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29)
29화.
“구체적으로 연습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하겠다는 거죠?”
“아, 넵. 김려유 연습생에게 너무 배려만 하지 말고 경쟁에 더 진지한 자세로 임해 달라고…”
“걔넨 애들이야. 상식적으로 그 애들이 왜 김려유 연습생 눈치를 보겠어요? 다 어른들 때문이겠지.”
홍 사장은 싸늘하게 말했다.
“제안이라고 가져온 게 연습생들 교육이라니…. 지금 교육받아야 하는 쪽은 그쪽이 아니지 않아요?”
“죄송합니다….”
“오늘 좀 실망이네. 나는 건설적인 걸 원했는데, 다들 눈치만 보느라 진짜 필요한 걸 못 말하고 있잖아.”
홍 사장이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 순간,
“사장님.”
김 이사가 들어왔다.
“오랜만에 방문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동안 휴가 잘 보내고 계셨죠?”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김 이사의 말은 은근한 디스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여태까지 회사 내팽개치고 있다가 왜 이제 와서 끼어드냐는 내색이 가득했다.
물론 홍 사장이라고 그걸 모를 리 없었다.
“응. 아주 잘 보내고 있었죠. 근데 이제 좀 끝내야 하나 봐.”
“더 보내고 오셔도 되는데요. 여기 있는 임직원분들이 열정을 다하고 있으니까요.”
“열정 좋죠. 그래서 나도 그 열정에 좀 화답하고 싶다는 거예요.”
파지직.
김 이사와 홍 사장 간의 눈싸움이 오갔다.
김 이사가 상사에게 이렇게까지 세게 나올 수 있는 이유가 있었다.
주주들은 김 이사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왜냐하면, 김 이사는 그야말로 주주들에게는 다정하고 직원들에게는 비인륜적인 상사였기 때문이었다.
연봉 동결은 기본, 조금만 성과를 못 보여 주면 어떻게든 구실을 만들어서 회사 밖으로 내보내기.
그 외에도 최소한의 인력으로 어떻게든 회사를 굴리려는 모습들.
홍 사장은 이런 김 이사와 주주들의 모습에 염증이 나서 잠시 떠난 것도 있었다.
정말이지 쉴 틈 없이 달려왔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휴가는 이제 좀 적당히 누리고, 나도 회사에 복귀하려고요. 처음부터 완전히 복귀할 생각은 없지만….”
홍 사장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프레젠테이션 모니터 화면을 가리켰다.
“저것 정도는 해결하고 가야 내가 주주들 볼 면목이 생기지 않겠어요?”
물론 김 이사의 표정은 와락 구겨지고 말았다.
***
두 번째 미션이 끝나고, 먼저 현장 투표 발표식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첫 번째 현장 투표 발표식보다는 긴장이 덜했다.
이미 한번 겪어서도 있지만-
“무슨 하루에 순위 발표를 두 번이나 할까요?”
바로 다음에 있는 게 ‘순위 발표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순위 발표식과 현장 투표 발표식은 달랐다.
현장 투표 발표식은 오로지 경연에 온 팬들만 투표를 할 수 있다.
이번에 와 주신 팬들은 총 360명.
저번보다 60명이 늘었다.
아마 눈치상으로는 한 연습생당 30명 정도의 팬을 선발한 느낌이었다.
다만, 이번에는 오로지 두 명만 뽑을 수 있었다.
저번에는 전체 연습생의 순위를 매겨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멤버 두 명을 뽑는 방식.
고로 전체 표수는 720표.
열두 명의 연습생이 720표를 나눠 받은 후, 최종 득표수에 따라 등수가 정해진다.
아무래도 현장 반응을 느낄 수 있는 지표인데다가, 1위 팀에게는 다음번 미션에 베네핏이 주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연습생들이 벌벌 떨고 있는 건, ‘순위 발표식’이었다.
이건 정말로 인기 순위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현장 투표는 여러 가지 운이 작용한다면….
인터넷 투표만을 반영한 순위 발표식의 순위는, 진짜 나를 지지해 주시는 팬이 얼마나 있는지 알게 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순위 발표식의 순위는, 하루에 열두 명을 다 뽑을 수도 있지만 한 명만을 뽑을 수도 있는 방식이었다.
현장 투표는 내가 ‘차애’인 사람들을 포함한다.
그러나 순위 발표식의 순위는 ‘나를 걸그룹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들’의 숫자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러니 더욱 긴장될 수밖에.
“하루에 모의고사랑 수능 둘 다 보는 기분이에요….”
연주홍이 대기실 소파에 누운 채 말했다.
비유 하나 참 고등학생처럼 한다, 너….
이럴 땐 얘네들의 나이가 실감이 났다.
“아무리 데뷔랑은 상관없는 투표 순위라지만…. 사람 마음이 그렇지가 않잖아요.”
“그렇지.”
모의고사도 잘 못 보면 기분 안 좋아지니까.
나는 조용히 동감했다.
“설령 낮은 순위를 받더라도, 다음번엔 더 올라가면 되지.”
그때, 이온 음료 네 개를 가져온 김금이 말했다.
“하나씩 받아요.”
김금은 나와 연주홍에게 음료수를 하나씩 건넸다.
“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주선에게 음료를 던졌다.
“나, 나도?”
“넌 뭐 우리 팀 아니냐?”
“….”
“안 사 주면 또 소외당했다 할까 봐 사 온 거야.”
“뒤끝 왜 그렇게 긴 건데, 넌?!”
김금은 쯧, 쯧, 혀를 찼다.
“어유, 적반하장인 거 봐.”
둘은 그렇게 한참을 투닥거렸다.
하지만 어쩐지 둘의 사이가 그렇게 나빠 보이진 않았다.
둘 다 실실 웃으면서 열심히 이온 음료를 먹는 거 보면.
“야, 류보라!”
“왜.”
김금은 거기서 끝내지 않고 혼자 구석에서 핸드폰을 보던 류보라에게까지 말을 걸었다.
“넌 대체 핸드폰 어디서 자꾸 그렇게 구해 오냐?”
메뉴컬은 촬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핸드폰을 모두 압수했다.
그리고 촬영이 끝나면 돌려줬다.
팀 미션 때는 서로 연락해야 하니 예외였다.
“머리를 굴려 봐, 금아.”
“? 이게 두뇌 공격을…?”
김금은 류보라에게 다가가서 핸드폰 화면을 슥 훔쳐보았다.
그러나 류보라는 격렬하게 핸드폰을 숨겼다.
“뭐야, 뭔데 숨겨.”
“프라이버시.”
“뭐냐니까.”
“사생활.”
류보라는 아예 핸드폰을 꺼 버린 후, 나를 힐끗 보았다.
그리고 김금을 가리켰다.
…데려…가라는 건가?
“언니 애잖아요. 데려가세요.”
언제부터 걔가 내 애였는지?
그러나 나는 군말 없이 버둥거리는 김금을 질질 끌고 왔다.
“그런데 너도.”
“네?”
“너도 조심해. 핸드폰.”
걸렸다간 엄청 귀찮아질 테니까.
통제광인 오 PD 성격을 생각해 보면, 류보라가 자기 말 안 들었을 때의 반응이 좋을 리 없었다.
“…알아서 할게요.”
사춘기 왔냐.
***
쉬는 시간은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현장 투표 발표식 촬영이 바로 시작되었다.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벌써 두 번째 미션이 끝났네요. 세 팀 모두 훌륭한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멘토로서, 그리고 선배로서 자랑스러운 마음입니다.”
도희영은 언제나 그랬듯 어른스러운 느낌이었다.
평소엔 어른스럽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었는데, 여기서 보니까 왜 저렇게 어른스러워 보이냐.
“오늘 여러분을 색칠해 주실 컬러리스트님들은, 가장 눈에 들어왔던 두 명의 연습생에게 투표해 주셨습니다. 오늘은 총 360명의 컬러리스트님들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그럼, 먼저 각 팀의 총 득표 순위를 발표하겠습니다.”
약간의 설명이 끝나고, 바로 도희영은 화면을 가리켰다.
연습생들은 모두 긴장한 눈으로 화면만 응시했다.
3위 팀, 140표
2위 팀, 233표
1위 팀, 347표
“!”
연습생들 사이에서 잔잔하지 못한 파동이 일어났다.
1위와 3위의 차이가 상당했던 것이다.
현장 투표는 비하인드가 전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오로지 무대만 보고 나온 결과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저렇게 큰 차이라니.
모두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무대 위의 역량 차이가 그 정도로 컸다는 뜻이었으니까.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만든 무대이니만큼, 더더욱 그랬다.
“먼저, 2위 팀 공개하겠습니다.”
도희영의 말에 따라, 화면이 변했다.
2위.
팀 버블검
233표
-9위 방수인(▲1) 31표
-8위 신유현(-) 34표
-4위 류보라(▲1) 80표
-3위 서백영(-) 88표
“두 명의 데뷔권 순위가 나왔습니다. 팀 버블검. 순위가 내려간 사람이 없군요. 축하드립니다.”
팀 버블검에서 순위가 내려간 사람이 없다는 건….
반대로 다른 팀에서 순위가 내려간 사람이 생겼다는 것.
팀 버블검의 분위기는 꽤 괜찮았다.
아주 잔치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다들 대체로 안도한 느낌이었다.
네 사람은 서로 손을 꽉 잡고 있었다.
류보라가 데뷔권으로 들어왔군.
원래 내 순위가 4위, 류보라가 5위였던 것을 생각하면….
내 순위에도 변동이 생겼다는 뜻이었다.
좋은 뜻일까, 나쁜 뜻일까.
“그럼 바로 3위 발표하겠습니다.”
3위.
팀 러브유
140표
-12위 박하은(▼3) 20표
-11위 이경아(-) 23표
-10위 조희온(▼3) 27표
-6위 김려유(▼4) 70표
“!”
러브유 팀 네 사람 다,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들만이 아니었다.
모두가 끽소리 하나 내지 못했다.
이어서 바로 화면이 변했다.
3위 팀 옆에, 1위 팀의 득표수도 함께 뜬 것이었다.
1위.
팀 사계절
347표
-7위 이주선(▲5) 59표
-5위 연주홍(▲1) 74표
-2위 윤청(▲3) 105표
-1위 김금(-) 109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