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01)
“진짜 할 거야?”
서백영이 입을 떡, 벌렸다.
“안 그래도 청이 너 메뉴컬 1위라고 가장 섭외 많이 들어오잖…아? 네가 우리 중에 제일 바쁘지 않아…?”
“맞아요. 완전 무리 무리.”
“안 할 거죠?”
연습이 끝나고 몸보신을 위해 삼계탕을 끓이는데 멤버들이 사이좋게 달라붙었다.
멤버들은 날 걱정스럽게 보고 있었다.
…혹은 내가 삼계탕을 제대로 만드나 감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거절할 거죠, 언니?”
류보라가 나를 빤히 보며 물었다.
“무조건 해야 해.”
나는 애써 류보라의 시선을 피했다.
“엠텐이었으면 나도 거절했겠지만, SWC잖아. 지상파.”
“지상파여도 그렇지… 2주에 한 번 경연은 조금…. 더군다나 너 혼자 노래 준비해야 하잖아.”
“그래도 커버만 하면 되는 거라 괜찮을지도…. 대신 춤은 전부 못 추게 한대요. 안무만 빼도 할 만해요.”
목이 조금 많이 걱정되긴 하지만.
이거 이러다가 성대 나락 가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네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활동 마무리될 때쯤 녹화 들어가는 거라 괜찮을 거예요.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건 5주 뒤라서.”
나는 그만 말할까, 하다가 설명을 덧붙였다.
“이걸 왜 하고 싶냐면…. 지금 지상파들은 저희가 그렇게 좋게 보이진 않을 거예요. 저희는 메뉴컬이라는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데뷔한 그룹이고, 메뉴컬이 거하게 망했으면 모를까 대박이 났잖아요.”
“그렇지.”
“그런데도 지상파에서 저를 섭외해 준 건, 관계 개선의 청신호죠. 저는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바로 불러 줄 줄은 몰랐는데…. 이솔 선배님이랑 단하 선배님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걱정 많이 했단 말이다.
엠텐 데뷔라 지상파에선 1년 후에나 불러 줄까 봐.
그러면 신인상에도 많은 차질이 생기니까.
“그런데 왜 단하 선배님이 섭외 연락한 거야?”
“그 선배님이 MC로 출연하신다네요. 저는 꼽사리.”
“앗.”
또 끼워팔기냐고 욕 많이 먹겠지만… 이쪽도 먹고는 살아야 할 거 아닌가?
“그래도 이번에 우리랑 경쟁 구도 붙어서… 사이가 불편해질 줄 알았는데 챙겨 주시네요?!”
연주홍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그래.
사실 나도 의외였다.
‘그런데 제가 나가도 되는 거 맞나요, 선배님?’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엮이면 번애쉬 팬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
나야 뭐, 받는 입장이니 할 말이 없지만.
저쪽은 주는 입장 아닌가.
‘안 될 이유는 없는 것 같은데.’
단하는 그렇게 말하면서, 망설이는 내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혹시나 신세 지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면, 나중에 가이드나 한 번 더 해 주면 됩니다.’
‘엇….’
‘아니면 얼른 뜨셔서 제 곡을 비싸게 사 가시든가.’
‘…진지하게 고려해 보겠습니다….’
죽어도 그러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었다.
…이쪽도 포인트를 벌려면, 남의 음악이 아니라 제 음악을 해야 해서요.
“오히려 그걸 미안하게 생각해서 빚 갚을 겸 꽂아 준 것 같아.”
“헐. 착하다.”
“…뭐. 감사한 일이지.”
아직 좀 석연치 않긴 하지만 일단 고마운 거라고 치자….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나는 시계를 힐끗, 보았다.
“곧 티저 떠요.”
그러니까 얼른 삼계탕이나 먹자.
***
“김 대리. 오늘 석식 안 먹어요? 오늘 메뉴 돈가스던데.”
한 회사의 사무실 풍경.
야근이 너무나도 당연시되고 있는 회사였다.
덕분에 점심과 석식 둘 다 먹는 건 일상적이었다.
“아, 네. 저 오늘 도시락 싸 와서요. 맛있게 드시고 오세요!”
김 대리라고 불린 한 여자가 손을 빠르게 내저었다.
“뭐야, 김 대리 다이어트라도 해? 돈가스 나오는 날은 두 번씩 받았으면서?”
“…오늘은 뭔가 도시락이 땡겨서요…!”
“오케이, 그럼 이따 회의 때 봐.”
“네네.”
김 대리는 빠르게 손을 휘젓고 도시락을 꺼내 데웠다.
평소라면 당연히 구내식당의 돈가스를 먹었을 것이다.
최애 메뉴니까.
하지만.
오늘은 최애 메뉴보다 더 중요한 최애 뮤비가 뜬다.
‘6시에 뮤비 뜨는 건 솔직히 저녁 먹지 말라는 그런 계시 아닌가?’
그랬다.
김 대리는 김금의 오랜 팬이었다.
김금이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부터 이미 그녀는 사랑에 빠져 있었다.
당연히 메뉴컬 때도 머리채 풀고 달렸고.
그저께 하이라이트 메들리가 떴을 때.
김 대리는 직감했다.
‘이건 된다.’
컬러즈 아이돌을 판 건 처음이지만 다년간의 걸그룹 덕질로 알 수 있었다.
이건 된다.
왜?
노래가 11초밖에 안 나왔는데도 좋았으니까.
걸그룹을 뜨게 하는 건 단 하나다.
노래.
노래만 좋으면 뜬다.
다른 게 다 완벽해도 노래가 안 좋으면 뜨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른 게 살짝 아쉬워도 노래가 좋으면 바로 뜬다.
여돌은 대중성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사실은 컨셉 포토가 떴을 때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생각보다 컨셉이 살짝 컨셉추얼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덕후들이야 당연히 입을 틀어막고 통장을 흔들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아직 알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컨포 둘 중 하나는 대중적으로 보였지만….
그러나 이런 걱정들도 티저와 하이라이트 메들리를 듣고 나서 거짓말같이 싹 사라졌다.
‘메뉴컬에 나왔던 [손끝>을 제외하면 전곡 작곡, 작사라고 언플 겁나 때리더니.’
사실 김 대리는 그런 언플이 돌 때마다 기대보단 걱정이 더 컸다.
멤버가 직접 작곡, 작사를 한다는 건, 말 그대로 양날의 검이었다.
노래가 좋으면 100점 만점에 200점을 찍고도 남지만.
노래가 안 좋으면, 마이너스 200점이 되어 버리기 때문.
안 그래도 팀 내 작곡 멤인 김금이 최애인 김 대리였기에, 걱정은 정말 컸다.
그런데.
‘윤청이… 타이틀 작곡을 했다고?’
김금도 아니고?
윤청이?
‘…뭔가 아이돌스러운 노래를 작곡하기보다는 알앤비 스타일을 작곡하지 않았었나?’
김 대리는 메뉴컬 자기소개 영상에서 자작곡을 짧게 불렀던 윤청을 떠올렸다.
좋은 곡이었지만, 누가 들어도 아이돌 타이틀 감은 아니었다.
물론 메뉴컬에서 지나가듯, 윤청이 김금을 도와줬다는 썰을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때도 서포트에 불과했다.
그런데 단독 작곡이라고?
처음엔 기사가 잘못 난 건가 싶어서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윤청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
나름 김 대리도 막방 때 ‘김금/윤청/서백영/연주홍/류보라’를 투표한 참각막이긴 했다.
하지만 윤청은 차애도 아니고 차차애도 아니고 그냥… 우리 애랑 친하다니까 뽑은 멤버 정도였다.
동정심도 살짝 있었고.
그게 전부였다. 김금의 영역까지 넘어선 안 됐었다. 누가 뭐라 해도 스틸블루의 작곡 담당은 김금이어야 했다.
하지만 김금은 수록곡 작곡, 타이틀곡 편곡 참여가 전부였다.
뭔가 속상한 마음과 함께, 오기가 들었다.
얼마나 좋으면 우리 노래 맛집을 이기고…!
그렇게 눈을 시퍼렇게 뜬 순간.
띠링!
▶ [StillBlue(스틸블루) – ‘파란’ M/V]
제목 참 짧고 굵네.
일단 눌러 보자.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
불타는 거대한 저택 앞, 다섯 명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모두 땅에 끌릴 듯이 길고 눈부실 정도로 사치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불타는 저택을 멍한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어서, 류보라의 읊조리는 듯한 도입부.
Why are you so Blue
너도 나처럼 창백해 보여
Pale, Fail Blue Blue
도입부를 듣는 순간 김 대리는 잠시만 경건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음색과 얼굴이 일단 다했다.
하지만 오늘부턴 다를 거야
Now I hold your hand
Now Blue means our sky
윤청이다.
컨셉 포토에도 나왔던 조종석.
비행기의 앞창에는 하트 모양 탄흔이 있었다.
윤청은 왕관을 쓰고서 조종석에 앉아 있었다.
내가 너와 비행할 테니까
그리고 조종간을 잡는 순간, 왕관은 파일럿의 모자가 되었다.
Shoo-Shoo-Shoot me
수백 번 다시 날 네게 쏘아 올려
후렴구.
연주홍은 다이아몬드 화살이 가득 들어 있는 통을 들고 나타났다.
어느새 시그니처가 된, 코랄 핑크색 웨이브 머리를 하고서.
연주홍은 카메라를 향해 화살을 쏘았다.
Shoo-Shoo-Shoot me
네 파란들 전부 내게 쏘아 올려
즐겨 맞서 싸우는 건 내가 해
Shoo-Shoo-Shoot me
Shoo-Shoo-Shoot BLUE
‘후렴구 미쳤다.’
앞에도 이미 너무 좋았지만, 후렴을 듣는 순간 확신했다.
이건 무조건 대중 픽이다.
후렴에 맞춰 나오는 단체 샷.
김 대리는 처음으로 멤버들 간의 케미라는 게 뭔지 느낄 수 있었다.
모두 다른 색의 옷을 입은 채, 그저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을 뿐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다.
너는 나의 푸른 불꽃이 되어 줘
나는 네게 그 불꽃의 찬란을 보여 줄게
이어서, 김금.
작은 체구로, 거대한 화염 방사기를 들고서.
세상에서 제일 신나 보이는 얼굴로 공장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
팬들이 그렇게나 소원하던 흑발 앞머리에, 아래로 묶은 양 갈래 만두 머리.
초커와 흰색 크롭 셔츠, 그리고 회색 가디건. 회색 테니스 스커트는 스쿨 룩을 연상시켰다.
‘미친 금김 스쿨 룩 장인이었네. 미쳤다.’
의심하지 마
너와 나는 절대로 꺼지지 않아
불이 꺼질 때쯤
또 나는 불을 질러
뭐가 문제야 나는 네 불꽃
전부 질러 버려
‘미친 싱잉 랩.’
Why are you so Blue
하지만 내가 널 구원할 거야
Now I hold your hand
Now Blue means our sky
서백영의 파트.
비 오는 정글 같은 숲속.
길을 잃은 듯 보였다.
무언가 폭탄처럼 보이는 것을 휙, 던지지만-
네가 나를 구원했으니까
터져 나오는 건 색색의 아름다운 꽃잎들이었다.
이어서 멤버들의 모습이 하나씩 화면에 잡혔다.
사람을 해칠 것만 같던 무기들은, 카메라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어느새 사랑스러운 장난감이 되었다.
Shoo-Shoo-Shoot me
네 파란들 전부 내게 쏘아 올려
즐겨 맞서 싸우는 건 내가 해
김 대리는 생각했다.
그래.
즐겨, 얘들아.
맞서 싸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