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126
126화. 꿀벌의 실종
다음날, 나는 일어나자마자 채하나의 약초상을 방문했다.
전날 세 여신을 상대하느라 피곤했지만, 보석 벌꿀을 구할 수 없는 사태는 내게도 꽤 심각한 일이었으니까.
“보석 벌들이 사라졌다고요?”
“네. 지금 그래서 이쪽도 난리가 났어요.”
내 질문에 채하나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내가 설탕 대용으로 쓰는 던전 보석 벌꿀은 던전 보석벌이라는 몬스터의 벌집에서 채취하는 꿀이었다.
평범한 사람들 대상으로 만드는 요리를 할 때는 기존의 설탕으로도 충분히 단맛을 낼 수 있지만, 성좌들에게는 쓸 수 없었다.
마철성이 사탕수수나 사탕무를 재배하는 등 마력이 깃든 설탕을 만들려고 노력은 해보고 있지만, 작물에서 설탕을 뽑아내는 과정은 개인이 건들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당분간은 던전 보석 벌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런데 이렇게 벌꿀 공급처가 끊겨버리면 나로서도 타격이 컸다.
“이유가 뭡니까?”
내 질문에 채하나가 대답하려는 순간이었다.
“그건 내가 대답해주지.”
경상도 사투리가 살짝 섞인 목소리가 약초상 안쪽에서 흘러나왔다.
목소리와 동시에 나타난 남자는 내 아버지뻘로 보이는 중년 남성.
나는 채하나에게 속삭여 물었다.
“누구세요?”
“제 스승님이에요.”
“정부웅이라고 하네. 꿀벌의 연금술사라고 불리고 있지.”
녹옥의 연금술사라고 불리면서 명성을 날리는 채하나의 스승이라니.
물론 꿀벌의 연금술사라는 이름이 살짝 촌스럽긴 했지만, 나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악수를 위해 손을 건넨 남자와 악수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작은 식당을 하고 있는 도연성이라고 합니다.”
“하하, 자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 약초의 효과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지?”
채하나에게 들은 모양이네.
이것까지는 숨길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별것 아닌 재주입니다.”
“별것 아니긴. 연금술사들에게는 꿈의 스킬인걸. 내게 후원 성좌가 계셨더라면 달라고 졸랐을 걸세.”
정부웅은 껄껄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하나한테 미인계라도 써서 자네를 이쪽으로 끌어들이라고 부추겼는데도 안 넘어오는 걸 보면 자네도 눈이 높은 모양이야. 우리 하나가 어디 가서 꿇릴 외모가 아닌데 말이지.”
“선생님!”
정부웅의 아재 토크에 채하나가 빽 소리를 질렀다.
그러곤 나한테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를 해왔다.
“죄송해요. 옛날 사람이라 사고방식이 아재 그 자체에요.”
“그러게, 누가 그 나이 때까지 연애 한 번 못 해보래? 너도 곧 서른이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우리 아버지도 안 하는 말을 하고 그래요?”
······채하나가 모쏠이었구나.
채하나의 나이가 나보다 네 살 어리니 올해로 스물아홉.
물론 서른셋인 나도 현재는 솔로니 뭐라고 할 처지는 아니지만.
나는 연애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보석벌들이 사라진 이유가 뭡니까?”
“우선 보석벌들에 대해 설명하지. 내 전문이거든.”
정부웅은 신이 나서 던전 보석벌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던전 보석벌은 살짝 크기가 크다는 점과 전신이 보석으로 되어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생김새나 습성, 생태가 지구의 양봉벌과 거의 차이가 없는 몬스터라네.”
“그렇습니까?”
“실물을 본 적이 없나? 잠깐 기다리게.”
정부웅은 자신의 셔츠 소매에 달려있던 커프스 링을 떼어냈다.
자세히 보니 그냥 커프스 링이 아니라 벌 모양으로 된 보석, 아니 던전 보석벌로 만든 커프스 링이었다.
“이게 바로 던전 보석벌이지. 참고로 내가 처음으로 던전 보석벌을 발견했고, 이게 그때 발견했던 보석벌이라네.”
“대단하시네요.”
아, 정부웅이 던전 보석벌의 발견자였구나.
내가 감탄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정부웅이 어깨를 으쓱이며 히죽 웃었다.
“게이트 사태가 터지고 얼마 안 되어서 발견했지. 내가 마침 그때 양봉 유튜버였거든. 부웅TV라고 혹시 아나?”
나름 꽤 유명한 유튜버였다고 자랑하는 정부웅이었지만, 나는 전혀 기억에 없었기에 애매하게 웃었다.
그 반응에 살짝 시무룩해진 정부웅은 계속 설명을 이어 나갔다.
“어쨌든, 던전 보석벌에 관한 건 내가 세계에서 제일이라고 할 수 있지. 최초 발견자이자 최초 연구자였으니까.”
양봉 유튜버 때의 경험을 살려 던전 보석벌을 연구하던 그는 던전 보석벌에 대한 많은 걸 알아냈다고 한다.
“던전 보석벌의 사체를 장식으로 판 것도 내가 최초고 던전 보석벌의 벌집에서 벌꿀인 밀옥, 그러니까 허니 스톤을 처음 채취한 것도 나거든.”
그 외에도 던전 보석 벌집에서 추출한 보석 밀랍이나 프로폴리스, 로열젤리를 연금술 재료로 활용한 것도 정부웅이 최초란다.
대단하긴 한데, 자랑스럽게 말하는 정부웅의 눈이 살짝 광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정말 별명 그대로 꿀벌에 진심인 연금술사네.
“그리고 내 가장 큰 업적은,”
“보석 벌을 양봉시키신 거죠. 그만하면 자랑은 됐으니 얼른 설명이나 계속해주세요.”
보다 못한 채하나가 나서서 정부웅의 자랑을 잘랐다.
아니, 그런데 몬스터 벌을 양봉하는 데 성공했다고?
그건 진짜 대단한데?
“제가 보석 벌꿀을 받아서 쓸 수 있었던 건 다 정 선생님 덕분이었군요.”
“역시 자네는 알아주는군. 봤냐, 제자야?”
으스대며 자신에게 자랑하는 스승의 얼굴을 본 채하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부웅은 그런 제자를 보고 껄껄 웃은 뒤 나를 보았다.
“물론 그런 나조차도 보석 벌꿀을 요리에 쓰는 방법은 못 알아냈네. 자네와 꼭 이 방법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네만.”
“하하, 그건 기업 비밀이라서요.”
“그런가? 아쉽군.”
내 말에 정부웅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이건 며느리한테도 못 알려주는 비밀이라서.
정확히는 마력을 태우거나 마력을 먹어도 괜찮은 사람들한테 먹이는 것뿐이지만.
아무튼, 나는 돌고 돌아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보석 벌들이 사라진 이유가 뭡니까?”
“그건 말일세.”
이제야 좀 진정된 정부웅이 입을 열었다.
“아직 모르네.”
“······네?”
이유도 모르는데 지금까지 실컷 자기 자랑만 한 건가?
내가 당황해서 그를 쳐다보자, 오해라는 듯 정부웅이 손을 내저었다.
“정확히 모른다는 거지 의심 가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어.”
“그게 뭡니까?”
“사실 벌들의 실종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네.”
게이트 사태가 일어나기 전, 그러니까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에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
꿀벌 실종, 일명 군집붕괴현상.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꿀벌들이 갑자기 실종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2020년대에는 한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져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4년 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웅은 이 말을 하며 피식 웃었다.
흔히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말로 유명한 이 말은, 사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을 쓴 모리스 마테를링크라는 작가가 했던 말이라고 정부웅이 설명했다.
“왜 그런지 아나?”
“벌들이 식물의 수정을 도와줘서 그런 것 아닙니까?”
“맞네. 벌들이 없으면 대부분의 식물이 수정을 못 하지. 특히 농가에서는 타격이 커.”
그만큼 꿀벌의 중요성을 말하는 이야기라며 정부웅이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당시 세계의 석학들이 꿀벌들이 사라지는 이유에 대해서 다양하게 연구하기 시작했지.”
애벌레 때부터 기생해서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만드는 응애를 비롯한 기생충들이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로 꿀벌들이 모두 죽었다는 설.
혹은 핸드폰에서 나오는 전자파나 새로 나온 농약이 꿀벌들의 신경을 해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했다는 설.
이상기온으로 동면을 해야 할 한 겨울에 활동하게 해서 모두 얼어 죽었다는 설 등.
다양한 원인이 제기되었고 실제로 그 원인 모두 어느 정도 영향이 있던 걸로 밝혀졌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어.”
“그게 뭡니까?”
“게이트의 마력일세.”
“······네?”
꿀벌의 군집붕괴현상이 일어난 건 2000년대 후반부터.
하지만 게이트 사태가 일어난 건 2025년이었다.
게이트 사태보다 2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의 원인이 마력이라니?
내 의아한 표정에 정부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가 안 갈 테지. 하지만 나도 게이트 사태 이후 각성하고 난 뒤 연구를 거듭해서 겨우 알아낸 사실이네.”
정부웅의 말에 의하면, 게이트 사태 이전에도 이미 던전의 미세한 균열이 지구 곳곳에 나타나고 있었다고 했다.
“우리가 지구 온난화라고 부르던 지구의 이상 현상들에 그 균열에서 흘러나온 마력의 영향을 받은 게 많았어.”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이건 다른 연구자들도 모두 동의한 사항이네. 군집붕괴현상도 그 일환이지.”
꿀벌들은 그 미세한 균열에서 나온 마력에 영향을 받아 길을 잃거나 피해를 입어 모두 죽었다는 것이 정부웅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그걸로 모든 게 설명되는 건 아니었네. 꿀벌들의 사체가 보이질 않았거든.”
“새들이나 다른 곤충이 먹어 치운 건 아닐까요?”
“그런 의견도 있었지.”
내 대답에 정부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고개를 든 그의 눈빛은 번뜩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가설을 세웠어.”
“다른 가설요?”
“사라진 꿀벌들이 몬스터로 변했을 가능성이네.”
“······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지?
꿀벌들이 몬스터로 변한 게 보석벌이라고?
“믿기지 않겠지만, 오랫동안 보석벌을 연구하면서 내린 결론일세. 게이트 사태 이전에 사라진 꿀벌들이 던전에 정착하면서 많은 수가 죽었지만, 살아남은 개체들이 몬스터로 진화한 거야.”
던전의 몬스터는 모두 이세계의 생물들로 지구의 생물들과는 전혀 다른 생태, 양상을 보인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생물들도 있지만, 마력이 가득한 던전에서 살아왔기에 기존의 동물들이 던전으로 들어가면 마력 중독으로 죽어버린다.
마력이 가득한 던전에서 사람은 물론이고 코끼리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는 것이 정설인데, 손톱만 한 벌들이 어떻게 던전에서 버틴다는 거지?
그런 내 질문에 정부웅이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꿀벌들은 몹시 깨끗한 존재지. 몸에서 자체적으로 =항균 작용을 하는 프로폴리스를 생산할 수 있어. 그리고 놀랍게도 프로폴리스에는 마력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 효과가 있지.”
“그게 정말입니까?”
내가 놀라서 채하나를 보자, 그녀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구의 물질 중에서도 마력에 효과를 보이는 물질이 종종 있어요. 프로폴리스도 그중 하나예요.”
“그 프로폴리스를 서로에게 발라주면서 마력에 버티다가 점점 마력을 흡수하면서 몬스터로 진화했다는 게 내 가설일세.”
아니, 무슨 어딘가 게임에 나오는 몬스터들도 아니고, 진화라니.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상대가 바로 던전 보석벌 연구의 권위자이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나는 다시 가설을 세웠네. 양봉벌에게 일어났던 군집붕괴현상이 던전 보석벌에게도 일어나고 있는 거라면 이유는 비슷하지 않겠나.”
“마력인가요?”
“그렇다네. 그래서 지금부터 그 마력을 조사해보러 가려고 한다네.”
정부웅은 자신이 던전 보석벌을 양봉하는 던전, 이른바 양봉 던전으로 연구하러 갈 생각이라고 말하며 나를 봤다.
“자네도 같이 가겠나?”
“제가요?”
“자네의 이런저런 능력이라면 분명 도움이 될 걸세.”
요리를 제외한 내 능력이라고 해 봤자 약초를 맛봐서 효능을 알아내는 것 정도인데.
그게 도움이 되려나?
던전 보석 벌꿀을 구하지 못하게 되면 내가 곤란해지니까 도움을 주고 싶긴 한데······.
내가 고민하고 있자 채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던전 보석 벌꿀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사장님뿐이에요. 꿀벌의 생태를 알려면 꿀을 맛보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아, 그런 이유로군요.”
그렇다면 내가 갈 이유가 충분하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저도 함께하겠습니다.”
“고맙네.”
내 대답에 얼굴이 밝아지는 정부웅과 채하나.
잠깐, 그래도 던전이고 벌들이 있는 위험한 곳이니 안전 대책은 마련해야겠지?
“한 명 더 데려가도 될까요?”
“오, 누군가?”
정부웅의 물음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요즘 한가한 S급 헌터 한 명이 있거든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연준이의 번호를 꾸욱 눌렀다.
꿀벌의 천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