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66)
“배우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박용구 감독이 정색하며 우혁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백곰으로부터 필름박스의 박 부장과 우혁이 나눈 얘기를 들었던 것이다.
“왜요?”
우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박 감동에게 물었다.
“서윤식 감독 작품 하십시오. 천만 감독입니다. 천만 감독이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겠다는데 그걸 거부하시면 안 되죠.”
“감독님이 천만 넘으면 되지 않습니까.”
“천만이 무슨 강아지 이름입니까. 입봉도 못할 것 같은데 무슨 천만입니까.”
“감독님, 천만 감독 되실 수 있습니다. 우선 입봉부터 해야겠지만요. 필름박스는 물 건너 간 것 같으니까 오늘부터 2순위 제작사 찾아보면 됩니다. 어쩐지 일이 너무 술술 풀린다 했습니다. 일이 이렇게 너무 잘 풀리면 재미가 없죠.”
우혁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박 감독은 계속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닙니다.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저는 최 감독님 작품 조감독으로 들어갈 테니까 서 감독님 작품 끝내고 제 작품 해주십시오. 10년을 기다렸는데 그깟 1년 못 기다리겠습니까.”
“서 감독 작품 이미 거절했습니다. 거절했는데 이제 와서 하겠다고 그러라구요?”
“그게 뭐가 어때서요. 제가 잠시 미쳤었습니다, 감독님! 마음이 바뀌었으니까 저를 주인공으로 써주시면 각골난망이겠습니다. 하시면 되죠. 천만 감독입니다. 천만!”
“싫습니다! 저는 박 감독님 작품 찍기로 했습니다.”
“배우님!”
“감독님!”
우혁이 박 감독의 목소리 톤과 표정을 그대로 따라했다.
“잠깐만요!”
백곰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공평하게 동전 던지기 하시죠.”
백곰의 제안에 우혁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싫습니다!”
박 감독도 단호하게 거부했다.
백곰이 입맛을 다셨다.
“이게 동전 던지기로 해결할 일입니까? 매니저 맞으세요? 무슨 매니저가 이런 식으로 일을 하죠? 이렇게 일을 하는데 회사에서 월급을 줍니까?”
박 감독이 백곰을 힐책했다.
“천만 감독이 주인공으로 캐스팅한다는데 가만히 듣고만 있었습니까? 배우님이 안 한다고 해도 하라고 설득을 해야지 되는 거 아니에요? 그걸 동전 던지기로 할 일입니까?”
“두 분이 하도 싸우셔서···. 사실은 제 생각도 우혁 형이랑 같습니다. 우혁 형이 옳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말리지 않았어요.”
백곰은 [길 밖의 새>가 서 감독의 시나리오보다 느낌이 더 좋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우혁에게 서 감독의 시나리오 내용을 듣고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길 밖의 새>만큼 좋지는 않았다.
“서 감독이 천만 감독이지만 박 감독님이랑 먼저 약속을 했잖아요. 천만 감독이 주인공으로 해준다고 해서 형이 박 감독님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천만 감독에게 쪼르르 달려갔으면 저는 집으로 쪼르르 내려갔을 겁니다.”
백곰이 박 감독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우혁이 백곰에게 집에 내려가는 건 안 된다는 의미로 검지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박 감독은 희귀 종족을 보듯이 백곰과 우혁을 번갈아보았다.
따르르르릉!
우혁의 휴대전화 착신음이 울렸다.
“여보세요?”
– 안녕하세요, 강우혁 씨! 필름박스 박 부장입니다.
“안녕하십니까?”
– 시간 괜찮으시면 만나서 말씀 나누고 싶은데 괜찮으세요?
“서 감독님 말씀이라면 그러실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 서 감독 얘기가 아니라 [길 밖의 새>에 관한 겁니다.
“혹시 감독 바꾸자는 말씀이신가요?”
–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죄송하지만 받아들일 생각 없습니다.”
– 제 생각이 그렇다는 말씀이구요, 이사님 생각은 다르신 모양입니다. 박용구 감독 연출로 하시겠답니다.
우혁은 박 감독에게 통화 내용을 얘기해 주려고 했으나 박 감독은 자기 생각에 잠겨 있었다.
– 어제 일은 사과드립니다.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서 감독 얘기를 꺼낸 건 강우혁 씨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서 전한 거였습니다. 오해가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너무 괘념치 마십시오. 부장님 말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박 감독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네요. 서 감독 문제 때문에 지금 화가 나 계시거든요.”
– 말씀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설득해 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부장님께서 직접 통화를 해보시는 것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만.”
– 일면식도 없는 분이라···. 알겠습니다. 직접 전화드리겠습니다.
“우선 제가 설득을 해볼 테니까 30여 분 뒤에 전화를 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알겠습니다.
“박 감독님 전화번호는 제가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예.
우혁은 통화를 끝낸 뒤 박 감독에게 다가갔다.
“감독님! 30분 뒤에 필름박스의 박 부장이라는 분에게 전화가 올 겁니다.”
“박 부장이라는 분이 저한테요?”
“필름박스에서 [길 밖의 새> 제작하기로 했답니다!”
“예!?”
박 감독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정말!?”
백곰도 놀라서 외쳤다.
“얼핏 듣기로는 감독을 바꾸자고 제안했던 것 같던데···.”
박 감독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우혁을 말했다.
박 부장과 통화를 하면서 ‘감독 바꾸자는 말씀이신가요?’ 하고 했던 우혁의 말을 들었던 것이다.
“회의 중에 나온 일부 의견이 그랬던 모양입니다. 윤 이사님은 감독님이 [길 밖의 새>를 연출해야 된다고 생각하신 것 같구요.”
“[길 밖의 새>를 필름박스에서 제작하기로 확실히 최종 결정 난 거야?”
백곰이 물었다.
“아직은 몰라. 박 감독님이 오케이를 해야 하는 거니까.”
“감독님, 어떻게 하실 거예요?”
백곰이 박 감독에게 물었다.
박 감독은 우혁과 백곰을 번갈아보았다.
“설마··· 이게 꿈은 아니죠?”
박 감독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우혁에게 물었다.
“축하합니다, 감독님!”
우혁이 환하게 웃으며 박 감독에게 말했다.
“감독님, 축하드립니다.”
백곰도 박 감독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박 감독은 감개무량한지 말문을 열지 못했다.
지난 10년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오늘따라 하늘이 참 곱다.
***
“이번 계약은 동수 네가 진행해 봐.”
우혁이 백곰에게 말했다.
“나 숫자에 약한데···.”
“나보다 심할까. 나는 수학 공부가 싫어서 회귀할 기회가 와도 고등학교 이전으로는 사양할 사람이야.”
“알았어. 해볼게.”
“박 감독 계약도 네가 좀 거들어줘.”
“그럴게.”
그렇게 해서 백곰이 제작사와 계약을 진행했다.
그렇게 한 데에는 생각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알고 보니 백곰은 계약의 달인이었다.
왜 진작 계약 부분을 백곰에게 부탁하지 않았는지 후회스러울 지경이었다.
상대의 혼을 빼놓고 유리한 조건으로 도장을 찍게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
상대는 허술해 보이는 백곰을 우습게 여기고서 희희낙락하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자신이 말려들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그 사실을 깨달은 뒤에는 이미 늦었다.
도장 찍었으니까.
우혁은 백곰에게 털어놓은 적은 없지만 한 가지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
‘나무’와 계약이 끝나는 3년, 또는 6년 뒤에 백곰과 연예인 기획사를 차릴 계획이다.
백곰의 재능을 묵히기가 아깝다.
그 회사의 대표는 백곰이 될 것이다.
우혁은 그 소속사의 배우이자 투자자가 되어 후방에서 백곰을 지원한다면 백곰은 신나게 일을 할 게 틀림없다.
백곰이 대표가 된다면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어 우혁 못지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백곰의 능력과 인품이라면 연예인들과 매니저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최정상 기획사로 키워낼 수 있다.
물론 회사를 경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것들이 갖춰 줘야 한다.
우혁은 실패하는 소속사를 두 번이나 겪어 보았다.
연예인 기획사가 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세 가지이다.
유능한 연예인을 찾지 못한 것.
가능성이 있는 연예인을 찾지 못한 것.
스타로 성장할 재능 있는 연예인을 찾지 못한 것.
세 가지를 꼽았지만 같은 말이다.
재능 있는 연예인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만 있다면 소속사가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방송사, 제작사와의 인맥, 그리고 자금력까지 갖춰진다면 성공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지금 당장이라도 연예인 기획사를 차릴 수는 있다.
그러나 스타로 성장할 연예인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아직은 시기상조.
경력, 인맥, 경영 능력, 자금력 등 갖춰야 할 것이 많다.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 된다.
기획사를 차리게 된다 해도 우혁은 투자만 할 뿐 경영에 관여할 생각은 없다.
연기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다.
우혁이 원하는 건 명배우가 되는 것이지 기획사를 경영하는 게 목적이 아니니까.
물론 투자자로서의 지분은 당연히 챙기겠지만.
백곰이 계약을 성사시키는 걸 보면서 연예인 기획사를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정말 이렇게 계약한 거예요?”
박 감독은 자신의 계약 조건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음에 안 드세요, 감독님?”
백곰이 박 감독에게 물었다.
마음에 안 들릴 리가 있나. 자기는 상상한 적도 없는 호조건으로 계약을 했는데.
박 감독은 입봉을 한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돈은 중요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돈 한 푼 안 받고도 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제작사 법무팀은 박 감독이 원하는 대로 해줄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박 감독의 순수한 열정에 찬사와 박수를 보내면서.
하지만 백곰이 나서면서 입봉 감독에게 후려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고마워요.”
박 감독이 백곰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감사를 표시했다.
“제가 형편없는 매니저라서 요로케밖에 못 했습니다.”
백곰이 다소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뒤끝작렬 멘트를 날렸다.
우혁의 매니저이면서 우혁이 백만 감독을 뿌리치는 걸 보고만 있는 백곰에게 그러고도 매니저냐고 퍼부은 것에 대한 소심한 복수.
“그 말 취소할게요. 지금 보니 백 대리님은 최고의 매니저이십니다.”
“헤헤! 고맙습니다.”
박 감독의 말 한마디에 백곰이 좋아라했다.
백곰이 성사시킨 우혁의 계약 조건은 가히 놀라웠다.
고정 개런티와 러닝 개런티를 짬뽕으로 버무린 대박 계약이었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얼마나 기가 막힌 조건이었는지 윤 이사가 그 계약 조건을 보고 법무팀에게 재떨이를 던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렇게 당했으니 범무팀은 백곰을 죽여 버리고 싶어 해야 마땅할 텐데, 희한하게도 백곰을 만나면 웃는다.
윤 이사도 마찬가지.
“동수야!”
“왜 형?”
“앞으로 모든 계약은 네가 해라.”
“알았어. 헤헤!”
“한 가지만 빼고.”
“?”
“너 자신에 대한 계약.”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
백곰에게 그대로 적용된다.
“그건 나한테 맡겨라.”
“알았어.”
백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백곰은 우혁의 계약 조건을 성사시킬 때 한 가지만 생각했다.
회사에서 쫓겨나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었을 때 우혁이 구해 줬다.
우혁이 소속사와 계약할 때 자기의 입사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우혁이 안 대표에게 얘기해서 월급도 올리게 했고, 승진도 시켜 달라고 요구했다.
백곰은 필름박스 법무팀과 계약 조건을 협상할 때 우혁이 자신에게 해준 일들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였다.
“제비도 자기를 구해 준 흥부한테 보답을 하는데 사람인 저는 아무런 보답도 못했습니다. 사람 노릇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그렇게 읍소했다.
법무팀도 사람이다.
“이 정도면 될까?”
“아뇨! 조금만 더···. 흑흑흑!”
백곰은 계약 조건이 만족스러울 때까지 훌쩍이면서 야금야금 끌어올렸다.
법무팀은 윤 이사에게 재떨이를 맞을 뻔했지만 백곰을 미워할 수 없었다.
그리고 우혁과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했다.
가끔은 한 배우의 트레이드마크인 구호를 외칠 때도 있었다.
“의리!”
법무팀에게 재떨이를 던진 윤 이사도 백곰을 좋아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재떨이에 맞을 뻔한 법무팀 직원이 계약 과정에서 있었던 백곰의 사연을 얘기했고, 그 말을 들은 뒤로 윤 이사는 더 이상 우혁의 계약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윤 이사가 재떨이를 던졌다는 소문을 들은 백곰은 윤 이사를 몹시 두려워해서 가능하면 윤 이사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윤 이사는 백곰이 눈에 띄면 보고 싶었던 동무를 만난 것처럼 반가워하며 옆으로 다가와서 악수도 하고, 등도 두드려 주고 갔다.
회식 자리에서 술이라도 한잔 들어가면 공개적으로 애정을 표시하곤 했다.
“난 저 친구가 마음에 들어. 아주 예뻐. 사람이 참 예뻐.”
백곰은 윤 이사의 말을 반어법이라고 생각해서 몹시 두려워하며 윤 이사 주위에 재떨이 같은 게 없는지 살폈다.
우혁은 윤 이사가 백곰을 정말 좋아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재떨이 투척 직후에 있었던 일을 김 실장으로부터 들었으니까.
“이사님께서 법무팀을 꾸짖은 뒤에 저를 부르시길래 불호령이 떨어질 줄 알고 잔뜩 긴장했는데 껄껄껄 웃으시면서 백 대리 하는 짓이 예쁘다면서 계약대로 차질 없이 이행하라고 하시더라구요.”
백곰을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혁은 윤 이사를 무한 신뢰했다.
“윤 이사님, 너무 무서워. 나한테 재떨이를 던질 것만 같아.”
“동수야! 윤 이사님 무서워하지 마. 이사님, 좋은 분이셔.”
우혁의 말에도 불구하고 백곰은 여전히 윤 이사를 두려워했으나 곧 윤 이사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사람의 진심은 전해지게 마련이니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좋은 일에는 흔히 시샘하는 듯이 안 좋은 일들이 많이 따른다는 뜻인데, 항상 맞는 말은 아니었다.
제작사와 계약이 성사되었다는 좋은 일이 있은 뒤로 마가 끼기는커녕 좋은 일들이 폭죽 터지듯이 연이어 터졌다.
화려한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듯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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