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59)
“[위대한 시민>, [쓰레기들> 두 작품이 오스카에서 경쟁하게 될 거예요.”
‘할리우드 리포터’의 제인 필드 기자가 우혁에게 말했다.
“제인 말대로 되면 좋겠네요.”
우혁이 제인에게 웃어 보였다.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한 말이 아니니까. 제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제인의 의견인 줄 알고 좋아했습니다. 당신 의견은 어떤지 여쭤 봐도 될까요? 저한테는 당신 의견이 더 중요하거든요.”
“왜요?”
“제인의 의견은 믿을 만하니까.”
“정말요?”
“저뿐만이 아니라 할리우드 배우는 다 그렇게 생각할걸요.”
“너무 띄우지 마세요.”
“말해 봐요. 당신 의견은 뭡니까?”
“좋아요. 말하죠.”
제인이 녹차 한 모금을 마신 뒤에 말을 이었다.
“내년 오스카 남우주연상에 당신이 후보에 오를 거예요.”
우혁은 미소를 머금은 채 제인을 바라보았다.
“안 믿는군요.”
“믿고 싶습니다.”
“믿고 싶지만 믿지는 않는다?”
우혁은 대답 대신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브랫 골드윙 회장의 말이라면요?”
브랫 골드윙?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의 신임 회장?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6,000명 이상의 영화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는 미국 영화인 명예협회이다.
영화 산업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을 주요 회원으로 하며, 영화감독, 제작자, 배우, 시나리오 작가, 영화 편집자, 기획자, 관리자, 미술감독, 촬영기사, 영화 음악가, 음향기술자, 섭외전문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협회는 영화 크레디트에 관한 공식기록을 보존하고, 로스앤젤레스의 본부에서는 극장, 도서관, 영화 보관소를 운영하며, 영화 잡지를 출판하기도 한다.
이 협회의 가장 중요한 사업은 매년 2월 말경, 비공식적으로 오스카(Oscars)라고 불리는 아카데미상 수상자를 선정하고 시상식을 거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골드윙 회장이 내년 오스카 남우주연상에 우혁이 후보에 오를 거라고 했단 말인가?
“이번에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군요.”
제인이 팔짱을 끼며 우혁을 살짝 흘겼다.
제인의 엄청난 인맥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골드윙 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골드윙 회장이 내년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를 거론했다니 믿을 수가 없다.
골드윙 회장이 언급한다고 해서 그대로 된다는 건 결코 아니다.
아카데미상의 수상작은 아카데미 회원 전체가 참여하는 투표에서 결정하지만, 수상 후보작은 영화감독, 배우, 영화편집자, 음향기술자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추천하고 결정한다.
요컨대 골드윙 회장은 남우주연상 후보 선정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골드윙 회장을 무시하지 마세요. 당신이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도 예상한 사람이니까.”
제인이 골드윙 회장의 역성을 들었다.
“골드윙 회장과 제 의견이 비슷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잘 통하죠. 당신이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거라는 것도 생각이 같았어요.”
말인 즉은, 우혁이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다는 의견은 골드윙 회장의 의견이기도 하지만 제인 자신의 생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제가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자격이 될까요?”
우혁이 제인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분이 왜 이러세요?”
우혁의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다.
결과가 발표되었을 때, 그 사실을 두고 전 세계 언론이 ‘이변’, ‘놀라운 결과’,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제인도 축하 문자로 ‘수상 발표를 듣고 놀라서 펄쩍 뛰었다’고 했다.
후보에 오를 거라는 건 예상했을지 모르지만, 상을 타게 될 줄을 몰랐던 것이다.
“사실,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 그런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거죠. 당신의 연기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우혁으로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제인이 우혁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꼽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반갑다.
제인이 누군가.
‘할리우드 리포터’의 독설가이자 떠버리 빅마우스가 아닌가.
제인의 영향력을 알지만 할리우드 배우들은 제인을 꺼린다.
그런 제인이 우혁의 팬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할리우드에서는 ‘제인의 저주’라는 게 떠돌고 있다.
제인이 망한다고 하는 영화와 배우는 열에 아홉이 망한다는.
한편 ‘제인의 축복’이라는 말도 있다.
제인이 된다고 하는 영화와 배우는 열에 아홉이 된다는.
그런데 ‘제인의 축복’은 매우 드물다는 사실.
‘제인의 저주’가 열 번 있었다면 ‘제인의 축복’은 한 번에 불과하다.
그러니 다들 제인을 두려워할 수밖에.
그러나 우혁은 ‘제인의 저주’니 ‘제인의 축복’에 신경 쓰지 않았다.
믿지도 않았고.
배우로서 관객의 의견에 경청할 뿐.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것이라는 제인의 ‘축복’이 고마울 따름이다.
“고맙습니다!”
***
고맙다.
추체험 이능을 얻은 뒤로 우혁의 감정에 움튼 것이 있다.
‘고마움’이라는 감정의 싹에서 움이 트기 시작한 것이다.
그 전에도 고맙다는 감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주 느껴지는 감정은 아니었다.
고맙다는 감정이 일어났다가도 곧바로 비딱한 감정으로 바뀌기 일쑤였다.
고맙기는 개뿔!
그러나 추체험 이능이 생겨난 뒤로는 별로 고맙지 않은 일에도 ‘고맙다’는 감정이 일어났다.
모든 것이 고마웠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의 성공을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겉으로 표현하면, 오글거릴 이야기이지만,
그 전에는 무감했던 하늘, 바람, 구름, 비, 눈, 꽃, 나무, 동물들, 사람, 도시, 영화, 드라마, 음악이 고맙게 여겨졌다.
그것은 우혁의 내면에서 일어나 혁명과 같은 사건이었다.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 전에는 하늘과 땅과 바다, 식물, 동물, 사람들이 나를 괴롭힐 기회만 노리는 것 같았다.
개는 이빨로 내 발뒤꿈치를, 하늘은 벼락으로 내 뒤통수를, 땅은 돌부리로 내 무릎을, 바다는 파도로 유인해 내 목숨을 노린다고 생각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사람, 사람들.
배신, 속임수, 따돌림, 중상, 모략, 욕설, 비난이 두려웠다.
실패할까 봐 걱정스럽고, 성공할까 봐 무서웠다.
그러나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모든 게 고마울 따름이다.
사랑하는 딸, 민서가 태어난 뒤로는 더더욱.
민서의 미소가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만큼 기쁘다고 하면 사람들은 믿을까?
사실이다.
민서가 웃을 때.
민서가 미소를 지을 때.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잔잔하고 은은한 기쁨이 올라온다.
잔잔하고 은은하지만 그 기쁨의 무게는 어마어마하다.
만약 이 세상을 떠나게 될 때, 가장 기뻤던 순간이 언제냐고 자문하게 된다면, 민서가 미소를 지을 때라고 답하게 될 것 같다.
일주일 뒤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장인 장모님은 차마 말을 꺼내지는 않았으나 민서와 아내를 미국에 두고 갔으면 했다.
하지만 우혁은 그렇게 할 생각이 없었다.
민서의 미소를 하루라도 못 본다는 건 상상하기도 싫었으니까.
아내가 미국에 살기를 원한다면 고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미국에 있고 싶으면 그렇게 해.”
아내에게 말했다.
“싫어! 나도 갈 거야!”
자기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는 아내였으나 우혁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아내가 똑 부러지게 대답했다.
“한국에 들어갈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아내가 불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민서를 꼭 닮았다.
이럴 땐, 딸 둘을 키우는 것 같다.
“사실은 당신이 여기 남겠다고 하면 어쩌나 속으로 걱정했어.”
아내에게 속마음을 실토했다.
“여기가 편하긴 하지만, 오빠 없이 어떻게 살아. 민서도 그렇고.”
우혁도 마찬가지였다.
거기가 천국이라도 아내와 민서가 없는 곳은 이미 천국이 아니다.
한국에 돌아갈 준비는 마쳤다.
부모님이 살고 계시는 양평집 바로 옆집을 매입해 수리했다.
백곰은 부모님 집 2층에 들어가기로 했다.
데이빗은 우혁의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2층짜리 전원주택 월세를 구했다.
데이빗의 애초 계획은 아버지와 함께 한국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계획을 수정했다.
왜냐하면 [플럼범 바이러스> 촬영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미국으로 들어가 차기작을 시작해야 했으니까.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옐로우 동생’ 역할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보였던 데이빗의 인기가 치솟았다.영화, 드라마 출연 섭외가 쏟아져 들어왔던 것이다.
우혁이 [위대한 시민>을 찍는 동안 데이빗은 신인 감독의 영화에 무게 없는 조연으로 출연했다.
그 사실을 알고 우혁이 화를 낼 정도였다.
“담당 에이전트, 누구야? 내가 좀 만나야겠다.”
“아니야! 그거라도 할 거야.”
그렇게 수모를 참으며 버텼다.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가 대성공을 거두자 우혁을 낚는 데 쓸 미끼로 데이빗을 취급했던 담당 에이전트의 태도가 돌변했다.과거의 데이빗이라면 몽니를 부렸겠지만, 데이빗은 에이전트의 태도 돌변을 너그럽게 받아들였다.
데이빗의 반응에 감동받은 에이전트는 열심히 뛰었고, 좋은 조건에 차기작 계약을 성사시켰다.
앞으로 작품을 찾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플럼범 바이러스> 촬영 일정이 아니었다면 세계적인 감독의 영화에 출연할 수도 있었으나 데이빗은 [플럼범 바이러스>를 고수했다.결과적으로 데이빗에게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었지만 당시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우혁은 데이빗에게 세계적인 감독의 캐스팅 제안이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고, 데이빗에게 그 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권했다.
“싫어요, 형! 아무리 좋은 위대한 감독의 작품이라 해도 그럴 수는 없어요. 형하고 먼저 약속을 했어요.”
“계약서를 쓴 것도 아닌데 뭘 그래.”
“계약서는 안 썼지만, 형하고 한 약속을 저버릴 수는 없어. 만약 [플럼범 바이러스>에 내가 필요하지 않다고 형이 내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고맙다.”
“내가 고맙지.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계약서 씁시다. 형이 내칠까 봐 불안해서 안 되겠네.”
데이빗은 노개런티도 괜찮다고 했으나 러닝 개런티로 계약했다.
계약금도 송금했고.
멜라니 로랑과도 계약했다.
서로의 영화에 출연한다는 전제 하에, 똑같은 계약금과 러닝 개린티 조건으로.
멜라니는 서울의 오피스텔에 거처를 마련했다.
***
[위대한 시민>이 9월에 있을 토론토 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토론토 영화제는 북미의 칸으로 불리며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한 해 동안 주목받았던 전 세계 영화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지정좌석제가 아니기 때문에 영화 상영 1시간 전부터 영화관 건물을 에워싼 긴 줄을 볼 수 있고, 영화제 기간에 아예 휴가를 내고 영화를 볼 만큼 토론토 시민들의 전폭적인 호응을 받고 있는 영화제이다.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가 많고, 다른 국제영화제와는 달리 영화 배급 창구로서의 역할이 매우 크다.
[위대한 시민> 영화사는 마켓을 열어 해외 수출에 공을 들였다.수출 성과에 따라 영화의 흥행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토론토 영화제는 아카데미의 전초전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토론토 영화제에 출품된 작품들이 어떤 반응을 얻느냐가 매우 중요했다.
[ 아카데미 전초전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