 같은데.
일단 그 옷부터 다 찢어버리지 않을까요? 적어도 머리카락은 잡아 뜯어버릴 거 같은데.
예? 사람한테 폭력은 안 돼요?
제자 놈은 미소지으며 답했다.
그치만요, 스승님.
그년은 사람이 아닌걸요?
귓가에 해맑게 웃던 제자의 목소리가 맴돈다.
해맑게 웃으며 손가락을 꺾던 제자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둘이 마주쳤다간···.’
로셀은 직감한다.
‘둘 중 하나는 죽는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죽는 쪽은 성녀가 될 것이다. 로셀은 그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었다.
‘제발, 제발 교무실 안에만 있어 다오···.’
* * *
똑똑.
“들어오세요.”
나는 고개를 쓱 내밀어 문 앞을 바라봤다.
문 앞에는 학생 하나가 서 있다.
“레스티?”
“안녕하세요, 라니아 교수님.”
그녀가 고개를 꾸벅 숙인다.
“어쩐 일이야?”
“이거 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물어볼 것도 좀 있고···.”
나는 잠시 시계를 바라봤다. 안 그래도 커피나 한잔 마시러 가볼까 하던 참이었다.
“잠깐 기다려봐.”
나는 의자에 걸쳐 놓았던 케이프를 두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커피 좋아해?”
“네?”
“커피라도 마시면서 이야기하게. 가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