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2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142)
재회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자.”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들 그대로 주저앉는다.
“쌤, 죽을 것 같아요.”
“이진수, 엄살 부리지 마. 후배도 보고 있는데.”
다그치긴 했지만 사실 3일간 자습만 시켜서 벌충할 겸 오늘은 조금 빡세게 굴렸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엄살 아니에요. 쟤들은 오늘 그냥 수업했겠지만 저희는 실습 다녀왔잖아요.”
“3학년도 실습 다녀왔어요.”
“어… 저희는 실습은 안 했지만….”
“괜찮아. 1학년은 힘들 수 있지. 저기 볼품없이 주저앉은 네 선배들은 더 엉망이었어.”
“에이,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나이가 들어서 그렇지. 작년에 저는 여기 후배님들처럼 나약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들으면 진수만 나이 먹은 줄 알겠네.
하여간 녀석, 넉살은 알아줘야 한다.
“헛소리 그만하고 다들 일어나. 요즘 같은 환절기에 땀 흘리고 가만히 있으면 감기 걸려.”
애들을 일으켜 기숙사로 들여보내고 가는 길에 매점에 들러 음료도 하나씩 사 줬다.
이번 보강은 작년과 다르게 인원이 꽤 된다.
1학년 2명에 우리 2학년은 작년 4인방에 민하까지 5명 그리고 3학년에서도 셋이라 총 10명이다.
그동안 자습을 시켜서 몰랐는데 인원이 늘어난 만큼 손도 많이 가고 신경 쓸 게 많다.
이론 수업은 큰 상관이 없지만 대련 5분씩 한 번만 해도 50분이 걸리니까.
게다가 작년에는 김 선생과 홍 선생이 도와줬지만 올해는 그런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도 진수와 민희, 은서와 은수 이렇게 넷은 작년에 파훼식을 접해서 이해가 빠른 편이라 다행이다.
물론 오늘 수정한 부분을 다시 적용하려면 굴러야 하는 건 마찬가지겠지만.
방에 들어오자 여느 때처럼 루시엘이 나타난다.
“낚시 가자.”
“또? 오늘은 좀 피곤한데.”
오늘 수업은 없었지만 계속 파훼식도 수정하고 간만에 열심히 수업을 했으니까.
칭얼거리는 루시엘을 달래기 위해 초코바를 꺼내 주고 샤워를 하고 나와 보니 내 휴대폰을 들고 통화 중이다.
“뭐 하냐?”
“도둑고양이도 낚시 가고 싶다고 하는데?”
“네가 꼬드겼겠지.”
세진이도 요새 길드가 상당히 바쁘다고 하던데… 어디서 개수작을.
“아니거든.”
“아니긴 뭐가 아니야. 줘 봐.”
휴대폰을 가로챘다.
―선생님?
“어, 그래, 나야. 정말 낚시 갈 거야?”
―루시엘이 가자고 해서….
“나 오늘 컨디션이 좀 별로라서 쉴까 하는데.”
―아, 그럼 쉬세요. 사실 저도 조금 피곤했는데, 그럼 마계수에서 뵐까요?
“아, 그래. 전화 끊고 바로 갈게.”
마침 파훼식 수정할 게 조금 남았는데 가서 그거나 마저 하다 자야겠다.
전화를 끊고 나뭇잎을 찢었다.
순식간에 시야가 바뀌며 익숙한 캠핑카가 보인다.
최근엔 자주 오지 않았더니 외부에 먼지가 수북이 덮여…있지 않네?
―오랜만이군.
카이나칸이 땅속에서 솟아오르는데 이 녀석이 따로 관리를 한 모양이다.
“오랜만이네. 잘 있었어?”
―나야 뭐, 늘 그렇지.
“캠핑카 관리 네가 한 거야?”
―뭐,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냥 콧김 한 번 불면 되는 거라. 그보다 저기 혹시 육포 좀 있나?
기특해서 아공간 마법으로 육포를 꺼내 주니 한입에 털어 넣고 거대한 발을 다시 내민다.
그 모습이 사뭇 귀여워 더 꺼내 주려는 순간 루시엘이 나타났다.
퍽!
그대로 카이나칸의 머리를 후려친다.
―주… 주인님?
“야, 육포가 얼마나 비싼데 그걸 한입에 홀라당…. 야, 육포 한 봉지가 초코바 10개라고.”
“아니, 그거 얼마나 한다고. 얘를 때리냐. 먹는 거로 치사하게 구는 거 아니야.”
“지는. 맨날 나보고 돈 없다고 초코바 아껴 먹으라면서.”
“너는 아예 마시는 수준이잖아. 껍질도 안 까고 먹으면서.”
“이, 이젠 안 그러거든. 그리고 쟤 육포 안 먹어도 사는 데 지장 없단 말이야. 쟤 육포 사 줄 돈으로 나 초코바나 더 사 줘.”
그렇게 따지면 자기도 초코바 안 먹어도 상관없으면서.
카이나칸 녀석, 커다란 눈을 꿈뻑꿈뻑거리다 땅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완전히 악덕 주인이 따로 없네.
녀석이 안 볼 때 따로 챙겨 줘야겠다.
* * *
“자자, 다들 조용. 자리에 앉자.”
평소에도 에너지가 넘치는 녀석들이긴 하지만 다들 실습을 다녀와서 그런지 아니면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분위기가 상당히 산만하다.
“오늘 HR에선 축제 때 뭘 해야 할지 정할 거야. 반장이 나와서 의견 종합해.”
“어? 저희 단톡에서 미리 이야기 다 해 뒀어요.”
“그래? 뭐 할 건데?”
“카페요.”
“우리 반도 카페야? 이미 1반이랑 2반, 4반, 7반, 9반 다 카페 한다던데.”
“상관없어요. 매출 1위는 무조건 우리 반일 테니까요.”
민하 녀석, 한껏 자신 있는 표정이다.
“자신감이 넘치네. 무슨 콘셉트로 할 건데?”
“선생님, 제가 PPT 준비한 거 있어요.”
이번에는 은서다.
“얼마나 대단한 걸 하려고 PPT까지 준비했어.”
“축제 매출 1등 하면 상점 30점이잖아요. 2학기도 우리 반이 1등 해야죠.”
지난여름 단합 대회 때 2학기에 1등 하면 스키장을 데려가겠다고 공약을 걸어서 그런가? 다들 의욕이 넘친다.
30점이 결코 적은 점수는 아니지만 그리 큰 점수도 아니라서 축제보단 중간고사랑 기말고사를 잘 보는 게 중요하겠지만.
“그럼 어디 한번 볼까? 고양이랑 메이드는 2반이랑 7반에서 선점했어. 4반은 귀신 콘셉트로 한다고 하고.”
“에이, 쌤 요즘 누가 그런 콘셉트로 카페를 해요?”
“말아먹기 딱 좋죠.”
요 녀석들 보게. 뭘 준비했길래 이렇게 자신만만이지?
블라인드를 내리고 빔 프로젝터를 노트북과 연동시켜 주니 은서가 나와서 USB를 연결했다.
그리고 PPT를 켜는데… 자, 잠깐만. 저게 뭐야?
[2-10반 카페 테마: 우주대스타 강신혁.개요: 국내 최연소 S 랭크 헌터이자 헌터 협회 명예이사에 별스타그램 팔로워 80만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인 강신혁 선생님을 주제로 한 테마 카페.
음료 한 잔 주문 시 강신혁 선생님 랜덤 포토 스티커 1장 및 응모권 1장 제공.
만 원 이상 주문 시 사인이 포함된 포토 카드 추가 증정.
3잔 이상 OR 음료 한 잔에 디저트 추가 주문 시 작은 사진이 들어간 스마트폰 링 홀더 및 응모권 2장 제공.
오만 원 이상 주문 시 응모권 5장 및 강신혁 선생님 사진, 사인이 프린트된 머그컵 증정
응모권 상품: 강신혁 선생님 타월, 장패드, 시크릿 화보집, 바디필로우, 식사권 등등.]
끽해야 비싼 커피머신 같은 거나 빌려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이게 도대체 뭔지….
“이게 도대체… 저 시크릿 화보집은 뭐야?”
“아, 그건 말만 비밀이지 별거 없어요. 사진 몇 장 찍으시면 되죠.”
“그런 걸 누가 돈 주고 사?”
내가 인지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연예인도 아니고.
“저희가 반 SNS에 지난 단합 대회 때 찍은 사진 올렸는데 선생님 사진 있는 데만 반응이 엄청 뜨겁던데요?”
“어… 어?”
“포토 카드 사진 찍으면서 몇 장 더 찍으시면 되니까 너무 부담가지지 마세요. 정 아니다 싶으면 저건 빼도 되고요.”
“아직 난 한다고 안 했는데 누구 마음대로?”
“선생님도 우리 2-10반 일원이신데 순순히 협조해 주시죠.”
“맞아요, 쌤! 저희는 쌤밖에 없어요.”
“그러다 영 반응이 없으면 선생님만 망신당하는 거잖아.”
“괜한 걱정을. 그럴 리가 없잖아요.”
“맞아요. 선생님이 얼마나 인기 많은데요.”
“역대급 매출 나올 거예요.”
“정 손님이 없으면 선생님이 프리 허그 하면서 호객 행위 하면….”
아주 나로 뽕을 뽑을 생각이구나.
나름 기발하긴 하지만 현실적으론 힘들 것 같다.
축제 예산은 30이니까.
애초에 카페라면 커피나 다른 음료, 얼음, 플라스틱 컵 같은 것도 사서 어느 정도 구색은 맞춰야 할 테니 30도 빠듯할 텐데 저런 굿즈를 다 만드는 건 무리다.
내가 좀 보태 준다면 당연히 가능하겠지만 뭔가 좀 쑥스럽기도 하고 망했을 때 놀림거리가 될 것 같아 두렵다.
“일단 무슨 말인지 이해는 됐는데 굿즈 같은 건 업체에 맡겨야 하지 않아? 축제 예산 30으로는 포토 카드만 만들어도 빠듯할 것 같은데.”
“사진 촬영은 예서가 방송부잖아요. 카메라 있으니까 그거로 찍으면 돼요. 학교에 코팅기도 있고.”
“다른 굿즈들도 문제없어요. 세호 아빠가 아이돌 굿즈 전문으로 제작하는 회사 대표시잖아요.”
“어… 어? 아니, 그래도 폐를 끼치면 안 되지. 세호 아버님이 자선사업 하시는 것도 아니고.”
“아빠가 대금은 후불로 줘도 괜찮다고 하셨어요.”
“저기, 선생님이 명색이 공무원인데 이런 영리 활동을 하면 법적인 문제가….”
“쌤! 그것도 저희 아빠한테 물어봤어요. 저희 아빠 변호사인데 학교 축제에서 이렇게 이벤트 단발성으로 하는 건 문제없을 거라고 하셨어요.”
어떻게든 좀 빠져나가 보려 했더니 아주 준비를 철저히 했다.
“어휴, 그래. 대신 망해도 선생님 탓하기 없기다?”
“네!”
“걱정 마세요!”
다들 대답은 잘하는데, 망해서 내가 다 떠안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HR을 끝내고 종례까지 하고 교무실에 와서 계획서를 작성했다.
생각해 보니 교무부장이 이걸 보면 뭐라고 생각할지….
괜히 한다고 했나?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고… 모르겠다.
지켜보다가 망할 것 같으면 세진이에게 돈이라도 좀 찔러 주고 친구들 데리고 와서 사 달라고 해야겠다.
저녁을 먹고 보강 수업까지 마치고 나니 9시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학생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주말에 보강 수업은 없다.
이번 주 3일을 날려 먹은 걸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불러다 보강을 할까 했지만 이번 주엔 실습도 있고, 무리시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기숙사에 들러 옷만 갈아입고 학교를 빠져나왔다.
학교를 빠져나오자마자 빛과 함께 조수석에 루시엘이 나타났다.
“낚시 가자. 이번 주는 세 번도 안 갔어.”
이 녀석이랑 둘만 가면 또 나 못 잡는다고 구박할 것 같은데.
세진이는 지방 원정이라 일요일에 돌아온다고 했고.
뭐 다른 거 할 게 없을까 생각하다 이번 주말에 사부가 있던 포탈에 들르기로 했던 게 생각났다.
“낚시 가기 전에 포탈 좀 들르자.”
“무슨 포탈? 저번에 도둑고양이랑 갔던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아, 지난번에 갔을 때 너도 봤겠구나.”
지난번에 세진이와 갔을 때 밖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목걸이를 하고 있었으니까.
“거긴 갑자기 왜? 그 사부라는 사람 이젠 없잖아?”
별로 내키지 않는 눈치다.
“세진이는 저번에 인사했는데 넌 안 했잖아?”
“인사? 아무도 없었잖아. 설마 음식 차려 놓고 땅바닥에 절한 게 인사야?”
“우리 전통 의식이라고. 그리고 보이진 않아도 사부가 신선이 돼서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잖아.”
어쩐지 한심하게 쳐다보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알겠다고 대답해서 적당히 구석에 차를 주차하고 워프 마법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시야가 바뀌며 울창한 숲 가운데 포탈이 보인다.
저번에 포탈에 갔을 때 환경이 상당히 달라져 있었기에 알림 마법을 설치해 뒀다.
하지만 오늘까지 딱히 어떤 반응도 알림도 전해져 오지 않았다.
마법은 아직 멀쩡한데.
겉으로 봐도 지난번과 달라진 건 없는 것 같고.
그럼 지난번에 그 내부의 변화는 도대체 뭐였을까?
“뭐 해? 안 가? 얼른 들렀다가 낚시하러 가자… 악!”
“그만 좀 보채.”
투덜거리는 루시엘에게 딱밤을 한 대 먹이고 포탈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