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61)
한국에 돌아온 지 1주일이 지났다.
1주일 전, 가족을 데리고 부모님의 집으로 들어섰을 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훌쩍 자란 민서를 보고 반갑고 고마워 눈물을 흘리셨다.
토토는 1년 만에 만나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서 어쩔 줄 몰라 했다.
“늬들을 떠나보내고 사부인 사돈어르신께서 얼마나 허전하실꼬.”
어머니는 민서와 며느리, 토토를 다시 만난 반가움도 잠시, 사부인과 사돈어른의 허전한 마음을 걱정했다.
지난 1년 동안 겪어 보아 잘 알고 있었다.
사흘이 멀다 하고 수시로 인터넷 무료 화상통화를 했으나 허전함과 그리움이 가시지 않았다.
눈으로 보는 것으로 채워질 허전함과 그리움이 아니었으니까.
“한국에 자주 오시기로 하셨어요. 저도 종종 찾아뵐 거구요.”
아내는 어머니의 걱정을 덜어주려고 애를 썼다.
“그래! 그래야지. 전화도 자주 드리고.”
“그럴게요, 어머니!”
“사부인 사돈어른께서 한국에 아주 들어오시면 좋으련만···.”
“그렇잖아도 두 분 다 그러고 싶어 하시는데, 아직은 상황이 여의치 않으신 모양이에요. 몇 년 후에는 한국에 들어오실지도 모르겠어요.”
“들어오시라고 해라. 가족이 떨어져 살아서야 쓰나. 뭉쳐 살아야지. 암, 그렇고말고!”
“어머니! 저 안 보고 싶으셨어요?”
아내가 어머니의 팔짱을 끼며 살갑게 애교를 부렸다.
“보고 싶다마다! 지금에서 말이다만, 어멈하고 민서가 눈에 밟혀서 병이 다 났잖어. 민서 할아버지도 그렇구.”
어머니는 아내의 손을 하염없이 어루만졌다.
아버지는 어머니처럼 속마음을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으나 어머니 못지않게 기뻐하시는 게 역력했다.
우혁도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부모님을 다시 뵈어 기뻤고.
집으로 돌아와서 기뻤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긴데, 한국에 도착하니까 그동안 여행을 다녔던 기분이 들어. 이제야 집에 온 것처럼 편하단 말이지.”
인천공항에 도착하던 날, 백곰이 한 말이었다.
아내도 비슷한 말을 했다.
“나가 보니까 알겠어. 나한테는 한국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는 걸 말이야.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이 들리니까 너무 좋다!”
우혁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년 동안 긴 여행을 다니다가 비로소 집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행.
많은 것을 보고 느낀 여행이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왔고,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이곳에서 풀어놓을 차례이다.
할 일이 많다.
아내와 민서, 토토가 함께 살 집으로 새로 마련했다.
6개월 전, 양평집 인근의 부동산에 부모님이 살고 계신 마을에 매물이 나오면 알려달라고 부동산에 부탁을 해두었는데, 마침 부모님의 바로 옆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구입했다.
구입하자마자 집을 수리하기 시작해 보안 시설 등을 갖추었다.
다행히 아내는 집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집은 마음에 들어?”
“내 맘에 쏙 들어.”
수리를 할 때 아내의 취향을 최대한 고려했다.
토토도 새 집에 금세 적응했다.
백곰은 부모님집 2층으로 들어갔고, 데이빗은 같은 마을에 구해둔 월세집에 짐을 풀고 필요한 가구를 들였다.
우혁은 여독도 풀고 새 집과 정도 들일 겸 1주일 동안 집에 머물렀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편히 먹고 마시며 쉬었더니 여독이 가셨다.
이제 슬슬 일을 시작할 때였다.
정리할 거 정리하고.
벌일 거 벌이고.
***
가장 먼저 소속사 ‘나무’의 정의찬 사장을 찾아갔다.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인사말과 안부를 나눈 뒤,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해 운을 띄웠다.
“말씀하십시오.”
정 사장이 올 게 왔구나 하는 표정으로 맞은편에 앉은 우혁을 응시했다.
우혁은 에두르지 않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계약 연장, 하지 않겠습니다.”
“···.”
정 사장은 눈을 잠시 감았다가 떴다.
어느 정도 예상도 했고, 각오도 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아쉬움이 밀려왔다.
쓰나미처럼!
마음을 진정시키느라 잠시 침묵을 지켜야 했다.
“그저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저희가 해드린 게 없어서요.”
“아닙니다. ‘나무’와 정 사장님 덕분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난 6월에 타란티노 감독님과 함께 한국에 왔을 때 배려해 주신 것도 너무 고맙구요.”
“그 정도도 하지 않으면, 저희가 나쁜 놈들이죠.”
“그렇게 말씀하시니 송구스럽네요. 지난 1년 동안 미국에 나가 있느라 회사에 수익을 전혀 드리지 못했으니까요.”
‘나무’는 우혁의 할리우드 활동을 캐어할 능력도 여건도 되지 않았고, 할리우드 활동으로 벌어들인 우혁의 수익은 ‘나무’에서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미국 가시기 전에 배우님이 벌어들인 수익이 얼만데요. 그리고 지난 1년 동안 배우님을 통한 직접 수익은 없었지만, 배우님 덕분에 저희 회사 브랜드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갔습니다. 그걸 경제적 가치로 따지면 적지 않은 금액이 될 겁니다. 고백하자면, 배우님 많이 팔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역량 있는 연기자들도 많이 확보했고요. 이제 그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하게 되어 안타깝지만, 그동안 누린 것만으로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다른 기획사와 계약하신 건가요?”
정 사장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아닙니다. 다른 기획사와 계약할 거라면, ‘나무’와 계약했을 겁니다.”
“기획사 없이 하시려구요?”
“우선은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미국에서도 에이전시 없이 독립적으로 다녔는데, 훨씬 익숙한 한국에서 그렇게 못할 까닭이 없다.
차후에는 기획사를 차릴 계획이다.
오래 전부터 계획해왔듯이.
“동수 씨도 함께하겠지요?”
“예.”
백곰과는 벌써 얘기가 끝났다.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혁의 계획을 말해 주었고, 백곰은 우혁의 계획에 동의했다.
“알았어. 그렇게 해. 하지만 직원들이랑 헤어지는 건 섭섭하다. 특히 정 사장님은 나한테 참 잘해 주셨는데···.”
백곰의 표정에 슬픔이 가득했다.
“회사에서 나온다고 해서 인간관계까지 끝내는 건 아니니까 너무 염려하지 마. 좋게좋게 헤어질 거니까. 만나서 식사도 하고, 서로 도울 일 있으면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고 그렇게 해. 나도 그럴 거야.”
“그래? 난 다시 못 보게 되는 줄 알고 걱정했네. 그럼 됐어. 헤헤!”
그제야 백곰의 표정이 밝아졌다.
백곰은 미국에 가 있는 동안 무급 휴직 상태로 ‘나무’ 직원으로 남아 있었다.
급여는 우혁이 지불했다.
정 사장보다 높았다.
첫 월급을 통장으로 입금했을 때, 급여를 확인한 백곰이 돈을 잘못 보낸 것 같다고 했다.
“그게 네 월급이야.”
“말도 안 돼! 나무에서 받던 월급보다 다섯 배도 넘잖아. 정 사장님보다 많겠다.”
미국의 에이전시에서 급여 순위 상위 10퍼센트 에이전트가 받는 급여에 해당했다.
“이건 너무 많아.”
“많지 않아. 앞으로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거니까.”
“이것도 많은데 더 번다고? 말도 안 돼!”
백곰은 자신을 과소평가했다.
“동수 씨처럼 좋은 사원을 놓친다고 생각하니 아쉽네요.”
정 사장의 표정에서 짙은 아쉬움이 여실히 드러났다.
좋은 사원.
‘유능한’이 아니라 ‘좋은’이라는 수식어 속에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하지만 배우님이 나가시는데, 동수 씨가 우리 회사에 남아 있을 리가 없지요. 받아들이겠습니다.”
“동수 빼 가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동수 씨는 배우님이 데리고 들어온 사람이지 않습니까. 충분히 이해합니다.”
“참 그리고, 제 스타일리스트였던 송유미 씨가 고현주 팀장의 팀에서 나갔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송유미 씨를 채용하고 싶은데, 그래도 괜찮을까요?”
사장실에 들어오기 직전에 고현주 팀장과 통화를 하다가 그 사실을 들었다.
송유미 씨가 나가게 된 이유도.
그 말을 듣고, 고현주 팀장에게 송유미 씨를 채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정 사장도 고현주 팀장과 같은 대답을 했다.
고현주 팀장은 자기도 채용해 달라고 했으나, 우혁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완곡하게 거절했다.
우혁도 고현주 팀장을 채용하고 싶었으나 ‘나무’에 소속된 직원을 빼가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힘닿는 데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정 사장이 우혁에게 말했다.
“말씀 고맙습니다, 사장님!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소속사를 정리했다.
염려스러웠던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다행히 순조롭게 잘 풀렸다.
이번에는 스타일리스트를 구해 볼까.
***
“송유미! 왜 그렇게 손이 느려? 무슨 바느질을 하루 왼종일 하고 있니?”
메인 스타일리스트가 윽박질렀다.
네 달째 하루도 빠짐없이 핀잔을 듣고 있다.
귀에 딱지가 앉을 때도 되었건만, 들을 때마다 속이 쓰리고 아리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건만···.
“이리 줘 봐!”
메인이 바느질감을 낚아채갔다.
거의 다 했는데···.
고현주 팀장님 밑에서 일할 때가 좋았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하지만 그곳에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었다.
우혁 오빠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새로운 배우를 배정받았다.
첫 만남부터 미운털이 제대로 박혔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달까.
실수로 담당 배우의 바지에 물을 쏟은 것이다.
목 말라하는 그에게 물을 주려다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우혁 오빠에게도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오빠는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 갔다.
하지만 담당 배우는 달랐다.
“당신 뭐야?”
“신입 스타일리스트입니다. 죄송합니다.”
“스타일리스트라는 사람이 옷에다 물을 쏟아요?”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그날 이후로 거의 매일 핀잔과 욕을 얻어먹었다.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몸이 경직되는 바람에 생전 하지 않던 실수까지 했다.
처음에는 씩씩하게 참았지만 두 달이 지나자 혼자 있을 때면 눈물이 나왔다.
울지 않으려고 노래까지 불렀지만 소용없었다.
♬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
노래 부르면서 울었다.
백곰 오빠와 우혁 오빠가 그리웠다.
두 오빠가 돌아올 때까지만 참으려 했으나 6개월이 지났을 때, 담당 배우가 팀장님에게 막내 스타일리스트를 내쫓으라고 요구하는 말을 우연히 들었다.
만약 들어주지 않으면 사장에게 얘기해서 고현주 팀장까지 잘라 버리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팀장님에게 피해를 끼치기 않았다.
그래서 몸이 아프다는 거짓 핑계를 대고서 무단결근을 했다.
결국 그렇게 퇴사를 하고, 한 달 정도 쉬다가 다른 스타일리스트 일자리를 찾았다.
담당 연예인은 무난했다.
그런데 문제는 스타일리스트 팀장.
자가용을 피하다가 똥차에 치인 꼴이었다.
담당 배우는 연기를 할 때라도 피할 수 있지만 팀장은 그럴 수가 없다.
일을 정말 잘 못하고, 실수를 해서 야단을 맞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이건 뭐, 사사건건 꼬투리를 잡아 화를 낸다.
“이걸 왜 이렇게 했니, 저렇게 해야지.”
납득이 되어야 받아들이겠는데 납득이 되지 않는다.
왼쪽 엉덩이나, 오른쪽 볼기짝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서 매일 밤마다 운다.
하루에 다섯 시간도 못 자고 일할 때가 부지기수다.
한 달에 일주일 이상 날밤을 새우고.
페이라도 많으면 또 모르겠다.
고현주 팀장 밑에서 받을 때보다 반절밖에 안 된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
스타일리스트.
페이는 적어도 견딜 수 있다.
일이 재미있으니까.
그런데 이젠 못해먹겠다.
조금만 더 하면 세컨드가 되고, 거기서 조금 더 노력하면 언젠가는 메인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평생 어시스트를 면하지 못할 것 같았다.
고현주 팀장은 세컨드로 대우해 줬는데···.
슬프다.
드르르르···.
깜짝이야!
휴대전화 진동이 울렸다.
“우혁 오빠다!”
발신 번호를 확인하고서 너무 반가운 마음에 소리를 질렀다.
이게 얼마 만인가?
미국에 간 뒤로 통화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단문 메시지를 주고받은 적은 있지만.
우혁 오빠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메시지를 보내곤 했고, 오빠는 꼭 답장을 주셨다.
“오빠? 너 연애하니?”
메인이 흘겨보았다.
“그게 아니라···.”
“별짓을 다하는구나 아주! 업무 시간에 누가 전화기를 붙들고 있으래? 그럴 시간에 일이나 똑바로 배워.”
“통화 좀 하면 안 될까요? 잠시면 되는데···.”
“지금 바쁜 거 안 보이니? 나 혼자 이러고 있어야 돼?”
메인은 바느질감을 흔들어 보였다.
30분 동안 송유미가 꿰맸고, 조금만 하면 마무리되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빼앗아가 놓고서 뭘 어쩌란 말인가.
실이라도 받들고 있을까?
옆에서 응원이라도 해야 되나?
골무 탈이라도 뒤집어쓰고서?
힘내라! 힘!
으쌰! 으쌰!
뭐 이렇게?
나 참!
메인만 아니면 콱···.
“예, 알겠습니다.”
송유미는 메인 옆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서 바느질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왜 지켜보아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얏!”
메인이 바늘에 찔렸다.
아, 행복해!
***
송유미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바쁜 모양이다.
발신 번호가 찍혔을 테니 전화를 하겠지.
차 문을 열고 차 안으로 들어서자 백곰이 외쳤다.
“형! [위대한 시민>이 8억 달러를 넘어섰대.”
반가운 소식이다.
모든 일이 순탄하게 술술 잘 풀리고 있다.
[ 모든 일이 순탄하게 술술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