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3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43)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살짝 어지러운 증상이 있지만 이내 익숙한 풍경이 눈에….
응?
하얀 도포를 입은 사부다.
매번 내가 포탈에 올 때마다 기다리던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하하….
이런 헛것까지 볼 정도로 사부를 많이 그리워하긴 했나 보다.
허상이겠지만 잘 지내냐고 물으려는데… 어라?
헛것이 움직인다?
“이 불효막심한 제자 녀석아!”
갑자기 다가와 꿀밤을 먹이는데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얻어맞았다.
뭐지?
눈앞에 보이는 사부가 헛것이라면 이런 고통이 느껴질 리가 없는데….
“네 녀석이 한 대 더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머리 꼴은 그게 또 뭐냐? 색목인 스타일이냐?”
“진짜 사부예요?”
“그럼 가짜 사부도 있냐?”
“어떻게… 우리 사부는 우화등선해서 선계에 갔을 텐데….”
“내가 등선을 왜 해? 선계엔 라면도 치킨도 술도 없는데.”
목소리도 그렇고 라면 타령을 하는 걸 보니 정말 사부가 맞다.
“사부!”
그대로 달려가 껴안으려 했지만, 사부가 몸을 비틀어 피한다.
“뭐 하냐? 사내자식이 징그럽게 왜 달려들고. 혹시 아까 잘못 맞았냐?”
“도대체 어떻게…. 신선 된 거 아니었어요?”
“몇 번을… 어휴, 이 멍청한 제자 녀석아. 내가 네 녀석에게 말도 안 하고 선계에… 엇? 갑자기 왜 그래?”
말을 하는 틈을 타 그대로 팔을 붙잡았다.
금세 뿌리쳤지만, 확실히 손에 잡히는 감각이 있다.
“뭐 하… 너 우냐?”
정말 사부가 돌아왔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이제는 영영 다신 못 볼 거라 생각했는데….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리면, 등선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아니, 뭐… 나도 일이 이렇게 꼬일 줄은 몰랐지. 그만 울어. 네가 애냐?”
말은 퉁명스럽게 해도 사부는 내 등을 토닥여 준다.
“사부….”
“그만 울라니까. 진짜 울고 싶은 게 누군데.”
“네?”
“너 이 자식, 내가 지금 여기서 한 달을 넘게 기다렸는데 한 번을 안 오더라?”
“아… 아닌데요? 지난번에 제사 지낸다고 왔었는데 사부가 없었어요.”
“나 멀쩡히 살아 있는데 비석 앞에다가 제사상 차렸을 때?”
“어? 알고 계시네요. 그때 제가 혹시 해서 동굴은 물론이고 호수 바닥까지 샅샅이 뒤졌는데….”
“그때는 네가 하도 안 오니까 내가 나가려고 했는데 여동빈 녀석이 못 나가게 막아서 선계에… 아니, 처음부터 이야기하마.”
사부와 이야기를 나눠 보니 처음 사라진 날에는 등선하라며 여동빈이 찾아왔다고 한다.
등선하기 싫어서 거절했지만 여동빈이 안 된다고 해서 한바탕 싸웠다고 한다.
사부가 이겨서 등선은 안 했는데 돌아오니까 캠핑카도 없고 내가 세워 둔 비석만 있었다고….
지난번에 세진이와 왔을 때 보지 못했던 이유는 처음엔 기다리다가 내가 하도 안 와서 밖으로 나가려고 공간을 베려 했는데 또다시 여동빈과 옛날 친우였던 장삼봉이 찾아왔다고 한다.
사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 나가면 안 된다고 해서 선계에 가서 허락을 구하려 했는데, 하필 그 시기에 내가 방문했던 거였다.
선계에서는 안 된다고 했고.
“타이밍이 좀 안 맞았네요.”
“그런 식으로 은근슬쩍 넘어갈 생각 마라. 꼴랑 한 번 들리는 게 말이 되냐? 이 매정한 녀석아.”
또다시 꿀밤을 한 대 얻어맞았다.
사부의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만약 내가 오늘 여기 오지 않았다면 아마 1년 뒤에나 봤을 테니까.
하지만 나야 당연히 원작에서 사부는 등선했다고 나오니까 당연히 등선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억울하다.
“그게 내 잘못이에요? 처음에 사라졌을 때도 연차까지 쓰고 온종일 포탈 샅샅이 뒤졌는데. 솔직히 사부가 나가겠다고 허튼짓 안 하고 그냥 곱게 기다리고 있었으면 어련히 알아서 만났을 텐데.”
“크흠흠, 그래서 지금 내 탓 하는 거냐?”
“어쨌든 이렇게 만났으니까 된 거 아닙니까.”
또다시 사부가 꿀밤을 때리려는지 손을 드는데 빛이 터지더니 루시엘이 등장했다.
아, 맞다. 루시엘이 있었지.
사부랑 이야기하다 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저기, 사부, 이쪽은….”
“우리 신혁이 때리지 마! 이 못생긴 영감탱이야!”
“여… 영감탱이?”
“그래, 이 쭈그렁 영감탱이야. 네가 뭔데 우리 신혁이 때려!”
아… 아무래도 조진 것 같다.
* * *
사부와 루시엘이 자칫 한 판 붙을 기세였지만 급하게 캠핑카와 라면을 꺼내 겨우 사부를 달랬다.
“크으, 이 맛이지.”
“많이 있으니 천천히 드세요. 급하게 드시다간 체합니다.”
아공간에 있던 치킨 2마리에 참깨라면도 벌써 네 그릇째다.
“체하긴.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 마라. 교자는 아직이냐?”
“교자도 금방 됩니다.”
―돼지같이도 처먹네.
그런 말 하지 말라는 의미로 살짝 째려보니 루시엘 녀석, 고개를 홱 돌려 버린다.
아까 제대로 소개를 했는데 영 사부가 못마땅한 모양이다.
그래도 말이 아니라 의념이라 사부는 못 들어서 다행이다.
“네 정인은 왜 자꾸 날 쳐다보냐? 어른 식사하는데.”
“하하…. 사부가 잘 드셔서 그런가 보죠. 그리고 정인 아닙니다.”
“정인이 아니긴, 아까 우리 신혁이라고 하는 거 다 들었는데.”
“크흠… 그것도 사정이 좀 있습니다.”
“사정은 무슨 사정. 이제 보니 여자에 정신이 팔려 나는 뒷전이었구나. 그래서 이렇게 늦게 찾아온 거지?”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천천히 설명해 드릴 테니 일단 식사하세요. 교자도 다 됐을 텐데, 가져올게요.”
캠핑카에 들어가 교자를 꺼내 가져왔다.
“그래, 이거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교자를 그대로 입에 털어 넣는 사부에게 루시엘에 대해 설명을 했다.
“저 아이가 인간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다고요? 어떻게요?”
루시엘이 날개를 꺼내지도 않았는데….
“예전에 내가 이곳에 처음에 왔을 때 나를 공격했던 놈들과 똑같은 기운을 가지고 있으니 그렇지.”
“아….”
생각해 보니 사부가 이 포탈에 처음에 왔을 때 마족을 잡았다고 했었지.
루시엘도 타락 천사다 보니 마기를 가지고 있으니까.
“영혼 분리도 그렇고, 선기와 마기를 같이 가진 존재라니 참 신기하구나. 지금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루시엘의 고질적인 문제까지 한 번에 알아채다니 역시 사부다.
“저기… 사부, 루시엘의 마기를 정화시킬 수 있어요?”
루시엘의 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조언을 구했다.
별로 탐탁지 않아 하는 루시엘을 데려와 손목을 잡아 진찰도 받게 했다.
나로서는 마왕에게 당한 상처를 치료하는 게 고작이었지만, 사부라면 정화가 가능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마계수라는 나무와 연결되어 있어 지속적으로 마기가 이 아이의 몸을 침식한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그럼 그 나무와 연결을 끊어 버리면 되는 거 아니냐?”
“…그건 불가능합니다.”
루시엘은 마계수의 수호자가 되어 마계수를 차원의 틈에 감췄다.
만약 계약이 끊어지면 마계수는 다시 마계로 돌아갈 테고 마왕이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리가 없다.
루시엘의 고향인 천계도 위험해질 테고 나중에 지구에 마왕이 강림하는 걸 생각하면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애초에 마계수와 수호자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방법은 수호자의 사망밖에 없다.
“왜?”
“연결은 끊을 수 없거든요. 저… 그럼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아까 저 아이가 힘을 쓸수록 침식이 빨라진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앞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스무 해 정도?”
“스무 해라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원작에서 루시엘이 등장하는 건 주인공들이 2학년 수학여행에서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뒤지만 루시엘이 있던 곳은 시간이 30배 느리게 가니 60년이다.
거기다 원작이 끝날 때까지 루시엘이 타락하는 일은 없다.
원작이 끝나는 건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정도 뒤니까 최소 300년은 멀쩡할 텐데, 20년이라니….
“뭐, 1~2년 정도는 더 버틸 수도 있지만, 그 이상 차이는 안 날 것 같은데.”
“그럴 리가 없습니다. 다시 확인해 주세요. 루시엘, 이리 와 봐.”
“됐어.”
“되긴 뭐가 돼. 얼른 안 와?”
“싫다고.”
“싫다니, 지금 장난해?”
루시엘에게 다가갔지만 녀석은 뒤로 달아나 버렸다.
“사부, 드시고 계세요. 저 잠시 이야기 좀 하고 오겠습니다.”
달아나는 루시엘을 쫓아가 잡았다.
날개까지 꺼내며 달아났지만 블링크를 이용해 금세 따라잡았다.
애초에 내가 목걸이를 차고 있는 이상 1km 이상 떨어질 수 없으니까.
“너 진짜, 다시 확인하자니까 뭐 하는 거야?”
“싫다고!”
“왜 그러는데?”
“네 사부라는 사람 말이 맞으니까.”
“….”
“내 상태를 내가 모를 것 같아? 나도 대충 그쯤 될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어.”
“그… 그럴 리가 없어. 원래 시간 더 많이 남았잖아.”
“네가 뭘 안다고.”
말이 안 되는데….
원작보다 더 빨리 내가 상처를 치료했는데 원작보다 악화될 이유가… 잠깐, 설마 그건가?
원작에서 루시엘은 주인공들과 싸우지 않는다.
처음엔 카이나칸을 죽였다고 주인공들에게 각오하라고 하지만 김도현의 얼굴을 보고 첫눈에 반해서 싸우지 않고 대화를 한다.
하지만 나랑은 싸웠지.
그것도 날개까지 여덟 장을 다 꺼내 전력으로 싸웠다.
“혹시 나랑 처음 만났을 때 싸운 것 때문에 그렇게 된 거야?”
“고작 한 번 싸웠다고 그렇게 되겠어? 원래 그 정도밖에 안 남았어.”
말을 하는 루시엘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거짓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녀석 말대로 전투 한 번 했다고 그렇게 상태가 악화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아, 깨달았다.
원작과 달라진 건 전투만이 아니다.
원작과 달리 루시엘은 나와 같이 있기 위해서 영혼 분리 마법을 연구했다.
녀석이 연구한 기간은 이곳의 시간으로는 두 달도 채 안 되지만 녀석의 시간으로는 수년, 시도한 횟수는 수백 번이 넘는다.
한 번 시도할 때마다 보조 역할을 한 나조차 마나를 거의 한계까지 썼으니 당연히 녀석은 훨씬 더 많은 마나를 사용했겠지….
나 때문이다.
“영혼 분리 마법 연구 때문이네.”
“….”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내 생각이 맞는 것 같다.
“너 진짜….”
“내가 마법을 안 만들었으면 넌 도둑고양이랑 사귀었을 거잖아.”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자기 수명까지 깎아 가면서….
“아니….”
“내일 당장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20년이면 인간에게 충분히 긴 시간이잖아?”
“너에게는 아니잖아.”
확실히 인간 기준으로 20년이면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루시엘은 수천 년을 살아온 천사.
연구를 안 했다면 최소 300년 이상은 더 살 수 있었다.
“내가 선택한 거니까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다는….”
“한 달 내내 네가 오기만 기다리는 것보다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는 20년이 더 좋아. 이제 와서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잖아?”
웃으며 말하는데, 이 녀석은 진짜 못 말리는 바보다.
나를 도대체 얼마나 좋아하는 건지….
“넌 정말….”
“네가 괜히 부담가질까 봐 말 안 하려 했는데. 알았으면 앞으로 잘해. 초코바도 많이 사 주고… 그래, 그 도둑고양이도 이제 좀 멀리하고 나에게 집중을….”
애써 괜찮은 척 연기하는 녀석을 껴안았다.
“가, 갑자기 뭐야? 풀어.”
내가 껴안을지 몰랐는지 녀석의 볼이 빨갛게 물든다.
진짜 싫었으면 밀어냈을 텐데 오히려 내게 더 파고든다.
정말 솔직하지 못한 녀석이라 생각하면서 녀석의 얼굴을 향해 다가갔지만 이내 멈추고 포옹을 풀 수밖에 없었다.
“사부, 보고 있는 거 다 아니까 나와요.”
사부의 인기척이 느꼈으니까.
“크흠, 정인 아니라더니 역시 거짓말이었구나. 보기 좋던데 하던 거 마저 하지.”
“사부가 몰래 훔쳐보는데 어떻게… 어휴. 사부, 아무리 사제 관계라지만 프라이버시는 좀… 억!”
꿀밤을 맞았다.
“몰래 훔쳐보긴 누가 몰래 훔쳐봐? 기껏 도와주러 왔더니만.”
“무슨 도움이요?”
기껏 분위기를 다 망쳐 놓고 뭘 도와주겠다는 건지….
“무슨 도움은, 이놈아. 내가 아까 말하지 않았더냐?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 20년이라고.”
“아니… 사부, 아까도 말했지만 마계수와 연결은 끊을 수 없다니까… 악!”
또다시 꿀밤을 맞았다.
“예끼, 요 녀석아! 내가 조금 전에 들은 걸 잊었을까 봐?”
“네? 그럼….”
“연결을 안 끊어도 방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