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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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트인 줄 알았는데, 홈런!
“세상에! 광고가 들어왔다구요?”
백곰이 흥분한 나머지 엉겁결에 정 실장의 양 팔뚝을 덥석 잡으며 물었다.
“으읍!”
정 실장이 고통스러워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흥분해서 그만···.”
백곰은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두 손을 공손히 앞으로 모으고서.
“백 대리, 힘이 엄청 세군요. 팔뚝 부러지는 줄 알았어요.”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
“앞으로 이런 소식을 전할 때는 백 대리 근처에 가지 말아야겠어요. 하하하!”
정 실장이 호쾌하게 웃었다.
“그런데 실장님! 무슨 광고죠?”
“테마파크 매직월드.”
“매직월드라고요? 국내 최대 놀이동산?”
“그렇다니까!”
정 실장은 무의식중에 백 대리에게 말을 놓았다. 아무리 나이 어린 매니저라도 말을 잘 놓지 않는 정 실장이.
형제처럼 지내는 두세 명을 제외하고 말을 놓지 않는 사람이 아닌가.
백곰은 그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오래 전부터 그렇게 해온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이건 마치, 번트를 살짝 댔는데 홈런이 나온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백곰이 놀란 눈으로 정 실장과 우혁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백 대리 표현력은 정말 놀라워. 어떻게 그런 표현이 떠오를 수가 있지? 번트를 댔는데 홈런이 나왔다? 시인이 되었으면 노벨상도 문제없겠어.”
누가 들으면 놀리는 말인 줄 알겠지만 정 실장은 진심이었다.
번트를 쳤는데 홈런.
시인이 되었으면 노벨상.
두 사람의 과장법에 우혁은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백곰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정 실장의 진심어린 칭찬에 쑥스러워했다.
“겨울 방학과 연말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대대적으로 TV 광고를 할 모양입니다.”
정 실장이 우혁에게 말했다.
“크리스마스, 신나는 겨울 방학, 새해는 매직월드에서 보내는 게 최고죠.”
백곰이 거들었다.
“내 말이!”
정 실장이 백곰의 말에 동조했다.
그러고는 우혁에게 좀 전에 홍보실장과 통화했던 내용을 요약해 들려주었다.
“홍보실장 말에 의하면, 테마파크 홍보기획실장이 [서울 가로등> 첫 방을 보고 꽂혔답니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회의를 소집하고서 직원들에게 드라마를 보여 줬대요. 다들 실장 의견에 동의한 모양이에요. 광고 제작 시일이 촉박해서 최대한 빨리 계약하고 곧바로 촬영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광고 출연료는 얼마쯤 받게 될까요?”
백곰이 정 실장에게 넌지시 물었다.
“협의를 해봐야겠지. 우리 소속사 계약 전담 변호사하고 내가 달려들어서 최대한 높여 볼 생각이야.”
정 실장은 백곰에게 말한 뒤 우혁에게 시선을 돌리고서 말을 이어나갔다.
“일단 오늘 2회 시청률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입니다. 그에 따라서 저희들이 푸시할 수 있는 파워가 달라지거든요.”
우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곰이 정 실장에게 말했다.
“시청률은 별로라도 댓글 반응은 엄청 좋은데. 광고주가 그 댓글을 봤으면 좋겠네요.”
“안 봤을 리가 없지. 아마 포털 사이트, SNS 다 뒤져서 보았을 거야. 재채기하고 가로등지기 인기가 장난 아니다 싶으니까 다른 곳에 빼앗기기 전에 얼른 낚아채려고 달려드는 거지. 그 사람들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맡거든.”
“실장님, 이 정도는 되겠죠?”
백곰이 정 실장에게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물었다. 광고 출연료를 묻는 거였다.
“에이, 그 정도로는 안 되지. 최소 이 정도!”
정 실장이 백곰에게 손가락을 보여 주었다.
“헙! 그렇게나 많이요?”
백곰이 눈을 크게 떴다.
“참!”
정 실장이 걸음을 딱 멈추었다.
“우혁 씨, 재채기 인형 어디서 구하셨어요?”
“10년 전 대학로 노점상에게서 구입했습니다. 복화술 연습하려고.”
“지금도 시중에 나가면 살 수 있는 건가요?”
“이번 촬영 때 쓰려고 똑같은 걸 찾아보았는데 찾을 수가 없더군요. 새로 구입할까 했는데 피디님, 작가님이 지금 애가 마음에 든다고 하셔서 그냥 쓰고 있습니다.”
“재채기 인형 좀 볼 수 있을까요?”
백곰이 종이 가방 속에서 재채기를 꺼내 정 실장에게 건네주었다.
정 실장은 재채기 인형을 살펴보고 나서 우혁에게 물었다.
“구입할 때부터 이런 모습이었나요? 바느질 자국이 있네요.”
“아내가 손을 좀 봤습니다.”
우혁의 말이 끝나자 백곰이 거들었다.
“원래는 이렇게 귀엽지 않았어요. 슬프고 화가 난 것 같은 표정이었는데 형수님이 재채기를 이렇게 귀엽게 만들어 주셨어요. 재채기로 변하기 전의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 준다면 ‘재채기’보다 ‘밭은기침’이 더 잘 어울릴걸요.”
“얘 이름은 유은아 작가님이 지어 주신 건가요?”
“아뇨! 형이 지은 거예요.”
백곰이 우혁 대신 대답했다.
“정말요?”
정 실장이 우혁에게 확인 차 물었다.
“예!”
우혁이 대답했다.
“재채기! 캐릭터 작업해서 저작권 등록하시죠?”
“?”
“댓글 보셔서 아시겠지만 재채기 인기가 장난 아닙니다. 앞으로 광고까지 나가면 더할 거예요.”
“우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죠? 실장님 혹시 천재 아니세요? 전 죽었다 깨어나도 재채기 저작권 등록할 생각은 못할 거예요. 제 머리는 온통 먹을 것만 생각하거든요.”
백곰이 정 실장을 띄우고 자신을 낮췄다.
정 실장은 백곰의 어깨를 툭 치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은 천재도 아니고, 백곰이 먹을 것만 생각한다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로.
“저작권은 우리 회사하고는 상관없는 겁니다. 순전히 우혁 씨 몫이에요. 제 짐작입니다만, 틀림없이 어딘가에서 재채기 인형을 만들고 싶어 하는 곳이 있을 거예요. 이미 만들고 있을 수도 있구요.”
“저작권 등록 서둘러야겠네요.”
백곰이 조바심을 부렸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캐릭터 관련 일을 하는 친구를 알고 있거든요. 법적인 부분은 회사 소속 변호사에게 부탁하면 알아서 해결해 줄 겁니다. 혹시 모르니까 유 작가님께 전화 드려서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 할 겁니다. 그 문제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그럼 들어가십시오. 저는 홍보실에 가봐야겠습니다. 백 대리 잘 들어가.”
정 실장이 황급히 돌아서서 바쁜 걸음으로 멀어져 갔다.
“형! 서둘러! [서울 가로등> 본방 사수해야지.”
***
우혁의 집 앞에 도착했다.
“동수 너도 들어가서 같이 보자.”
“안 돼. 시간이 너무 늦었어. 난 집에 가서 편하게 볼 거야. 맛있는 거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보는 나만의 자유를 빼앗으려고 하지 마. 형은 어서 들어가서 형수랑 봐.”
“그래. 내일 보자.”
우혁은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
“고생 많았지? 5분 뒤에 시작이야. 어서 옷 갈아입고 나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던 아내가 우혁을 반갑게 맞으며 말했다.
우혁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와 아내 옆에 앉았다.
[서울 가로등> 2회가 막 시작되고 있었다.옥자가 비명을 질러 댄다.
옥상 바닥에 인형들이 쏟아졌던 것.
“와 카노?”
옥자 아버지 ‘이 씨’가 옥탑방 창문을 열고 내다본다.
“인형이 흙탕물에 젖었어요. 흑흑흑!”
옥자가 운다.
“난 또 뭐라꼬. 퍼떡 들어와서 밥이나 차리라.”
이 씨가 창문을 닫는다.
“많이 아팠지? 미안해. 내 잘못이야.”
옥자는 인형들을 하나씩 주워 비닐봉지에 담으며 훌쩍인다.
“저 인형들 어떡해?!”
아내가 옥자에게 감정이입이 된 표정으로 안타까워했다.
“옛날에 인형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거든. 저것보다 훨씬 크고 멋진 곰 인형이었는데 그걸 옮기다가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린 거야. 흙이랑 물이 묻어서 얼마나 혼났는지 몰라.”
우혁은 아내의 말에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에게 광고를 찍게 되었다는 말을 전할 기회를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채기 저작권 등록 얘기도 해야 하고.
평소의 우혁이라면 광고를 다 찍고 나서야 아내에게 얘기했을 것이다.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사안은 아니지만 아내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아내는 여전히 아기를 잃은 슬픔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내색하지 않을 뿐.
아내의 기억을 기쁜 일들로 채워 주고 싶다.
아내는 울다 웃다 하면서 50분 내내 완전히 몰입해서 보았다.
드디어 드라마가 끝나고 광고가 이어졌다.
“나, 광고 찍을 것 같아.”
우혁은 TV 광고를 보며 무심히 툭 던졌다.
아내가 깜짝 놀라서 우혁을 바라보았다.
“진짜?! 정말!?”
“아직 확실한 건 아니야. 내일이 되어 봐야 알아.”
“어떤 광고야?”
“매직월드.”
“어머 세상에!”
“그리고, 재채기 인형 말이야, 저작권 등록하기로 했어.”
“?”
저작권이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아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 이름으로 등록할 거야. 당신이 만든 작품이니까.”
“작품은 무슨! 원래 있던 인형에 눈이랑 코를 고쳐 줬을 뿐인데.”
“떨어진 귀하고 팔도 새로 만들어 줬잖아. 헤어스타일도 고쳐 주고!”
“그렇다고 그게 무슨 작품이야. 누가 들으면 웃겠다.”
“절대 못 웃을걸. 저작권료가 엄청날 테니까.”
“설마!”
“두고 봐.”
“이름은 오빠가 지어줬잖아. 그리고 드라마에 들고 나간 것도 오빠고. 저작권이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건 오빠 거야.”
“그럼 공동 명의로 등록할까?”
“아냐. 내 이름은 빼.”
“충분히 양보했어. 더 이상은 안 돼. 씻고 자야겠다.”
우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저작권이 뭐길래 저러지?”
아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우혁은 샤워를 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저작권의 위력에 놀랄 아내를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낡은 인형에 눈, 코, 귀를 붙여 주었을 뿐이지만 그 결과는 엄청날 것이다.
백곰 말마따나 번트를 댔는데 홈런이 터진 기분을 맛볼 테지.
우혁의 귀에 야구 캐스터의 중계가 들리는 듯했다.
“타석에 들어선 9번 선수. 보내기 번트 자세를 취하고 있군요. 번트를 갖다 댔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죠? 공이 계속해서 날아가고 있습니다. 쭉쭉! 쭈우욱쭉! 홈런? 홈런입니다. 홈런이에요. 호옴러어어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