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2)
2화.
이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솜 뭉탱이와 거래한 후, 나는 눈을 떠 보니 허름한 고시원에 있었다.
띠링!
이내 이상한 알람 소리가 울리고,
축하합니다! 당신은 ‘윤청’이 되었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은 망할 운명의 걸그룹, ‘스틸블루’를 살려야 합니다!
이곳은, 당신의 세계와는 조금 다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평행 세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당신의 세계와 모든 것이 같지만, 오로지 딱 하나가 다릅니다.
이 세계에는 ‘백녹하’라는 사람이 존재한 적이 없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존재할 일이 없다는 것.
이런 게임에서나 볼 법한 창이 눈앞에 보였다.
당신은 당신의 세계로 치면 10년 전의 ‘윤청’이라는 사람의 몸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이 ‘윤청’의 소원 두 가지를 이뤄 주면 됩니다.
윤청의 첫 번째 소원은-
[소속사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메이크 어 뉴 컬러’에서 1위로 데뷔해 줘]입니다!
…?
뭐?
황당함을 뒤로하고, 나는 ‘윤청’이라는 이름을 기억 속에서 더듬었다.
“윤청, 윤청….”
아, 기억났다.
내가 데뷔할 때쯤, 케이블 방송사에서 하던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있었다.
우리나라 5대 대형 소속사 중 하나인 ‘컬러즈’에서 신인 걸그룹 런칭을 위해 실시한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그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선 ‘컬러즈’의 모든 여자 연습생들이 나와 데뷔를 위해 경연을 했다.
그리고 윤청은 서바이벌에 참여한 연습생 중 한 명이었다.
그때 한창 바빠서 프로그램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나름 화제여서 대충 내용은 알고 있었다.
“근데 데뷔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소원은 뭐야?
[소속사 데뷔 서바이벌 프로그램 ‘메이크 어 뉴 컬러’에서 1위로 데뷔해 줘]1위로 데뷔해 달라고?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때 데뷔를… 얘가 몇 위로 했더라?
프로그램에서 데뷔가 확정된 연습생들은, 1년 후 ‘스틸블루’라는 걸그룹으로 데뷔했다.
총 다섯 명이었었지, 그때?
한 번 활동 시기가 겹쳐서 본 적이 있었다.
그중에 누군가가 노래를 잘해서 어렴풋이 메인 보컬이 저 사람이구나, 했었다.
“그때 뭐, 5위로 데뷔하기라도 했었나? 아니, 데뷔만 해도 감지덕지 아냐? 꼭 1위여야 해?”
나는 의아함에 침대에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그때,
지이이이이잉.
옆에서 핸드폰이 울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이 핸드폰… 내 핸드폰이잖아.”
뭐야. 나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온 거 아니었어?
그런데 왜 핸드폰은 내 거야?
그것도 10년 전의 내 핸드폰?
상황 판단이 안 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핸드폰을 집어 들지 못하는데,
지이이이이잉-
핸드폰은 더 심하게 울렸다.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들어 올리자 화면에 알림이 떠 있었다.
…뉴스 알림?
이거… 기사잖아. 내 세계의.
나는 홀린 듯이 그 기사를 눌러 보았다.
‘메이크 어 뉴 컬러’의 다섯 번째 멤버가 확정되었다.
바로, 프로그램 내내 자신감 부족 논란 및 사회성 부족 논란에 휩싸였던 연습생, 윤청이다.
윤청은 비록 시청자 인기 투표 순위에서 최하위인 12위에 그쳤으나, 심사위원들의 선택인 ‘컬러 초이스’에 의해 마지막 멤버가 되었다.
12년 차 걸그룹, ‘그레이쉬’의 멤버이자 소속사 선배인 심사위원, 도희영은 윤청을 선택한 이유로 ‘메인 보컬의 필요성’을 꼽았다.
띠링!
정신없이 기사를 읽고 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알림이 하나 더 떴다.
[윤청, 마지막 멤버 발탁 논란?]“맨날 뻑하면 논란이래.”
나는 질리면서도 기사를 눌렀다.
일단 무슨 상황인지 알아야 했다.
소속사 ‘컬러즈’의 김모경 이사는 윤청을 뽑은 이유에 대해 “그룹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목소리. 아직 미성숙한 ‘스틸블루’의 실력적인 부분을 완성할 수 있는 마지막 퍼즐 같은 존재”라고 언급하며 윤청을 최종 멤버로 뽑은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이러한 심사위원들의 선택에 대해, 시청자 의견을 무시하는 선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래서 1위로 데뷔하게 해 달라 한 거구나.
…속상했겠지. 이런 논란의 중심이라는 게.
당연히 모든 연습생은 데뷔를 꿈꾼다. 데뷔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속상한 건 속상한 것이다.
사람인데.
데뷔하기도 전부터 악플이 달리는데 안 속상할 리가.
온 세상이 나를 미워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나저나, 이 핸드폰은 대체 뭐야?”
나는 핸드폰의 잠금을 풀고 이것저것 살펴보았다. 하지만 어떤 것도 작동이 되지 않았다.
작동이 되는 건, 뉴스 알림이 온 것을 열어 볼 수 있는 것과….
연락처 어플뿐.
“뜬금없이 연락처 어플은 왜 열어 볼 수 있는 건데?”
이해되지 않는 것들투성이였다.
다행히 뉴스 알림은, 한 번 열어 보더라도 계속 열 수 있는 것 같았다.
다른 뉴스 기사도 열어 보고 싶었지만 인터넷 연결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제멋대로인 핸드폰이군.
“그래도 이 정도라도 있는 것에 감사해야 하나.”
…아무래도 내가… 악마와 계약한 것 같지?
그 솜 뭉탱이, 악마인 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 모든 것들이 말이 안 되잖아.
“그래. 차라리 진짜 악마인 게 낫다. 그건 확실히 소원을 들어줄 능력이라도 있다는 거니까.”
나는 책상 위에 놓인 거울로 윤청의 얼굴, 이제는 내 얼굴이 되어 버린 얼굴을 보았다.
그랬다. 전엔 자세히 본 적이 없어 몰랐지만 윤청은 꽤 예쁜 편이었다.
워낙 예쁜 사람이 널리고 널린 연예계에서도 이 정도면 눈에 한 번쯤 더 띌 정도로.
“나 데뷔할 적보다 훨씬 예쁜 것 같은데.”
뭐, 원래 ‘백녹하’가 막 예뻐서 뜬 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아이돌치고는 그냥저냥 평범한 얼굴이었지.
물론 팬들이야…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해 줬지만….
그건 내가 팬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었고.
막 데뷔했을 때는 나랑 맞지 않는 코디와 헤어, 메이크업 때문에 좀 묻히는 감이 있었지.
나한테 맞는 스타일링과 카메라 마사지 덕분에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음. 본판이 이 정도면 인기 많았을 법도 한데.”
실력도 받쳐 주고.
소속사도 대형이면 나름 홍보도 됐을 거고.
왜… 인기가 없었지?
의아함이 쌓여 갈 때쯤,
띠링!
핸드폰으로 한 번 더 알림이 왔다.
[메이크 어 뉴 컬러 1화 업데이트!] [지금 시청하시겠습니까?]…이거 내 마음 읽나?
***
“인기 없을 만했네.”
윤청에겐 미안하지만 냉정하게도 이건 진실이었다.
1화를 시청하자마자 내린 결론이었다.
5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윤청은 고작 한 3분 정도인가 나왔다.
그나마도 단독으로 3분이 아니라… 다른 연습생들과 함께 나오는 장면으로 3분.
그리고 그 3분 동안 느껴진 감정이라곤 좌절뿐이었다.
내 몸의 주인, 윤청은.
정말.
끼가 하나도 없었다.
끼만 없으면 다행이지. 숫기도, 사회성도, 하다못해 예능감도 없었다.
무대 위와 무대 아래 모두 완벽하게… 목석.
원래 이런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다른 연습생들과의 케미도 중요한데, 윤청은 그것조차 없었다.
아니, 그냥 말 자체를 아예 안 했다.
누가 말을 걸어도, ‘으, 응….’ 정도의 대꾸가 전부.
“이러니 분량도 없고 재미도 없을 수밖에.”
그리고 연습실을 배경으로 한 장면도 참담했다.
애가 노래는 잘하는데 춤이나 표정이 완전히… 재앙 수준이었다.
동선도 못 맞춰서 다른 연습생들과 부딪칠 정도면 말 다 했지.
그러나 나는 윤청을 보며 한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윤청이 왜 저러는지 알 것 같아서였다.
짐작이긴 하지만, ‘원래의’ 윤청은…
카메라 공포증이 있다.
무대 공포증은 덤이고.
***
10년이다.
이 연예계에서 구른 게.
연습생 기간까지 합치면 20년이다. 내가 연예계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닐지 몰라도, 어디 가서 무시당할 짬밥은 아니었다.
이 바닥에 있다 보면 별별 유형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살아남는 사람들의 유형은 대충 다음과 같다.
그냥 재능이 엄청난 사람, 재능은 좀 없어도 노력으로 메우는 사람, 멘탈이 세서 오래 버티는 사람, 등등.
그리고 살아남기 힘든 사람은 다음과 같다.
사고 치는 사람, 초심 잃는 사람, 그리고… 마음이 여린 사람.
험한 곳이다.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이런 곳에서 버틸 수가 없다. 버티지 못한 사람들이 잘못한 게 아니다.
사람을 못 버틸 정도로 갈아 넣는 곳이 잘못된 거지.
아무튼, 윤청은 세 번째 유형이었다.
어마어마하게 마음이 여린 사람.
보니까 얘가 기가 약해.
“…그나마 인성 터져서 인기 없는 건 아니었다니 다행이군.”
그런 유형이면 돕기 힘들거든.
인성 터진 애들은 데뷔 전부터 유구하게 인성이 터져 왔을 확률이 높다.
데뷔야 어찌저찌하면 시켜 줄 수 있다.
그 후가 문제지.
데뷔가 확정될 때부터 아무리 관리해 봐야, 과거는 이미 존재한다.
데뷔 후에 인성 논란, 과거 논란 터지면 그건 수습도 못 한다.
그냥 마음이 여리고 끼가 없는 건 당연히 죄가 아니다.
이 나이대에 멘탈 강한 쪽이 대단한 것이다.
고작 20살인데. 갓 태어난 애인데.
뭐, 여린 건 내가 해결해 줄 수 있지.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말이에요.”
멘탈이랑 끼 쪽은 도가 텄다 이거야.
띠링!
[튜토리얼 종료!] [튜토리얼 보상 책정 중…] [~윤청의 19살까지의 기억~이 도착했습니다!]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예/아니오)]“…지금까지 튜토리얼이었어?”
보상도 있네.
그것도… 이 몸의 기억으로.
거절할 이유는 없지. 이제 이 몸으로 살아가야 하니까.
나는 ‘예’를 눌렀다.
그리고,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