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47)
오늘은 쉬는 날이었지만, 또 동시에 쉴 수 없는 날이기도 했다.
곧 있으면 [디어 마이 디바> 녹화 날이었다.
준결승전은 얼마 전에 치렀고, 다행히도 적당한 표 차이로 이겼다.
무난한 곡으로 이겼기에, 크게 논란거리도 없었다.
이제 남은 건 결승전이었다.
나는 미리 받은 대진표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승전 진출자는 총 세 명.
나, 다흰, 그리고 다른 걸그룹의 메인 보컬.
같은 프로그램을 한 이상 피하지 못할 거란 건 알았지만.
막상 다흰과 붙어야 한다고 하니까 피로감이 몰려왔다.
오늘은 아마도 정면으로 대결하는 만큼, 비교 글이 제법 올라올 거다.
이런 식으로 경쟁 구도가 생기는 건 피곤하지만,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둘 다 윈윈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결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나는 곡을 선택하기 위해 다흰과 조용히 만났다.
“그래서, 우리가 완전히 다른 컨셉으로 가야 한다는 거야.”
“아, 그렇군요!”
이런 내 생각을 다흰에게 설명해 주었더니, 다행히도 다흰은 바로 납득해 주었다.
“너희 소속사는 어때? 네 생각을 좀 존중해 주는 편인가?”
“아뇨!”
…그렇게 명랑하게 아니라고 하지 마….
“그러면 이미 곡도 정해져 있어?”
저쪽이 곡을 바꿀 수 없는 설정이라면, 내 쪽에서 바꾸는 게 낫겠지.
“네. 이 노래입니다…!”
나는 다흰이 건넨 노래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굉장히 정석적인 발라드구나.”
“감수성을 자극하자는 게 회사 측 의견이었어요. 이런 노래는 언제나 필승이라고….”
“대체로 그런 편이긴 하지.”
나였어도 비슷한 전략을 썼을 거다.
다흰이 부를 노래는 굉장히 슬픈 발라드 노래였다.
노래란 감정을 움직이기만 해도 이미 9할의 몫은 해낸 것이니까.
“선배님은 이 노래와 다른 느낌으로 가시겠다는 거죠…?!”
“응. 그래야 좀 비교가 덜되지 않을까 해서. 완전히 피해 갈 순 없겠지만.”
“죄송해요… 저 때문에….”
“너 때문이 아니야. 모먼트 때문이지.”
나는 곡을 고르는 것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회사는 어떻지? 다음 앨범 일정은 좀 나왔어?”
“아, 네! 그건 대략적이긴 하지만 나왔어요. 8월 발매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직 말씀은 안 주셨지만, 전생에서처럼 미니 앨범으로 나올 거 같아요.”
“….”
“호, 혹시 선배님도…?!”
한숨이 절로 나오는군.
“우리도 8월에 나오는데.”
“헉.”
다흰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러면 제, 제가 미약하지만 의견을 내보겠습니다…! 7월은 어떻겠냐고…!”
“씨알도 안 먹힐걸.”
애초에 우리를 겨냥해 일정을 잡은 걸 테니까.
역바이럴로 대결 구도 잡은 후, 사재기로 성적을 미친 듯이 끌어 올린다.
그렇게 끌어 올린 성적으로 라이벌을 이겼다고 언플해서 우리에게는 ‘졌다’는 이미지를, 본인들에게는 ‘이겼다’는 이미지를 남기겠지.
지금 가장 잘나가는 아이돌은 스틸블루가 아니라, 인라이븐이라고.
여자 아이돌 팬덤은 코어가 비교적 적기 때문에,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했다.
단순히 앨범 판매량만으로 수익을 올리는 게 아니라, 행사나 광고 등 ‘대중’들로부터 주어지는 수익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남자 아이돌들은 ‘팬’들로부터 오는 수익이 크겠지만.
여자 아이돌들은 ‘대중’들의 선택에서 이어지는 수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렇기에 여자 아이돌에게 대중적 인지도란 매우 중요했다.
‘가장 뜨거운 신인’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이득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대로 가다간 전생에서의 일이 반복되기만 할 거예요…. 그, 그것만큼은….”
“….”
원래 대중들은 지는 쪽의 편을 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기는 쪽의 편을 들어 주는 것을 좋아하지.
비록 그 승리가 가짜라고 해도.
다윗과 골리앗?
그런 건 어마어마한 서사가 뒷받침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일개 걸그룹의 서사를 보고 싶어 할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팬들 외에는 누구도 우리 편을 들고 싶어 하지 않을걸.
오히려 우리에게 돌팔매질을 하면 했지.
팬들에게 그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다.
그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는 이미 메뉴컬 때 겪었으니까.
그렇게 힘든 과정을 겪으면 결국 팬들도 지치기 마련이다.
모먼트도 그걸 알고 이쪽을 파고드는 걸 거고.
지금 가장 반응이 좋은 신인은 우리니까.
만약 사재기라는 요소가 없었다면, 우리도 정면으로 맞붙는 것을 두려워하진 않았을 것이다.
실력으로 이기면 된다 생각했고, 자신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재기를 이길 방법은 압도적인 인기나 같은 사재기뿐이다.
아무리 우리가 성적을 끌어 올려도 저쪽에서 더 거대한 사재기를 해내면 끝.
사실상 이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음원이든, 음반이든.
전생에선 모먼트의 사재기 행각이 밝혀지기까지 무려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은 1년도 안 된다.
무조건 바로 밝혀내야 한다.
사재기는 증명할 방법이 많지 않다.
특히나 ‘외부’에서는.
하지만 ‘내부’에서는 어떨까?
내부에서… 사재기에 대한 증거를 잡는다면?
나는 다흰을 보았다.
“다흰. 정말로 모먼트의 사재기를 막아 내고 싶어?”
***
띠링!
김 대리는 컬러즈 아이돌 전용 어플, [컬러풀>에서 온 알림을 보았다.
뭐지?
애들 뭐 행사라도 하나.
하고 무심결에 본 알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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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Blue│Come BACK! [Paper Dol> 트랙 리스트 & 스포일러♥
“!!!!!”
퇴근길 버스 안.
김 대리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드디어 차기 앨범 떡밥이 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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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Blue 1st single : Paper Dol
[Track 1. Paper Dol]작곡: 윤청
작사: 류보라, 연주홍, 윤청, 김금, 서백영
작곡: 김금
작사: 류보라, 김금, 윤청
두 개의 트랙리스트만 떴는데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나저나 이번 앨범도 멤버들 작곡 작사…!
너무 좋다!
더불어, 컬러즈 측 기사를 보아 하니 두 노래가 더블 타이틀곡인 것 같았다.
하나의 앨범으로 두 번 활동?
두 배가 아니라 2억 배 좋아.
그것만이 아니었다.
앱 내의 스틸블루 탭에 들어가자.
스포일러 페이지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김 대리는 버스 안에서 환호의 댄스를 참느라 죽는 줄 알았다.
ㅁㅊ 님들 스포 페이지 봄?
돌앗다;
와 타이틀 컨셉 뭔지 상상도 안가요ㅠㅠ 스포일러 더줘 더줘
잠만 님들 시즌그리팅 다이어리 함 봐봐요; 애들 스포일러 페이지랑 뭔가 비슷한데
└헐 맞는듯;; 표지랑 속지가 페이지들이랑 똑같음
그랬다.
스포일러 페이지의 첫 번째 페이지는 다이어리 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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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다이어리 표지 상단에는 하트 모양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사이로 스틸블루 다섯 명의 사진이 보였다.
지난 [파란> 앨범의 5인 컨셉 포토였다.
표지 하단에는 작은 낙서로, ‘건드리면 혼남’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외에도 스틸블루와 관련된 스티커가 빼곡하게 붙여져 있는 게, 누가 봐도 에버블루의 일기장이었다.
그리고 다이어리의 똑딱이 부분에는, 눌러 보라는 듯 화살표가 깜빡이고 있었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김 대리는 다이어리의 똑딱이 부분을 눌렀다.
그 순간 다이어리가 열리고.
그 안에 있는 속지와 일기장이 드러났다.
날짜를 보니, 작년 스틸블루가 데뷔했던 11월이었다.
다이어리 속지의 칸에는 빼곡하게 스틸블루와의 추억들이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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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오늘은 우리 애들 티저 뜬날 ㅠㅠ 컨셉 너무 좋아
처음 스틸블루의 티저가 뜬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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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쇼케이스! 애들 첫 무대라 떨릴 텐데도 하나도 안 떨고 너무 잘했다♥
스틸블루의 쇼케이스 날, 첫 음악 방송 출연 날짜들까지.
전부 팬들의 마음을 그대로 눌러 담은 듯한 다이어리였다.
해당 날짜의 칸을 누르면, 그날에 찍은 스틸블루의 사진들이 나왔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진들인 걸 보니, 비하인드 포토 같았다.
‘미친… 진짜 풍족하다….’
이렇게 떡밥을 뿌려 준다고?
그게 다가 아니었다.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또 한 번 눌러 보라는 화살표가 떴다.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 같았다.
김 대리는 빠르게 화살표를 눌렀다.
그러자.
12월의 다이어리가 떴다.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글씨체부터가 뭔가 중구난방이었다.
설마 이거…?
문득 아까 표지에서 보았던 문구가 떠올랐다.
‘에버블루 & 스틸블루의 교환 일기’.
설마 11월은 에버블루의 일기, 12월은 스틸블루의 일기…?!
김 대리가 글씨가 써 있는 칸을 누르자, 영상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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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
오늘은 보라보라데이! 보라가 우리 사진을 예쁘게 찍어 주었다.
그런데 우리는 보라 사진을 짱 못 찍어 줬다…. 보라가 혼냈다! 보라가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다.
다섯 명이서 함께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부는 영상.
류보라가 멤버들을 꼭 껴안는 영상.
김금이 류보라의 얼굴에 케이크의 생크림을 슥 묻혀 버리고, 둘이 투닥투닥 싸우는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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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오늘은 1년의 마지막 날! 에버블루와 함께 새해 카운트다운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3.3
숙소 와서 또 한 번 파티까지 했다! 우리는 에버블루랑 영원히 함께해 달라고 빌었는데 에버블루는 뭘 기도했을까나~?
다섯 명끼리 숙소에서 폭죽을 터트리고 까르르, 웃는 영상.
불을 끈 뒤 다 같이 이불을 뒤집어쓴 다음, 손을 꼭 모아 내년 소원을 비는 모습까지.
전부 다이어리에 담겨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날짜에 영상이 하나씩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영상이 끝날 때쯤, 김 대리는 또다시 오른쪽 모퉁이에 나타난 화살표를 보았다.
‘또 있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화살표를 누르자.
여러 장의 스티커들이 떴다.
‘이건…?’
그 스티커들은 모두 페이퍼 돌, 즉 종이 인형의 의상과 소품들이었다.
‘이거 거의 우리 엄마 시절 때 쓰던 그건데…!’
종이 인형이란.
말 그대로 종이로 만들어진 인형이다.
인형과 인형의 옷을 오린 후, 인형에게 옷을 입혀 줄 수 있는 장난감이었다.
‘이게 다음 컨셉이구나…!’
스티커를 누르자, 마지막 스포일러가 떴다.
COLORFUL
올 한 해도 같이 일기를 써 줘
나는 너의 Paper 속에 살아 있을 거야
I’m StillBlue
I’m your Paper Dol
I’m Alive 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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