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28)
기무라가 링 바닥에 앉아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우혁이 기무라에게 생수병을 건넸다.
우혁은 옷을 갈아입고 있었고, 기무라는 여전히 셔츠와 반바지 차림이었다.
기무라는 생수병을 받아들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아직도 결과에 승복 못하겠습니까? 1라운드 더 뛸까요?”
우혁이 기무라에게 물었다.
“졌습니다. 내가 졌어요. 승복합니다.”
기무라가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런 짓을 했습니까?”
우혁이 기무라에게 물었다.
“그런 짓이라니?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이러는 겁니까? 그게 뭔지 모르지만 넘겨짚지 마세요.”
기무라가 펄쩍 뛰었다.
우혁은 휴대전화를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상대의 목소리를 들은 뒤 기무라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
“당신 매니저입니다.”
우혁이 말했다.
기무라가 휴대전화를 빼앗듯이 가져가 통화를 했다.
“이 사람이 왜 네 전화번호를 알고 있어?”
– 그러면 안 됩니까?
“뭐?”
– 사과는 했어요?
“사···. 무슨 소리야, 이 자식아!”
– 이 자식아?
“너 갑자기 왜 이래?”
– 당신하고 더 이상 일 못하겠습니다.
“생각 잘해라. 너 실수하는 거야.”
– 모든 일을 나한테 덮어씌우려고요? 내가 편집했고, 내가 유포자 섭외했으니까? 그런데 그거 당신이 시켰잖아.
“내가 시켜? 얘 좀 봐라! 난 그런 적 없어!”
– 역시 쓰레기답군! 그래도 나는 끝까지 당신을 지키려고 했는데···.
“너 지금 회사지? 기다려. 곧 갈 테니까.
– 회사 아닙니다.
“회사에서 급한 일이 있어서 들어간다더니 나한테 거짓말한 거야?”
– 거짓말해서 미안합니다.
“미안할 짓을 왜 해.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거기 어디야?”
– 회사에 사표 냈어요. 매니저 생활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신 같은 배우 다시 만날까 봐 못하겠어요. 내가 한 잘못이 있다면 처벌받으려고 경찰서로 갑니다. 자수하려고요. 당신이 시켜서 한 짓이지만 잘못된 짓인 줄 알면서 시킨다고 했으니 그건 순
전히 제 잘못이죠. 제가 좀 더 강하게 말렸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안 돼! 그러지 마. 기다려. 나하고 얘기부터 하자. 내가 너한테 줄 게 있어.”
– 저한테 줄 게 돈밖에 더 있겠습니까. 혼자 덮어쓰는 대신 돈 주겠다고 그러는 거 아닙니까.
기무라가 당황했다.
“일단 만나자.”
– 당신이 시켰다는 거, 증거가 너무 명백해요. 경찰서에 가서 보면 알 거예요. 당신과 제가 주고받은 전화, 메신저, 송금 내역, 파일을 편집한 노트북···. 왠지 이런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전화로 물어보기도 하고 메시지로 확인하기도 했죠. 그 기록들이 모두 남아
있어요. 그리고 영화관 CCTV 관리책임자를 찾아가 경찰을 사칭하고 CCTV 파일을 다운로드한 뒤에 삭제한 것도 말할 거예요.
“너 어디야. 말해. 어디냐고?”
– 미스터 강한테 용서를 구하세요. 저는 사과했습니다. 사과하니까 용서해 주셨어요. 당신도 사과하면 용서해 줄 거예요.
“네가 그 사람한테 얼마를 받았는지 모르지만 내가 두 배 줄게. 아니, 세 배 줄게. 나 좀 도와주라. 응?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있잖아.”
– 미스터 강한테 1센트짜리 동전 하나 받은 거 없습니다. 제가 먼저 이메일 보냈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제가 바라는 건 용서밖에 없어요. 용서는 돈으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죠. 저는 미스터 강의 용서가 필요하고, CCTV 편집본 편집과 유포에 관한 한 미스터
강이 하라는 대로 할 겁니다. 하루 전에 미스터 강에게 전화를 걸어 용서를 구하면서 자수하겠다고 말했고, 미스터 강이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당신을 만난 뒤에 전화를 하겠다고 했죠. 그 전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니저의 말을 들은 기무라가 머리를 굴렸다.
– 미스터 강이 왜 당신을 바꿔 줬는지 알겠어요? 당신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려는 것 같아요. 정말 좋은 분이네요. 당신은 미스터 강의 상대가 되지 못해요. 마지막으로 조언 한 가지 하겠습니다. 제발 흥분하지 마세요. 당신은 머리가 좋지만 흥분하면 바보 멍청
이가 되어 버려요. 어린애도 당신 같은 짓은 하지 않아요. CCTV를 편집해서 공개할 생각을 하다니! 차분하게 진정하세요. 머리가 시키는 하지 말고 양심의 말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전화 끊겠습니다.
“잠깐만! 끊지 마! 기다려!”
그러나 전화는 이미 끊어진 뒤였다.
매니저 말처럼 흥분하면 가끔 바보 같은 짓을 하는 건 사실이다.
영화관에서 강우혁이 폭행하는 걸 보고 흥분했다.
소매치기를 제압하는 줄 몰랐다.
CCTV 파일을 구해 동영상을 확인하고서야 알았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멈추지 못했다.
질투심이 뇌를 마비시켜 버렸다.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고 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정신이 들었으나 돌이키기에는 이미 늦어 버렸다.
그렇다고 후회하지는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갈 거라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았으니까.
매니저가 배신을 할 줄이야!
만약 매니저가 자수를 한다면?
끝장이다!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배우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고, 전과자가 될 수도 있다.
여자들은 모두 떠날 것이다!
배우 생활을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여자들을 잃는 건 싫다.
“소피아! 자리 좀 비켜줘요.”
기무라가 소피아에게 양해를 구했다.
“알겠습니다. 한 가지만 얘기하고 돌아가겠습니다. 이 말을 직접 전달하려고 지금까지 기다렸거든요. 지난번 인터뷰 때 저와 사귀고 싶다고 하셨을 때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선물을 보내시더군요. KABC의 아나운서에게도 똑같은 짓을 하
셨나 봐요. 화가 많이 나 있어요. 빠른 시일 내에 사과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저한테두요. 그럼 이만···.”
소피아는 일어났다.
소피아가 밖으로 나가자 기무라가 입을 열었다.
“사과드립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우혁은 자기를 두 번씩이나 기절시켜 버릴 만큼 단호한 면이 있다.
덤비면 덤빌수록 더 맞을 뿐이다.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자.
그의 약점을 파고들기로 했다.
약자인 척하기.
“만약 누군가가 당신이 나에게 했던 짓과 똑같은 짓을 당신에게 했다면 당신을 그 사람을 어떻게 할 겁니까?”
우혁이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기무라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위기를 모면하려는 술수였다.
약자에게 약한 자의 약점을 이용하려는 술수.
“이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으면 마음이 풀릴 때까지 때리십시오. 맞아드리겠습니다.”
“당신을 때릴 생각, 조금도 없습니다. 저는 이미 당신을 용서했으니까요.”
우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먹혔군!
기무라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제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은 당신의 양심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입니다. 당신의 양심이 당신에게 내리는 벌이 있다면 달게 받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세상이 당신을 벌할 겁니다.”
우혁이 지금까지 추체험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서 했던 말이다.
우혁의 말이 기무라의 가슴을 때렸다.
어퍼컷보다 훨씬 강렬한 충격이었다.
경고.
또는 훈화.
또는 마지막 기회.
또는 진심어린 충고.
꼰대의 훈화라고 비웃어 주고 싶은데, 마음 밑바닥에서 소용돌이가 일어났다.
“저는 당신의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길 바랍니다. 당신이 스스로를 용서한다면,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혁은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기무라는 무릎을 꿇은 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스스로를 용서한다면 친구가 될 수 있다?
적이 아니라 친구?
친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쟁 상대는 있었지만 친구는 없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목구멍을 치밀고 올라왔다.
아버지는 항상 말했다.
세상은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적을 꺾지 않으면 당하게 된다고.
그래서 열심히 싸웠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운동도 열심히 했고, 연기도 열심히 했다.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하지만 외로웠다.
공허했다.
마음을 터놓을 친구를 가진 적이 없다.
가슴이 미어진다.
잘못 살아왔다는 느낌.
“흡!”
뜨거운 것이 목구멍을 뚫고 터져 나왔다.
울음!
우혁에게 맞은 턱이 아프다.
우혁에게 맞은 옆구리가 아프다.
몇 대 더 맞고 싶다.
짝!
기무라는 손바닥으로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짝! 짝! 짝! 짝!
전혀 아프지 않았다.
손바닥으로 땅바닥을 짚은 채 오열을 터트렸다.
강우혁!
복수심조차 생기지 않는 패배감과 열패감이 밀려왔다.
***
우혁은 기무라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자수를 며칠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처가댁을 찾아가 장인에게 부탁했다.
“아버님! CCTV 원본 파일 공개, 며칠 늦춰 주십시오.”
– 왜?
“기무라에게 기회를 주려구요.”
– 기회를?
“오늘 기무라를 만났습니다. 알아듣게 얘기를 좀 했습니다.”
– 말로 해서 들은 친구가 아닐 텐데···. 사과라도 하던가? 그 사과, 믿지 말게. 거짓 사과야.
“알고 있습니다.”
– 알겠네. 기다려 보자고.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게. 그런 친구 말로 해서 들은 친구 아니야.
이튿날 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우혁의 소매치기 CCTV 원본 파일이 올라왔다.
파일을 올린 사람은 장인이 사건을 의뢰한 사설탐정 팀도 아니고 기무라의 매니저도 아닌 기무라였다.
다음날 오전, 기무라가 경찰에 자수했다.
기무라의 자수는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하루 내내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검 10위 이내를 차지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기무라가 자수를 해?”
사설탐정 팀장의 전화를 받은 장인이 놀라워했다.
“그 친구한테 무슨 말을 어떻게 한 겐가? 협박이라도 했어? 하하하!”
장인이 우혁에게 물었다.
우혁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언론과 네티즌들은 기무라에게 비난의 융단 폭격을 퍼부었다.
[기무라 자오, 강우혁 소매치기 제압 동영상 편집 유포 자수] [강우혁에게 인격 살인을 저지른 파렴치범, 기무라!]-기무라는 영화계에서 완전히 퇴출시켜야 한다.
-기무라를 단두대로!
-강우혁에게 악플 달았던 거, 사과합니다ㅜㅜ
-기무라! 완전 실망!!!!!
기무라의 용기를 높이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혁을 제외하고.
기무라가 자수를 하면서 우혁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폭발했다.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으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기무라와 관련된 인터뷰는 꿩닭 기자와 소피아 레이가 전부였다.
인터뷰에서 우혁은 기무라의 용기에 감사드리고, 기무라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한편 기무라 사건 담당 검찰에 선처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우혁에 대한 선플이 넘쳐 났다.
-대인배 강우혁!
-강우혁 배우님! 멋있어요.
-존경합니다, 강 배우님!
-그동안 강 배우님을 오해했습니다. 죄송합니다ㅜㅜ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꽃길만 걸으시길…
얼마 뒤 기무라가 우혁에게 편지를 보내 왔다.
**
탄원서를 제출해 주셨더군요.
저의 용기를 칭찬해 주시고, 저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 달라는 인터뷰 보았습니다.
고백하자면, 제가 자수를 한 것은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제가 저지른 일이 밝혀질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밝혀질 거, 자수를 해서 비난을 조금이라도 면해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매니저한테 들었습니다.
제가 자수할 수 있도록 미스터 강이 기회를 주셨다고 하더군요.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이종격투기 도장에서는 가짜였지만 지금은 진심입니다.
진심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런 놈입니다.
쓰레기죠.
잘못 살았어요.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처음엔 운명과 신을 원망하고, 미스터 강, 매니저를 원망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여전히 원망스럽습니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고맙기도 합니다.
더 높이 올라갔다가 떨어지면 고통이 더 컸을 테니까요.
죄 값 치르고, 다시 시작할 생각입니다.
제 양심이 저를 용서해 줄 때까지 근신하겠습니다.
그만 하면 됐다, 할 때까지.
연기 공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렵니다.
저에게 연기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서 저를 꾸짖은 적이 있습니다.
“자네는 테크닉만 배우려 드는구만. 인성이 밑받침되지 않는 연기는 모래성과 같다네. 구름 위에 지은 누각처럼 허물어질 수 있어.”
콧방귀를 뀌었죠.
인성 더러운 스타들을 손가락으로 꼽으라면 밤을 새울 수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야 선생님의 말씀이 뭘 의미하는지 사무치게 깨달았습니다.
인성과 인격 수양이 되지 않으면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인격 수양부터, 연기 공부 다시 시작합니다.
고맙습니다!
– 당신의 친구가 되고 싶은 기무라.
[ 당신의 친구가 되고 싶은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