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06)
지금은 새벽 4시.
한강 공원 중에서도 사람이 유난히 없는 쪽이라 그런가, 정말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자전거요?!”
“응.”
“탈 줄… 알죠?”
“잘됐네.”
나는 연주홍에게 공공 자전거 하나를 빌려서 건네주었다.
그리고 내 것도 하나 빌렸다.
“주홍아.”
“네?!”
“너 자전거로 나 이기면 일주일간 편의점 음식 허용해 줄게. 저기 저, 다리 앞까지 누가 먼저 도착하나 해 보자.”
“허거거거걱.”
연주홍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표정이었다.
“청청…. 나 뭐 잘못했어요?”
“…3초 센다. 먼저 출발해라. 지면 너 일주일간 닭 가슴살만 먹기임.”
“!”
연주홍은 거의 빛의 속도로 자전거에 올라탔다.
그리고 말도 없이 출발했다.
진작 그럴 것이지.
나도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자전거에 올라탔다.
그리고 미친 듯이 밟았다.
“!!! 아니 청청 왜 이렇게 빨라요?!”
왜냐하면.
“말할 힘이 있나 보지, 아직?”
나도 너와 같은 고민을 할 때마다 자전거를 밟았으니까.
자전거라면 아주 자신 있다 이거야.
“헉헉헉…. 청청 저 죽을 것 같아요….”
“오, 포기? 닭 가슴살 일주일?”
“아 제발. 에바예요.”
나는 낄낄 웃다가 금세 웃음기를 지워야 했다.
나도 체력이 달리는 게 느껴졌다.
맞다.
이 몸….
무려 10년 간 온갖 운동과 PT로 단련된 백녹하의 몸이 아니라….
비리비리한 윤청의 몸이었지…?
“…주홍아.”
“헉헉…. 네?! 헉헉….”
“언니 먼저 간다.”
이렇게 된 이상.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
“청청 진짜 미친 사람 아니에요?”
연주홍이 벤치에 드러누우며 말했다.
나는 그 옆 잔디밭에 드러누웠다.
난 착한 리더니까… 벤치 정도는 양보해 주자.
“내가 이겼으니까 너 일주일간 닭 가슴살만 먹기다.”
“나쁜 사람… 나쁜 사람….”
“주홍아.”
나는 땀을 닦으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네?”
“너 자전거 몇 살 때 배웠어?”
“어…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그건 왜요?”
빨리도 배웠네.
“난 7살 때.”
“빨리 배웠네요?”
“응. 빨리 배웠지. 벌써 14년 차네. 너는 8년 차고.”
“그렇게 말하니까 무슨 데뷔 연차 같잖아요.”
연주홍은 벤치에 몸을 묻은 채 피식 피식 웃었다.
“내가 오늘 널 이긴 건….”
어우, 왜 자꾸 숨이 차냐.
“그냥 내가 너보다 오래 탔기 때문이야. 그리고 어쩌다 보니… 내가 너보다 체력이 좋아서 그런 거고.”
“하하. 뭐야. 저 고작 자전거 졌다고 시무룩하진 않거든요?! 닭 가슴살 먹는 건 좀 그렇지만….”
연주홍이 슥, 일어나서 날 내려다보았다.
아유, 화장 다 녹은 거 봐라.
나는 그 추레한 꼴을 보고 웃었다.
“자전거나 노래나 다 그래.”
“!”
“그냥 단순히… 내가 너보다 더 오래 불렀기 때문이야. 난 그렇게 생각해. 어떤 사람들은 이런 걸 타고난 거다, 뭐다 하지만….”
백녹하 시절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생각이었다.
타고난 건 금방 바닥이 난다.
“네가 3년 후에는 나만큼 부를 거고… 나도 3년 후에는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겠지. 우리는 정말로… 너무… 어리니까.”
땀 빼서 그런가, 왜 이렇게 졸리지.
가로등 불빛이 아롱아롱 내 눈앞에서 흔들렸다.
“언젠간 네가 나보다 자전거를 더 잘 탈 수도 있겠지. 맨날 PT 빼먹는 거 멈추고 체력을 기르면. 그건 정말… 아무도 알 수 없는 거라 생각해.”
오로지 시간만이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그냥 때때로 의심이 들면, 그냥 자전거를 타. 누구도 알 수 없는 거니까…. 생각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거든.”
부디 이 말이 닿았길 바라며.
나는 하품을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띠링!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알림이 떴다.
기어코 이런 알림이 오는구나.
솜 방울이 이런 알림을 보냈다는 건, 아마도 조만간 내가 성대 결절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거겠지.
안 그래도 요즘 목이 많이 좋지 않음이 느껴지긴 했다.
안 되는데. 이제 겨우 활동 1주 차였다.
음악 방송만 못해도 2주 더 돌아야 했다.
신인이라 2주만 활동한다는 선택지도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잡혀 있는 스케줄도 한두 개가 아니었다.
“무슨 일 있어요, 청청?”
“아, 아무것도 아냐. 시계 좀 봤어. 졸리네.”
내가 갑자기 핸드폰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까 불안했나 보다.
성대 결절이라.
윤청의 성대 상태로 보아선,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니다.
전 소속사에서 대체 얼마나 잘못된 방법으로 트레이닝을 시킨 건지, 성대가 전부 나가 있었다.
물론 대비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배도라지즙을 열심히… 먹은 것도 먹은 거고.
단하나 이솔에게 물어서 병원도 알아보고, 나름대로 회사에 양해까지 구해 가며 병원을 다녔는데도 결국 막을 수가 없었다.
참 사람 몸이라는 게 마음대로 되는 부분이 아니군.
조금만 더 일찍 윤청의 몸에 들어왔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이럴 때를 위해 나도 준비한 게 있다.
솜 뭉탱이가 제공한 상점에서 성대를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놓기도 했다.
[성대 쉴드:성대가 망가지셨다고요?
그런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성대 쉴드입니다!
6개월간 당신의 성대를 모든 질병과 피로에서 벗어나게 해 드립니다!
요구 포인트: 600포인트
타인에게 쓰고 싶을 경우: 1 부위 당 1,200포인트(단, 멤버에게만 사용 가능)]
600포인트라.
공교롭게도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포인트도 정확히 600포인트였다.
타이틀곡과 수록곡을 내가 작곡한 것으로 채우고, 중간중간 자잘한 퀘스트를 성공해서 받은 포인트들이었다.
이제 와서 이렇게 쉽게 얘기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쉽진 않았다.
[성대모사로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오르기> 이런 퀘스트 같은 걸 백녹하가 해 봤을 것 같은가?절대 안 했지.
나는 원래 예능 나오면 팬들도 재미없다고 외면하는 캐릭터였단 말이다.
그래서 결국 나는 김금을 따라 하는 걸로 퀘스트를 성공할 수 있었다.
솔직히 성대모사 같은 건 너무 올드한 개인기여서 안 하고 싶었는데.
솜 뭉탱이 가만 보니까 오 PD 급으로 올드한 감성이 있었다.
그나저나.
600포인트?
저번에 봤을 때는 500포인트였는데, 왜 갑자기 올랐지?
[가격이 갑자기 올라서 당황하셨다고요?] [미친 듯한 환율 변동 사항 때문에 그렇습니다!] [불경기잖아요! :)]미친 거 아닌가?
어쩔 수 없었다. 저쪽이 갑, 이쪽이 을이니까.
아쉬운 놈이 숙이고 들어가는 수밖에.
그렇게 [성대 쉴드>를 사려는 순간,
-웅늬, 전화받어
-웅늬, 전화받어
“깜짝아.”
내 전화 벨 소리였다.
백녹하의 핸드폰 말고, 윤청의 핸드폰 벨 소리.
진짜 깜짝 놀랐다.
“야, 너 또 이걸로 바꿔 놨어?”
이씨.
어제 우리 노래로 바꿔 놨는데 또 언제 바꿔 놓은 거야.
“얼른 전화받으세요, 웅늬.”
“너는 진짜 보통 막내가 아니다…. 일단 나 전화 좀 받을게.”
“네넹.”
혼내는 건 그냥 나중에 하자.
발신자를 확인해 보니, 매니저였다.
“네, 언니.”
-청아, 지금 당장 들어와야 될 것 같은데?
“어, 네. 지금 들어갈게요. 저희 픽업 좀-”
-금이가 다쳤어.
“…네?”
피가 차갑게 식는 느낌이었다.
대상을 받던 그날, 엄마의 소식을 들었던 그 순간의 느낌이 등골을 훑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어디를, 얼마나요? 심각하게요? 어쩌다가요? 지금 병원부터-”
-아냐. 아냐. 그렇게 심각하게 다친 건 아니고…. 주홍이 기운 없는 것 같다고…. 주홍이 오면 짬뽕라면 끓여 주겠다고 물 끓이다가…. 실수로 툭 쳤나 봐. 그래서 발쪽에 화상을 입었어. 병원에는 내가 지금 데리고 왔구.
화상을 입었다고?
화상이라는 말에 눈앞이 새하얘졌다.
순간적으로, 화재 소식을 들었던 그날이 떠올라서, 피부가 따끔할 정도로 아려 왔다.
아니, 그냥 내 마음이 쓰라린 건가.
안 돼, 지금은 고작 내 상처에 집중할 때가 아니었다.
집중해, 백녹하.
아니, 집중해, 윤청.
다치게 된 경위도 정말 김금다웠다.
멤버들 모두 주홍이가 신경 쓰였구나.
당연한 일이었다.
막내가 매일 훌쩍훌쩍 우는데, 마음 쓰이지 않을 언니는 없다.
“병원에서는, 뭐래요?”
병원이라는 말에, 연주홍의 눈이 커다래졌다.
“병원요?! 누가 병원 갔어요?! 누구?! 괜찮아요?!”
이유는 숨겨야 한다.
“괜찮아. 금이가 실수로 조금 다쳤는데,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래.”
연주홍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죄책감 때문에 더 무너질 거다.
-병원에서는 치료 잘하면 괜찮다곤 하는데… 하필 다친 부위가 발이라서. 당분간 활동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네. 최소한 일주일은 꼼짝도 말고 병원에 있어야 하고. 그 뒤로도 격한 활동은 무리래. 아무래도 방송이나 스케줄 소화는 전혀 못 할 것 같은데…. 이걸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스케줄보다-”
순간 욱할 뻔했다.
하지만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
매니저의 잘못이 아니다.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애가 낫는 게 중요하죠. 일단 지금 바로 병원으로 갈게요.”
-아냐. 청아. 너 4시간 후면 개인 스케줄 준비해야 해. 조금이라도 자. 여기는 내가 있을게. 다른 매니저 한 분 그쪽으로 보낼 테니까 주홍이랑 바로 숙소로 가.
“…네.”
나는 전화를 끊고, 숨을 깊게 내쉬었다.
그래.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나는 솜 뭉탱이의 상점 중 [성대 쉴드> 바로 위에 있는 칸을 노려보았다.
활동을 하다가 걸릴 수 있는 위염, 장염, 두통, 생리통, 과로로 인한 피로, 골절 부위를 전부 치료해 드립니다!
…
타인에게 쓰고 싶을 경우: 한 부위당 600포인트(단, 멤버에게만 사용 가능)]
당연하다는 듯, 세 배나 오른 가격에 기가 찼다.
선택하라는 거구나.
나와 김금 중에서.
내 목과, 김금의 발 중에서 뭐가 더 중요하냐 이거지.
성대 결절은 언제 나을지 알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한번 발생하면 1년 정도는 활동이 불가능할 거다.
그뿐만이 아니다.
성대 결절이 오면, 설령 낫는다 해도 전의 목소리로 돌아갈 거란 보장이 없었다.
자칫하면 내 유일한 무기인 목소리를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데뷔 1년 차인 멤버들에게도 엄청난 민폐였다.
신인상은 당연히 받을 수 없을 테니 내게 주어진 미션도 실패일 수밖에 없었다.
엄마를 되살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거라는 말이다.
반면에 김금의 발은.
2주만 쉬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심각한 화상인지는 모르겠지만, 매니저가 말하는 것을 들어 보면 그렇게 심각한 것 같진 않다.
그러니까.
당연히-
김금이지.
그걸 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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