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wordsmanship instructor at the Fantasy Academy RAW novel - Chapter 80
아카데미의 검술 강사가 되었다 (80)
우리 선생님은 강남 건물주
“그, 그게… 맞아. 네가 우승하면 더는 간섭 안 하겠다고 하셨지만 같은 길드에 있으면, 거기다 길드 마스터라면 언제 또 그러실지 모르잖아. 그래서 가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지.”
“아, 물론 그 이유도 있지만 저는 제가 직접 길드를 만들고 싶거든요. 주변의 도움 없이 제 힘으로요.”
길드라…. 이런 걸 보면 원작의 억지력이라는 게 진짜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멋진데?”
“정말로요? 선생님은 엄청 현실적이시니까 이제 막 졸업하는 애송이가 길드는 무슨. 길드 운영이 쉬워 보이냐며 만류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적이라니, 뭔가 안 좋은 의미 같네?”
“아니, 나쁜 뜻은 아닌데…”
“선생님도 낭만이 있는 사람이라고. 세진이라면 좋은 길드 마스터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그럼 저희 길드로 오실래요? 일단 길드를 만들려면 A 랭크 헌터가 돼야 하니 바로는 무리겠지만, 저 노력할 테니까….”
“스카우트 제안이야? 선생님은 좀 비싼데.”
“저 이번에 상금 받은 것도 있으니까….”
“기사 못 봤어? 선생님은 너보다 더 많이 벌었어.”
세금 내면 너보다 적지만….
다시 생각해도 세금을 진짜 너무 많이 내는 것 같다.
“제자 할인은 안 될까요?”
“…일단 길드부터 만들고 다시 이야기하자. 상금은 어떻게 쓸 거야?”
“어… 학교에 기부 조금 하고 나머지는 다 저축해 두려고요. 나중에 길드 만들려면 돈이 많이 필요할 테니까요.”
“저축이라면 그냥 은행에 넣어 두려고?”
“그게 제일 안전하잖아요. 선생님이 주식으로 돈 많이 버셨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저는 뭐 아는 것도 없고 너무 위험한 것 같아서.”
“잘 모르면 주식 같은 건 안 하는 게 낫지. 그래도 전부 은행에 맡기는 건 조금 아까운데.”
이쪽 세상도 은행 이자는 전생과 그리 다르지 않다.
물론 액수가 액수인만큼 은행 이자도 꽤 나오긴 하겠지만 효율이 너무 안 좋다.
화신전자라도 사라고 알려 줄까 하다가 더 좋은 생각이 났다.
“세진이 너 선생님 믿지?”
* * *
“선생님 여기예요.”
“일찍 왔네.”
WHCU가 끝난 지도 어느덧 10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식사는 하셨어요?”
“아니. 이따가 같이 먹자. 길드는 어때?”
귀국 후 공항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세진이는 아레스 길드에 가지 않을 거라고 발표했다.
그때 김대찬 표정이 정말 예술이었는데.
세진이는 일주일 전에 교감이 명예 길드 마스터로 있는 안티로이더 길드와 계약했다.
지난번에 말했던 것처럼 A 랭크 헌터가 되면 바로 자기 길드를 만들 생각이라 1년짜리 단기 계약을 했다고 들었다.
“아직 정식으로 포탈 공략을 다니진 않았지만 좋은 것 같아요. 대부분 우리 학교 나오신 선배님들이라 익숙하고 홍 선생님이 소개도 많이 해 주셨거든요.”
“홍 선생이?”
“홍 선생님도 안티로이더 길드 출신이시잖아요.”
“아, 그랬지. 그럼 텃세 같은 건 걱정 없겠네.”
“네. 다들 너무 잘해 주세요.”
“집은 구했어?”
아레스 길드로 안 간다니 김대찬이 집에서 나가라며 쫓아내서 호텔 생활을 하며 집을 구하는 중이라고 들었다.
“네. 길드랑 가까운 곳으로요. 리모델링 공사 중이라 졸업식 끝나면 들어갈 거예요.”
“그럼 성동구 쪽이겠네. 확실히 직장이 가까우면 편하긴 하지.”
“직장도 직장이지만 학교도 그리 안 멀어서 딱 좋은 것 같아서요.”
“학교는 왜?”
“왜긴 왜에요. 졸업해도 종종 대련해 주시기로 하셨잖아요.”
“그… 그랬지.”
“설마 예의상 하신 말씀이었던 건 아니죠?”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눈을 흘기며 말하는데, 정답이다.
정말 겉치레로 한 이야기였는데….
“당연히 아니지. 시간 나면 해 줄게. 그보다 얼른 가자. 약속 시간 다 됐어.”
세진이와 함께 10분 정도 걸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서초 평화의 부동산 중개사무소]안에 들어가니 사람이 꽤 많다.
“어떻게 오셨을까요?”
후덕하게 생긴 인상 좋은 아저씨 한 분이 다가온다.
“안녕하세요. 오늘 뵙기로 했던 사람인데요.”
“아, 성함이 어떻… 강신혁 씨? 옆에는 김세진 씨 아닌가요?”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내가 세진이에게 제안한 건 건물 매입이다.
물론 미래에 포탈에서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며 집값과 건물 시세는 바닥을 친다.
하지만 그런 난리 통에도 피해를 받지 않는 곳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이 강남이다.
물론 강남 전체가 피해를 받지 않는 건 아니다.
몬스터들이 ‘아이고, 여기는 비싼 동네니까 피해 가야겠다.’ 이딴 생각을 할 리는 없으니까.
하지만 강남역 인근에 있는 화신전자 서초 사옥 부근만큼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의 길드가 둥지를 트는 곳이 바로 화신전자 서초 사옥이니까.
주인공 보정인지 국회의사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몬스터를 피해 이사를 가는 와중에도 이곳만큼은 단 한 번도 습격을 받지 않는다.
화신전자 수익률도 결코 나쁜 편은 아니지만, 안정성이나 미래 가치를 따져 보면 건물만 한 게 없다.
사실 주인공이 졸업할 즈음에 화신전자 주식을 정리하고 사 볼까 해서 대략적인 시세를 확인해 본 적이 있는데 워낙 비싸서 생각을 접었었다.
이 세상에서도 강남은 땅값 비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동네니까.
차를 한 잔 마시며 간단한 설명을 듣고 바로 건물을 보러 왔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건물을 둘러보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마저 설명을 듣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우리가 구입한 건물은 화신전자 서초 사옥과 20m 정도 떨어져 있는 면적 150평에 지하 2층 지상 8층짜리 빌딩이다.
위치는 두말할 것 없이 최고지만 강남역 대로변에 있다 보니 가격이 무려 920억으로 상당히 사악하다.
보증금이 40억 있어 실제 매입 가격은 880억이지만 중개 수수료에 취득세를 더하면 50억 정도 더 들어간다고 하니 둘 다 각자 470억 가까이 투자했다.
세금을 납부하고 은행에 들러 신탁 계약까지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그러게. 배고프지? 밥 먹으러 가자. 뭐 먹을래?”
“저 다 잘 먹는 거 아시잖아요. 가까운 데 아무 데나… 아! 이왕이면 우리 건물에 있는 식당으로 가는 거 어때요? 아까 보니까 식당 많던데.”
“가서 밥 먹고 나 건물주니까 월세에서 까라고 하려고?”
“네? 그, 그래도 되는 거예요?”
“당연히 안 되지. 월세를 우리한테 바로 주는 것도 아닌데. 아까 은행에 신탁 맡겼잖아.”
나도 그렇고 세진이도 각자 학교생활과 길드 생활을 해야 하니 건물은 은행에 관리 신탁을 맡겼다.
월세 징수부터 세금을 비롯해 유지 보수까지 전부 은행에서 처리해 주는데 당연히 공짜로 해 주는 건 아니고 수수료를 받지만 1년에 1억도 되지 않는다.
반면 임대 수익은 한 달에 2억 5천, 1년이면 무려 30억이다.
물론 신탁 비용에, 건물 유지 보수 비용도 있고 세금도 내야 하니 30억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각자 10억 이상은 되지 않을까?
아무것도 안 하고 숨만 쉬어도 10억이라니.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말이 이래서 생겨났나 보다.
* * *
오랜만에 학교에 왔는데 어째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헌터 학교의 겨울방학은 12월 말부터 2월까지로 일반 고등학교보다 길다.
학기 중에 외부 실습이 많아서 그런 건데 겨울 방학은 여름방학과 달리 학교 운영 협의 기간이라는 게 있어 방학 일주일 전에 출근을 해야 한다.
아직 2월이라 방학이지만 오늘 학교에 온 건 졸업식 때문이다.
나는 1학년 담당이니 참석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세진이 녀석을 축하해 주기 위해 왔다.
꽃은 따로 준비를 못 했는데 졸업식이라 그런지 학교 앞에서 팔길래 한 다발 사서 차에 싣고 교문을 통과했다.
교직원 전용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강당에 가니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강 선생님?”
“아, 민 선생님,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3학년 선생님 중에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자 세진이 담임인 민 선생님이다.
“저야 잘 지냈죠. 경기 잘 봤어요. 1학년이라 굳이 안 오셔도 될 텐데… 역시 세진이 축하해 주러 오신 건가요?”
“그렇죠.”
“세진이는 좋겠네요. 지금 저쪽 내부 대기실에서 연설 연습 중일 거예요. 참, 그때 톡으로도 이야기하긴 했는데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네? 감사요?”
“강 선생님 인터뷰 보고 저도 세진이 우승에 걸었거든요.”
“WH토토 말씀이셨구나. 그게 제 덕이랄 게 있나요? 세진이가 잘한 거고 저는 사실만 말한 거죠.”
“다른 가족들은 제 말 안 듣고 비앙카에 베팅해서 다 잃었거든요. 저보고 아무리 자기 반 학생이라고 해도 가능성도 없는 데에 돈 날리지 말라고 했는데, 세진이가 우승하니까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됐어요.”
“하하…. 그랬군요.”
“겨울방학은 개학하기 일주일 전부터 출근하시는 거 아시죠? 그때 제가 밥 한 번 살게요.”
“네? 아, 괜찮습니다. 밥은 제가 사야죠.”
민 선생님이 나처럼 따로 동의서를 받은 것도 아니니 최대 베팅 금액인 1,000달러를 걸었다고 해도 수익은 2만 달러 남짓이다.
물론 2만 달러면 2천만 원이 넘으니 결코 적은 돈은 아니지만 나는 그보다 훨씬 많이 벌었으니까.
“아, 강 선생님은 세진이 보다도 훨씬 많이 버셨죠? 기사보니까 당첨금이 천억도 넘는다고 하던데. 세진이랑 같이 건물 사셨다는 기사도 봤어요. 정말 축하드려요.”
당첨금이야 귀국 인터뷰에서 내가 직접 밝혔으니 이해는 하지만 건물 산 지 일주일도 안 됐고 딱히 인터뷰한 적이 없는데 기사가 뜨다니….
파파라치라도 붙은 건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당첨금이 천억이 넘었던 건 맞지만 세금 내니까 뚝 떨어지더라고요. 뭐, 그래도 엄청난 건 맞으니까 밥은 제가 살게요.”
“아, 아니에요. 강 선생님이 많이 버신 건 버신 거고 제가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밥은 제가 사게 해 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개학해서 일정 맞춰요. 그럼 저는 이만 준비하러 가 볼게요.”
“네. 수고하세요.”
돈을 많이 번 게 알려져서 주변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적어도 민 선생님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괜히 내가 돈 자랑을 하려 했던 것 같아 살짝 무안하다.
대기실에 있을 세진이나 찾아갈까 했는데… 어라?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너희들 전부 여긴 웬일이야?”
은서와 은수, 진수와 민희까지 4총사가 다 모여 있다.
학기 중에 매일 보던 녀석들이지만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역시 쌤도 오셨네요. 저희는 세진 언니 보러 왔죠.”
“정확히 말하면 은수는 재학생 대표로 송사하러 왔고 저희는 세진 언니 축하해 주러 왔어요.”
자식들, 의리 있네.
“쌤, 강남에 건물 샀다면서요?”
“저 거기 가 본 적 있는데 건물 되게 크던데….”
애들도 알 정도라니 기사가 한두 개 나온 건 아닌 것 같다.
“기사 봤어? 그래. 세진이랑 반반 내서 샀어.”
“대박! 선생님, 거기 식당도 많고 신발 가게랑 옷 가게도 있던데. 선생님은 거기 가면 다 꽁짜예요?”
“그럴 리가.”
애들은 애들인가?
“진수 바보.”
“그래도 월세에서 까라고 하면 막 집어 올 수 있지 않나? 식당 같은 데도 가면 서비스 같은 건 많이 줄 것 같은데. 저희도 가서 선생님 학생이라 하면….”
“이진수 너 진짜 찌질하게 그러고 싶어?”
진수 여자친구인 민희마저 질색을 한다.
“글쎄. 건물 관리는 은행에 맡겨서 뭐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가서 건물주라고 밝히면 서비스 정도는 줄 것 같긴 하다.
지난번에 세진이랑 갔을 때는 괜히 부담을 줄까 봐 말하지 않았지만.
애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작 세진이는 만나지 못하고 졸업식이 시작돼 버렸다.
어차피 끝나고 축하해줘도 되니까.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학사보고 다음으로는 졸업장 수여가 있는데 당연히 대표는 세진이다.
이어진 상장 수여에서도 세진이를 비롯해 다른 학생들도 상을 받긴 했지만 가장 돋보인 건 세진이다.
상만 무려 세 번이나 받았으니까.
WHCU 우승으로 학교를 빛낸 학생상과 학업 우수상, 거기에 최대 기부상까지.
지난번에 상금 일부는 학교에 기부를 할 거라 듣긴 했지만 시상하는 교감이 말하는 금액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무려 20억.
사실 급식부터 수업에 필요한 교재와 기숙사비까지 전부 무상이라 학교생활에 거의 돈이 들지 않긴 하지만 수학여행이나 수련회 같은 부분이나 수련용 무기 등은 개인 부담이다.
은근히 적지 않은 금액이라 가정 형편이 안 좋은 학생들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써 달라며 기부했다고 한다.
이런 식의 기부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두면 나중에 길드를 만들었을 때 영입에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그래도 단번에 20억이라니.
역시 세진이라는 생각과 동시에 괜히 눈치가 보인다.
나도 기부를 할 예정이긴 하지만 20억까지는 생각 안 하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