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29)
첫 번째 방송 11.2퍼센트.
두 번째 방송 11.9퍼센트.
[홍길동전>보다 저조한 기록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상파 3사 동시간대 드라마 중에 3위, 즉 꼴찌였다.1등과 꼴찌의 차이는 2퍼센트 남짓.
미세한 차이였으나 꼴찌는 엄연한 사실이었다.
지지난 주 제작발표회를 하던 날부터 며칠 동안 우혁의 폭행 동영상이 퍼져 나가면서 지옥 같은 날들이 이어졌다.
우혁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편성이 연기될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목격자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예정대로 첫 방송이 나가게 되었다.
다들 [홍길동전> 시청률보다 높을 거라고 기대하고 예상했다.
왜냐하면 구설수도 홍보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웬걸.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기대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
두 번째 방송도 첫 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이 나왔다.
시청률 11.2와 11.9퍼센트가 나쁜 성적은 아니다.
[안중근 장군>과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타 지상파 드라마의 경우는 종방을 한 달 정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고정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였고, 10퍼센트 이상 기록하며 꾸준하게 달려오고 있었다.그 와중에 끼어들어 10퍼센트 이상의 첫 방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니 선전한 셈이다.
그러나 SBC 이사진과 사장, 이 국장, 문 PD를 비롯해 스텝들과 출연진들 중 그 누구도 그 성적에 만족하는 사람은 없었다.
만족은커녕 실망이 컸다.
특히 SBC 이사진과 사장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2화 시청률이 나온 화요일 저녁에 이사진들은 사장과 이 국장, 그리고 문 PD를 불러 격려와 응원을 위해 저녁식사 자리를 만들었다.
격려를 빙자한 질책의 자리였다.
“이제 시작이니까 시청률에 너무 연연해할 건 없습니다만, 3사 중에 우리가 꼴찌로군요. 최소 15퍼센트는 넘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김 이사가 만면에 미소를 머금은 채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으나 그의 발언은 힐책에 가까웠다.
[안중근 장군> 직전 드라마는 첫 방 15퍼센트대에서 시작해 13퍼센트대로 종방했다.고무적인 것은 단 한 번도 시청률 1위를 내주지 않았다는 사실.
[안중근 장군>은 최소 15퍼센트, 많으면 20퍼센트 이상을 기대했다.목표는 25퍼센트.
그런데 현실은 11퍼센트대였다.
“직전 드라마보다 못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홍보를 얼마나 많이 했습니다. 제작비는 또 얼마나 많이 들었구요. 촬영 기간도 다른 드라마보다 두세 배 많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10퍼센트에 턱걸이를 하다니요.”
박 이사가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강우혁 그 친구는 또 미국에 들어갔다면서요. 미국에 너무 자주 들락거리는 거 아닙니까? 촬영 일정에 차질 생기는 거 아니에요?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고 우리 드라마 적당히 해도 된다고 여기는 건 아니겠지요?”
권 이사가 이 국장과 문 PD를 번갈아보며 물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13회까지 촬영이 끝났습니다. 일정보다 훨씬 빠릅니다.”
이 국장이 대답했다.
“지금까지 드라마 연출하면서 강우혁만큼 열심히 하는 배우 못 봤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문 PD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문 PD하고 이 국장은 강우혁 씨를 너무 감싸고도는 경향이 있어요. 배우나 소속사한테 뇌물이라도 받은 걸로 오해받겠어요. 배우한테 너무 휘둘리면 안 됩니다.”
사장이 이사진들의 분위기에 편승해 문 PD와 이 국장을 힐책했다.
문 PD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뇌물 같은 거 받은 적 없고, 배우한테 휘둘린 적 없습니다! 시청률은 순전히 제 책임입니다. 평균 시청률 20프로 넘지 않으면, 제 개런티 안 받겠습니다.”
문 PD가 사장에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가라앉아 있던 분위기에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냉랭해졌다.
사장과 이사진들은 문 PD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놀라 한 대 얻어맞은 표정을 지었다.
김 이사가 온화한 표정으로 분위기를 수습했다.
“문 PD 말을 믿어 봅시다. 문 PD가 실언할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20프로 꼭 넘겨주세요. 패널티만 있으면 안 되니까 30프로 넘으면 문 PD 개런티의 50퍼센트를 인센티브로 드리겠습니다. 이 국장! 지금 나온 얘기 계약서에 반영해서 결재 올리세요.”
김 이사는 시종 웃으면서 말했지만 문 PD의 발언에 책임을 묻고 있었다.
첫 방송과 두 번째 방송에서 10퍼센트 초반을 기록한 드라마가 평균 시청률 20퍼센트를 넘긴 예는 드물다.
평균 시청률 30퍼센트?
최고 시청률이라면 또 모르겠다.
하지만 문 PD는 자신의 발언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우혁이 동영상이 왜곡된 것이라 언론을 통해 사실대로 얘기했지만 이 사람들은 우혁의 말을 믿지 않았다.
방송국에서 적극적으로 우혁의 발언을 홍보해 시청자들의 오해를 풀어 줄 생각은 않고, 다른 배우로 바꾸라는 둥, 편성을 연기하자는 둥, 설레발을 칠 때, 이 사람들에게 만정이 떨어졌다.
그리고, 평균 시청률 20퍼센트는 자신 있었다.
[안중근 장군> 1, 2회는 재미가 없다.인정한다.
하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재미있어질 것이다.
그게 문 PD 스타일이었다.
시청자들도 문 PD의 성향을 알고 있다.
초반은 재미가 없지만 뒤로 갈수록 재미있다는 것을.
그걸 감안하더라도 1, 2회의 시청률이 낮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회복될 거라고, 문 PD는 확신했다.
이렇게 좋은 대본과 주인공으로 평균 시청률 20퍼센트를 못한다면 연출가로서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것이다.
드라마 연출, 접어야 한다.
***
월요일 저녁 9시.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서두른다면 [안중근 장군> 3회 본방을 사수할 수도 있겠다.
우혁은 지난 주 목요일에 미국에 갔다가 토요일 오후 늦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사흘 동안 폭풍이 몰아쳤다.
지난 토요일, 미국 시간으로 금요일에 기무라가 자수를 했던 것이다.
귀국하는 우혁을 마중 나갔을 때 엄청나게 몰려나온 기자들 때문에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 애를 먹어야 했다.
우혁은 일요일 오전에 꿩닭 기자와 만나 기무라의 자수에 관해 인터뷰를 했고, 그날 오후 그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갔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안중근 장군> 3회 시청률 어떻게 나올까?”
백곰이 운전을 하며 우혁에게 물었다.
“글쎄!”
우혁은 [안중근 장군> 14회분 대본을 읽으며 대답했다.
“설마 또 꼴찌하는 건 아니겠지?”
백곰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 국장으로부터 이사진들과 사장 앞에서 문 PD가 시청률 공약을 했고, 그것을 토대로 계약서를 수정했다는 말을 들었다.
백곰은 그 사실을 우혁에게 귀띔했다.
그 말을 들은 우혁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30퍼센트라···.”
혼잣말을 중얼거렸을 뿐.
“그러고 보면 [환생 부부>는 참 운이 좋은 드라마야.”
백곰이 말했다.
[환생 부부>는 기무라가 편집한 폭행 동영상이 유포되기 전에 종방했다.첫 방송부터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그에 반해 [안중근 장군>은 첫 방송을 앞두고 큰 시련을 겪었다.
간신히 큰 파도를 넘기고 첫 방송을 했는데, 결과는 [환생 부부> 시청률과 비슷.
지상파 드라마가 종편과 비슷한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그런데.
***
– 배우님! 3회 시청률 나왔습니다.
[안중근 장군> 조연출 이달용 PD가 우혁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18.4입니다.
“18.4라구요?”
– 예, 배우님!
“혹시 문 PD님 옆에 계십니까?”
– 예. 바꿔 드리겠습니다.
잠시 뒤, 문 PD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강 배우!
목소리에 생기가 돈다.
“축하드립니다, PD님!”
– 8.4인 줄 알고 십년감수했네! 하하하!
“시청률이 껑충 뛰었네요.”
– 그러게 말이요. 잘못된 거 아닌가 해서 재차 확인해 봤는데 18.4가 틀림없어요.
“이렇게 올라가면 평균 시청률 30퍼센트 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 그게 어디 쉽겠어요. 10년 전이라면 몰라도···.
“PD님 인센티브 꼭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인센티브는 바라지 않고, 20퍼센트 넘겨서 개런티나 지켰으면 좋겠소. 그거 못 받으면 마누라한테 쫓겨날지도 몰라요. 하하하!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 여기서 더 열심히 하면 몸 상해요. 지금처럼만 해주면 됩니다. 내가 봤을 땐, 기무란가 뭐시긴가 하는 친구가 자수를 하면서 강 배우에 대한 오해가 완전히 해소된 것 같애. 언론에서 대서특필하면서 홍보도 많이 됐고.
“2회를 보고 나서 독자들의 반응에서 조짐이 보였습니다.”
사실이었다.
1회는 다소 심심했다.
응칠(안중근의 아명)의 어린 시절이 다소 심심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우혁은 첫 회 첫 장면에서 안중근 장군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신이나 일제에 의해 사형 당하는 신부터 시작했으면 싶었다.
하지만 문 PD와 장 작가는 연대기적 구성을 선호했다.
연대기적 구성은 시작이 다소 약할 수는 있지만 뒤로 갈수록 힘을 발휘했다.
2회부터 달랐다.
주인공의 캐릭터가 드러나고 내적, 외적 갈등이 서서히 증폭되었다.
일제의 폭압이 본격적으로 그려지고, 청년이 된 응칠이 현실에 눈을 뜨면서 항일 투쟁가로서의 면모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기무라의 자수가 미국과 한국 언론에서 대서특필되면서 자연스럽게 홍보가 된 것도 시청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
[안중근 장군> 촬영장.우혁의 촬영분까지 한참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 우혁은 차에 들어와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스타일리스트는 밖에서 회의 중이다.
“문 PD님 잘하면 인센티브 받을지도 모르겠는걸! 제발! 제에발 그랬으면 좋겠다!”
백곰이 차창 밖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두 손을 모았다.
하늘에 보름달이 떠 있었다.
[안중근 장군> 12회 시청률이 나왔다.34.6퍼센트!
8회 시청률부터 30퍼센트를 넘겼다.
현재까지 평균 시청률 28.2퍼센트.
아직 4회가 남았다.
시청률 고공 행진이었다.
뒷심이 엄청났다.
문 PD의 저력이었다.
시청률 고공 행진에 모두들 혀를 내둘렀다.
다음주에 [안중근 장군> 16회분 촬영이다.
2주 전에 16회 대본을 읽고 우혁은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수십 번을 읽고 또 읽어 완전히 암기했다.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예상된다.
백곰은 대본 내용을 듣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형도 좋겠지?”
백곰이 우혁에게 물었다.
우혁은 아까부터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서 무언가를 듣고 있었던 것이다.
“음악 감상하는구나.”
백곰이 혼잣말을 했다.
음악 감상을 하는 게 아니었다.
타란티노 감독이 보낸 영화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 시나리오를 듣는 중이었다.
우혁은 눈을 감은 채 시나리오에 집중했다.
지난번에 들었던 시나리오와 스토리는 비슷하다.
그런데 훨씬 좋아졌다.
구성도 더 탄탄해졌고, 대사도 훨씬 맛깔스럽다.
캐릭터는 펄떡펄떡 살아 움직이고, 숨이 조이는 긴장감와 서스펜스와 긴장의 이완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지난번 시나리오와 극명하게 달라진 점이 있었다.
옐로우의 비중!
지난번 시나리오에서는 화이트, 블랙, 옐로우 중에서 옐로우가 비중이 적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옐로우의 비중이 커졌다.
시나리오를 다 듣고 나서 타란티노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나리오 읽었습니다.”
– 어때요?
“지난번 시나리오도 좋았는데 더 좋아졌어요.”
– 다행이군!
“옐로우 비중이 지난번보다 커졌네요.”
– 왜? 마음에 안 들어요?
“그럴 리가 있나요. 저야 당연히 괜찮죠. 다른 두 배우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 걱정 말아요. 그건 어디까지나 작가와 감독의 권한이에요. 제작사도 동의했고요. 두 배우는 기무라하고 달라요. 그 정도는 이해할 겁니다. 미국에 언제 들어옵니까?
“2주 뒤에 갑니다.”
다음 주면 [안중근 장군> 촬영이 끝난다.
그 뒤로는 일정이 없다.
종방은 한 달 뒤의 일이지만, 종방연 때 맞춰 들어오면 된다.
– 드디어 시작이군! 하하하하! 어서 와요. 어서어서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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