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255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255)
“조금 전에 책임 운운하신 분이 경제부총리였나요?”
바라보며 말하니 시선을 피한다.
“크흠, 내가 뭐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지 않나?”
“외교부 장관께선 어디 산속에서 살다 오셨나 봅니다. 그게 아니면 집이 많이 어려우셔서 TV나 컴퓨터, 혹시 휴대폰도 없으신가?”
“뭐라? 지금….”
“아니라면 기억력이 안 좋으신 건가요? 치매에 걸렸으면 여기 있을 게 아니라 요양원에 가셔야 할 것 같은데.”
“이 사람이 진짜!”
계속 빈정대니 못 참고 고성을 지른다.
얼굴은 이미 터질 듯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이보게, 강 헌터! 말이 좀 너무 심한 거 아닌가?”
“그래. 아무리 자네랑 의견이 달라도 그런 식으로 사람을….”
아까 탐탁지 않아 하던 놈들이 이때다 싶었는지 나서는데 가소롭다.
“저는 그저 경제부총리께서 3년 전 제가 했던 기자회견을 못 보신 것 같아서 한 말입니다.”
“그게 무슨….”
“3년 전 이미 저는 이번 사태를 경고하며 사실이 아닐 시 책임지겠다고 공언한 바 있습니다. 설령 기자회견을 못 보셨더라도 제가 꾸준히 이야기했고요. 그런데도 모르시는 걸 보면 어디 전기 안 들어오는 산속에서 사셨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아니면 정말 치매거나.”
“아니, 강 헌터….”
“제 이야기 아직 안 끝났습니다.”
결국, 대통령이 나서려 했지만 나는 단호히 말을 잘랐다.
“이자가 진짜, 대통령님께서 이야기하시는데 어디 말을 끊어!”
“그래,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그따위 태도를….”
대통령 좌우에 있던 외교부 장관과 헌터부 장관이 발끈하며 경고하지만 노려보자 말끝을 흐린다.
아주, 충신 나셨네.
“대통령은 왕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대통령을 왕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네요.”
“아니, 무슨 말을 그런 식으로…!”
“대통령님은 국민의 대표이니 존중을 좀 해 달라는 거지, 누가 왕이라고 했나….”
구차하게 변명하는데 웃기지도 않다.
“타인에게 존중을 받고 싶으면 먼저 존중을 받을 만한 존재라는 걸 증명해야죠. 하다못해 먼저 존중을 보여 줘야 상대도 존중해 줄 마음이 들지 않을까요? 하지만 아무리 봐도 여기 계신 분들은 저를 존중하지 않는 것 같은데….”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이 정도까지 이야기했으면 누구 하나는 나서서 사과를 할 줄 알았는데.
짜증을 넘어 실망이다.
“김 길드장.”
“네!”
“이만 가지.”
“네? 아, 네.”
내가 이렇게 가자고 할 줄은 몰랐는지 세진이도 살짝 당황한 표정이다.
그래도 질문 없이 바로 일어서는 게 역시 세진이다.
“아니, 강신혁 헌터? 간다니… 아무리 기분이 상했다 해도 이런 식으로 가 버리는 건 아니지 않나?”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였지 경제적 피해 운운하며 탁상공론 따위를 하러 온 게 아닙니다.”
“강신혁 헌터, 진정하고….”
“필요 없고, 지금 정부에서는 국민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엔 관심이 전혀 없다는 걸 잘 알았으니 저희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국민의 생명에 관심이 없다니, 자네 마음대로 넘겨짚지 말게.”
대통령은 불쾌한 표정이다.
“그래. 아까도 말했지만 자네 말만 믿고 그런 결정을 했다가 어마어마한 손실이…!”
경제부총리도 거드는데 대통령도 대통령이지만 저 자식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죽으면 돈이 다 무슨 소용입니까?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누군가 100억 준다고 하면 자살하실 겁니까?”
노려보며 말을 하니 바로 눈을 내리깔고 침묵한다.
분위기 파악도 못 하는데 어떻게 그 자리에 올라온 건지. 쯧쯧.
시간 낭비를 더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세진이 손을 잡고 순간이동 마법을 사용해 집무실로 돌아왔다.
“저기….”
“괜찮아.”
“정말 괜찮을까요? 정부가 협조하지 않으면 대피가 늦어질 텐데….”
“협조할 수밖에 없게 만들면 돼. 방송국으로 가자.”
“아, 그럼 또 협의를…. 어디 방송국으로 갈까요?”
“어디든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출연해서 이야기하면 다른 데도 다 똑같이 속보를 내서라도 보도하겠지. 그리고 협의는 가서 하자. 시간 없어.”
당장 몬스터들이 튀어나올 수도 있는데 청와대에서 시간을 너무 버렸다.
정 안 되면 뉴스 난입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세진이 손을 잡고 몇 번 인터뷰로 가 본 적이 있던 KBJ 방송국으로 이동했다.
갑자기 나와 세진이가 나타나자 사람들이 당황했지만, 바로 책임자를 만날 수 있었다.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사장은 아니고 무슨 국장이라고 하던데, 설득은 단 한마디로 충분했다.
‘대한민국도 곧 괌처럼 될 거니 알려야 한다’고.
혹시 안 된다고 하면 난입이라도 하려 했는데 다행히 흔쾌히 허락해 줬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청와대가 아니라 방송국으로 올 걸 그랬다.
나와 세진이는 책임자의 안내를 받아 자정 뉴스가 진행되던 스튜디오에 왔다.
뉴스를 진행하던 앵커는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 우리를 보고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전달을 받았는지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지금 제작진 측에서 긴급 속보가 들어왔는데, 이 자리에 강신혁 헌터님이 오셨습니다.”
알려 준 자리에 앉고 세진이는 내 곁에 섰다.
“안녕하세요. 강신혁입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께 긴급하게 알려 드릴 사항이 있어 방송국에 양해를 구하고 이렇게 나왔습니다. 대한민국도 곧 괌처럼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강신혁 헌터님께서 3년 전부터 경고하셨던….”
“네, 맞습니다. 괌은 시작이고 이제 우리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포탈에 안전지대가 사라지며 몬스터가 쏟아져 나올 겁니다. 이 방송을 보시는 시청자 여러분들은 빠르게 준비를 해서 근처 대피소로 대피하시고 주변의 가족이나 친지분께도 전파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몇 번 더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제작진들도 다들 통화하기 바쁘다.
하긴, 이 사람들도 가족에게 알려야 할 테니까.
그냥 갈까 하다 우리를 안내해 준 책임자에게 다가갔다.
“부탁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다른 사안도 아니고, 이런 일이라면 무조건 협조해야죠.”
어디랑은 완전히 딴 판이네.
“그럼 부탁 하나만 더 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만약 문제가 생기면 모든 책임은 제가 질 테니 다른 방송사에도 연락하셔서 보도 부탁드립니다.”
“안 그래도 이미 지상파는 물론이고 종편 방송사에도 연락 돌렸습니다. 저희 업계가 아무리 독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해도 지금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니까요.”
당연히 가족에게 전화를 한 줄 알았는데…. 이 사람 보면 볼수록 괜찮다.
“감사합니다. 국장님 덕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겁니다.”
“제가 뭘 한 게 있다고. 저기… 그런데 강 헌터님, 사안이 사안인 만큼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와대로 들어가 보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정부에서도 협조를 해야….”
“안 그래도 다녀왔습니다.”
“제가 괜한 이야기를 했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글쎄요. 안타깝게도 정부는 저를 신뢰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경제적 피해 운운하며 저보고 책임질 수 있겠냐고 되묻던데 협조는 좀 늦어질 것 같습니다.”
“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시간을 더 낭비할 수 없어서 이곳에 온 겁니다. 저기, 국장님은 혹시 바로 대피하실 생각이신가요?”
“저는 입사할 때부터 방송하다 죽자고 생각했습니다. 저랑 지원자를 뽑아서 방송을 더 할 생각입니다.”
“멋지십니다. 그럼 제가 선물을 하나 드리지요.”
아공간에서 수정구를 2개 꺼내 목걸이에 저장된 영상을 옮겨 담았다.
“저기, 강 헌터님? 이거 혹시 동영상 저장 수정구 아닌가요?”
“맞습니다. 하나는 괌의 영상인데 제가 지속적으로 경고했던 새로운 몬스터도 나와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청와대 벙커 회의가 담긴 영상입니다.”
괌 동영상은 내 말에 신빙성을 더해 주는 좋은 증거라 고민을 안 했지만 벙커 회의는 살짝 고민했다.
사람들이 대피하는 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이 시기에 이런 영상이 공개되면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하지만 국민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경제적 피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망설이던 고위 관료들을 생각하니 공개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당장 언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올지 몰라 탄핵 같은 건 힘들겠지만, 이 영상이 공개되면 더 욕먹기 싫어서라도 제대로 협조할 테니까.
* * *
괌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온 게 벌써 6일 전이다.
괌에서 처음 몬스터가 쏟아지고 정확히 24시간 뒤 우리 대한민국을 포함해 전 세계 국가의 포탈이 해방됐다.
날짜를 따서 ‘블랙 선데이’라 붙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UN 추정 무려 4억 명에 육박한다.
우리 대한민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내 경고를 접하고 국민들을 대피시키고 헌터들을 소집했음에도 이런 막대한 희생자가 발생했다.
처음부터 아예 희생자가 없을 거라는 낙관적인 기대는 하지 않았다.
원작에서도 인류의 1/3이 죽었으니 4억 정도면 나름 선방한 건 맞지만 솔직히 충격이 너무 컸다.
원작은 소설이었지만 지금 상황은 현실이니까.
가장 안타까웠던 건 일반인들의 피해가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여러 국가에서 부실 공사 해서 무너진 대피소가 상당히 많았다.
거기다 부실 공사를 하지 않았더라도 그레이트 샌드웜처럼 땅속을 오가는 몬스터로 인해 대부분 지하에 위치한 대피소가 파괴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가장 피해가 적고 회복이 빠른 건 우리 대한민국이다.
처음엔 정부가 비협조적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언론에서 벙커회의 영상이 공개되자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내게 반기를 들었던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고위 관료들은 전부 사직서를 쓰고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국민들의 분노가 심상치 않아 대통령이 방송에 출연해 무릎까지 꿇으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와 대피해야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아니었으면 시위도 열리고 어쩌면 탄핵까지 갔을지도 모르겠다.
정부의 협조와 헌터들의 활약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도와 광역시 같은 주요 도시 내부의 몬스터는 대부분 소탕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번 블랙 선데이를 기점으로 새롭게 등장한 마족이다.
마족이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나는 세상에 내공심법을 공유했다.
내공심법으로 헌터들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으니 어느 정도 균형은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착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처음 처리했던 스프라우트 같은 고위 마족들은 S 랭크 헌터 넷은 있어야 겨우 상대가 가능할 정도고, 그 밑인 헌터들이나 S 랭크 헌터라도 수가 부족하면 싸움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저 학살당할 뿐이지.
세계에서 가장 강한 헌터라는 10성 중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듣고 나와 세진이, 도현이, 이지성 이렇게 넷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고위 마족만 집중해서 처리하고 있다.
―빌어먹을 천계의 끄나풀 같으니라고. 내 복수는 우리 마왕님께서 해 주실 거다. 지옥에서 기다리마.
저주하며 죽어 가는 뱀파이어의 숨통을 완전히 끊고 시체를 불태웠다.
마족 놈들은 레퍼토리가 늘 똑같다.
투명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는 루시엘에게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하냐고 전음을 보냈다.
이번 사태로 국가 간의 연락망이 원활하지 않아 고위 마족의 탐색은 대부분 루시엘에게 의존하고 있다.
―마족은 없어. 그런데 뉴욕 쪽에서 엄청난….
뉴욕?
뉴욕은 원작에서 마왕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곳이다.
설마 벌써 마왕이 강림하는 건가?
아니, 그런데 얘는 왜 말을 하다 말아?
―루시엘? 루시엘!
몇 번이나 불렀지만 대답이 없어 절대영역을 펼치려던 순간, 세상이 회색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