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385
“라피스 족의 땅부터, 메세니아, 아티카, 보이오티아, 아르카디아까지. 아카이아 역시 그랬습니다.
정확히 3주 전에.”
“···.”
“트로이아도 그랬지.”
프리아모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들판에 서리가 내리고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농사가 망하리라 생각한 농부들이 겁에 질렸지만 다행히 다음날 모두 녹았지. 그렇지만···”
이런 일 자체가 있어서는 안 되었다.
프리아모스는 그리 말하며 테오와 눈을 마주친다. 뭔가 이야기할 것이 있다는 듯.
짐작가는 데가 있다는 듯.
“불길한 의식이 치러진 듯합니다. 제가 도리아인들의 영토에 닿아 주위를 살펴볼 때쯤, 무언가 일이 일어났는지 순식간에 주위가 얼어붙더군요.
그게 3주 전이었습니다.”
나는 그 말에 하마터면 신음을 내뱉을 뻔했다.
불길한 의식.
도리아인.
그때의 한파가 자연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테오가 밝혀주고 있다. 내가 내심 부정하고팠던 가능성이 맞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내가 입을 다물자 프리아모스가 두 손을 깍지 낀 채 내게 말했다.
“···파리스, 네가 무엇을 감지하고서 기근을 이야기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세상의 누구도 모르겠지.
너는 언제나 그랬으니까.”
“···.”
“언제나 급히 움직였다. 쇠를 벼려내고 가도를 닦으며 배를 지었지만 누구도 그 이유를 몰랐다. 누군가는 너를 반역자라고 했고, 누군가는 너를 야심가라 불렀지만 너는··· 모두 아니었지.
그리고 너의 안배 덕에 우리는 전쟁에서 이겼다. 아직도 나는 네 속을 알 수가 없구나.”
“아버지.”
“하지만 믿는다.”
프리아모스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네가 기근을 이야기했지. 네가 도리아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고. 어느 신께서 네 귓가에 지혜를 속삭여주시는지 몰라도 아마 선한 의도일 것이라 믿는다. 너는 선한 사람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다.
만약··· 네게 필요한 것이 있다면 또 말하거라. 네 눈을 두려움으로 채우는 무언가가 닥친다면 내가 널 도울 테니.”
“···감사합니다.”
“그건 그렇고, 작황은 어떨 것 같으냐?”
“하룻밤 사이 찬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그 때문에 보리든 밀이든 농사를 망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행인 일이었다.
트로이아, 미시아, 카리아, 그 너머의 리키아 일대까지 안탄드로스의 신농법은 무난히 퍼져나가고 있었다.
슬슬 이 일대에서는 철제 농기구가 퍼져나가면서 강철의 값 자체가 내려가고 있다. 나쁘지 않은 현상이었다.
거기에 의외로 아카이아 역시 적응이 빨랐다.
···물론, 내가 밥줄 끊어놓고 농사 지으라 협박했으니 당연한 결과지만.
내가 강철을 가져다 주는 일은 없었지만, 트로이아와의 전쟁 중 노획한 철제 무기를 녹여 이리저리 농기구로 쓰는 듯했다. 그럴 기술자는 어디서 얻은 건지 알 수가 없다.
당장 실업자가 된 디오메데스 등 여러 영웅들도 자기 소유지의 땅에서 열심히 노예들을 닥달해 수확을 거두고 있으니.
이번 해만 잘 버티면 아카이아도 물론이고 다른 곳도 무난히 수 년 먹을 양식 정도야 비축해놓을 수 있게 되리라.
그렇게 나는 프리아모스에게 이것저것 이야기를 건넨 다음, 곧 안탄드로스로 돌아왔다.
당분간 과일 같은 상품작물보다는 밀, 보리, 귀리 같은 식량 생산에 주력해야겠다고 지주들에게 명령해 놓았다.
슬슬 가을이 끝물이고 우기가 다가올 때였다. 밭을 갈고 밀과 보리를 심을 때가 머지 않았다. 수많은 인력들이 새로 땅을 갈고 씨를 뿌리는 데 동원되었다.
이제 겨우내 비가 내리고, 가끔 눈이 내리면 그동안 밀과 보리가 길게 자라날 것이었다. 그를 수확하기만 하면 되었다.
“···파리스.”
“응.”
“고생 많아.”
“···아냐.”
그러니까, 그동안 나는 아주 바빴다.
이제 좀 여유가 생기자 나와 이노 둘은 적당히 사람 없는 이다 산의 깊은 숲자락에 들어가 에전처럼 잠을 청했다.
적당히 둘이서 이런저런 잡담이나 하면서, 괜히 키득거리는 요정들 쫓아내려고 나뭇가지와 돌을 던져대면서.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 두 사람은 적당히 튼튼한 가지 위에 한 사람씩 자리를 잡고 올라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누웠다.
“···별이 커졌네.”
여전히 코리토스와 멍멍이의 싸움을 말리던 그날 보았던 것처럼 별하늘은 불길했다.
금방이라도 저 하늘의 별들이 꿈틀거리며 나를 집어삼키러 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왠지 저 하늘에 박제된 온갖 괴물들이, 헤라클레스를 위협하던 네메아의 사자나 티폰이나 다른 수많은 것들이 금방이라도 이 지상에 되돌아올 것 같은 기분···
“기분 탓이 아닙니다.”
“···뭐?”
낯선 목소리에 말을 꺼냈지만, 사실 말보다 더 빠르게 나간 게 있었다.
-쉬이이이이익!!!!
화살은 빠르게 나뭇잎들 사이를 가로질러 표적을 향해 정확하게 내리꽂혔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맞은 듯했다.
···하지만, 기척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거치시군요. 하오나 안타깝습니다. 오랜만의 재회가 이리 망쳐지니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흘깃 시선을 돌려 이노의 안전부터 확인한다. 이노는 역시나 그새 곯아떨어져 있었다.
내가 나뭇가지를 들춰 목소리가 들려오는 아래쪽을 확인하니···
“반갑습니다, 트로이아의 왕자시여···. 아니, 알렉산드로스시여.”
나는 어렵잖게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그야 당연하다. 보지 못한 세월이 벌써 수년이지만 그의 얼굴을 잊을 수는 없다. 이 모든 게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는 나를 알았으니.
“···헤르메스의 종복.”
그 ‘상인’.
나를 올림포스로 인도했던 이.
그가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내가 쏜 화살을 막아낸 시체 병사가 천천히 뒤로 물러선다. ‘상인’은 내게 정중히 절을 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신들께서는 필멸자들 앞에서 모습을 쉬이 내보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급한 대로 그 종복인 제가 이리 왔습니다.”
···에리스는 내 앞에 나타나던데. 잔상 같기는 했다만.
심지어 황금사과도 놓고 가던데.
분탕질 잘하더라. 인터넷 있는 시대에 태어났으면 안 좋은 의미로 역사에 한 획을 그었을 것 같더라.
···아무튼, 중요한 말은 아니었으니 나는 화제를 돌렸다.
“아직도 고물 수집하나?”
“일이 꽤나···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일은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수행하는 맛이 있지요.”
나는 그가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한다.
옛 신과 영웅들에 관련한 유물을 수집하고, 잊혀지게 만들던 기묘한 ‘상인’.
“만약 괴상한 유물들 때문에 내게 온 거라면 일없네. 아노이토스에게나 가보게.”
“그 괴짜는··· 아직도 열심히 온갖 보물을 그러모으지요. 분명 그의 창고는 언젠가 한꺼번에 수거해갈 가치가 있습니다만.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그런 ‘사소한’ 일보다 급한 일을 여쭈러 왔습니다.”
···사소한 일? 급한 일?
신이 명한 일이 사소하다고?
내가 의아해하자 ‘상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내게 손짓한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나무에서 뛰어내려와 그의 곁에 다가선다.
“···설명이 길어질 것 같아서 말입니다.”
상인은 내게 손가락을 튕겨보이며 말했다.
“쓸데없는 이야기들은 생략하겠습니다.”
그 속삭임이 끝이었다. 일순간 나의 시선이 암전되고, 내 몸이 두둥실 떠오른다.
그리고 다시 내게 시력이 돌아왔을 때···
[···형제여, 자네의 말이 옳았다.]신상으로밖에 만나본 적 없는 지하세계의 지배자가 올림포스의 회당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는 열두 옥좌를, 그리고 그 곁에 선 무수히 많은 다른 작은 신들의 수수한 옥좌를 지켜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에트나 산의 티폰과 타르타로스의 티탄들이 사라졌다.타르타로스가 텅 비었고, 헤카톤케이레스들은 빈 방의 간수가 되었다.
그리고··· 하늘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그 말과 함께 하데스가 아래를 가리킨다. 그러자 구름을 헤치고 어떤 광경이 보인다.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는, 올림포스의 산정. 나는 그 의미를 깨닫고 경악했다.
이 천상의 궁전이 추락하고 있었다.
아틀라스 (1)
신들의 궁전이, 올림포스가 지상으로 추락하고 있다.
[별자리들이 내려앉고 있다. 천구(天球)가 그 지지대를 잃고 흔들리고 있단 말이네. 파멸이 머지 않았네.]그 말에 침묵이 감돈다.
아테나는 신음을 내뱉고, 아레스는 혀를 차며, 헤르메스는 쓴웃음을 짓는다.
데메테르는 떨리는 두 손을 잡아쥐며, 헤라클레스는 한 번 쿵 발을 구르고, 아폴론은 입술을 깨문다.
제우스는··· 오직 제우스만이 아까와 같은 자세로 하데스를 바라보았다.
[우리의 짐작이 확실해졌으니, 천구가 이리 추락하고 있는 사유도 알 수 있겠군.]그리고 언뜻 여상하게 들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티탄들이 사라졌다면, 아마 천구를 떠받칠 아틀라스도 사라졌겠지.]···사라졌‘겠’지?
왜 추측하듯이 말하지?
[우리로서는 아틀라스의 행방을 파악할 방법이 없으니, 일단은 그렇다고 봐야겠지.] [제우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가? 우리는 아틀라스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이 상황에 대처할 방법조차 모르네!이 사태에 관여할 수조차 없다는 말일세!]
포세이돈이 일어나 외치자 제우스는 미간을 가볍게 주무른 다음,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기는. ‘그들’에게 조언을 청해야지.]다시 정적.
[지금부터, 나는 ‘운명’에 뜻을 구하려 하네. 누군가 반대하는 이가 있는가?]대답이 없다. 그를 예상했던 듯 제우스는 몸을 일으키며 한 손을 들어올린다.
[그렇다 합니다. 위대한 분들이시여.]그리고 손을 내렸다. 마치 판사봉을 내려놓듯이.
제우스의 손이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옴과 동시에 신들을 둘러싼 풍광이 바뀐다.
거대한 공동.
이곳 역시 내가 와본 적 있는 곳이다.
-철컥. 철컥.
익숙한 소리들.
-싹둑.
익숙한 물레 소리, 가위질 소리···.
신들이 고개를 들어올리자.
[크로노스의 아들딸들이 실로 오랜만에 우리에게 기대는군.] [재미있구나. 이런 일이 티폰 이후로 또 언제 있었던가. 그렇다면 기대하는 것을 주어야지.] [너희,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계시를 내리겠다.]그들을 개미처럼 작아보이게 만들 형상들이 슬며시 떠오른다. 그것들은 그때와 같이 수천, 수만 개의 실을 자아내고, 감고, 결국 잘라낸다.
저 물레가 한 번 돌아갈 때마다 누군가는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된다.
저 가위질 소리 한 번에 한 명의, 또는 수십 명의 생애가 끝난다.
모든 것의 생(生)이 저들의 손 안에서 펼쳐진다.
신들은 겸허히 일어선다. 그러자 다시 목소리가 이어진다.
[저기, 저 서쪽 아프리카 땅에 너희는 아틀라스를 봉인해두었다.] [그것이 너희를 안전하게 하고 너희의 세상을 안전하게 하리라 믿었기에.] [그곳으로 너희의 대전사를 보내거라. 너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너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 냉정한 선고를 들으며, 표정을 굳힌 제우스가 고개를 숙인다.
[위대한 분들이시여, 우리 역시 지금 그곳에 우리의 힘이 닿지 않음을 압니다. 헌데 대전사를 보내라 하심은···] [너희들이 유독 아끼는 인간.] [너희들이 어여삐 여기는 인간.] [가장 아름다운 인간. 그 필멸자에게 가능성이 있다.]그 말에 따로 설명은 필요치 않았다. 신들의 눈이 크게 뜨인다.
[그 아이가 도래한 이후 이 모든 실이 뒤엉켰지.] [이런 짓을 해낸 이는 누구도 없었다.] [···그렇지. 우리를 이토록 피곤하게 만든 자는 그 아이뿐이지.]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무한한 공간에 울려퍼진다. 물레를 감던 여인이 손을 들어올리자 풀어 헤칠 수조차 없이 단단히 감긴 수백만 개의 실타래가 진동한다.
그리고 여인은 그 실타래를 터질 듯 세게 쥐며 웃음을 멈춘다.
[그러니 이 일도 프리아모스의 차자(次子)가 아니라면 해결할 수 없으리라.] [···어쩌면 프리아모스의 그 미친 딸 역시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가능성은 낮게 본다.] [가능성···이라 하셨습니까?]가능성(可能性).
일이 이루어지거나 실현될 수 있는 성질이나 정도를 뜻하는 말.
확실성을 담보하지 않는 말.
그 말을 ‘운명’이 입에 담는 의미는 명확했다.
[이는 운명에 따른 계시가 아닙니까?]제우스의 말에 세 자매는 일제히 입을 다물고 눈을 빛낸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방금 쥐고 있던 실타래를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던지듯 한다. 엉망진창으로 얽혀 누구도 읽어낼 수 없게 된 무수한 생(生)의 길들을.
[···이런 상황에서.] [운명에 따른.] [계시를 말하느냐?]그 말에 다시 사방이 정적에 휩싸인다. 자매들은 가위에서, 물레에서, 실오라기에서 손을 놓고서 어느 실을 손으로 가리킨다.
[[[그렇다. 이는 우리의 어설픈 짐작일 뿐이나.]]]그러자 그 실은 형용할수 없이 다채로운 빛을 내며 공중으로 떠오른다. 모두의 시선이 그 실에 박힌다.
[[[또한, 우리가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답이기도 하다.]]]색깔이 다른 또 하나의 실과 하나처럼 얽혀있는 기묘한 실.
나는 그것이 나 자신의 실임을 확신했다.
[[[프리아모스의 차자만이 이 과업을 수행해낼 수 있으리라.]]]그 말이 마지막 한마디였다.
순식간에 시야가 부얘지더니, 눈을 깜빡여보자 다시 이다 산이었다.
“···그러합니다. 이것이 대강의 전말입니다.
물론 실제로 이런 ‘인간적인’ 모습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당신께서도 불멸하는 신들의 ‘정체’를 알고 계시니 양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리 말하며 ‘상인’은 뒷걸음질치며 내게 절한다.
“고귀한 안탄드로스의 왕이시여, 운명이 당신을 택하였습니다. 당신이 올림포스의 대전사입니다. 모두를 위해 이 과업을 수락해주십시오.”
나는 얼떨떨해하며 그의 절을 받았다. 나는··· 그러니까··· 나는.
내가, 무엇에 선택받은 거지?
“대체 북아프리카에, 아틀라스가 봉인되었다는 그곳에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신들이 관여할 수 없다는 말조차 나오는 건가?”
“문자 그대로입니다. 신들은 그곳에 다가갈 수도, 그곳을 관측할 수도 없었습니다.”
“뭐?”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파리스 님밖에 해내지 못할 일이라는 사실만이 분명할 따름이군요.”
‘상인’이 움직이자 딸랑, 딸랑, 하고 방울소리가 울린다.
“···부디, 기나긴 여정 동안 안전하고 건강하시길.”
다시 딸랑, 하는 소리가 울리자.
“···뭐야.”
‘상인’은 사라진 채였다.
그의 시체 병사들도.
나무 위를 올려다보니 이노는 여전히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요정들도, 새들과 다른 다리 달린 짐승들도 모두 깊은 잠에 빠졌다.
오직 나만이, 이 깊은 밤에 깨어 있었다.
홀로.
***
···여행의 목적이 분명하다.
목적지 역시 정해져 있고, 자금은 언제나 그렇듯 충분하다.
시일도 물론 결정되어 있다.
“최대한 빠르게.”
별들이 이 지상을 향해 떨어진다. 올림포스가 추락한다.
“최대한 빠르게 준비해주게. 호위병은 최소한으로 데려가겠네. 어차피 여행의 중반부터는 나 홀로 떠나야 할 테니.”
“···주군?”
그보다 더 시급한 일이 무엇이 있겠나.
“타고 갈 함종은 카라보스로 정하겠네. 비록 전선(戰船)은 아니지만 빠른 데다가 중간 기착지도 필요 없이 곧장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을 테니.”
“주군,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혹시···”
“아노이토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철쇄대 몇을 더 빌려가겠네. 요사이 아카이아인들을 대신할 해적이 좀 늘었다지? 하기사 기근도 오래되었고 하투샤가 망했으니 그럴 만하지. 우리를 해적이라 부르던 이들 꼴이 우습게 되었군. 일단 해상에서의 안전을 도모해야 하니···”
“주군.”
아노이토스가 급히 움직이던 내 팔을 잡는다. 내가 놀라서 팔을 빼자 아노이토스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