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
누구나 정점에 서길 꿈꾼다.
“오래 기다려 주셨습니다. 이번 대상의 수상자는,”
그러나 정점은 하나뿐이다.
“한 세대가 아닌, 한 시대가 사랑한, 역시나 올 한 해도 빛낸 아티스트-”
그리고 나는 그 정점에 선 순간-
“백녹하!”
전혀 기쁘지 못했다.
***
“언니! 진짜 대상 축하해요!”
“녹하야, 진짜 수고했어! 우리 그리니들 언급해 줘서 고마워!”
시상식의 퇴근길, 주차장에서 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고마운 사람들. 날도 추운데 이렇게 기다려 주다니.
나는 팬들에게 비록 차 안에서지만 인사해 주고 마지막 감사 인사도 보냈다.
“고마워요, 우리 그리니들. 내가 또 얼른 와서 인사할게.”
평소라면 더 길게 인사해 주고, 더 많이 감사 인사를 했겠지만… 오늘은 그럴 정신이 없었다.
사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을 지경이었으니까.
차의 창문을 다 올리자마자, 매니저 언니가 내 쪽을 돌아보았다.
“잘했어, 녹하야. 진짜로. 심정이 말이 아니었을 텐데…. 하나도 티 안 내고 정말 잘했어. 수상 소감도 정말… 적당히 떨면서 잘했어. 지금 다 감동이라고 반응도 좋아.”
벌써 10년을 봐 온 매니저 언니가 나를 다독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런 축하나 위로의 말은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대상 트로피도 옆 좌석에 고이 놓여져 있을 뿐, 지금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언니, 정말 고마운데… 일단 병원, 병원부터 얼른 가자.”
“아, 응. 당연하지. 내가 진짜 빨리 갈게.”
“고마워.”
그 이유는,
“엄마는… 엄마는 좀 어떠시대?”
대상 수상 직전에 온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녹하야, 너무 놀라지 말고 들어. 지금 어머니께서… 집에 불이 나서…’
내용은 간단했다.
그러나 전혀 간단하지 않았다.
어머니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고, 집에서 내 수상 장면을 보려고 혼자 계시던 어머니가 그 화재에 휘말렸다는 것.
지금 화재는 진압되었지만,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는 것.
그러나 나는 바로 병원에 갈 수 없었다.
정말 딱 5분 후면 내게 대상이 주어지는 순간이었으니까.
세 번째 대상.
3년 연속 대상.
듣기만 해도 엄청난 타이틀이었다.
나만 이 상을 기다린 게 아니라, 나를 응원해 준 모든 사람이 기다린 순간이었으니까.
딱 30분만. 딱 상 받고, 수상 소감만 말하고 내려오자. 그러고 바로 병원에 가자는 소속사 대표의 설득에 나는 거절할 수 없었다.
‘녹하야, 일단 내가 병원에 가 있을게. 어머님 상황 내가 바로바로 너한테 전할 테니까, 너는 잠깐만 여기서 어? 상만 받고 바로 나와.’
대표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바로 뒤, 관객석에서 내 슬로건을 들고 있는 팬들을 위해서였다.
대상을 받고 단상에서 내려오자마자 나는 정신없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않은 탓에 달릴 악플들이 벌써 머릿속을 스쳤지만 그딴 건 알 바가 아니었다.
“일단 너 중간에 나온 이유에 대해서는 대표님이 기사 푸시겠대. 어머님이 위독하셔서-”
“언니. 난 괜찮아. 정말로. 그냥 우리… 얼른 가자.”
“아, 그래, 그렇지.”
매니저 언니는 머쓱하게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지금은 엄마 외에 다른 것들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우리의 봄은 또 돌아올 거야-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벨 소리가 들렸다.
대상을 타게 해 준 내 노래.
그렇게나 아끼던 노래였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무섭게만 들리는지.
‘멍청이 서 대표’
발신자는… 소속사 대표, 서창운이었다.
나 대신 병원에 가 있는 사람.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고,
-미안하다, 녹하야…. 내가 정말 미안해….
나는 절대로 듣고 싶지 않았던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그 순간 무슨 생각이었는지는 모른다.
“언니.”
“응? 대표님이 뭐라셔?”
“차 좀 세워 줘.”
“어? 여기 도로 한복판인데? 조금만 더 가서 세워 줄게.”
“그냥… 그냥 얼른 아무 데나 세워 줘. 토할 것 같아.”
자꾸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에, 나는 무작정 차를 세워 달라고 말했다.
매니저 언니는 당황하면서, 최대한 빨리 한쪽에 차를 댔다.
나는 차가 멈추자마자 문을 열고 무작정 토했다.
이틀간 바쁜 스케줄 때문에 제대로 먹은 것도 없어, 위액만 조금 나오는 게 다였다.
허무함과 허탈함에 그저, 바닥에 주저앉아 허, 하고 웃었다.
이게 뭐지?
왜 신이 나를 가지고 장난질을 치지?
오늘은 나의 최고의 순간이어야 하는데, 왜 나의 최악의 순간으로 만들어 버리지?
이날을 위해 그렇게, 그렇게 달려왔는데. 나 혼자 달려온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많은 내 사람들이, 내 팬들이 함께 달려 줬는데.
왜 그걸 이렇게 최악의 순간으로 바꿔 버리지?
온갖 분노와 억울함이 뒤섞인 순간,
-억울해?
정말… 이상한 존재가 나타났다.
“…넌 뭐야?”
어지간하면 반말을 쓴 적이 없었다. 데뷔 후에는 모든 사람에게 강박적으로 존대만 썼다. 혹시나 실수할까 봐.
하지만 눈앞에 있는 이것은…
-내가 뭔지는 중요하지 않아. 지금 네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가 중요하지.
확실히 사람은 아니었다.
아주 작은 솜 방울 같은 무언가였다. 검은색의 솜 방울. 둥둥 떠다니는.
“…내가 너무 충격받아서 헛것을 보나?”
나는 습관적으로 매니저 언니를 찾았다. 진짜 헛것을 보는 거면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거니까.
“언니, 언니?”
그러나 평소라면 1초 만에 왔을 대답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나는 간신히 일어서서 차 안을 들여다보았다.
뭔가 이상했다.
매니저 언니가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도로에 차가 한 대도 없었고, 거리에도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내가 진짜 헛것을 보나?”
-헛것 아냐.
그때, 내 옆에 솜 방울이 와서 깔짝거렸다.
“깜짝아!”
-시간이 없으니까 바로 본론으로 가자.
“너, 대체 뭐야…?”
-네 어머니를 되살리고 싶지?
“…!”
폐부를 찌르는 솜 방울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멈춰 버렸다.
-최악이 되어 버린 순간을, 다시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어 줄게.
솜 방울에겐 얼굴이 없어서, 표정 같은 건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이 솜 뭉탱이가 웃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간단해. 화재를 없었던 일로 만들어 줄게. 너는 대상을 받고, 네 어머니는 그런 너를 보며 안전하게 집에 계시고.
솜 방울은 휙휙 내 눈앞을 날아다녔다.
-그럼 짠! 너는 대상을 온전히 기쁘게 누릴 수 있겠지?
“….”
분명히 완벽한 제안이었다.
내가 지금 정말 꿈을 꾸고 있는 거군, 너무 간절히 바라는 바람에 꿈을 꾸고 있는 거야, 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나는 그냥 피식 웃었다. 꿈이라면 그냥 좀 더 어울려 주자.
어차피 꿈에서 깨면… 다시 지옥일 테니까.
“그래서, 네가 얻는 건 뭔데?”
-아, 그건 별로 안 간단해.
솜 방울이 털을 축 늘어트렸다.
-하지만 너라면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거야.
“…나라면?”
대체 뭔데?
나는 미심쩍은 눈으로 솜 방울을 보았다.
꿈 주제에 사기 치려는 건가?
-백녹하. 데뷔 10년 차 싱어송라이터이자 아이돌. 데뷔 초 신인상부터 시작해서 우수상, 최우수상, 인기상, 대상까지 휩쓸었음. 1년에 하나뿐인 대상을 무려 두 번이나 받았고. 자타공인 최고의 여자 솔로. 인지도, 팬덤, 선호도, 이미지 모두 최고. 그야말로 본투비 아이돌, 본투비 톱스타라는 말이 어울리지. 물론 넌 타고난 쪽이라기보단, 노력파에 가깝긴 하지만.
…갑자기 웬 칭찬?
평소에도 많이 들었던 얘기지만 이 솜 방울의 입에서 들으니 민망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오늘! 3년 연속 대상을 타서! 모두의 염원을 풀 예정이었지. 크, 얼마나 멋져. 아이돌로 정점을 찍다!
그랬었지.
나는 쓰게 웃었다.
-그런데 말이야, 너처럼 되고 싶은 안타까운 영혼이 하나 있어.
“나처럼 되고 싶은?”
나는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그래. 너처럼 정점을 찍어 보고 싶은. 그 영혼을 도와주면, 나도 너를 도와줄게.
솜 방울은 다시 생기를 되찾고 휘휘 날아다녔다.
하지만 나는 의아했다.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다는 건데? 내가 아이돌일진 몰라도 신은 아냐. 영혼 같은 걸 도와줄 방법을 알진 않아.”
-그래서 내가 있는 거지.
솜 방울은 털을 세웠다.
-방법은 걱정하지 마. 내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만 정해.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비록 꿈이라도, 이 솜 방울이 대답을 피하고 있다는 느낌이 왔기 때문이었다.
-그 영혼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하면, 나도 너를 도와줄 거야. 네 어머니에게 닥친 화재를 완전히 사라지게 해 주지.
하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없는 제안이었다.
엄마를 다시 돌려주겠다는데… 어떻게 안 받아들이겠어, 내가.
“…받아들이겠어.”
평생 나만을 위해 산 우리 엄마를 살려 주겠다는데.
-탁월한 선택이야!
솜 방울은 기묘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순식간에 거대해졌다.
-아 참, 백녹하.
“…왜?”
미친 듯이 거대해지는 솜 방울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그것이 내게 말을 걸었다.
-다음 생에 딱 한 가지만 네 몸 중에서 가져갈 수 있다면 뭘 가져갈래?
“…?”
-얼른 대답해 봐.
“…목소리…?”
-역시 탁월한 선택이야!
솜 방울은 다시 또 기괴하게 웃었다.
그리고 갑자기 커다란 입을 벌려, 나를 집어삼켰다.
피할 새도 없이, 나는 어둠에 집어삼켜졌다.
***
“젠장.”
그리고 나는 사기를 당한 것이 틀림없다.
“이 혹사당한 성대 무슨 일이야?”
나는 우두커니 연습실에 앉아 중얼거렸다.
“이 근육 하나 없는 몸 무슨 일이냐고.”
한쪽 벽면 전체가 거울로 되어 있는 연습실.
하지만 결코 우리 소속사의 연습실은 아니었다.
이곳은 우리나라 대형 소속사 중 하나, ‘컬러즈’의 연습실.
그리고 나는 그 컬러즈의 연습생-
“그리고 이… 이 말도 안 되는 일들은 죄다 뭐야?”
‘윤청’이 되어 있었다.
1년 후에 데뷔하고, 2년 뒤에 해체하는 걸그룹. ‘스틸블루’의 멤버가 될 운명의.
띠링!
축하합니다! 당신은 ‘윤청’이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은 망할 운명의 걸그룹, ‘스틸블루’를 살려야 합니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