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224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24)
가채점 결과와 실제 성적이 다 똑같았지만 영어 한 과목이 점수가 다르다.
분명 시험지엔 틀린 게 없었는데 성적은 96점.
혹시 OMR 마킹할 때 실수를 한 건가?
여유가 있어서 두 번이나 확인했는데.
내가 실수한 거겠지만 일단 확인을 해야 할 것 같아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에 도착했지만 영어 선생님이 자리에 안 계신다.
성적 정정 기간은 아직 여유 있긴 하지만 빨리 확인하고 싶은데….
옆자리에 앉아 계신 언어 선생님께 물어보니 잠깐 통화하러 나가셨다고 했다.
금방 나가셨다고 해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다음에 다시 오려 했는데 선생님들의 대화에서 익숙한 이름이 들린다.
“피해 학생 이름이 찬성이랬나? 애가 참 안됐더라고요.”
“그러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하더니. 아니, 어떻게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학교에 남은 건지.”
“가해 학생인 이지성 아버지가 화신전자 사장이잖아요. 돈으로 틀어막은 거겠죠.”
“어? 제가 최 선생에게 듣기로는 돈 같은 거 안 받았다고 하던데요.”
“정말?”
“네. 피해 학생이 무투 대회 예선에서 심하게 두들겨 팼잖아요. 그 일을 문제 삼지 않기로 하는 조건으로 서로 정리했다고.”
“지난번에 수업할 때 보니까 완전 멀쩡하던데. 너무하네. 그거 조금 팬 거랑 2년간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던 게 같나?”
선생님들도 다 아시는구나.
하긴 학생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다 퍼졌는데 선생님들이 모를 리가 없지.
“그러게 말이에요. 아예 예전 일은 기억도 못 한다던데.”
“아니라던데? 나는 이번 일로 기억이 다 돌아왔다고 들었는데.”
잠깐만 기억이 돌아왔다고?
“저기, 선생님.”
“어? 지안이구나.”
“조금 전에 하시는 이야기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그… 그게….”
“찬성이랑 지성이 사이에 있었던 일은 저희도 알아요. 이미 소문 다 퍼졌는데.”
“그, 그렇구나. 그럼 알면서 왜….”
“그 일 말고 조금 전에 찬성이 기억이 돌아왔다고 하신 거 말이에요.”
“아, 그거 최 선생에게 그렇게 들었어.”
찬성이 기억이 돌아왔구나….
그런데 왜 내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걸까?
기억이 돌아왔는데도 여전히 나보다는 은서 선배인 건가….
하긴 기억이 돌아왔다고 해도 원래 있던 기억이 사라진 건 아닐 테니까.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
* * *
[은서야, 오늘 보충수업은 못 할 것 같아. 일이 좀 생겨서. 오늘 못 한 건 축제 끝나고 보충할게.]은서에게 톡을 보내고 다시 소강당으로 향했다.
하…. 진짜 개똥 같다.
은서랑 보강 수업 하고 세진이랑 데이트나 좀 하려 했는데.
진짜 하고 싶지 않았지만, 반에 있는 모두가 나를 밀어주는 바람에 팔자에도 없는 주연을 맡게 됐다.
“찬성아, 일찍 왔네. 다른 애들 오기 전까지 우리 둘이 하는 장면만 먼저 맞춰 볼까?”
성지안이 싱글싱글 웃으며 다가와서 말하는데, 애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내가 지난번에 그렇게 뻥 차 버렸는데.
마법반 학생들이 머리가 좋으니 대사를 금방 외울 거라고 하며 추천한 거지만 솔직히 핑계다.
연극이 대사만 잘 외운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고 아까 자기 입으로 남지현은 연기를 못해서 안 된다고 하기도 했으니까.
분명 이건 사심이 어느 정도 섞인 추천이었는데 이해가 안 된다.
성지안이 남지현처럼 노골적으로 나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진 않고 오히려 나를 감싸기까지 했지만 다시 친하게 지낸 건 절대 아니다.
반에서도 항상 적당히 거리를 뒀고 학생회 활동 중에도 녀석이랑은 말도 별로 안 섞었다.
분명 벽을 치고 나를 피하는 느낌이었는데 도대체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나 아직 대본을 다 못 외워서, 좀 더 외워야 할 것 같은데.”
“다 못 외웠으면 대본 보고 해. 직접 하면서 외우는 게 더 빠를 거야.”
“그… 그래.”
녀석과 함께 대화를 조금 맞춰 보다 애들이 와서 단체 연습을 했다.
소품 팀은 전부 돌아갔는데.
솔직히 대사 외우는 건 어렵지 않다.
연기도 뭐, 내가 배우 일을 해 본 적은 없다만 그래도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애들보단 낫겠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전보다는 크게 부담이 없기도 하고.
가장 걱정되는 건 루시엘과 세진이다.
루시엘이야 이미 내가 직접 배우로 나서지 않는다고 했으니 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세진이는 오겠다고 했다.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할 텐데.
물론 내가 처음부터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사정이 있어서 이렇게 된 거니 설명하면 되긴 하겠지만 남지현 쓴 이 각본에는 남주와 여주의 키스 신이 있다.
물론 실제로 하는 건 아니고 하는 척만 하는 거지만….
그러고 보니 은서도 무투 대회를 안 나가니 여유가 있어서 보러 올 텐데.
하하…. 진짜 완전히 조졌네.
연극 연습은 6시까지 이어졌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찬성이 너 싫다고 한 것치곤 꽤 잘하던데?”
“다 대본 보면서 한 건데….”
“그러게. 대사만 얼른 외우면 될 것 같아.”
…이것들이 지금 누구 놀리나.
어휴, 됐다.
얼른 가서 저녁이나 먹고 세진이를 비롯한 애들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성지안이 다가온다.
“찬성아, 저녁에 시간 돼?”
얘 진짜 왜 그러지?
“왜 그래?”
“오늘 잘해 주긴 했는데 그래도 연습을 좀 더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저녁 같이 먹고 둘이서라도 조금만 더 맞춰 볼까?”
단둘이? 거기다 밥까지 같이 먹자고 하고… 진짜 이상하다.
“연습은 충분히 많이 한 것 같은데. 내일도 다 같이 연습하기로 했고.”
“그래도 한 시간 정도만 더 맞춰 보면 좋을 것 같은데. 당장 월요일이 축제잖아.”
잠깐 고민하다 알겠다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미련이 좀 남아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하게 다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같이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고 강당에 돌아왔다.
식사는 연극 연습을 했던 애들과 다 같이 먹었는데 식사 내내 남지현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봐서 빨리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주연을 맡게 돼서 저러는 것 같은데, 나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고 추천을 받아서 하게 된 건데.
그렇게 아니꼬우면 네가 하던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다른 애들이 같이 있어서 참았다.
먼저 식사를 마치고 소강당에 가서 대본을 보며 기다리는데 이내 성지안이 도착했다.
손엔 검정 비닐봉지가 들려 있는 걸 보니 밥 먹고 매점에 들렀다 온 것 같다.
“많이 기다렸어? 지현이가 매점 좀 들르자고 해서 찬성이 네 것도 사 왔어.”
봉지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내게 건넸지만 거절했다.
“성지안, 오늘 너 좀 이상하다. 평소에는 선 잘 그었으면서 오늘은 왜 그런 거야?”
“내가 뭘….”
“갑자기 주연으로 나를 추천한 것도 그렇고. 같이 밥 먹자고 하고. 왜 그래?”
“….”
내가 이렇게 대놓고 이야기할 줄은 몰랐는지 지안이 녀석, 말을 안 한다.
침묵의 시간이 지나가고 녀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찬성이 넌 지금도 은서 선배를 좋아해?”
그렇다고 해야 하겠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어차피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거기다 진짜 민찬성은 여전히 식물인간 상태니까.
성지안이 도현이를 좋아하게 되든 안 되든 이젠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민찬성은 원작에서 죽었다.
물론 학교에서 치료비 지원이 끊겨 연명 치료를 중단해서 그렇게 됐던 거고 나는 계속 연명 치료를 지원할 생각이긴 하지만 녀석이 깨어난다는 보장은 없다.
더는 녀석에게 마음 쓰지 말고 이만 마음을 접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안타깝다.
“네가 기억이 돌아왔다고 들어서 저번이랑 다를 줄 알았어. 내게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을….”
엥? 이걸 어떻게 알았지?
최서라에게 들은 건가?
서라 녀석 내가 지난번에 사건을 정리하면서 기억이 돌아온 건 애들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을 했었는데.
하여간 녀석 입이 너무 싸다.
“미안. 나는 네겐 마음이 없어.”
“…연습은 그냥 내일 하자.”
성지안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던 걸 봤지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애초에 이제 민찬성으로 사는 것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 * *
“선생님이 주인공을 하시게 됐다고요?”
“저번에 소품 제작 담당이라고 하지 않았어?”
“주연을 맡은 학생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대타로 하게 됐어.”
“연극은 거르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주인공이면 무조건 보러 가야겠네요.”
“나도 갈래. 가서 구경만 하는 것 정도면 괜찮을 테니까.”
예상은 했지만 루시엘과 세진이 둘 다 기대하는 눈치다.
“그래. 다른 거 안 하고 구경하는 것 정도면 괜찮겠지. 오는 건 좋은데 이게 아무래도 원작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보니 조금 그런 장면도 있어서.”
“그런 장면이요?”
“뭐, 베드 신이라도 있어?”
아이고… 루시엘 저 녀석, 베드 신이라니.
“베드 신은 무슨. 그런 외설적인 내용이 있으면 아무리 연극이라도 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게 둘 것 같아?”
“그런가?”
“그럼 뭔데요?”
“장르가 로맨스다 보니 스킨십이 조금 있어….”
처음엔 숨길까 생각도 했었지만 역시 매는 먼저 맞는 게 낫다.
숨겼다가 나중에 걸리면 더 큰 문제가 될지도 모르고.
“에이, 뭘 그런 거 가지고 걱정하고 그래요.”
“맞아. 진짜로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연기잖아?”
뭐야, 생각보다 둘 다 쿨하게 넘어가 주는 분위기다.
이거 괜한 걱정을 했네.
“그렇지? 실제로 스킨십이라고 해도 뭐, 대단한 거 없어. 손 몇 번 잡고 마지막에 키스 신 정도?”
“키스요?”
“키스?”
쿠… 쿨하게 넘어가 주는 거 아니었나?
둘 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다.
“키스 신이라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예요?”
“아까 분명히 외설적인 건 학교에서 못 하게 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건 베드 신 같은 거고, 키스는 그렇게…. 실제로 하는 건 아니고 그냥 하는 척만 하는 거야.”
“그건 당연한 거고… 아니, 왜 선생님이 그런 걸….”
“학생 생활 올해 때려치운다고 했지? 조금만 더 빨리 때려치워, 그냥.”
“그… 그게, 내가 안 하면 할 사람이 없어서. 애들이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대로 엎는 건 조금 그렇잖아.”
“상대는 누군데요?”
“지안이라고 전에 아레스 길드에 같이 갔던 앤데.”
“성지안? 걔 선생님 좋아하는 애잖아요.”
우리 세진이 기억력도 참 좋네.
둘 다 못마땅한 표정으로 무지하게 갈구긴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반대는 안 했다.
다행이긴 한데 아직 산이 하나 남았다.
은서에게도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 진짜 돌아 버리겠다.
* * *
“어서 오세요. 여행 오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출입국 관리사무소 직원은 영어로 물었지만 한국어로 대답하며 여권을 건넸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다소 놀란 표정이다.
“오, 한국어를 할 줄 아시네요?”
“딸이 한국에서 유학하고 있어서 조금 배웠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온 것도 딸을 보러 온 거고요.”
“아하, 그렇군요. 즐거운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웃으며 여권을 돌려주는 직원에게 나도 한 번 웃어 주고 여권을 돌려받아 짐을 찾고 출국장을 빠져나왔다.
바로 택시를 타고 이동하려 했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제이스, 내가 마중 같은 건 필요 없다고 했을 텐데.”
“길트 영감님은 한국 처음이시지 않습니까? 거기다 먼 길 오셨는데 당연히 제가 모셔야죠.”
“하여간 네 녀석은 옛날부터 말을 지독히도 안 들었지. 그 녀석처럼.”
“거, 사실은 좋으면서 잔소리는. 차 가져왔으니 일단 이동하시죠.”
녀석을 따라 주차장으로 이동해 차에 탑승했다.
“피곤하시죠? 서울 시내에 호텔 잡아 뒀습니다.”
“고맙네. 헌터 학교 축제는 내일이었지?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사전 준비는 전부 끝냈습니다. 첫날에 저를 포함해 6명이 들어갈 거고, 둘째 날은 4명, 마지막 날은 전원이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전원 다? 내 분명 마지막 날엔 사람이 그리 많이 필요 없어서 빠질 사람은 빠져도 된다고 했는데….”
“거, 영감님도 참…. 모두가 이미 다 각오했습니다. 마지막에 빠질 거였으면 한국에 오지도 않았죠.”
“그래도….”
“실없는 소리 그만하시고 내일 저녁에 식사 약속 있으니 그거 준비나 잘하세요. 제 할아버지인 척 해야 하니까.”
“할아버지?”
“아버지라고 하기엔 영감님이 너무 나이가 많잖아요.”
“뭐? 이 자식이.”
꿀밤이라도 한 대 먹이려다 운전 중이라 참았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보스가 찾아왔다고 하셨잖아요. 역시 반대하시는 겁니까?”
“괜찮아. 이야기는 잘 끝냈으니까.”
애초에 개인적으로 준비한 일이지만 보스가 끝까지 반대했다면 시도조차 못 했을 거다.
그래도 다행히 오랜 설득 끝에 조력은 안 해 줘도 방해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