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152)
“야. 너 넣어 주는 거 겁나 힘들었다, 진짜.”
SWC 방송국 로비에 있는 카페.
프리즘 홈마는 SWC에서 일하는 친구와 얘기 중이었다.
“왜? 저번엔 그런 말 없었잖아.”
결승전이라 신청자가 더 많아서 그랬나?
“아니. 이미 명단 거의 대부분 정해졌다고 하더라고. 오늘 너 오게 해 준 것도, 원래 들어가기로 한 사람 하나가 아파서 못 온다고 해서 간신히 넣어 준 거야.”
“엥. 이미 대부분 정해져 있었다고?”
“뭐, 그렇다나 봐.”
프리즘 홈마의 친구는 약간 찝찝한 표정이었다.
덩달아 프리즘 홈마도 함께 찝찝해졌다.
“보통 그게 일반적인 일이야?”
프리즘 홈마 친구는 주변을 휘휘, 살펴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원랜 아니지. 내가 일부러 일찍 말한 건데도 그런 거니까.”
“그럼 왜 그런 건데?”
“몰라. 근데 디마디 PD가 원래도 그렇게 소문이 좋은 편은 아니거든?”
“그래? 어떤 쪽으로?”
“몰라. 아무튼… 내가 널 넣어 주기가 매우 힘들었다는 말씀. 오키?”
프리즘 홈마는 불안해졌다.
이거 설마 우리 애한테 불이익이라도 가는 건 아니겠지.
“오키….”
“우리 엄마도 여기 오고 싶다고 했는데 내가 거절하고 너 넣어 준 거야. 인마.”
어, 어머님이 이거를?
프리즘 홈마는 당황했다.
“어머님은 왜 이걸…?”
“몰라. 엄마도 너네 애 [낙화> 좋으셨대. 친구가 먼저 부탁해서 안 될 것 같다 했더니 나 불효녀 됐음.”
“오우.”
우리 애가 그 정도였다고?
은근히 중장년층에게 반응이 좋았다는 건 알았지만.
현실에서 그걸 체감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리 청이 슈퍼대스타 되어라…!
“소고기 사라, 나중에. 나 이제 들어가 봐야 해. 너도 이제 줄 서러 가.”
“어어. 고마워.”
청아….
괜찮은 거지?
프리즘 홈마는 불안감 때문에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입장 줄을 섰다.
***
“와, 정말 엄청난 무대였습니다. 데뷔 한 달 차의 신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는데요. 인라이븐 다흰 씨의 [Without U>였습니다. 그야말로 심금을 울리는, 너무나도 슬픈 노래였어요. 그렇죠, 단하 씨?”
“아, 예. 정말 인상 깊은 목소리였습니다.”
“오, 지금 단하 씨 눈이 번뜩였어요. 이거는 인재를 탐낼 때의 눈인데.”
“….”
“부정 안 하는 거 보세요! 우리 단하가 참 욕심이 많다니까요. 다른 소속사의 인재마저 탐을 내는. 하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방금 펼쳐진 두 번째 무대가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인 다흰의 무대였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대부분의 스틸블루 팬들도 다흰이 노래를 잘한다는 사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잘하긴 잘하니까.
하지만!
우리 애가 더 잘한다!
이게 스틸블루 팬들의 자부심이었다.
스틸블루 팬들이, 그 많은 어그로와 역바이럴에서도 견디는 힘이었고.
하지만 방금 무대는….
아이돌 덕질만 11년째인 프리즘 홈마의 K-귀가 말해 주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인의 감성을 완벽히 저격한 선곡과….
‘결승전에 피처링으로 신원을 데려오는 건 너무 치트 키였다….’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게스트까지.
심지어 다흰뿐만이 아니었다.
앞선 무대에서도 굉장히 강력한 게스트를 모셔 온 것이다.
첫 번째 무대에는 요즘 제일 잘나가는 래퍼 ‘릴제이케이’를.
“거기다, 피처링으로 와 주신 신원 선배님도. 정말 너무나도 애절하게 불러 주셨는데요. 제가 다 눈물이 나더라니까요.”
다흰은 가장 핫한 발라드 가수, 신원을 데려온 것이다.
‘왜 다들 그렇게 인맥이 좋은 건데….’
우리 애는 그런 쪽으로 인맥이 있어 보이지는 않던데.
어쩌지.
걔는 여돌들이랑만 친한 애란 말이에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흰은 창법도 바꿔서 왔다.
‘모먼트 이 지독한 놈들…. 일회성 무대를 위해 애 창법을 바꿔 놔?’
프리즘 홈마도 계속해서 [디어 마이 디바>의 방청객이었으니, 다흰의 무대를 쭉 보아 왔다.
이번 무대의 다흰은 이전과는 좀 달랐다.
그동안은 밝고 담백하게 불렀다면, 이번에는 굉장히 구슬프고… 기교가 굉장히 많이 들어간 느낌이었다.
아이돌의 창법이라기보다는, 발라드 가수들의 창법 같달까.
‘저렇게 갑자기 창법을 바꾸면…. 특히나 저렇게 목을 많이 쓰는 창법으로 바꾸면 목이 어마어마하게 상할 텐데.’
내 돌이 아니라도 이렇게 걱정될 정도인데.
다흰의 팬들은 아마 가슴이 찢어지지 않을까.
K-POP 박애주의자인 프리즘 홈마는 안타까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모먼트는 돌덕들에게도 악명이 높은 기획사였다.
대형이긴 하지만,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는 엔터.
모먼트를 보면 소속 아이돌들을 돈 벌어 오는 부품으로 취급하는 게 역력히 느껴졌다.
1년마다 신인을 내는데, 반응이 안 오면 바로 방치해 버리니까.
컬러즈는 ‘망하지 마…. 망할 놈들아’의 그 망할 놈이라면.
모먼트는 ‘귀신은 뭐 하냐…? 저 새끼 안 잡아 가고?’의 저 새끼였다.
악독함의 레벨이 다르단 말이다.
부디 아이돌들의 행복 복지를 위해서라도 그런 엔터는 망하는 게 상책.
프리즘 홈마는 잠시 모먼트의 폭파를 기도한 후, 고개를 들었다.
그건 그거고.
이제 우리 애 차례니까.
“자! 이제 많은 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분을 소개할까요. 단하의 프로듀싱 망태기 원조 아이돌이기도 한 분이죠. 저희도 많이 기대를 하고 있는데요. 그렇죠, 단하 씨?”
“…망태기요?”
“하핫. 죄송합니다. 저희 애가 이런 말을 잘 몰라요. 단하 씨의 인재 말이에요.”
“아.”
단하의 표정이 묘하게 밝아졌다.
“예. 제가 개인적으로 굉장히 존경…아, 아니. 목소리를 굉장히 존중하는 분입니다.”
저놈 대체 뭐라는 거지.
“하핫. 네. 바로, 스틸블루의 윤청 씨입니다! 윤청 씨가 부르는, [잔고장 나 버린 밤에>, 지금부터 함께 들어 보시죠!”
?!
열심히 슬로건을 흔들던 프리즘 홈마의 손이 멈칫했다.
[잔고장 나 버린 밤에>? 내가 아는 그 잔나밤?뜻밖의 선곡에 당황한 건 프리즘 홈마만이 아닌 듯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모두 그녀와 다름없는 표정이었다.
아무도 모르는 노래라서냐고?
아니다. 조금 나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걸.
하지만 그건 거의 15년도 넘은 노래인데다가….
‘락이잖아, 그거…?’
한국에서 그렇게까지 주류인 장르는 아니지만, ‘잔나밤’은 노래 좀 들어 본 사람이다 하면 다 알았다.
원곡자가 국민 밴드라고 불리는 DashDash기도 하고….
노래 자체도 명곡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만큼 아무도 손을 안 대는 노래이기도 한데….’
엄청 어려운 노래니까….
애초에 락이라는 장르가 어지간한 가창력이 아니라면, 감당하기 힘든 장르이다.
거기다가 DashDash의 노래는 그 밴드의 보컬만 소화할 수 있다고 정평이 나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파워풀한 가창력과 맑고 깨끗한 목소리.
그럼에도 묘하게 풍기는 음산하고 기묘한 분위기.
얼터너티브 록의 마지막 귀신이라고도 불릴 정도니까.
프리즘 홈마의 고개가 걱정으로 숙여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대가 점점 세팅될수록.
방청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저기 기타… DashDash 박기훈 아냐?”
?!
옆에서 들려온 말에 프리즘 홈마는 바로 고개를 쳐들었다.
“맞네. DashDash 전체가 다 왔는데…? 보컬만 빼고?”
예?
옆에 있던 방청객 하나가, 핸드폰에 검색해 본 건지 핸드폰과 무대 위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 확신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DashDash 방송 거의 안 나오더니… 윤청 무대 도와주려고 나온 건가? 아이돌 싫어할 줄 알았는데. 대박이다. 컬러즈 대체 돈 얼마나 쓴 거임.”
“그니까. 락밴드랑 아이돌이랑 원래 상극 아냐?”
저기요.
컬러즈가 의외로 그런 거엔 돈 안 쓰는 곳이거든요.
걔네가 돈이 많긴 한데 생각만큼 돈을 쓰는 애들은 아니에요.
우리 컬러즈 그런 거에 굉장히 짠 곳이거든요?
프리즘 홈마는 울컥하는 마음을 꾹 누르고 다시 한번 무대를 살펴보았다.
정말로 익숙한 얼굴들인걸 보니, DashDash가 맞는 것 같았다.
이어서.
윤청이 무대 위로 올라와 밴드 세션들과 무언가 대화를 하며 조율하는 것이 보였다.
정말 능숙하게.
하나도 긴장하지 않은 모습으로 대선배들과 여유롭게 웃으며 조율하는 모습은, 정말로….
프리즘 홈마는 그저 가슴에 두 손을 꼭 모으고만 있었다.
‘게다가 오늘 헤메코…! 무조건 레전드 찍는다…!’
[낙화> 때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흰 깃털 드레스로 어마어마한 화제를 모았었다.애초에 의상 자체가 유명한 의상이었는데 윤청과 찰떡같이 잘 어울렸던 것이다.
팬들 사이에선 그날의 윤청이 꼭 백조 같았다고 ‘스완청’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완전히 다른 무대를 보여 줄 거라는 것을 암시하듯이, 새까만 깃털 언발란스 드레스였다.
검은색 깃털 티아라를 쓰고서.
짙은 스모키 화장을 한 채 평소에는 잘 끼지 않는 회색 컬러 렌즈까지 끼고 왔다.
검은색 스탠딩 마이크를 꼭 붙잡고서.
윤청이 고개를 끄덕이자, 뒤에 있던 드럼 연주자가 스틱 두개를 맞부딪혀 카운트를 시작한다.
스틱끼리 부딪히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그 작은 고장에도
멈춰 서 버린 마음으로
노래가 시작된다.
모든 것이 멎었으나
생각만은 더욱 빠르게 뛰지
원곡보다 훨씬 더 스산한 분위기로 편곡된 노래.
눈을 내리깔고서 나직하게 시작된 도입부는.
얼터너티브 록의 마지막 귀신이라 불리는 DashDash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쪽은 말 그대로 한(恨) 가득한 분위기를 낸다면….
이 밤
나의 태엽을 다시 감는
너의 손
이쪽은 무언가를 잡으러 온 쪽에 가까웠다.
이를 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