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46)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는 은행 광고를 찍고 왔다.
은행 홍보 대사라니. 사실 인지도도 인지도지만, 보수적인 업계인 만큼 신뢰도가 높은 모델을 기용하는 게 은행권인데.
젊은 층을 노리고 공격적으로 모델을 선정하려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전생에서는 인라이븐이 이 자리를 차지했으니까.
그런데 이번 생에서는 우리가 이 광고를 찍네.
아마도 이번 [낙화>가 중장년층들에게도 큰 반응을 이끌어서 가능했던 일 같다.
젊은 층을 노렸다곤 하지만, 중장년층에게도 이미지가 좋은 아이돌이면 더욱 플러스일 테니까.
목소리가 아주 깊이감이 있어서 좋습니다^^ 서나윤님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 잘 들었네요
추억에 젖을 수 있는 노래였어요ㅎㅎ 우리 딸과 함께 들을 수 있는 노래가 생겨 좋네요
감사한 반응들이 많아서 나도 더욱 즐거워졌다.
이런 맛에 노래 부르지, 싶었다.
어디 보자, 다음 일정은 차기 앨범 녹음이네.
차에 올라타서 멤버들의 안색을 살피는데, 다들 매우 긴장한 게 보였다.
녹음 시간만 되면 이렇다.
왜냐고?
“님들 오늘 각오하셈.”
김금이 이러거든….
“대체 왜 맨날 각오하라 하는 거예요?! 그냥 즐겁게 녹음하면 안 돼요?!”
“잘하면 즐거울 것이요, 못하면 고통스러울 것이니.”
연주홍이 ‘미친 사람이야’, 하고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타이틀 정해져서 그래도 속이 시원해요.”
“청청 이번 노래도 너무나 대박적인 것.”
김금이 불타오르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다음번엔 기필코 제가 타이틀로 뽑힐 겁니다…!”
“너 노래도 더블 타이틀로 뽑혔잖아.”
“그래도 메인은 아니니까요! 메인으로 뽑히는 그날까지 정진해야죠.”
멋있는데 왜 이렇게 무섭지….
나는 김금의 머리에서 헤드폰을 빼냈다.
“가는 동안엔 귀 좀 쉬어라.”
“안 돼요. 이따 여러분들한테 피드백해 주려면 지금부터….”
“어차피 밤샐 각인데 지금부터 무리해서 뭐 해.”
“오키.”
밤샐 각이라는 말에 김금은 씩 미소를 지었지만.
다른 멤버들은 사색이 되었다.
미안하다…. 나도 어쩔 수 없다….
“청청. 제가 보낸 메일 확인했어요?!”
“지금 볼게.”
나는 태블릿 PC를 꺼내서 연주홍이 보낸 메일을 확인했다.
“오. 컨셉 레퍼런스 다 나왔네.”
“네! 어때요?!”
나는 연주홍이 보낸 자료를 하나하나 확인해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괜찮아. 아이디어도 우리가 상의했던 그대로고. 팬분들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
“요즘 대세는, 앨범에 단순히 노래만 담는 게 아니라, 그 이상의 것들을 담아야 하잖아요.”
맞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도 이번 앨범의 부록이나 다양한 요소에 집중했다.
그러다가 연주홍이 어떤 아이디어를 냈고, 모두가 바로 찬성했다.
그 뒤로는 아예 연주홍이 이번 앨범 공동 아트 디렉터가 되어서, 앨범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팬분들이 이걸 받고 즐겁게 갖고 놀 수 있는 그런 앨범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연주홍은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싱글인 건 좀 아깝지만요!”
“그래도 인트로, 타이틀, 더블 타이틀…. 세 곡은 들어가니까. 다음 앨범은 정규였으면 좋겠다.”
전 앨범과 텀이 그렇게 길지 않은 만큼, 우리도 재정비의 시간이 필요했다.
나도 나지만, 작곡을 같이 하는 김금의 체력 안배도 필요했고.
다음 앨범을 위한 노래도 만들어야 하니까.
나는 연주홍이 만든 이번 앨범의 부록을 보고 웃어 버렸다.
정말 연주홍다운 걸 만들어 왔네.
“이런 건 어떻게 알았어? 우리 세대에서 쓰는 건 아니잖아.”
“요즘 레트로가 유행이잖아요. 열심히 찾아보다가 지쳐서 잠들었는데. 꿈을 꿨어요.”
“꿈?”
“저 어렸을 때 엄마랑 같이 놀았던 꿈이었거든요.”
아.
귀엽네.
나는 기대 가득한 눈으로 날 보는 연주홍에게 칭찬의 사탕을 주었다.
“잘했어.”
“제가 애예요?! 사탕을 주게?!”
“…음….”
애는 맞잖…아.
나는 그렇게 말하려다 슥 시선을 회피했다.
“맞다. 요즘 팬분들이 우리 회사 엄청 싫어하시던데. 청청, 봤어요?!”
그때, 연주홍이 뒷자리에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아. 나도 봤어. 시즌 그리팅 배송이 늦어져서 그렇다고.”
“세상 어느 회사가 시즌 그리팅을 2월에 배송해 주죠?”
김금이 옆에서 고개를 내저었다.
“그거 우리가 되게 열심히 컨셉 생각해 내고 한 건데.”
“맞아.”
“지금 회사가 좀 정신없어서 그런가 보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홍 사장이 회사를 장악하는 데에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모양이었다.
모먼트 쪽 첩자를 찾아내는 것도 꽤 난항을 겪는 것 같았고.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하니 스틸블루 담당 인원들도 이래저래 정신이 없는 듯했다.
“내가 한번 확인해 볼게.”
“거기에 우리 다음 앨범 단서도 있는데. 사장님께 꼭 좀 어케어케.”
“오키오키.”
잠깐.
다들 내가 홍 사장과 연락하는 건 언제 안 거야.
문득 놀라 멤버들을 보는데 다들 씩 웃고 있었다.
…나에 대해 모르는 게 없구만.
비밀스럽게 살아야겠다.
***
여기 한 사람이 있다.
그녀는 스틸블루에 입덕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남들 다 입덕한 메뉴컬 때도 아니고, [파란> 때도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덕통사고를 당한 때는 바로, [낙화> 때였다.
원래 입덕은 교통사고와도 같다고 했던가.
아무 생각 없이 오튜브가 추천해 준 알고리즘대로 영상을 보던 어느 날, [낙화>의 무대 영상을 보았고.
그대로 입덕했다.
그러나 완전히 입덕한 것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세뇌하곤 했다.
나는 윤청만 좋아하는 거다, 나는 윤청만 좋아하는 거야… 하며 되뇌었다.
하지만 굳센 의지와 상관없이 몸은 이미 컬러즈 스토어에 와 있는 상태였다.
정신 차려 보니까 여기였다.
컬러즈 스토어가 뭐냐고?
컬러즈의 모든 굿즈를 파는 곳이다.
새벽 3시, 이 앞에서 줄을 선 이유가 뭐냐고?
작년에 입덕하지 않은 죄로 사지 못한 시즌 그리팅을 구매하기 위해서이다.
(*시즌 그리팅이란: 매해 말 연예인들이 발매하는 새해맞이 기념 굿즈 모음을 뜻한다.)
보통 시즌 그리팅은 연말, 혹은 연초에 배송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제작 과정에서 뭐가 꼬인 것인지, 스틸블루의 시즌 그리팅은 컬러즈 내 다른 아이돌들보다도 배송 일정이 한참 밀려 버렸다.
컬러즈 측에서는 시즌 그리팅을 늦게 배송한 대신, 추가적으로 생산해 오프라인에 풀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이게 그 결과이다.
새벽 3시부터 줄 서 있는 스틸블루 덕후들.
그러나 여기 있는 모두가 싱글벙글이었다.
그녀는 지금 이 현상이 이해가 안 됐다.
‘뒤지게 추운데 대체 왜 다들 싱글벙글…?!’
지금은 2월.
이 상태로 새벽에 서 있으라는 건 너무 가혹한 처사 아닌가?
…물론 내가 선택해서 온 거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즌 그리팅의 후기를 봤는데, 거기에 들어 있는 윤청의 포토 카드가 너무 어마어마했다.
무려… 무려… [낙화> 무대 당일 찍은 포토 카드!
그녀가 처음 윤청에게 입덕한 무대이니만큼, 그것만큼은 꼭 갖고 싶었다.
누군가는 이 덕후에게 ‘님 너무 개인팬인 거 아님?!’이라고 말했지만, 덕후는 그런 거 따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는 개인팬이긴 하지만, 다른 멤버들을 싫어하는 악개까지는 아니다.
오히려 다른 멤버들도 좋아하는 ‘올팬’에 가깝다.
다만… 윤청을 그저 원 앤 온리로 너무나 좋아했을 뿐.
그때, 뒤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몇 시에 연대?”
“오늘만 1시간 일찍 열어서 8시에 연대.”
“그나마 다행이다, 진심.”
“컬발롬들…. 착한 나쁜 놈들….”
진짜 그게 맞다.
굿즈 풀어 주는 건 고마워…. 하지만… 수량 얼마 안 되는 건 개빡쳐…. 하지만 그래도 인터넷 느려 터진 나 같은 덕후를 위해 오프라인에 풀어 줘서 고마워…. 그러나 수량을…! 이놈들아…!
미리미리 많이 좀 만들란 말이다!
그러면 선량한 덕후들이 꼭두새벽부터 줄을 설 이유가 없지 않은가.
“컬러즈도 놀란 것 같더라. 우리 화력 너무 세서.”
“설마 이걸 품절시키겠어? 응, 3초 컷.”
“같은 오따꾸인 나도 놀라긴 함. 에버블루를 얕보지 마라….”
“신인 시즌 그리팅이 제일 후한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다들 목숨 걸고 사는 거지.”
“그게 맞다.”
“한정판 아닌 게 어디야. 온고잉이라 1년 내내 살 수 있게는 해 둠. 3월 이후부터는 낱개로 사게도 해 준대서 컬발롬들이 대체 웬일이지… 했잖아.”
“하지만 시즌 그리팅을 3월에 받으면…! 덕후의 자존심이 용납할 수 없어.”
“그것도 맞다.”
“애들이 이번 굿즈에 다이어리 넣어 달라고 했대. 이건 우리보고 덕질 다이어리 써 달라는 거 아닌가?!”
“초등학교 때도 알차게 빼먹었던 일기를 지금 쓰게 생겼네.”
맞는 말 대잔치에, 이 덕후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앗.
강한 내적 친밀감에 그만 실수를….
그렇게 다른 동지들의 대화를 엿들으며 시간을 보냈고.
어느덧 8시가 되었다.
컬러즈 스토어 문이 활짝 열렸고.
덕후들은 질서정연하게 한 명씩 시즌 그리팅을 결제했다.
그리고 이 덕후도 마찬가지였다.
이 덕후는 소중한 시즌 그리팅 박스를 안고선, 집에 돌아왔다.
이 기념비적인 굿즈를 나 혼자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카메라까지 구비해서 구도까지 잘 잡고.
언박싱 시작!
‘오, 이게 멤버들이 말한 그 다이어리구나.’
하늘색 레트로한 느낌의 다이어리는 정말 귀여웠다.
중간중간 멤버들이 자신의 생일 칸에 ‘나 생일이야!’라고 직접 써 놓은 것도 너무 귀여웠다.
그리고 다음은 포토 카드 개봉식.
일단… 윤청의 포토 카드 세 장.
[낙화> 컨셉 하나, 사복 컨셉 하나, 그리고 마지막은 시즌 그리팅 컨셉 하나.다 너무 예뻤다.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구성에 덕후는 싱글벙글했다.
이제, 다른 멤버들 차례.
뭘 먼저 볼까 하던 중, 그녀의 시선을 끄는 카드가 있었다.
연주홍의 포토 카드 세트였다.
이 덕후에게 연주홍이란 어떤 멤버인가?
귀엽고 윤청과 친한 막내.
딱 그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난히 운명처럼 그 카드가 보였다.
‘뭐지?’
이 덕후는 카드를 집어 든 순간.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이 덕후의 정체성은 홍 덕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