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61)
“꺄아아아아악!”
‘아닌 밤중의 홍두깨’가 가면을 벗고 정체를 드러내자 방청객들이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경악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왜왜왜?”
“누구야, 누구?”
“역대급 인물인가 본데!”
판정단들이 모두 일어나서 ‘아닌 밤중의 홍두깨’의 정체를 궁금해 하며 무대를 향해 시선을 고정시켰다.
‘아닌 밤중의 홍두깨’가 가면을 벗어 들고 무대 중앙으로 나왔다.
“누구지?”
“꺄아아악! 조, 조···.”
“조승후!”
“조승후라고? 정말?”
“홍두깨가 조승후였어? 대박!”
“이게 뭐야? 그럼 가로등지기는 누구야?”
김허풍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강우혁이라니까요!!”
‘가로등지기’의 노래를 들은 뒤로 ‘가로등지기’가 강우혁이라고 확신하는 여가수가 답답하다는 듯 발을 동동 굴렀다.
“강우혁은 아니라니까 거참! 강우혁이 그렇게 노래를 잘 불러?”
“[알람> 공연 좀 보고 나서 말씀하세요. 답답해 죽겠네.”
“티켓을 사줘. 그럼 가서 보고 올게.”
“내기해요. 만약 제가 이기면 [알람> S석으로 끊어주세요. 저 [알람> 한 번 더 볼 생각이거든요. 제가 지면 S석 티켓 사드릴게요.”
“알았어. 그렇게 해!”
김허풍과 여가수가 아웅다웅하며 내기를 걸었다.
“자자, 김허풍 씨! 그만 싸우시고 여기 좀 봐주십시오.”
MC가 김허풍을 달래며 무대 중앙에 서 있는 조승후를 바라보았다.
“지금 여기 서 계신 분, 조승후 씨 맞으시죠?”
“안녕하십니까? 조승후입니다.”
조승후가 깍듯이 인사를 하자 판정단과 방청객이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정말 모시기 힘든 분을 섭외했는데 아쉽게 탈락을 하고 말았습니다. 다들 가로등지기가 조승후 씨라고 예상을 했는데 말이죠. 김허풍 씨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걸 왜 저한테 물어봅니까? 조승후 씨한테 물어봐야지. 정말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거기서 왜 조승후 씨가 나오냐구요.”
김허풍이 투덜거렸다.
“죄송합니다.”
조승후가 김허풍에게 사과했다.
“승후 오빠한테 왜 그러세요?”
여자 판정단 중 한 명이 김허풍에게 항의했다.
“그렇잖아. 자기도 가로등지기가 조승후 씨라고 예측하지 않았어? 판정단 중 80프로가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렇데 엉뚱한 곳에서 나온 거 아니야. 제가 조승후 씨 팬입니다. 연기도 잘하시지만 노래 실력 엄청나지 않습니까. 탈락한 게 속상해서 이러는 거
예요.”
김허풍이 아쉬워했다.
다른 판정단들도 조승후의 탈락을 안타까워했다.
“일단 가로등지기를 빼고 생각해 보자구요. 아닌 밤중의 홍두깨 노래, 정말 좋았습니다. 역대급이었죠. 세 곡 모두 최고였어요. 다른 시기에 나왔으면 몇 주 동안 가왕을 하셨을 텐데 아쉽네요.”
“제 생각에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 음색을 조정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력을 100프로 발휘하신 것 같지 않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인 무대였습니다. 완벽했어요.”
“가면을 벗고 했으면 조승후 씨가 압도적으로 1등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역대급 캐스팅인데 가왕도 못하고 물러나시니까 팬으로서 너무 속상하네요.”
판정단들의 반응에 이어 MC가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아쉽게 탈락을 하고 말았습니다만 오늘 무대 대단했습니다. 조승후 씨, 한 말씀해 주시죠.”
“가로등지기 노래 들으면서 아, 졌다! 싶더군요. 최고였습니다. 넘사벽이랄까요. 가로등지기를 저라고 생각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제가 그동안 과대평가 받았다는 것도 이번 기회에 드러났네요. 하하하!”
방청객에서 ‘조승후 최고!’이라는 함성이 들려왔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승후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올리자 박수가 쏟아졌다.
“가로등지기가 누구인지 더욱 궁금해지고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도대체 대스타 조승후 씨를 꺾은 사람이 누굴까요?”
MC가 카메라를 보며 멘트를 하는데 조승후가 불쑥 끼어들었다.
“가로등지기가 누군지 저는 알 것 같습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요? 누군지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이따가 저한테만 살짝 귀띔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여러분, 가로등지기가 누군지 감이 오십니까?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정체를 알 수 있을까요?”
“쉽지 않아!”
김허풍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면무도회 다음 주 이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MC가 크로징 멘트를 하며 인사를 올리자 방청객과 판정단이 박수를 쳤다.
***
우혁은 가면무도회 녹화를 마치고 jtvN 9시 뉴스 ‘만나고 싶은 사람’ 코너에 출연하기 위해 jtvN 방송국에 도착했다.
신석기 앵커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뵙고 싶었습니다.”
깔끔하고 젠틀한 이미지의 신 앵커는 환갑이 지났음에도 50대 초반으로 보일 만큼 젊어 보였다.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오셨네요.”
신 앵커가 시간을 확인하며 말을 건넸다.
“습관이 되어서요.”
우혁이 대답했다.
우혁은 촬영장이든 공연장이든 배우들, 스텝들과 약속한 시간보다 항상 일찍 도착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약속 시간에 늦은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연기를 잘하는 배우로 기억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촬영장에 지각 한 번 하지 않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대기실에서 좀 기다리셔야 되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신 앵커가 돌아간 뒤 뉴스 진행 요원이 우혁에게 출력본 질문지를 건네주며 진행 순서와 질문 내용 등을 알려주었다.
질문지는 이미 며칠 전에 이메일로 받아 보았다.
“질문지에 추가할 내용이나 수정하실 게 있으면 알려주십시오.”
이미 검토를 끝냈기 때문에 그럴 필요는 없었다.
“이대로 가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잠시 쉬고 계시다가 10분 뒤에 저하고 질의응답 리허설 한 번 하시고, 30분 뒤에 앵커님과 드라이리허설 하겠습니다.”
생방송이라 실수가 있으면 안 되기 때문에 사전 준비가 철저했다.
TV 화면에 비치는 앵커 룸은 고요하기 이를 데 없었으나 뉴스 시간이 임박하자 숫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진행 요원들과 기자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드디어 뉴스가 시작되었다.
신 앵커가 뉴스를 진행하는 동안 우혁은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이제 들어가시면 됩니다.”
진행 요원이 우혁을 안내했다.
뉴스 자료 화면이 나가는 시간이었다.
우혁이 스튜디오로 들어서자 신 앵커가 의자를 가리켰다.
우혁은 소리가 나지 않게 의자에 착석했다.
자료 화면이 끝나자 손 앵커가 프롬프터를 응시하면 계속해서 뉴스를 진행했다.
프롬프터는 앵커가 카메라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원고 내용을 읽으며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설비였다.
뉴스가 끝나고 ‘만나고 싶은 사람’ 코너 소개 브레이크 타임이 짧게 이어졌다.
신 앵커가 코너 오프닝 멘트를 시작했다.
“이번 순서는 만나고 싶은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꼭 뵙고 싶었던 분인데요. 요즘 장안의 화제죠. 뮤지컬 [알람>의 주인공 역을 맡아 열연하고 계신 강우혁 씨 모셨습니다.”
신 앵커가 우혁을 바라보았다.
“반갑습니다.”
우혁이 신 앵커에게 목례했다.
“[알람> 공연 잘 봤습니다. 아내가 가자고 해서 따라갔습니다.”
“그러셨군요. 많이들 그러시죠. 뮤지컬을 관람하시는 분들 중에 남자분들은 여자 친구나 아내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서 가는 거고, 여자분들은 남자 배우를 보기 위해 간다고 합니다.”
“제 아내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아니라고 부정할 수가 없네요. 그런데 [알람>을 보면서 제가 푹 빠졌습니다. [알람>이 여성 관객뿐만 아니라 남성 관객들에게 인기가 좋은데, 그 이유가 뭘까요?”
“현대 남성들의 애환과 감정을 건드리는 주는 부분이 있어서일 겁니다. [알람>의 주인공인 평범한 만년 대리 영준의 모습에서 우리 자신의 아픔, 욕망, 사랑 등을 투영해볼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장르를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최근에 [서울 가로등>과 [홍길동전>이라는 드라마로 일약 스타가 되셨는데 드라마를 계속하시지 왜 뮤지컬을 선택하셨을까요? 특별한 계기라도 있습니까?”
“극본을 보는 순간 이 작품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주인공이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알람을 가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시간을 멈출 수 능력,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보았을 법한데, 강우혁 씨는 [알람>의 주인공처럼 시간을 멈추게 하는 알람이 있다면 무얼 하고 싶으세요?”
질문지에 없던 질문이었다.
조금 당황스러웠으나 떠오르는 대로 차분하게 대답했다.
“앵커님께서 하고 싶어 하시는 것과 같은 걸 하고 싶습니다.”
“당황스럽네요.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아시나요?”
“고요한 숲속에 들어가서 독서를 하실 거 아닌가요?”
“아, 그거요. 그렇다고 해두죠 뭐. 하하!”
신 앵커가 웃으며 고개를 숙이고서 원고를 뒤적거렸다.
그런데 눈치가 이상하다. 다음 질문지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다른 앵커였다면 당황했을 테지만 신 앵커는 차분하게 질문을 이어갔다.
“강우혁 씨에게는 뮤지컬 배우 선배이기도 한 조승후, 옥수연 팀보다 관객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질문지에 없는 질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일요일이 토요일보다 관객 수가 많습니다. 조승후, 옥수연 선배님께서 저희 팀에게 일요일을 양보하셨죠.”
“요일 때문에 관객 수가 많다는 말씀이군요. 토요일와 일요일은 그렇다 치고 주중에도 큰 차이가 난다고 하던데 그건 왜 그런가요?”
예리한 질문을 던지기로 유명한 앵커답게 난감한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다.
역시 질문지에 없던 질문이었다.
“그것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조승후 선배님 팀과 저희 팀의 관객 수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군요. 차이가 나긴 나는 거죠? 강우혁 씨 팀이 관객수가 많은 건 맞나요?”
“확인해 보겠습니다.”
조승후 팀과 우혁 팀의 관객 차이가 제법 크다는 걸 우혁도 잘 알고 있었지만 대답을 피했다.
“아시면서 대답을 피해 가시는군요. 알겠습니다. 뮤지컬 배우로 대성공을 거두셨는데 앞으로 계속 뮤지컬을 하시는 건가요?”
“1개월 후부터는 토요일과 일요일만 공연하게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연장 공연을 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우선은 [알람>을 잘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은 10년 넘게 공연이 계속되는 뮤지컬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알람>은 얼마나 지속될 것 같습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바라건대 10년 이상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장르, 영화라든가 드라마에는 더 이상 출연하지 않게 되는 건가요?”
“아닙니다. 좀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주말 공연만 하게 되면 주중에 여유가 있습니다. 그 시간에 영화나 드라마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시군요. [서울 가로등>, [홍길동전>을 하셨는데 이번에도 드라마를 하시게 되나요? 차기작이 궁금하군요. 준비하고 계실 것 같은데요.”
“아직 차기작을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작품만 좋다면 드라마든 영화든 가리지 않을 생각입니다만 이번에는 영화를 해보고 싶습니다.”
“차기작이 결정된 건 아니군요?”
“예, 아직 결정된 건 없습니다.”
“그러시군요. 차기작으로 영화를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만약 [알람>이 끝나고 나서 뮤지컬 작업은 계속하실 의향은 있으신 거죠?”
“물론입니다. [알람>처럼 좋은 작품을 만나게 된다면 언제든 할 용의가 있습니다.”
“한국 뮤지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뮤지컬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람>도 롱런하길 바라구요.”
“고맙습니다.”
“차기작 나오면 꼭 보겠습니다. 바쁘실 텐데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혁과 신 앵커는 서로를 향해 목례했다.
우혁은 진행 요원의 안내를 받아 뉴스룸 밖으로 나갔다.
‘만나고 싶은 사람’은 뉴스의 거의 마지막 코너였기 때문에 뉴스 진행을 마치고 나온 신 앵커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죄송합니다. 원고를 찾지 못하는 바람에 질문지대로 질문을 하지 못했습니다.”
신 앵커가 우혁에게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질문지에 있던 질문보다 자연스럽고 좋았습니다.”
“조금도 떨지 않고 차분하게 잘하시더군요. 즉흥적인 질문에 잘 대답해 주셨습니다.”
“다행입니다.”
“[알람> 꼭 다시 보러 가겠습니다.”
“초대권 두 장 보내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그러실 거 없습니다. 제 돈 내고 가야지요. 오늘 나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모시겠습니다.”
“언제든 불러 주십시오.”
신 앵커와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여자 앵커와 기자들, 방송국 직원들의 사인 요청과 사진 촬영에 응해 주고 방송국을 나왔다.
***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방송국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에 올랐을 때, 백곰이 말했다.
“좀 전에 정 실장님하고 통화했는데, 갑자기 영화 캐스팅 섭외가 쇄도하고 있대.”
예상했던 바이다.
그러길 바라고 신 앵커의 질문에 차기작은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답변을 했다.
반응이 빠르긴 하다. 방송이 나간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10시가 넘은 이 시간에 캐스팅 섭외가 쇄도하다니.
“다음 작품은 영화로 가는 거야?”
“속단할 수 없지. 마음에 끌리는 드라마가 나타나면 드라마를 할 수도 있어.”
우혁은 백곰에게 대답하며 방송 때문에 무음으로 해두었던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와 있었다.
그 중에는 영화 [생강>의 최희락 감독, 박용구 조감독도 있었다.
그리고 조승후 선배의 전화도.
“조승후 선배가 전화를 주셨네!”
조승후 선배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백곰이 우혁을 불렀다.
“형형! 저기 좀 봐!”
백곰이 차창 밖으로 가리켰다.
한 남자가 누군가를 찾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저 사람 [생강> 조연출 박용구 씨 아니야?”
백곰이 말했다.
백곰의 말대로 그는 박용구였다.
박용구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따르르르릉!
우혁의 휴대전화 착신음이 울렸다.
[ 차기작이 궁금하군요 > 끝ⓒ 길밖의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