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52)
52화
바란왕국 동쪽에 있는 펠라론산맥.
왕국 동쪽으로의 길을 완전히 차단한 이곳엔, 트롤이나 사스쿼치, 그로르 등의 고레벨 마수들이 가득했다.
인간은 외곽을 지나다니는 것조차 어려운, 그야말로 몬스터들의 천국!
하회탈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산맥의 동굴 속을 걸었다.
갈림길 몇 개를 지나가자, 해태가 새겨진 나무 문 하나가 나타났다.
“다른 침입자는 없군.”
남자는 문고리에 걸린 솔잎을 치우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다음 순간, 빛과 함께 별천지가 나타났다.
바닥에는 맑은 시내가 흐르고, 사방엔 각종 아름다운 꽃과 약초. 사슴 같은 동물들이 가득하다.
활빈당의 일호점이자, 숨겨진 본거지인 율도국의 전경이었다.
“나 왔다.”
“두령.”
“두령!”
척척. 곳곳의 기와집을 돌아다니던 근육질 기사들이 일제히 경례했다.
“우치는?”
“안에 계십니다.”
“그래, 너희는 이거 보관해 두고. 보고할 사항은 있어?”
“이번에 토벌대로 온 기사 열 명과 병사 150명을 전원 포획해 뇌옥에 가뒀습니다.”
“두당 3골드씩 받아, 기사는 열 배.”
“예.”
돈을 맡긴 하회탈 남자는 정중앙의 고래등 같은 기와집으로 향했다.
“오셨수?”
기와집 안에 들어서자 땡글이 안경을 쓴 청년 한 명이 맞이해 주었다.
“물건은?”
“옜다.”
하회탈 남자가 꺼낸 아이템들을 늘어놓았다. 장물들을 확인한 땡글이 안경 청년이 말했다.
“이야, 이거 다 대박이네. 140레벨대 레어랑 유니크면 없어서 못 파는 것들 아냐?”
“감정해 봐. 판매가 매겨야 하니까.”
“오케이.”
활빈당.
운빨로 게임 지존에서 킨도르한이 유흥가와 밤거리의 제왕이라면, 이들은 그들에게 물건을 공급하는 뒷세계 장물 거래의 일인자였다.
플레이어 지역은 물론, NPC들만 있는 곳도 가장 먼저 개척해 장물을 매매하는.
현시점에서는 음지에서 가장 유명한 장물아비이자 정보 길드였다.
구성은 철저한 점조직.
지점 위치 몇 개를 밝혀낸다 해도 수장이나 부하들이 누군지, 조직도가 어떤 형태인진 누구도 알 수 없다.
여기 있는 두 사람은 각자 활빈당의 두목과 부두목을 맡고 있었다.
“물건 상태, 괜찮지?”
“그러네. 대공한테 보고하면 혁명 포인트 짭짤하겠어.”
“신입들은?”
“훈련시키는 중. 조만간 구색은 갖출 수 있을 것 같아.”
“돈 부족하면 내 인가받지 말고 대공한테 말해, 그러라고 지원받는 거니까.”
바란왕국 제일의 권력자인 대공의 지원!
돈뿐만 아니라 인력이나 건물 등 여러 면에서 지원을 해 주고, 대신 혁명 포인트를 받아 간다.
당장 바깥의 강력한 NPC들부터 대공의 기사였으니, 활빈당이 급속하게 성장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근데 형, 이번엔 왜 직접 나갔어?”
“뭐가?”
“이번 암거래. 그동안 어지간하면 부하들만 보냈잖아. 이번엔 왜 직접 갔냐고.”
전우치의 질문에 홍길동은 턱을 쓸었다.
“그냥 궁금해서.”
“뭐가? 킨도르한?”
“킨도르한은 논할 것도 없어. 거물이 될 거다. 나랑 비슷한.”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그 정도다. 앞으로 더 성장할 건 의심할 여지도 없었다.
“그럼 알아본 건 킨도르한의 스폰서군. 누구야, 외국 NPC야?”
“아니, 플레이어다.”
“플레이어?”
“…….”
“어땠어?”
땡글이 청년의 물음에 하회탈 남자는 씩 웃었다.
“논할 도리가 없던걸.”
네크로맨서인 주제에 무기나 몸은 전사와 싸워도 비슷할 만큼 탄탄하다.
더욱 놀라운 건 그러면서 해골병이나 네크로맨서 수하들도 충분히 강력하다는 점.
장물 거래를 하러 온 걸 보면 현질을 한 것도 아닌데, 어떤 사람인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대답을 들은 땡글이 안경의 남자가 말했다.
“그럼 유심히 살펴야겠는걸. 언제 떡고물이 떨어질지 모르니까.”
“떡고물도 좋지만 잊지 마라, 우리 플레이 컨셉은 진짜 의적이라는 걸.”
“그래서 레지스탕스 이끌고 있잖아.”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두 명은 줄곧 의적이 되자고 굳게 다짐했다.
한국 서버 최대의 장물아비 단체를 이끄는 지금도 그 다짐은 유효했다.
“다 됐어, 상등품이니까 바로 팔아도 될 거야.”
“좋아, 그럼 가 볼까?”
중고 아이템을 새로운 주인에게 넘겨줄 차례였다.
물론 그 주인이 이전 소유주와 같은지 아닌진 알 바 아니었다.
***
-로그아웃했습니다.
철컹, 캡슐을 열고 나온 김강한은 기지개를 켰다.
“오늘도 알차게 보냈군.”
바깥은 석양이 사라지며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하루 열 시간 게임과 두 시간 운동, 나머지는 정보 수집이나 독서 등의 생활을 반복하는 삶이 이제는 완전히 자리 잡은 것이다.
그렇게 게임에 집중하는 대가?
김강한은 스마트폰 메신저를 열었다.
호라이즌 마켓.
-1,500,0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오늘도 건실하군.’
150만 원.
엄청난 금액이지만 골드로 따지면 15골드 정도밖에 하지 않았다.
‘킹스맨 길드를 털어서 100만 원, 기존 사냥과 퀘스트로 번 돈이 50만 원이지.’
하루에 순이익만 100~150만 원을 버는 일.
자영업자 중에서도 상당히 성공한, 큰 규모의 식당이나 이런 순이익을 낼 수 있었다.
‘그나저나 안정적인 거래처가 있으니 장물도 꽤나 쏠쏠하군.’
보통 장물을 장물아비에게 맡기려면 적잖은 고생을 해야 한다.
들키지 않아야 하다 보니 비밀 유지비가 들고, 또 대다수의 상인은 바가지를 받거나 대금 납입을 차일피일 미루는 등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활빈당은 달랐다. 어중이떠중이와는 달리 거래가 성사되자 바로 대금을 치러 주었다.
‘원작 소설에서도 대단한 놈들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레지스탕스!
원작에서 바란왕국이 오크들에게 무너진 후.
배경이 왕국 바깥으로 확장된 뒤에는 그야말로 전 세계 유저들의 장물을 취급하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한다.
양지에 ‘헤르메스의 날개’ 길드가 있다면, 음지엔 이들 ‘활빈당’이 있다 할 정도.
‘깨끗하고 뒤탈 없고, 흥할 게 확정이라면 미리 뚫어 둬서 손해 볼 게 없거든.’
킨도르한에게 부탁해 어떻게든 연줄을 만든 가치가 있는 상대였다.
‘개꿀이구만.’
대박 금액에 최고의 거래처 개척까지.
김강한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오늘 같은 날만 쭉 이어지면 좋겠는데.’
열심히 노력하고 보는 밤하늘을 응시하는 김강한.
오늘도 하루를 알차게 산 것 같아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였다.
김강한이 흐뭇한 기분에 취해 있을 무렵.
딩동!
“누구지?”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자, 그곳엔 트레이닝복 차림의 미친년이 한 명 있었다.
“오한별? 네가 왜 여기…….”
“깨어 있네? 아까 일어났어?”
“그럴 리가.”
낮에 자고 밤에 일어나는 건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
몸 관리 퀘스트를 받은 김강한으로서는 절대 피해야 할 생활 패턴이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온 거야? 반찬은 아직 남아 있는데.”
“반찬 아냐. 아빠 때문에 왔어.”
“아빠?”
오한별이 말을 이었다.
“우리 아빠, 올가을에 환갑이시잖아. 넌 그것도 모르지? 신경 안 썼으니까.”
“아.”
소설 속에 빙의한 이후, 김강한은 가족 관계나 오진환의 과거사를 찾아보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덕분에 오진환이 부모님과 관계가 안 좋고, 그 이유가 공부나 진로 때문이란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환갑 얘기가 나온 걸 보니 완전히 의절할 정도로 막장은 아니었군.’
인터넷 커뮤니티 썰 같은 게 커피라면, 오진환은 커피 맛 치약 정도.
‘마음 같아서는 적당한 이유를 대고 거절하고 싶지만……. 퀘스트도 있으니 어쩔 수 없지.’
가화만사성 퀘스트가 있는 이상,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려면 먼저 손을 내미는 수밖에 없으리라.
“알았어, 시간 비워 둘게.”
“난 전했다. 혹시 못 들었다고 하지 마.”
“알겠다니깐.”
“그럼 됐고.”
곧바로 돌아서는 오한별.
그때 김강한이 손을 내밀었다.
“기왕 온 거 밥이나 먹고 가라. 시간도 됐는데.”
“밥?”
오한별이 기억하는 오진환은 흔히 말하는 방구석 망나니였다.
그런데 그 오진환이 요리를 하고, 밥을 먹고 가라 한다고?
“농담해?”
오한별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농담이 아니었다.
“먹어라.”
김강한은 잘된 김치찌개를 가져와 나눠 주었다. 미심쩍게 숟갈을 입에 넣었던 오한별이 흠칫 놀랐다.
“맛있네?”
“그럼, 맛있지.”
프로게이머 시절, 아니 그 이전부터 요리는 꽤 해 보았다.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자, 김강한의 김치찌개는 어지간한 식당에서 팔아도 될 맛이 나왔다.
“……좀 괜찮네. 어디서 배웠나 봐?”
“그냥 뭐.”
말없이 밥그릇을 비우던 오한별이 이번엔 집 한구석으로 향했다.
“아, 저거!”
“캡슐.”
“알아, 근데 왜 이게 여기 있는 건데?”
“음…….”
김강한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어차피 알려질 거니 먼저 말해도 상관없겠지. 사실 나 저거로 돈 벌고 있어.”
“게임으로? 돈을?”
오한별의 눈이 커졌다. 김강한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거 엄청 까이겠군.’
오진환의 가족은 게임이라면 치를 떠는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최근 호라이즌의 인기가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좋은 말은 나오지 않으리라.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수익이 나오면 말하는 수밖에.’
그때였다.
김강한이 이어질 호령에 대비하려 할 무렵.
“그래? 게임은 어떻게, 잘돼?”
오한별의 대답은 예상과 사뭇 다른 내용이었다.
“잘? 음……. 그럭저럭 성장 중이지. 돈도 벌고.”
“먹고살 만큼은 벌 수 있는 거야?”
“그거야 당연하지.”
“그럼 됐어. 보니까 잘 살고 있는 거 같고.”
싸늘한 반응을 예상했던 김강한이지만, 오한별은 선뜻 그러려니 하고 받아 주었다.
“게임은? 무슨 게임 하는데?”
“호라이즌이라고…….”
“아……. 내 친구도 그거 하더라. 그게 그렇게 재밌나?”
이 세계는 게임에 대한 인식이 현실보다 훨씬 나았다.
게임으로 돈을 번다고 하면 무조건 낮춰 보던 현실과 달리, 재능만 있다면 충분히 괜찮고 사회적 위상도 나쁘지 않은 직업이었던 것이다.
“그보다 오빠가 그런 데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어떻게 된 거야?”
“뭐……. 나도 얼마 전까지 몰랐으니까.”
“아무튼 잘됐네. 예전엔 그냥 망나니였는데 이젠 좀 제 앞길도 가릴 줄 알고.”
김강한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게임 소설 속 세계인 덕분에 살았군. 현실에서 같은 상황이었다면 난리가 났을 텐데.’
다행히 오한별은 그 얘긴 더 하지 않고 넘어갔다.
식사를 마친 뒤, 배가 꺼지자 오한별은 머뭇거림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진짜 갈게.”
“가려고?”
“저녁 운동 하러 가야 돼. 게임으로 돈 버는 건 좋지만 너무 빠지지 마. 그러다가 폐인 된 사람 많다더라.”
“그래.”
“그리고 난 말했으니까, 나중에 못 들었다느니 하면서 안 오면 진짜 죽을 줄 알아.”
주먹을 쥐어 보인 마친 오한별이 돌아서더니 멀어져 갔다.
홀로 남은 김강한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도 이전보단 나은 편인가.’
처음 만났을 땐 거의 원수 대하듯 싸늘하더니, 이번엔 그래도 예상외라는 반응까지 나왔으니 꽤 선방한 셈이다.
‘역시 밥 덕분이겠지?’
다른 건 몰라도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같은 간단한 요리만큼은 자신 있었다.
아마 그 찌개가 오한별의 태도를 바꾼 것이리라.
어깨를 으쓱하는 김강한.
그때였다.
-여동생과의 친밀도가 상승했습니다.
-주변 환경이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카르마가 상승했습니다.
-기억력이 약간 상승했습니다.
-의지력이 약간 상승했습니다.
눈앞에 작가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니…….’
김강한은 살짝 놀라 그걸 보다가 혀를 찼다.
‘살짝 반응이 좋아졌다고 이런 걸 주다니, 이거 어쩌면 개꿀일지도 모르겠군.’
현실의 퀘스트도 찾아보면 생각보다 할 만한 게 많을지도 몰랐다.
작가가 준 메인 퀘스트는 게임 안에 있으니 그냥 무시해도 상관없는 퀘스트들이긴 했지만, 그랬다간 나중에 정점에 다다른 뒤에도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좋아, 그럼 가을께에 가는 걸로 기억해 두고…….’
김강한은 돌아와 웹사이트를 열었다. 내일 접속하기 전 업데이트나 소식 등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WWH 메인 페이지를 열자, 익숙한 메뉴와 게시판들이 나타났다.
그때였다.
-대규모 업데이트 예정되다!
-호라이즌의 개발사, (주)타이탄에서 새로운 업데이트와 이벤트를 예고.
-해당 이벤트는 메인 스트림이 될 것이며, 모든 유저가 참가할 수 있다. 그 이상의 정보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유저들의 반응은…….
“드디어 떴군.”
소식을 보던 김강한은 양 주먹을 쥐고 심호흡했다.
마침내 호라이즌의 첫 번째 메인이벤트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