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chef of the constellations RAW novel - Chapter 53
53화. 그걸 왜 부어!
“그러니까 국밥 할아버지가 삼천 그룹 회장이라는 거죠?”
“그렇다. 이놈아, 내 말을 못 믿는 게냐?”
“할아버지라면 쉽게 믿으시겠어요? 매번 우리 집에서 국밥 드시면서 국물이랑 깍두기를 몇 번이나 더 드시고 가시는데.”
“그거야 네 할애비가 나한테 빌려 간 돈 대신 먹는 거고!”
여전히 자신을 미심쩍은 눈으로 보는 도연성을 보며 천 회장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곤 며칠 전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 * *
며칠 전, 삼천 그룹 천재호 회장은 오랜만에 놀러 온 손녀와 서재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할아버지, 요즘 진짜 맛있는 집 있는 거 알아요?”
“요 녀석, 또 먹을 거 이야기로구나.”
스물셋이나 됐는데 하는 행동은 영 어린애 같은 손녀를 보며 천재호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할아버지를 보며 천은채가 입을 삐죽거렸다.
“할아버지, 여기는 아무리 맛잘알인 할아버지라도 못 먹어봤을걸요?”
“이 할애비는 못 먹어본 음식이 없단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그저 손녀에게 말하는 할아버지의 과장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정체를 아는 이라면 저 말 역시 진실임을 알았을 터였다.
왜냐하면 그의 정체는 바로.
“이 세상에 삼천 그룹 회장이 못 먹어본 게 어디 있겠느냐.”
대한민국을 좌지우지한다는 굴지의 재벌 그룹, 삼천 그룹의 회장 천재호였으니까.
또한 얼마 전 S급으로 기어코 승격하고만, 윤진하가 소속되어 있는 삼천 길드의 소유주이기도 했다.
그리고 손녀 천은채처럼 미식가인 그는 자신의 막대한 재력을 이용해서 세계에서 안 먹어본 음식이 없을 정도였다.
“에이, 할아버지. 여기는 재벌가 사람들이라고 우대해주고 그런 거 없어요. 예약도, 포장도 안 되고요. 할아버지라도 줄 서서 먹어야 할 걸요?”
“그래?”
“그렇다니까요. ‘연성이네’라는 곳인데, 매주 새로운 음식이 나오고 그게 매번 맛있어서 난리래요.”
천은채는 별스타그램에 올라온 연성이네 음식 사진을 할아버지에게 보여주며 신나게 자랑했다.
“저는 이거 중에서 폭렬 제육볶음이랑 보쌈 정식 스페셜 먹어봤어요. 지금 고등어구이 정식이 핫하다는 데 웨이팅도 장난이 아니래요. 웨이팅 시간 때문에 갈 여유가 안 난다니까요.”
“이 녀석. 일은 안 하고 먹을 생각만 하느냐?”
“할아버지가 여기 음식을 못 드셔보셔서 그래요. 진짜 매일 먹고만 싶은 음식인데.”
천은채의 말에 천재호 회장은 웃음을 터뜨렸다.
“녀석, 할애비는 못 먹어본 음식이 없다고 했지?”
천재호 회장은 몸을 일으켜 책장에 꽂힌 낡은 사진 앨범을 하나 꺼내왔다.
앨범을 펼치자 안에서 빛바랜 사진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할애비는 이미 그 식당 60년 단골이에요.”
“어? 진짜요?”
모습이 조금 다르고 간판도 ‘연성 백반’이라고 되어 있지만, 틀림없는 ‘연성이네’였다.
천은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입을 쩍 벌렸다.
“우와 난 최근에야 알았는데. 할아버지는 어떻게 여길 알게 되신 거예요?”
“여기 나오는 이 식당 주인이 할애비 친구였다.”
천재호 회장이 가리킨 건 고집 있어 보이는 인상의 한 젊은 남자였다.
그 사진 옆에는 마찬가지로 젊은 시절의 천재호가 활짝 웃음을 지으며 그와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강원도 삼척에서 올라온 촌놈이 대뜸 투자를 해달라고 하길래 기가 막혀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당시 삼천 그룹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삼천 은행을 운영하고 있던 천재호는 그를 미친놈이라 여겨 쫓아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딱 한 번만 내 요리를 먹어보시오. 그러면 투자하게 될 테니까.’
너무도 당당하게 외치는 도수웅의 말에 호기심이 동한 천재호는 맛이나 한번 보자며, 그의 식당으로 향했다.
지금의 ‘연성이네’가 아닌 낡은 포장마차에서 도수웅은 재주를 부려 여러 음식을 내놓았다.
당시에도 꽤 성공한 사업가였던 천재호였기에 어지간한 맛으로는 그를 만족시킬 수 없어야 했다.
하지만 도수웅의 요리는 그 맛이 기가 막혔고, 자연스레 요리 심사에서 술자리로 이어졌다.
“그렇게 그 촌놈이랑 이 할애비랑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친구가 되었지. 그 식당에 투자도 해줬고 말이야.”
단순히 친구라서 해준 건 아니었다.
도수웅의 요리 솜씨는 억만금이라도 투자해줄 만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그렇게 그의 투자로 ‘연성 백반’ 집이 세워졌고 천재호는 그대로 친구 식당의 단골이 되었다.
“지금 사장님은 이 할아버지가 아니던데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상심해서 먼저 세상을 떠났지. 지금은 그 손자가 사장을 맡고 있을 게다.”
천재호는 그렇게 말하며 앨범을 몇 장 넘겼다.
“어디 보자, 연성이 놈 사진도 여기 어디에 있을 텐데······. 옳거니, 여깄구나.”
천재호가 가리킨 사진에는 도수웅의 품에 안겨 식칼을 잡고 조심스럽게 양파를 썰고 있는 장난꾸러기 꼬마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어, 그러면 이 꼬맹이가 지금 사장님이에요?”
“그래. 어린놈이 이때부터 아주 요리라면 환장을 했지.”
틈만 나면 맛있는 요리를 먹고 싶어 했고 그 다음은 자신이 만들어보고 싶어 했던 어린 날의 도연성을 떠올리며 천재호가 푸근하게 웃었다.
특히 자신과 도수웅이 국밥에 술 한잔을 할 때면 항상 옆에서 같이 국밥을 먹고 술맛이 궁금하다며 소주잔에 손을 뻗다가 혼나기 일쑤였다.
‘꿀밤을 맞고 억울해하는 고놈 표정이 참 귀여웠는데 말이야.’
그래 놓곤 성인이 되었다며, 찾아와서 술 한 잔 사달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도연성은 젊은 날의 도수웅을 똑 닮아 있었다.
“게이트 사태 이후로 다들 살기 힘들어진 시대에서 젊은 놈이 꿋꿋이 장사를 하고 있으니 참 기특하지. 각성도 못 한 놈이 말이야.”
게이트 사태 이후로 20년.
세상은 점점 던전에서 나온 물건과 마력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고 이래저래 각성하지 않고는 점점 불편해져 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꿋꿋이 장사를 이어가는, 아니 오히려 더 번성시키고 있는 도연성을 기특하게 여기는 천재호였다.
천은채가 고개를 갸웃거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 ‘연성이네’ 사장님 각성자라고 했는데?”
“뭐? 방금 뭐라고 했어?”
“진하 언니가 전에 같이 던전 갔다 왔다고 했어요. 비각성자는 던전 못 들어가니까 각성자인 거죠.”
비각성자는 던전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을 견디지 못하고 마력 중독에 걸려버린다.
때문에, 던전에 들어갈 수 있는 건 오로지 마력을 다룰 수 있는 각성자에 한했다.
그런데 도연성이 던전에 들어갔다고?
천재호가 떨리는 목소리로 손녀에게 물었다.
“그 이야기 자세히 좀 해보거라.”
천은채는 윤진하에게 들었던 도연성의 이야기를 천재호에게 전해주었다.
비전투계 각성자인데 생각보다 스탯이 좋아 보였다는 것, 그리고 던전에서 일어났던 기묘한 일까지도 말이다.
“몬스터가 갑자기 사장님한테 애교를 부렸대요. 클래스가 [테이머]는 아니랬는데. 신기하지 않아요?”
다행히 윤진하는 도연성이 성좌를 통해 요리로 스킬을 내려줄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는 천은채에게 하지 않고 비밀을 지킨 모양.
천재호는 손녀의 이야기를 듣고 조용히 탄식을 흘렸다.
“허······, 연성이 그놈이 각성을 했다는 거지?”
“할아버지?”
“알려줘서 고맙다. 할애비가 할 일이 떠올라서 그런데 먼저 돌아가 주겠니?”
갑자기 심각해진 할아버지의 표정에 천은채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럴 때의 천 회장은 어떤 말을 해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에 서재를 떠났다.
홀로 서재에 남은 천 회장은 앨범 속 한 사진을 매만졌다.
그 사진 속에 있는 건, 어린 도연성을 안고 늙은 도수웅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소방관 복장의 젊은 남자였다.
“······대경아.”
‘연성 백반’ 1대 사장 도수웅의 아들이자, 도연성, 도연준 형제의 아버지인 도대경이었다.
“역시 네 아들들답구나. 연준이에 이어 연성이도 각성했다니.”
놀랍게도 천 회장이 사진 속 도대경을 보는 표정은 자신의 친자식을 보는 것보다 더 애틋했다.
“이번에야말로 내가 너에게 진 빚을 갚을 수 있게 해다오.”
주름진 천 회장의 눈가에 깊은 회한과 슬픔이 스며들고 있었다.
* * *
“그래서 제가 각성한 게 궁금해서 오신 거예요?”
나는 툴툴대며 국밥 할아버지, 아니 천 회장한테 물었다.
“녀석아, 그 주둥이부터 집어넣어라. 주둥이로 주걱을 써도 되겠구나.”
“아니 제가 지금 안 서운하게 생겼냐고요.”
평생 친할아버지만큼 잘 따랐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재벌 회장이라고 정체를 밝히니 배신감부터 들었다.
재벌 회장이랑 아는 사이면 좋은 거 아니냐고?
국밥 할아버지는 나한테 용돈 한 장 쥐여준 적 없는 자린고비였다는 게 문제지.
오죽했으면 내가 성인이 되자마자 술 한잔 얻어먹겠다고 찾아갔겠어.
그러고 보니 그날도 동네 포장마차에서 닭똥집에 소주 마셨었네.
와, 억울하다. 물론 맛이 기가 막혔지만, 억울한 건 억울한 거지!
“앞으론 서비스 안 드릴 거예요.”
“원, 녀석. 미안하다, 미안해.”
내 투덜거림에 천 회장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사과를 해왔다.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재벌 회장의 사과를 받은 업적을 달성했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기절초풍할 일이겠지만, 흥, 내 삐짐은 오래 갈 거다.
······깍두기 국물 반 국자씩 덜 줘야지.
국밥에 깍두기 국물을 적게 주겠다는 사악하기 그지없는 결심을 하고 있는 내게 천 회장이 물어왔다.
“각성은 언제 한 거냐.”
“얼마 안 됐어요. 한 석 달 전쯤?”
봄이 막 시작되는 즈음에 각성을 했었는데, 어느새 날이 더워서 옷이 짧아지는 시기가 되어 있었다.
100일 남짓한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
내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천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연성아, 너 헌터가 될 생각이 있느냐?”
“헌터요?”
갑작스러운 물음에 내가 의아해하자,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네가 비전투계 각성자라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기본 스탯이 좋다는 이야기도 들었지. 우리 삼천 그룹과 삼천 길드가 널 지원 한다면, 네가 헌터로 성공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게다.”
천 회장의 말은 아마 사실이겠지.
삼천 그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이었고 삼천 길드는 가장 영향력 있는 길드였다.
만약 천 회장이 지시를 내려서 두 집단이 나를 전력으로 서포트한다면, 비전투계 각성자라고 해도 스타 헌터로 만들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결국 그건 내가 헌터가 되고 싶을 때의 이야기고.
나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천 회장, 국밥 할아버지에게 고개를 저었다.
“저는 헌터가 될 생각이 없어요. 이 식당을 이어 나가야죠. 여기가 없어지면 할아버지는 어디서 국밥 드시려고요?”
“······그러냐.”
내 농담 섞인 대답에도 천 회장은 조금도 웃지 않았다.
아니, 그는 오히려 절박한 표정으로 다시 내게 물었다.
“그렇다면 달리 원하는 게 있느냐? 비전투계 각성자라도 클래스에 맞춰 장비가 필요하거나 연구 재료, 혹은 비용이 필요하겠지. 말만 하거라. 뭐든지 지원해주마.”
뭐든지 해주겠다는 천 회장의 말은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었다.
물론 성좌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는 내게 삼천 그룹의 지원은 큰 필요가 없었지만,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지?
“괜찮아요. 지금처럼 잘해 나가고 있는걸요, 뭐.”
이번에도 내가 거절하자 천 회장은 낙담한 듯한 표정으로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너도 그렇고 연준이도 그렇고 쉽게 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구나.”
“연준이요?”
“그래. 네 동생이 각성하고 얼마 뒤에, 똑같은 제안을 연준이에게도 했었다.”
그러고 보니 나한테 이런 제안을 할 정도면 연준이에게도 했겠네.
연준이는 나랑 달리 전투계 각성자인 데다 스무 살이 되는 해에 S급 헌터가 된 재능러였다.
그런 연준이에게 삼천 그룹과 삼천 길드의 지원이 들어갔다면, 아마 더 일찍 S급 헌터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안 한 거지?
“네 모친이 연준이에 대한 내 후원을 거부했단다.”
“네? 어머니가요?”
연준이가 각성했을 당시, 사실 우리 집안 사정이 조금 어려웠다.
어머니는 2대 사장직을 내려놓고 연준이의 뒷바라지를 해야 했고 내가 급히 3대 사장직을 맡았지만, 초보일 때라 실수도 많이 했었지.
덕분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좀 있었다.
그런데 무려 삼천 그룹 회장의 후원을 거부했다고?
“무슨 이유라도 있었나요?”
어머니가 이런 엄청난 지원을 거절한 이유를 묻자, 천 회장의 표정이 한없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네 모친은 나를 용서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용서요?”
“네 아버지 도대경을 헌터로 만든 사람이 바로 나다.”
내 반문에 천 회장은 주먹이 하얗게 될 때까지 꽉 쥐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네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지 못한 것도 결국 나지.”
“······.”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어제까지만 해도 그저 단골손님인 줄 알았던 국밥 할아버지가 삼천 그룹 회장이라는 것도 충격적인데, 우리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니.
나는 갑작스러운 천 회장의 충격 고백에 혼란스러운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역시 그런 나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혼란스러울 게다. 암, 그럴 테지.”
“할아버지······.”
“자세한 사정은 네 모친께 듣도록 해라. 내 입으로 말해주고 싶지만.”
천 회장은 차마 날 볼 수 없다는 듯 당장이라도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이 촉촉해진 눈을 돌려 시선을 피했다.
“내가 어떤 식으로 말하든 네겐 변명으로 들릴 게다. 그러니 모든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나를 용서할지, 말지 결정하도록 하거라.”
천 회장은 거기까지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중절모를 다시 쓰고는 힘없는 뒷모습으로 가게 밖으로 나갔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아버지의 죽음과 국밥 할아버지가 관련되어 있고, 어머니는 또 그걸 알면서도 숨겨 오셨단 말인가?
나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전화기를 꺼냈다.
그리고 어머니 정 여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 큰아들? 무슨 일이니? 또 일손 필요해?
“아냐, 엄마. 나 직원 구했어.”
평소처럼 상냥한 어머니의 목소리.
나 역시 평소처럼 목소리를 내려고 했지만, 혼란이 가시지 않은 모양인지 목소리가 저절로 떨려 나왔다.
– 아들, 무슨 일 있어?
그런 내 변화를 눈치챘는지, 어머니의 목소리에 걱정이 담긴다.
나는 잠시 말을 꺼내지 못하다가 용기를 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엄마.”
– 말해. 엄마 듣고 있어.
“국밥 할아버지, 그러니까 천 회장님이 아버지랑 무슨 관련이 있어?”
– ······.
내 물음에 수화기 건너편이 마치 전화가 끊긴 것마냥 잠잠해졌다.
진짜로 전화가 끊어진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하지만 어머니의 얇고 긴 한숨 소리는 여전히 전화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 회장님 다녀가셨니?
“응. 그리고 좀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가셨어.”
– 내일 아침에 집으로 와. 엄마가 다 이야기해줄게.
전화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끊겼다.
나는 배경 화면으로 돌아온 스마트폰 화면을 잠시 바라보다, 갤러리 어플을 켰다.
그리고 ‘가족’ 폴더 제일 밑에 저장된 사진 한 장을 열었다.
내 초등학교 졸업식 사진 속에서 드물게 웃고 있는 할아버지와 다섯 살짜리 연준이의 손을 잡고 있는 어머니가 보였다.
그리고 13살이라서 이미 꽤 컸던 나를 목뒤에 올려 무등을 태운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다.
“아버지.”
이 사진을 찍고 바로 다음 날, 게이트 사태가 터졌고 아버지는 초창기 헌터로 각성하셨다.
그리고 4년 뒤,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구원자 도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