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08)
“우와, 진짜 기절할 것 같아요.”
연주홍이 숙소 소파에 몸을 던지며 말했다.
나도 동의한다.
정말 지금은 기절할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정신없는 천국 같았던 팬 사인회가 끝났다.
“보라 봐. 오늘 동물 머리띠만 한 스무 개는 받았을 것 같아.”
“그것도 다 다른 동물들로.”
“금 언니 나타났을 때 팬분들 우셨잖아요. 저도 근데 사실 눈물 참느라 죽는 줄.”
“…사실 나도 조금 찔끔했어.”
서백영 너마저?
하긴 나도 오늘은 조금, 가슴이 몽글몽글했다.
팬들과 실제로 대화를 나눈 건 처음이라.
“사실 저희 쇼케 때 뵐 수 있었는데. 일정 급하게 당기느라 온라인으로만 진행했잖아요.”
“그니까. 다들 그때 너무 아쉬워하셨었지.”
“저희도 엄청 아쉬웠었으니까.”
“그래서 오늘 너무 좋았어.”
오늘 김금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는데도 휠체어를 타고 팬 사인회 현장에 나타났다.
어마어마한 환호도 받았지만, 동시에 어마어마한 걱정도 받았다.
오죽하면 SNS 실시간 인기 트렌드에 #김금_제발_좀_쉬어, #김금_부상투혼_팬싸, #청리다_제발_말려봐 이런 것들이 뜰 정도였다.
죄송합니다.
저도 최대한 말려 봤지만, 그 고집을 누가 꺾겠습니까….
“그나저나. 저희 드디어 내일 음방이네요!”
연주홍이 무릎을 후드 티 안에 넣고 뒹굴거리며 말했다.
저러니까 진짜 말 안 듣는 병아리 같다.
“2주 차니까… 이번 주부터는 번애쉬 선배님들도 음방 나오시죠?!”
“응.”
“아까 번애쉬 선배님들 음원 순위 보니까 살벌하던데. 저희 타이틀 ‘파란’이 1위, 번애쉬 선배님들 ‘BURY ME’가 2위더라고요. 그 외에 번애쉬 선배님들 수록곡이 3, 5위. 저희 수록곡이 4, 7위….”
김금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안감을 표했다.
나는 조용히 김금의 입에 오징어 다리를 물려 주었다.
김금 손톱 그만 물어뜯게 하려고 어느 순간부터 오징어 다리를 들고 다니게 되었다.
“냠.”
“손톱 한 번만 더 물어뜯으면 오징어 다리 말고 채소 물려 준다.”
“…잘못했슴다.”
“난 우리가 아직도 1위를 지키는 게 더 놀라워.”
서백영이 음원 사이트를 보며 말했다.
그래.
나도 그건 정말 놀랍다.
“번애쉬 선배님들 오늘 초동 2일 차던데, 성적 보셨어요?! 저희 일주일간 38만 장이었는데 번애쉬 선배님들은 첫날 이미 70만 장 뚫었어요.”
“우와.”
“밀리언 셀러는 당연한 거고 초동 기록을 얼마로 세우냐의 문제던데. 이미 어제 70만 장 훨씬 넘었으니까…. 100만 장은 조만간일 듯.”
음원은 우리가 미세하게 앞섰고.
음반은 비교도 안 된다.
한마디로, 이번 주에 1위를 하지 못하면 다음 주에는 기회가 없을 거라는 뜻이다.
“우리도 언젠간 그런 날이 올까요?! 앨범 100만 장 파는 날?!”
“…열심히 하면… 언젠간….”
“사실 근데 난 그런 욕심은 별로 없어.”
그때, 류보라가 조용히 말을 얹었다.
“허거거걱. 진짜요?!”
“응.”
“왜요?! 모든 아이돌들의 꿈 아니에요? 밀리언 셀러 아이돌?”
“내 꿈은 그런 거 아닌데.”
“그럼? 뭔데?”
김금도 어지간히 궁금했는지 먹던 오징어 다리도 집어던지고 류보라 옆에 붙었다.
“냄새 나. 비켜.”
“뭔지 말해 주면 비켜 줌.”
“내가 비키면 되지.”
류보라는 그렇게 말하고 수건을 집어 들었다.
“나 먼저 씻어요.”
“치사하다, 류보라! 언젠간 기어코 내가 너의 실체를 우리 팬분들께-”
“맞다!”
팬분들이라는 말에, 내 머릿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보라 너, 잠깐 씻지 말아 봐.”
“왜요.”
“우리 음방 들어가기 전에 진짜 중요한 게 있어.”
“중요한 거?”
“오우. 뭐예요?”
“뭔데요.”
류보라마저도 멈춘 채로 내게 물었다.
“우리 팬덤 이름 정해야 해…! 만약 1위 하면 팬분들한테 뭐라고 할 거야…! 그냥 사랑하는 우리 팬분들… 이러면 뭔가 삭막하잖아…!”
“!”
내 말에, 모두가 입을 떡 벌렸다.
“한 번도 1위를 안 해 봐서 그런 생각을 못 해 봤어요!”
“저도…. 저도 살면서 1위라는 것을 해 본 적이….”
“그러니까 1위를 해 본 경력직 청이가 생각해 낸 거네.”
“맞네 맞네.”
정말 이 녀석들 앞에선 뭔 얘기를 못 하겠다.
“그럼 우리 케이앱 켜서 팬분들께 여쭤볼까요?!”
***
★
오늘 팬싸 레게노였음 불태운 내 nnn만원 전혀 아깝지 않앗슴메
└나도 팬싸 한 번만 가보고 싶으뮤ㅠㅠㅠㅠㅠ팬싸컷 공유좀 해됴..
블덕은 SNS에 핸드폰으로 찍은 윤청의 팬싸 사진을 쭉 풀었다.
그리고 타임라인을 쭉 훑어보았다.
오늘 팬 사인회는.
정말 레전드였기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스틸블루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팬 서비스였다….’
★
우리 소동물들 진짜 감동인게ㅠㅠ 컬발롬들이 팬싸템 금지시켰는데 괜찮다고 그냥 자기들이 써줌 이런 아이돌 어딧써
#연주홍 레게노인게 혹시나 팬들이 공지 때매 팬싸템 깜빡하고 안갖고 왓을가바 자기가 다 바리바리 챙겨왓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ㅠㅠㅠㅠㅠㅠ미친 사랑둥이야ㅠㅠㅠㅠ 우리가 목숨을 깜빡할 순 잇어도 팬싸템을 깜빡하진 않는다…
서빽 팬싸템이 뭔지 몰라서 그냥 한 번에 하나만 쓰면 되는 걸 계속 탑을 쌓아서 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씹머글미… 존커
우리 윤블에게 오늘 찐공군 모자 팬싸템으로 씌우신 분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절 받으십쇼 남친 모자라는 썰이 잇던뎈ㅋㅋㅋ
그리고 금김에게 호랑이 귀랑 호랑이 손 주신 분도… 오래 사십쇼
류펍 엔젤링 씌워놨더니 금김이 그거 찍음ㅋㅋㅋㅋㅋ두고두고 놀려주겟다곸ㅋㅋㅋㅋㅋㅋㅋ 동갑즈 케미 너무 좋고
코랄버드 코랄고글 누가 준비하셧는진 모르겟지만 대대손손 부귀영화만 있으세요
류펖고영 공쥬 아닐리없어 쥬X 왕관이 이럿케 잘 어울린닥오?
그렇게 행복을 만끽하는 순간.
띠링!
K [StillBlue(스틸블루)│라이브 시작]
K [우리 팬덤명 같이 지어요!! >_[]
케이앱의 라이브 방송 알림이었다.
‘미친.’
하루에 팬싸와 라방을 같이 하는 아이돌이 있다?
그게 저희 애들입니다.
[주홍: 안녕하세요!!!] [백영: 안녕하세요! 보고 싶어서 또 왔어요!] [보라: 오늘 만나서 다들 너무 좋았죠. 아쉬워서 또 왔어요, 저희!] [금: 언눙 와, 다들. 언눙 와. 나 기다리고 있어.] [청: 오늘~ 다 같이 우리 팬분들 이름 정해 보려구요! 우리 내일… 음방 들어가기 전에 정하고 가면 좋을 것 같아서!]미친
호호호호혹시 내일 1위 소감 말할 때 우리 이름 불러주려고…?
내 심장…
English plz
뒤에 귀신 있는 것 같아요
언니 저 내일 시험인데ㅠㅠㅠ한 번만 화이팅 말씀해주시면 안돼요?
아 좀만 일찍오지ㅠㅠ 나낼 출근인데 어케 자
갹 나 팬덤명 기다렷오 얘들아ㅠㅠㅠㅠㅠㅠ
주홍아 웅늬 한 번만 해주면 안돼!?
청아ㅠㅠㅠㅠㅠㅠㅠㅠ‘bury me’ 한 번만 불러줘!
아니, 여기서 번애쉬 신곡을 왜 찾아.
그리고 애들이 이렇게 힘든데도 와 준 게 고마운 거지 왜 이제 왔냐고 하는 놈은 뭐야?
블덕은 무례하기 짝이 없는 케이앱 채팅 댓글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청: 하핫. 다들 저희 많이 기다리셨죠. 미안해요, 늦게 와서. 대신에 여러분 이름만 후딱 정하고 빠르게 재워 드릴게요.] [백영: 낼 또 올게요.] [주홍: 마쟈마쟝.]하….
얘들아… 너희는 천사니?
블덕은 댓글로 분노한 마음을 스틸블루로 잠재웠다.
[청: 그럼 우리 팬덤 명은~ 뭘로 할까요~?]***
“스틸블루, 5분 전입니다, 스탠바이하실게요.”
“넵!”
방송에 나갈 무대 영상은, 이미 사전 녹화로 촬영을 다 마친 상태였다.
이제 남은 건 본 방송 무대였다.
이게 끝나면, 1위를 발표한다.
사전 녹화 무대만 다섯 번을 한 상태라, 모두들 지쳐 있는 상태였다.
개인 직캠에다가 몇몇 파트는 개별적으로 몇 번 더 딸 정도였으니, 모든 멤버들이 진이 빠질 만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지친 기색 하나 없이 밝게 웃고 있었다.
“후하후하.”
“다들 긴장하지 마시고. 나는 우리 멤버들 믿어요. 다들 잘할 거라는 거.”
“…긴장하지 말라는 거 맞아요, 청청?”
“곧 있으면 1위 발표인 거 아시죠? 다들 가 봅시다.”
내 말에, 멤버들의 눈이 핑핑 돌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누가 저 청심환 좀 주세요!!”
“…저 잠깐 화장실 좀.”
“왜왜?”
“토할 것 같….”
“안 돼, 보라야! 무대 내려오고 토해!”
“…예에.”
2주 차.
수요일.
첫 번째 음악 방송, [뮤직큐큐>.
“자. 가기 전에 구호 한번 외치고 가겠습니다!”
내 말에, 멤버들이 전부 모여서 머리를 맞댄다.
“가자가자가자 스블스블스블!”
…내가 만든 거 아니다.
늙은이 티 난다고 하면 슬퍼.
김금이 만든 거다.
“큐 하겠습니다!”
“넵!”
정신없이 올라간 무대.
모든 감각이 생생하다.
멤버들이 조명 왜 이렇게 뜨겁냐고 하는 게 느껴지고.
귀에 꽂은 인이어가 무색할 정도로 함성 소리만 들린다.
우리가 직접 디자인한 망원경 모양의 응원봉과, 색색의 슬로건이 보이는 순간.
Why are you so Blue
너도 나처럼 창백해 보여
Pale, Fail Blue Blue
보라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오늘부턴 다를 거야
이제부터 내 파트다.
마이크에 입을 맞대며 눈을 깜빡하고.
또.
뜬 순간.
“이제 1위를 발표하겠습니다!”
무대가 이미 끝나 있다.
언제 끝난 건지 알 수도 없다.
멤버들은 모두 내 손을 꽉 잡고 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하고 의문을 품을 새도 없이, 멤버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유난히 손을 크게 떠는 서백영.
덤덤한 척 카메라를 노려보고 있지만 누구보다 긴장한 류보라.
쿨한 척하고 있지만 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 김금.
아예 눈도 못 뜨고 언니들한테 기댄 막내, 연주홍.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있는 나와,
우리 앞에 있는 [에버블루>.
우리의 팬들.
“12월 1주 차, 뮤직~ 큐큐! 오늘의-”
내가 지금 무슨 표정을 짓고 있지?
웃고 있어야 하는데.
팬들이 보고 있는데.
아마 멤버들 다 우느라 아무 말도 못 할 텐데.
당연히 리더인 내가 소감을 말해야 하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자.
1위를 못 하더라도 절대로 실망한 티를 내선 안 된다.
정말 기쁜 마음으로 상대방을 축하해야 한다.
왜냐하면, 알고 있으니까.
상대방이 1위를 하기 위해서 얼마나…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고 있으니까.
나는 별로 안 힘들었다.
나보다 멤버들이 훨씬 힘들었을 거다.
난 뭐, 많이 해 봤지만, 얘네는 처음이었을 테니까. 정말 힘들었을 거다.
나는 괜찮았다.
그럭저럭 할 만했던 것 같다.
난 괜찮아.
할 만했어. 정말로.
이렇게 빡센 스케줄도, 연습도, 작곡도, 다 한두 번 해 본 것도 아닌데.
이번엔 혼자도 아니고 다 같이 해서, 뭐. 정말 견딜 만했는데.
“1위는, 스틸블루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자꾸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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