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262
알 수 없는 목소리.
갑자기 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또 다른 종류의 냉기.
[너희처럼 아름다운 인간들을 나는 사랑한단다.]이 냉기는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뭔가 판단을 내리기에는 어쩐지 너무 낯선 감각이다. 마치 여름에 태어난 하루살이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눈송이처럼.
단지 피부의 열감을 식히는 게 아니라, 근육으로, 혈관과 뼈와 신경으로 녹아드는 이 서늘한 느낌에··· 둘은 몸이 굳는다.
···아니다.
영민한 소녀는 두려움과 당혹감에 얼어붙었던 판단력을 되살려 자신을 휘감는 이 냉기의 정체를 알아챈다. 이건 몸을 얼리는 게 아니다.
[나의 신전에서··· 나의 집에서 뛰노는 아이들아.]이건 그들의 영혼을, 존재 자체를 압도하는 감각이다.
[나를, 보거라.]그 목소리가 들려옴과 함께 소녀와 소년은 동시에 몸을 일으켜 냉기가 스며오는 발치 방향을 바라본다.
거기에는 한 마리 반짝이는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뱀이 맞나?’
카산드라가 눈을 깜빡이자··· 그곳에는 금발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남성이 서 있었다. 얼굴의 선은 가느다란 듯 선명하고, 두 눈은 지혜와 광명으로 타오르듯 빛난다.
“카산드라? 배, 뱀이야. 뱀이라고···.”
헬레노스가 소녀의, 카산드라의 팔을 감싸쥐고 몸을 움츠린다. 그러나 카산드라는 ‘그것’의 정체가 뱀이 아님을 깨달았다.
[너는, 내가 뱀이 아니란 걸 알아챘구나. 그렇지?]그 뱀이기도 하고, 금발의 남성이기도 한 것의 질문에 카산드라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뱀-남성은 만족스러운 듯 혀를 날름거리고-미소를 짓고 그들에게 다가온다.
[너희에게 선물을 주려 한다. 너희의 눈이 환해지고, 너희의 귀가 밝아질 것이다.]뱀이 가까이 다가와, 소녀와 소년의 귓가를 핥는다.
남성이 조용히 무릎을 꿇으며, 소녀와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순간 카산드라의 팔을 끌어안고 있던 헬레노스가 스르륵, 팔을 놓는다. 헬레노스는 마치 오래 쓰고 있던 안대를 벗은 듯 세상의 빛에 놀라 눈을 깜빡거리다가··· 무릎을 꿇는다.
“아, 아아··· 아아아아···. 시, 신이시여, 빛이시여···.”
그의 눈은 끊임없이 초점을 바꾸고, 시선의 방향을 바꾼다. 그의 귓바퀴는 파르르 떨리는데, 마치 거센 바람을 맞은 나비나 사정 없이 두드려지는 북의 가죽 같았다.
[너는 이제 나와 함께할 것이다.]헬레노스는 서서히 고개를 끄덕인다. 태양을 응시하는 이들이 흔히 그러하듯 헬레노스는 눈물을 흘린다. 어쩌면 기쁨의 눈물 같기도 하다.
그리고 쌍둥이의 변화를 지켜보던 카산드라는··· 다시 앞을 돌아본다. 뱀이고, 남성이던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환하게 미소짓는 것을 본다.
그가 준 밝아진 귀를 느낀다.
그가 준 환해진 눈을 깜빡인다.
세상이··· 이전과 다른 색채로 보인다.
아니, 세상을 덮고 있던 얇은 먼지투성이 막이 깨어진 것만 같다.
시야가 선명하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색깔들이 그녀의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단순한 돌멩이에서도, 저 화려하게 색칠된 조각상에서도, 각기 다른 색채가 뿜어져나오는 것을 그녀는 볼 수 있다.
저 돌멩이와 조각상을 스쳐지나간 무수한 물과 불, 사람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소리 역시 또렷하다.
이제껏 들어본 적 없는 노래를 그녀는 듣는다. 온 세상이 웃고, 울고, 떠들고 있다. 살아있다.
이건 온 세상이 각자 되는 대로 왁자지껄 소리지르는 소음이기도 하고, 모두가 함께 부르는 합창곡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아름다운 춤을 춘다. 자신들도 이 아름다운 노래와 색채에 또다른 음향과 빛을 더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서.
모두가 서로의 색채와 박자에 맞춰 끊임없이 서로의 모습을 바꾼다.
아름답다.
정신없이 사방을 둘러보며, ‘세상 그 자체’를 바라보고 들으며 환희에 차 있던 카산드라는 문득 고개를 돌린다.
방금 헬레노스가 그와 영원히 함께하리라 맹세한 남성이 여전히 그녀의 앞에 서 있다. 아름다운 금발을 휘날리면서, 하얀 치야와 발그스레한 뺨으로 햇빛을 튕겨내면서.
“···어?”
[아이야, 내게서 무언가가 보이느냐?]카산드라는 어째서 헬레노스가 그토록 쉽게 눈앞의 남성에게, 이 신전의 주인에게 스스로를 바쳤는지 깨닫는다.
눈앞에 있는 건 뱀도 아니지만 남성도 아니다.
모든 것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니기도 하다.
그녀는 그를···
“포이보스··· 아폴론 님이신가요?”
[다들 날 그리 부르더구나. 그러나 이름에 얽매이지 말거라.]···그를, 꿰뚫어본다.
그 순간 남성은 창공에 떠오른 작은 빛의 점이 된다.
아니, 그것이 일깨우는 온 세상의 아침이 되기도 한다.
그는 사람들이 노래하는 대로 황금 마차를 타고 세상을 질주하는 청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어느 인간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 저 멀리의 붉은 광구(光球)이기도 하다.
끊임없이살라지는불꽃우주의한귀퉁이를차지한왕그것은양과규모자체로이하찮은미물들이살아가는세계를압도한다.
그것은모든귀퉁이마다스스로타오른다.천상의불꽃은끊임없이뗄감을필요로하는지상의유한한불꽃과는격을달리한다.
그렇게 필멸자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오랜 세월 동안 그 불꽃은 타올라왔고, 앞으로 타오를 터이니 경배를.
경배를.
[···압도당함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함으로써 너와 나는 서로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행할 수 있으리니.]경배를.
[너도 네 쌍둥이 형제와 같이, 나와 함께하는 삶을···]경배를.
소녀는, 프리아모스의 딸 카산드라는 문득 옆을 돌아본다. 무릎 꿇은 채 세상의 광명에 놀라 기뻐하는 헬레노스를 바라본다.
그리고 유한하며 하찮은 자신을 바라보고, 다시 무한하며 광대한 [광명]을 바라본다.
마치 이 작은 몸뚱아리 따위 먹혀버릴 듯··· 저 거대하고도 휘황한 무언가를···
[시, 싫어요.]소녀는 거부한다.
그 순간.
횐희는 멈춘다.
만물을 타고 흐르던 색채가 갑자기 서로 뒤엉킨다. 귓가에 들려오던 노래가 갑자기 찢어질 듯 높고 꺼져버릴 듯 낮은 소음뭉치가 된다.
당혹감에 찬 뱀, 남성, 광명, 태양, 신, 무한은 놀라서 주위를 돌아본다. 색채의 조화가 어그러진다. 화음이 깨져나간다.
소녀 역시 놀란다.
그녀의 세상이 흉측한 부조화로 가득 찬다.
세상의 조화로부터 홀로 튕겨져 나온다.
사람들이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하고, 그녀를 거부한다.
순종을 결정한 그녀의 쌍둥이 형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린다.
뱀이자 남성이자 광명인 것 역시 경악하여 말한다.
[대, 대체··· 무슨 짓을 한 게냐? 이런 적은 단 한 번도···.]몰라요.
하지만··· 하지만···
‘싫어요.’
카산드라는 비명을 지르며 잠에서 깨어난다. 방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녀들이 땀투성이가 된 그녀의 몸을 보고 놀라며, 눈물투성이가 된 그녀의 얼굴을 보고 다시 놀란다.
“악몽을 꾸셨나요?”
아니.
과거의 편린을 봤어. 벌써 수만 번은 반복해서 꿨던 그날의 꿈을 꿨어.
프리아모스의 딸 카산드라는 그리 말하는 대신 눈물을 닦아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은 믿어주지 않을 테니까.
***
나는 수레에 실려 도착한 육중한 기계장치를 이리저리 돌려보다 중얼거렸다.
“흠··· 이렇게 개조해도 괜찮을지 모르겠군.”
“일단 쏴보시지요.”
“좋아.”
-끼릭··· 끼릭··· 끼릭···.
이런저런 설계를 비교하고,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나온 이 ‘석궁’의 정체는 바로 헤라클레스의 활이었다.
틀에다가 헤라클레스의 활대를 끼우고, 지렛대에다 이런저런 기계장치를 더하자··· 내가 본 중 가장 거대한 석궁이 나왔다. 일단 두 손으로 들기도 어렵고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이게··· 석궁이 맞나? 받침대도 있고, 수레에 달려 있으니 차라리 발리스타에 가깝겠다.
수레에 올라탄 내가 지렛대를 움직여보자 끼릭거리는 소리와 함께 활대가 잡아당겨진다. 막대한 힘이 축적되는 게 내 손끝에서부터 느껴진다.
“다들 비켜봐요.”
“알았어!”
“알겠습니다!!”
“파리스, 조심하거라.”
내 말에 이노와 아노이토스가 스클레오스가 각자 뒤로 물러나 경과를 지켜본다. 나는 손잡이를 쥔 손에 땀이 쥐여지는 것을 느끼며 과녁을 향해 조준한다.
끼릭거리는 소리와 함께 받침대에 달린 석궁이 돌아가니··· 이제 방아쇠를···
-픽.
당긴다.
그 다음 순간, 나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우선 화살이 없었고.
과녁이 없었고.
그 뒤의 바위에 화살이 박혀 있었다.
“···.”
“···.”
“···.”
“···이노?”
“으, 응?”
“내가 이거에 맞았을 때 내 어깨 상태가 어땠다고?”
“곤죽!”
“···.”
당연히 그랬겠지.
이건 단순한 활이 아니라··· 어··· 뭐지?
아무튼 그런 거다.
“일단 무거운 것도 그렇고, 장전에도 시간이 좀 걸리니 쉽게 운용하기는 어려울 듯하군.”
그렇다 해서 남을 줄 수도 없다. 상징성이 강하니까.
“하지만 강력하지.”
“그래요, 아저씨. 아주 강력하죠.”
하지만 몇몇 극단적인 경우를 제하고는 실전성이 떨어질 테다. 괴물을 상대하는 게 아니라면야.
다행히도, 우리는 괴물을 상대할 일이 좀 있다. 아킬레우스나 디오메데스 같은.
“자주는 못 쓰겠지만, 제대로 쓰면 결정적인 효과를 낼 수는 있겠네.”
“크흠, 주군. 실험이 끝났으면 이제 포로들을 만나러 가실 시간입니다.”
“그렇지. 지적 고맙네, 아노이토스.”
나는 이 묵직한 괴물에서 손을 떼고는 뻐근해진 어깨를 돌려보았다. 우드득거리는 소리가 청명하다.
“그럼, 스클레오스 아저씨는 혹시 이 물건을 개량할 수 있을지 알아봐 주시고요. 아노이토스 자네는 지난 전장에서 생긴 피난민들을 어떻게 분산시켜 수용할지 좀 생각해보게. 그리고 이노?”
“응?”
“어··· ‘저거’에서 살려줘서 고맙다고.”
“···다음부터는 고마울 일이 없도록 해줘.”
“···응.”
우리는 곧장 흩어져 각자의 목적지로 향했다. 스클레오스 아저씨는 대장간으로, 아노이토스는 피난민들을 수용한 가까운 동맹시로, 이노는 숲으로.
나는 궁전으로.
“···그래서, 그 활은?”
“···잘 쓰고 있으니 걱정 마시오.”
“안심이 되는군.”
“···.”
개중에서도 포로를 수용해둔 궁전의 방들로 향했다.
필록테테스는 자길 치료해준 데 고마워하는 건지, 아니면 프로테실라오스나 이도메네우스 같은 다른 포로들이 멀쩡히 있는 데서 안심한 건지, 일단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였다.
“크흠, 일단 다른 얘기는 제쳐두도록 하고, 생활에 불편은 없소?”
“덕분에. 과연 안탄드로스의 군주는 부유한 데다가 관대하기까지 하더군. 포로 주제에 이리 호사스러운 방에 머무르게 되다니. 목이 잘리는 일도 없었고.”
필록테테스는 아이깁토스에서 들여온 목제 의자를 쓰다듬으며 내게 말했다. 나는 그런 그에게 손수 음료를 따라주며 눈을 맞췄다.
“대신 그대의 무구는 내가 챙기지 않았소?”
“그거야 승자의 당연한 권리이니 더 말할 것도 없구려. 그리고···”
필록테테스는 의자에서 손을 떼고는 눈을 돌려 내 시선을 맞받아친다.
“포로에게서 정보를 얻으려 이런저런 방식으로 신문하는 것도 승자의 권리지.”
“고문은 않을 테니 걱정 마시오. 다만, 그대의 답변에 따라 그대와 그대를 따른 다른 장수와 병사들의 처우가 개선될지 말지가 결정되겠지.”
“하! 그런 조건을 달지 않더라도 뭐든, 마음껏 물어보셔도 좋소.”
필록테테스는 손을 비비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어쨌건 그대는 내 생명의 은인이고, 나는 그대의 전리품이니.”
그는 자신이 말한 바를 그대로 지켰다.
“그러니까, 테네도스 섬에 모인 수만의 병력이 먹을 식량을 공수해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
“델로스 섬이오. 대부분 델로스 섬을 통해 수입해오지.”
이런 잡다한 부분에서부터.
“그쪽의 왕이 끌고 온 전력이 못해도 배 스물댓 척은 될 터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수정이 필요하겠소.”
“고맙게 받아들이겠소.”
적들의 전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까지.
사실 크게 중요하거나 급한 정보들은 아니었다. 이미 내게는 수십, 수백이 넘는 아카이아인 포로들이 있고 개중에는 이도메네우스 같은 주요한 인물들도 있다.
그래도 필록테테스의 대답은 그들에게서 얻은 정보를 교차검증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체계적인 병참이나 군사 정정이 확립된 게 아니다 보니 다른 포로들이 굳이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어긋나는 정보들은 있었으니.
하지만.
“···그럼, 다음 질문을 해봐도 괜찮겠소?”
“좋소.”
“이도메네우스의 패전 뒤로, 메넬라오스의 세력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소? 그리고 실상 오디세우스가 이끈다는 아킬레우스의 파벌은?”
이번 질문부터는 다를 것이다.
이도메네우스가 떠난 뒤로, 아카이아 연합군의 내부의 정치적인 상황 변동이 컸으리라는 사실은 짐작하기 쉽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했는지는 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던 필록테테스에게 물어볼 수밖에.
필록테테스는 내 질문에 한쪽 입꼬리를 들어올린 뒤, 턱을 쓰다듬으며 답한다.
“쉽게 말해보겠소.
연합군은 메넬라오스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있소. 아마 지금은 더더욱 그 정도가 심해졌겠지.”
그야 물론이다.
“그대가 말해준 대로라면, 메넬라오스가 그 망할 아이아스 놈과 다른 이들을 모조리 구출했다지 않았소? 아마 메넬라오스의 세력이 완전히 패권을 휘어잡았을 게 뻔하오.
그 옆에 붙어 있던 디오메데스나, 현명한 네스토르 같은 인사들에게는 아주 큰 행운이지. 이제 아카이아가 그들의 것이 될 게 눈앞에 뻔히 보이니.”
“그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오. 디오메데스는 메넬라오스에게 진 빚이 많다고 하고, 네스토르는 애초에 그와 친밀한 사이니.”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군.”
“그것 말고 다른 이야기는 없소? 오디세우스나 다른 인사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라든가.”
특히, 오디세우스.
나와 친분이 있는 데 대해서는··· 그리 큰 기대는 않는다. 그 인간의 인성과 의리와 도덕을 믿기에는 워낙에 원전에서의 활약이 화려한지라.
다만 예전에 봤을 때는 아트레우스 가문에 가진 개인적 혐오감이 커 보였다. 거기에 처갓집이 된 스파르타 왕가를 메넬라오스가 박살내버렸으니 그에 대한 원한도 있을 테다.
이도메네우스에게 듣기로는 그가 아킬레우스 파벌의 사실상 수장이라 하니, 어떻게든 잘 구슬려본다면···
“흠. 오디세우스는 지금 골머리를 썩히고 있을 거요.”
“음? 뭐 때문이오?”
“그야, 말 안 듣는 꼬맹이 때문이지.”
말 안 듣는 꼬맹이?
“아킬레우스, 그자가 내가 떠나기 전까지만 해도 두문불출하고 있었소. 전략 회의에서도 이전과 같이 주도적인 역할을 차지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으니.”
아킬레우스가 소극적으로 나온다.
“···언제부터 그랬소?”
“그야, 테네도스 섬으로 옮긴 뒤부터 계속 그러기는 했지만 정확한 기점은 그때부터였을 것이오.
그··· 미시아의 유명한 점쟁이와 독대하고 난 뒤부터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쿵.
“···왜 그러시오?”
“계속 말해보시오.”
“어, 크흠, 미시아의 새점쟁이 엔노모스에 대해서는 아마 그대도 알 거라 보오. 함께 싸웠다 하니.”
소문을 쫓아왔다고 했지만, 기이할 정도로 우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빠르게 접촉해왔던 텔레포스 왕의 사절.
“그가 갑자기 연회장에서 아킬레우스를 모욕하는 게 아니겠소? 현명한 네스토르의 말대로 그와 아킬레우스 단 둘만을 남기고 우리는 연회장을 나섰지. 아킬레우스는 그를 처형했고.”
예언자 엔노모스와 아킬레우스의 독대.
“그 뒤부터였던 것 같소. 특히 이도메네우스가 대패하고 자신의 무력에 주위의 기대감이 쏠리는 듯하니 소극적으로 변하던데. 아마 어리고 경험 없는 이가 과도한 관심과 기대에 주눅이 든 거겠지.”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아킬레우스는 그럴 인물이 아니다.
“···.”
“무슨 일이오?”
“혹시 그에 대한,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에 대한 예언을 들어본 적이 있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