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439
“보지 못하신다고요? 그렇다면 방금의 정경은···”
혹시 더한 것을 보았느냐?]
“그건··· 읍.”
이번에는 카산드라가 말을 꺼냈다가 스스로의 입을 막는다. 헤스티아는 찬찬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글프게 말한다.
[그래. 잘했다. 너희의 말을 들어 보았자 나는 이해하지 못하고 두려워만 하였을 테니.]“···.”
“···.”
[다만, 한 가지 사실만은 기억하거라.]그 누구보다도 위대하나, 그 누구보다도 수수한 여신이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나는 지난 싸움에 아주 잠시간을 빼면 참여하지도 않았고, 또한 수많은 이들의 우러름 역시 받았다. 아마 내가 너희에게 가장 많은 것을 베풀 수 있을 테니 내가 말한다.신들은 너희가 무엇인지 모른다. 무엇 때문에 중요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희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안다.
올림포스가 늘 너희를 도우리라.]
-딱!
[‘따스한 돌’이라 했던가? 그건 고마웠단다, 프리아모스의 아들아.]그 말과 함께 헤스티아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나니 눈보라를 맞았던 우리의 옷은 모두 뽀송뽀송하게 말라 있었고, 몸은 노곤노곤하고 편안했다.
여신은 더 이상 이곳에 없었다.
그렇지만···
화롯불은 여전히 따스했다.
의문들
“···.”
“···.”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화롯불을 마주보며 앉아 있었다. 옷은 진작에 말랐고, 몸도 완전히 따뜻해진 상태였지만 선뜻 이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너무 많은 일을 겪었다. 여전히 바닥에 쓰러져 있는 몰로소스인 씨족장의 얼굴은 평온했다. 마치 이곳에서 원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러나 그의 팔은 잘려나가 있고, 목에는 카산드라가 뚫어놓은 구멍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아 있었다.
그 속에 가득하던 얼음이 점차 녹아내리자, 족장의 몸은 피부만 남았다.
마치 원래 그 속에 얼음만 차 있던 것처럼.
그 모습을 본 나는 어쩔 수 없이 얼굴을 쓸어내린다.
···씁, 어쩌지.
저 꼴을, 저 족장의 씨족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느냐는 말이다. 일단 나와 카산드라가 죽인 건 확실한데···
아니, 아니지.
그런 사소한 요소를 배제하고 큰 것부터 봐야 한다.
-[나는 스파르타를 무너뜨려 아이올로스의 후손이자 틴다레오스의 딸 헬레네를 죽였다. 이제는 펠롭스의 자손마저 내 손으로 죽였구나.
그런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 하였느냐?]
···정말로, 큰 것.
“카산드라, 너도 나와 같은 광경을 봤지?”
“···.”
카산드라는 내가 묻는 말에 소리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분명 더 이상 오한이 들거나 할 일이 없을 텐데도, 카산드라의 어깨가 서서히 떨렸다.
확실히 끔찍한 경험이기는 했으니까.
나는 카산드라의 어깨에 내 망토를 둘러주며 입을 열었다.
“적들이, 쳐들어온다.”
신들이 가장 취약하고, 인간들이 지쳐 있을 때.
“스파르타가 불탔고, 미케네가 무너질 거야. 아카이아 전체가 쑥대밭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
그렇다면 트로이아 역시 무사하지 못할 거고.
나는 그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고.
또한 두려움만큼이나 커져오는 궁금증이 내 가슴속에서 고개를 쳐드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
“카산드라?”
“···예?”
“이상하지 않아?”
“뭐가, 말인가요?”
“우리는 분명 하투샤와 싸웠어. 정말 끔찍하게 강력한 적이었지. 올림포스의 신들과 그들을 섬기는 이 지상의 필멸자들이 모두 모여서 힘을 합치니 겨우 이길 수 있었어.”
“저는, 잘 모르겠네요.”
카산드라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는 하투샤와의 전투에 나서본 적은 없으니까요. 전 안전한 트로이아와 칼리폴리스에 있었죠. 저보다는 파리스 오라버니나 오이노네 님이 더 잘 아시겠죠.”
그럴지도.
하지만 지금부터 꺼내려는 질문은 그런 게 아니었다. 꼭 하투샤의 군세를 직접 마주하지 않았더라도 누구든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그래. 네가 직접 싸움을 겪진 않았더라도 칼리폴리스로 상륙하려던 하투샤의 군세를 본 적은 있잖아. 수많은 하투샤 왕실의 조상신들이 칼리폴리스로 향하는 군세에 축복을 내렸지.”
그 장면은 기억한다는 듯 카산드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럼, 그때도 이렇게 두려웠어?”
“아뇨.”
망설임조차 없는 대답.
그 대답에 나의 의구심이 굳어진다.
“나도··· 그랬어.”
“···.”
“그때뿐만이 아니야. 심지어 직접 그들의 신들을 두 차례나 마주했었지. 안탄드로스에서, 그리고 헬레스폰토스 해협으로 적들이 북상해오는 길목에서.”
그때, 수많은 신들이 하늘과 땅에서 뒤엉켜 싸웠다.
그때, 올림포스의 신들은 자신의 모든 걸 내걸고 온힘을 짜내어 겨우 싸움을 이어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때···
“올림포스는 명백하게 열세였어. 필멸자들을 위해 겨우 버티는 게 전부였다고.”
“그랬겠죠. 하투샤는 천신(千神)이 보우하는 땅이니까요. 거기에 그들의 무수한 동맹들이 섬기는 신들까지···”
“그래. 제우스께서는 강력하시지. 그리고 타르훈트도, 바알도, 야훼도, 테슈브도 그만큼 강력했지.”
“···.”
“그런데 말이지? 그때도 말이야···.”
나는 하투샤의 어느 왕족을 떠올린다. 조상신들의 가호를 받아 안탄드로스의 심장부까지 밀고 들어왔던 그 남자.
또한 나는 하투샤의 대왕에 대한 기억을 곱씹어본다. 그의 투지, 그의 강력한 권능, 그의 거대한 존재감.
마지막으로 나는 클레이다이오스를 떠올린다.
수십만에서 수백만이 살아가는 제국의 제왕과, 기껏해야 몇 개의 부락을 다스리는 초라한 왕.
천 명의 신이 그를 보우하던 위대한 인신(人神)과, 기이한 존재에게 변질된 듯한 한낱 필멸자.
둘 중에 무엇이 더 압도적이었냐고?
둘 중 무엇이 더··· ‘이질적’이었느냐고?
“나는··· 아까만큼 두렵지는 않았어. 하투샤의 천신(千神)보다도, 그 이름 모를 존재와 가이아가 두려웠어. 하투샤의 대왕보다 저 도리아 족의 왕이 더 나를 소름끼치게 했어.”
후자.
말이 안 되지 않나?
왜 수없이 많은 족속들이 섬기는 강대한 신들보다 저들이 더 두려운가?
왜 낯선 이민족의 신들과 그들의 가호를 받은 이들보다 그리스 신화 속 존재들이 더 이질적인가?
티폰이 타르훈트보다 강한가? 가이아가 야훼나 바알보다 더 위대한가?
···
···
···
···모르겠다.
아무리 궁리해도 나는 알 수 없었다. 신들의 정체를 처음 보았을 때와 같은 감정이다. 막막함, 불가해함, 두려움, 그런 것들이 나를 괴롭힌다.
결국.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이었다.
“···아버지께 보고해야겠어.”
“뭐, 뭘 보고하려고요? 어떻게 말씀을 드리려고요? 증거도 없고, 별다른 정보도 없고, 우리 얘기는 들으실 수조차 없는데?”
카산드라의 지적은 정확하고 타당했다.
물론 이번 기근과 한파를 어떠한 설득도 없이 무작정 대비했는데도 프리아모스가 눈감아 준 것을 보면 프리아모스는 별 말 없이 나를 따라줄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그에게도 감수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란 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