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mythical shepherd slave RAW novel - Chapter 53
53화. 인어
인어(Τρίτωνες).
기원 후 2세기의 지리학자 겸 역사학자 파우사니아스는 이렇게 말했다.
“인어는 머리에 늪지 개구리의 털이 나 있다. 이 털은 얼굴색과 비슷하고 하나로 이어져 있다. 나머지 다른 피부는 상어껍칠 같이 거칠다. ···손, 손가락, 손톱은 뿔고둥을 닮았다.”
즉, 전혀 아름답지 않다.
그저 괴물의 외양만이 묘사될 뿐이다.
나는 파우사니아스의 그 기록이 진실임을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괴물들의 창칼이 휘둘러지고 찔러오는 가운데 방패벽은 점차 흔들려 간다.
방패 사이로 밀고 들어오는 창과 손톱 때문에 병사들이 하나둘씩 부상을 입고 쓰러졌고, 그 쓰러진 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려 인어들은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댔다.
나는 강철검을 꺼내어, 그 모가지를 단칼에 베어버렸다.
[키에에엑!!]잘려나간 목은 마치 망가진 금관악기 같은 굉음을 내며 펄떡거렸다.
병사들의 발목이라도 물려고 하는지 입을 벌리고 기다란 혀를 낼름거리자 나는 그 혀를 자르고 발로 힘껏 밟았다.
몇 번이고 힘주어 밟을 때마다 머리의 살과 뼈는 점점 형체를 찌그러뜨렸고, 내는 소리도 바람 빠지는 소음에 가까워진다.
이내 머리는 움직임을 멈췄다. 동시에 버둥거리던 몸뚱이도, 방패벽으로의 접근을 방해받은 다른 인어들이 던져서 치워버렸다.
사투를 벌이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헥토르는 방패벽을 지키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직접 방패벽의 양옆을 뛰어다니면서 방어선을 우회하려는 인어들을 몇 마리씩이나 쳐죽였다.
아이네이아스는 그 다른 병사들 옆에서 창을 적재적소에 창을 찔러넣고 칼을 휘두르며 인어들의 접근을 막아냈다.
비록 아이네이아스의 일격에 맞은 인어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런 견제가 전황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했다.
그러나 한계가 있었다.
인어들의 수는 우리 사절단의 머릿수에 아슬아슬하게 못 미칠 뿐 대등한 수준이었고.
우리의 머릿수가 전부 전투 인원으로 채워져 있지는 않은 데 비해, 저들은 낙오병들이었다.
즉 인어들은 그 하나하나가 모두 전투력이었다.
인어 하나가 방패벽 사이에 난 틈으로 다시 내게 따개비 붙은 창을 찔러왔다. 나는 가까스로 그 창을 피한 뒤 창대를 겨드랑이에 끼우고 잡아당겼다.
인어는 미처 창을 놓지 못해 오른손이 딸려왔고, 나는 그 틈에 놈의 손목을 잘라버렸다.
오른손을 잃은 놈은 고통에 섬찟한 비명을 지르며 남은 왼손의 손톱을 이용해 나를 공격해온다.
다시 내가 공격을 피하자 휘둘러진 손톱은 옆에 서 있던 병사의 목을 긁었다.
그 불운한 병사가 경동맥에서 피를 철철 뿜어대며 쓰러지고, 이곳의 방패벽이 완전히 와해된다.
“젠장!”
“뒤로 물러나서 창 들어!! 창을 뺏기면 칼을 뽑아라!!!”
어쩔 수 없이 난전을 강요당한 우리는 서로의 움직임을 엉키게 만들지 않기 위해 빠르게 뒤로 빠지며 거리를 벌렸다.
기세가 오른 인어들은 비명과도 같은 환호를 지르며 우리에게 덤벼든다.
우선 첫번째로 오는 인어는 아까 내게 손을 잘린 놈이었다.
그놈의 오른손목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더니 곧 손이 재생되었다.
“이런, 시발.”
[키아아악!!!]인어는 괴성을 지르며 내게 양손을 휘두른다.
내가 칼로 쳐내자 카드득, 소릴 내며 소라 같은 손톱이 부서진다.
물론 손도 재생하는데 손톱 정도는 다시 자라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공격의 수단을 묶어놓기에는 충분했다.
인어가 회복을 위해 주춤거리는 사이, 나는 뒤로 물러서서 바닥의 시체로부터 창을 주워든다.
그리고 전력을 다해 창을 던지자 인어의 왼어깨가 꿰뚫렸다. 그것은 성이 난 듯 내게 달려들어 단숨에 거리를 좁히고는 내 칼을 빼앗으려 시도했다.
가까이 다가오는 손목을 다시 자른 뒤, 어깨에 꽂힌 창을 뽑아 심장에 박아넣었다.
곧 꾸륵거리는 소릴 내며 검붉은 피가 살가죽에 난 구멍으로 뿜어져 나왔다.
···혹시라도 어느 판타지 소설에 나온 파충류 인간처럼 심장을 뽑아놓고 다니나 싶었지만 다행히도 아닌 모양이었다.
입에 들어간 피를 퉤 뱉고 쓰러진 놈의 시체를 발로 차자 그 너머로 달려드는 인어가 두 마리 보인다.
동시에 두 개의 창이 찌르고 들어오자, 나는 몸을 구부린 뒤 바닥에 굴러 적들의 창대 밑으로 파고들어갔다.
그리고 차고 있던 팔찌의 보석을 누르고 인어 한 마리의 배 부근에 손을 가져다 대자,
-푸쉭.
[크이에에에엑!!!!]팔찌에 내장되어 있던 단검이 나와 비늘 사이로 파고 든다.
다시 손가락으로 보석을 눌러 단검을 집어 넣은 뒤, 창을 놈의 겨드랑이 아래 꽂아 넣은 뒤 그대로 허우적대는 모가지를 칼로 잘라버렸다.
강철검이 묵직한 질감으로, 혈관과 살을 통과한다.
그 순간 나머지 한 마리가 창을 내 등으로, 척추를 꿰뚫을 듯이 곧장 찌르고 들어온다.
나는 조용히 손가락을 튕겼고.
날 죽였다 확신하던 인어는, 허공에서 날아든 망치에 두개골이 으스러졌다.
아마 죽음의 순간을 느끼지도 못했으리라.
그렇게 인어 셋을 베어넘기고 나자 얼굴은 피범벅이었고, 발 아래는 뇌수가 묻어 끈적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전투의 혼란 속에서 내 망치를 식별한 사람은 없는 듯했다. 일반 병사들은 굳이 모르는 게 나았다.
나는 안심하고 다시 손가락을 튕겨 바닥에 처박힌 망치를 되돌려보냈다.
전황은 그리 불리하지 않았다.
헥토르는 아예 적들의 대오 사이로 뛰어든 뒤 서너 마리를 동시에 상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적의 대열에 계속 빈틈과 혼란이 생긴 틈을 타 우리측 병사들은 전열을 정비하고 적들에게 반격을 가했다. 수적 열세는 극복된 지 오래였다.
그리고 헥토르가 나를 한번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헥토르의 옆으로 화살을 쏴 그에게 다가가던 인어 두 마리의 머리를 꿰뚫은 뒤 헥토르처럼 적들 가운데로 달려나갔다.
다시 칼을 잡고, 한번 도약해 가장 가까운 인어의 왼쪽 눈알을 쪼개버린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놈에게서 칼을 뽑으며 돌아보자 네 마리의 인어가 나를 둘러싸고 동시에 공격해온다.
인어들은 모두 나보다 머리가 하나씩 크다.
즉, 내가 무슨 짓을 하든 이 포위망 너머의 아군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 손가락이 서로 부딪혀 소리를 낸다.
다음 순간, 허공에서 회전하는 망치가 내 주위로 날아오는 창들을 모조리 부숴뜨리고 인어 하나의 두개골을 으깬 뒤 바닥에 떨어진다.
나는 망치를 주워들며 황망히 부러진 창자루를 바라보던 다른 한 마리를 향해 던졌다.
빠르게 정신을 차린 놈이 부러진 창을 내던지고 나를 향해 손톱을 내밀지만 곧 가슴팍에 육중한 질량이 충돌하자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엎어진다.
갈비뼈가 부러진 듯 신음하던 그 놈의 목에 칼을 꽂고 다가오는 다른 인어에게는 창을 던져 배를 꿰뚫었다.
그 놈은 억지로 창을 뽑다가 자신의 내장까지 줄줄이 뽑혀나오는 것을 보며 기절했다.
나는 다시 놈의 목에 칼을 찔러 확인사살했다.
금속성의 소리와 혈향이 사방에 가득했다.
나는 질척이는 피웅덩이를 밟고, 인간과 인어의 시체를 밟으며 다른 적들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아이네이아스 님!”
외침이 들려온 쪽으로 곧장 내달렸다.
발목이 잘린 채 쓰러진 병사를 업은 아이네이아스가 애꾸눈이 된 인어 하나를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이네이아스의 생명이 위험했다.
창으로 곳곳을 찔러가며 인어의 접근을 차단하려 했지만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니 결국 시간끌기에 불과했다.
자신이 부상자를 업고서 후퇴하는 만큼, 그 시간끌기는 누가 보아도 아이네이아스에게 불리했다.
곧 인어가 아이네이아스의 창자루를 잡더니 힘을 주어 부러뜨린다. 아이네이아스가 칼을 뽑아들지만, 칼은 거리 유지에는 쓰이기 어려운 무기다.
이내 굼뜨게 움직이는 아이네이아스를 향해 인어의 날카로운 이빨이 달려든다.
나는 급하게 창을 던졌고,
[끄아아아악!!!]적은 관자놀이를 꿰뚫렸다.
사방을 둘러보니, 이미 전황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기울었다.
다른 놈들보다 머리가 하나씩은 거대하던 우두머리는 헥토르의 지휘 아래 수많은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창과 화살을 맞아 울부짖고 있었다.
머지않아 헥토르가 달려들어 그 목을 사선으로 그어버리자, 역겨운 혈액을 뿜으며 그 거체는 쓰러졌다.
패색이 짙어진 것을 깨달은 인어들은 이미 자신들이 왔던 개천 쪽으로 퇴각하고 있었다.
피 흘리는 인어들이 하나둘씩 물에 뛰어들자 개천은 핏빛으로 변했다.
전투는 끝났다.
다리에 힘이 풀린 병사들은, 하나둘씩 경계를 풀고 피를 머금은 흙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제 살펴보니 약 100명에 가까웠던 인원들 중 죽은 것은 6명 정도였다.
부상자는 모두 합쳐 10여 명, 중상자는 2명 정도였고 나머지는 제 몸을 추스릴 정도는 되는 경상자들이었다.
격렬했던 전투의 경과를 생각하면 준수한 수준의 피해다.
벌써 헥토르는 기운이 남은 병사들에게 아군의 시신을 모아오라고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기운이 없어, 부상병을 업은 채 쓰러지듯 바닥에 누운 아이네이아스에게 걸어가는 게 고작이었다.
난 조용히 아이네이아스를 내다보았다.
“가, 감사합니···”
“너는 누굴 죽여본 적이 없지?”
이상한 질문이다.
막 격렬한 백병전이 끝난 상태인데 누굴 죽여본 적 없냐고 묻다니? 그것도 후방 지원병이 아니라 전방에 앞장서 싸우던 사람에게?
그러나 내 말에 아이네이아스의 눈이 잠시 두려움으로 떨린다.
“저··· 그건···”
“다시 질문할게.”
나는 반쯤 확신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물어볼 필요는 있었다.
“방금 전투에서 적들을 죽일 생각은 있었어?”
“···.”
나는 아직도 첫 살인의 감각을 기억한다.
이노와 도적떼로부터 도망치던 그때는 단순히 사냥개들에게 도적들을 유인한 게 전부였지만,
카시우스와 아노이토스의 저택에서 나는 테오 형과 많은 피를 뿌렸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지만, 그 뒤로 내가 살육 행위가 주는 충격에 무뎌진 건 확실했다.
누군가는 망가진 거라 하겠지만 나는 그걸 성장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하다못해 지방에서 사업 좀 벌이는 게 전부였던 노예 소년도 그렇게 살인에 익숙해져야 했는데···
지휘관이 되어야 할 도시의 후계자가, 살인을 망설인다.
부상병의 목숨을 구하려 덤벼들 용기는 있었다.
발목이 잘린 부상병을 버리고 도망치지 않을 용기도 있었다.
그러나 자기가 죽기 직전까지도 적을 벨 수 있는 용기는 없었다.
아이네이아스는 내 말에 수치스러운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내가 이렇게 아이네이아스를 꾸짖는 일이 옳은지.
사람을 죽이기를 두려워한다는 이유로, 고작 15살 먹은 소년을 수치 주는 게 도덕적인 일인지.
고민은 길지 않았다.
“미쳤어?”
그리스인들과의 전쟁이, 또는 다른 방식으로 다가올지 모를 재앙이 기다린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소년은 군 지휘부의 주축이 되어야 할 자다.
“네가 그렇게 멀뚱히 서 있었으면 넌 죽었어. 그러면 네가 등 뒤에 들쳐 업고 있던 병사는 당연히 죽었겠지.”
“그건··· 죄송합···”
“차라리 그 병사를 버리고 도망쳤으면 이해하겠어. 너는 군주의 아들이니까. 그리고 네 목숨이 더 귀하니까.”
···적어도 이 시대의 도덕으로는, 그르다 할 수 없는 행위이리라.
“그런데 너는 겁에 질려서는 둘 모두가 죽는 길을 택하려 했어. 최악의 선택지를 골랐지.
아무것도 택하지 않고, 모든 걸 잃는 쪽을.”
아이네이아스의 눈이 두려움을 넘어 깊은 수치심과 자기 혐오로 물들기 시작했다.
나도 약해지려는 마음을 붙들고는 몸을 일으키려는 아이네이아스를 다시 억지로 주저앉혔다.
“이, 이게 무슨···”
“말해 봐.”
나는 아이네이아스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가까이서 그 눈을 마주보았다.
“트로이아가 무너지고, 이다 산의 숲이 불타며, 트로이아를 수호하던 모든 요정들이 떼죽음을 맞이한다고 생각해보라고.”
내 말에 아이네이아스의 표정이 일변한다. 그의 역린을 건드렸으니까.
“그, 그건 아무 상관 없잖습니까! 갑자기 무슨 말을···”
“내가, 무슨 신탁을 타고 났는지 알고 있잖아.”
너무 화난 티를 내지 않으려 해본다. 이쯤에서 관두려고 해본다.
“근데 네가 이딴 식으로 말랑하게 군다, 이거지.”
···잘 안 됐다.
“···.”
“생각해봐, 네가 아는 이들이 과연 그 화마에 휩쓸리지 않을지.”
아마, 오이노네도.
차마 말하지 못했지만, 내가 무슨 말을 생략했는지 아이네이아스도 알고 있었다.
그런 만큼 아이네이아스의 눈빛이 상처 입은 짐승의 그것으로 바뀌어 간다.
“그때도 가만히 있을 거야?”
“말···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그런 때가 오지 않을 것 같아?”
“그러면.”
아이네이아스가 내 손을 뿌리치고 억지로 몸을 일으킨다. 곳곳의 베이고 찔린 상처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당신은 그런 순간이 오리라고 확신하십니까?”
아이네이아스는 소리를 지르거나 나를 향해 삿대질하지는 않았다.
그저 가만히 바라보면서, 아무 억양 없는 목소리로 낮게 말했을 뿐이다.
나는 답했다.
“그래.
그리고 그게 나 때문일 것도 알아.”
그러자 아이네이아스의 굳은 얼굴에 살짝 균열이 간다. 당혹감이 퍼져나간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더 이상의 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돌려 헥토르에게 외쳤다.
“형님! 아이네이아스가 다쳤습니다! 고약과 붕대가 필요합니다!!”
“방금 그 말씀은 제가 신중하지 못했···”
“나중에. 지금은 나도 피곤하니까.”
나는 피묻은 칼을 옷깃으로 대강 닦아 칼집에 집어넣었다.
휘어진 창대를 손에 쥐고서 전투 전에 타고 있던 마차에 올랐다.
좌석은 딱딱했지만 상관없었다. 기댈 곳이 필요했을 뿐이니까.
나는 눈을 감았다.
아이네이아스···.
저 심약한 소년을 일리아스의 구절들에서 묘사되던 살육기계로 만들어야 한다.
제 몸집만 한 바위를 들어 아킬레우스에게 망설임없이 내던지던 영웅으로 만들어놔야 한다.
···골이 아파온다.
생각한 것보다, 이번 순방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많았던 모양이다.
***
아무리 인간이 아니라 해도 신들의 피조물이니, 인어들의 시체에도 뭔가 값진 것이 있기 마련이다.
아주 드물게 오래된 진주를 입에 물고 있기도 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뼈나 쓸개 같은 것은 가끔씩 값을 쳐주는 의원들이 있다.
병사들은 오늘도 용돈벌이를 위하여 포세이돈께 간단한 기도를 올리며 인어들의 시체를 뒤진다.
“파도와 조류를 다스리는 분이시여, 당신께서 오래 전에 거두신 분노의 흔적을 이 땅에서 쓸어내니 부디 노여워하지 마시고···”
“이봐, 여기 우두머리 놈의 갑옷에는 뭔가 박혀 있는 것 같은데?”
“어디 보게.”
개중에서도 우두머리의 몸뚱아리는 당연히 가장 귀한 무언가를 지니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모두의 관심거리였다.
그들은 세월을 먹고 녹슬어버린, 조악한 청동 갑옷을 들어낸다. 피의 비린내와 끈적한 감촉에 병사들은 절로 눈살을 찌푸린다.
“···어?”
그러나 곧 그들의 눈에 빛이 번들거리기 시작하니.
“헥토르 님? 헥토르 님!”
“무슨 일인가?”
“우두머리의 몸에서 이런 게 나왔습니다.”
헥토르는 그것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뭔가 불길한 기운을 받는다.
거대한, 황금 접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