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Leader of a Girl Group Destined To Fail RAW novel - Chapter (54)
54화.
펑펑, 터지는 꽃가루들.
도희영의 멘트가 미처 다 끝나기도 전에, 이주선은 옆에 있던 나한테 안겼다.
“허어어어엉.”
그리고 정말 서럽게 울었다.
…1등을 했는데 왜 울어.
웃어야지.
그런데 어쩐지 나도 같이 훌쩍거리며 울게 됐다.
이건 이주선이 너무 서럽게 울어서 그런 거다.
암.
난 원래 기쁘다고 우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축하드립니다, 두 사람.”
도희영은 박수까지 치며 우리를 축하해 주었다.
저렇게 밝게 웃는 모습, 되게 오랜만에 보는 느낌이네.
나도 코를 훌쩍이며 방청객석을 향해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아씨.
나도 서백영처럼 말 좀 잘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코맹맹이 소리만 났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이주선을 쿡쿡 찔렀다.
난 글렀다. 너라도 어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말해-
“흐어어어엉. 딸꾹. 흐어어어어어어헝.”
…안 되겠군.
이주선은 가망이 없다.
결국 나는 눈물을 닦고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 보컬 팀. 너무, 너무… 너무 감사하고, 그래요. 그리고 주선이도, 댄스 포지션 B 팀에게도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나는 더듬더듬 말을 이어 갔다.
어쨌든 뭐라도 말을 하니까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100명의 대중들. 그 중 3분의 1에 가까운 분들이 나를 뽑아 주셨다.
…지각까지 한 나를.
“저를 뽑아 주신 게 아니라, 저희 팀을 뽑아 주신 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항상 겸손하게,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며… 더 열심히 컬러리스트님들께 다가가겠습니다. [손끝> 팀, 파이팅!”
그렇게 카메라를 보며, 지금 이 장면을 보고 계실 분들께 마음을 전하는 순간-
“저.”
불청객이 난입했다.
“…저, 이럴 자격 없는 거 아는데….”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불청객.
“하, 한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조희온이.
삽시간에 연습생들도, 무대 위도 매우 조용해졌다.
조희온은 정말 갑자기 나타났다.
아까까지만 해도 방청객석에서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었는데.
이제는 무대 한가운데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청아. 미안해.”
받고 싶지도 않은 사과를 하며.
“너는 좋은 사람인데… 내가 너한테 나쁜 짓만 한 것 같아.”
“!”
오 PD가 매우 복잡미묘한 얼굴로 마구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희온은 말을 꿋꿋이 이어 갔다.
“내가 이렇게 나가는 게 네게 최고의 선물은 아니겠지만… 최소한의 사죄는 됐으면 좋겠어.”
겁쟁이.
“죄송합니다. 저 여기서 그만두겠습니다….”
결국, 조희온은 김려유에 대해서 폭로하지 못했다.
그저, 도망쳤을 뿐.
***
정신없이 무대에서 내려오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팔목을 붙잡았다.
엄청난 힘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이건 보통 악의가 아니고서야…!
김 이사였다.
“윤청 연습생. 따라와.”
김 이사는 비어 있는 대기실에 나를 밀어 넣더니, 제멋대로 말을 시작했다.
“너 데뷔해, 그냥.”
“…뭐라고요?”
“그리고 이번 일은 묻어.”
김 이사는 오만하게 소파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네가 원하던 거잖아? 데뷔하는 거. 조희온도 치워 줬고. 걔랑 같이 데뷔하기 싫다고 빽빽거릴 거 분명하니까, 내가 먼저 치워 줬어.”
“말씀이 좀 심하시네요. 사람을, 그렇게 치웠다고 표현하시면 안 되죠.”
“서사는 대충 우리 쪽에서 오 PD랑 협의해서 내보낼 거야. 너한테 딱히 피해 가는 거 없을 거라고 약속하지.”
진짜 보통 미친 가족이 아닌 게 틀림없었다.
김려유도 김려유였지만, 김 이사도 김 이사였다.
“조희온은 건강상의 문제로 나가는 거고. 네게 사과한 이유는, 네가 아픈데도 열심히 해 줬는데, 자긴 못 버티고 나가서 그런 거라고 할 거야. 처음엔 앙숙이었지만, 지금은 최고의 친구가 된 두 사람. 서사 적당하지? 너한테도 이득이면 이득이지, 안 좋을 거 없을 거다.”
“김려유는요?”
“뭐?”
“김려유는 데뷔하고요? 저랑 같은 팀으로?”
왜 가장 중요한 걸 빼먹으실까.
이 모든 일의 원흉인데.
그런 애를 빼놓고 가시면 안 되지.
“그건 모르지.”
“!”
김 이사는 교활하게 미소 지었다.
“려유? 데뷔는 무조건 할 거야. 그런데 너랑 같은 팀으로 데뷔할지는 알 수 없지. 그건 걔가 잘해야 할 수 있는 거니까.”
“…!”
“난 투표수 조작할 생각 없어. 처음엔 좀 손대 볼까, 했는데. 의외로 오 PD가 그런 쪽에 예민한 사람이라서 말이야.”
김 이사는 꼴같잖다는 듯, 비웃음을 흘렸다.
“투표 조작까지 갈 것도 없죠. 김려유도 사퇴시키면 되니까.”
“내가 왜?”
김 이사의 눈빛이 돌변했다.
“네가 아직 어려서 뭘 모르나 본데. 세상이 그렇게 100을 원하면 100을 다 가질 수 있는 게 아냐. 하나 양보했으니, 너도 입 닥치고 하나는 양보하라 이거야. 그렇게 너 스스로에게 자신 있으면, 려유 정도는 네가 알아서 꺾고 데뷔해.”
김 이사는 나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이 프로그램, 내가 지금 당장이라도 제작 중단시킬 수 있어. 그렇게 되면, 네가 다른 애들 데뷔 길까지 싹 다 막는 거겠지?”
나는 김 이사의 맞은편에 앉았다.
“양보?”
나 혼자 서서 저쪽의 개소리를 들을 이유는 없으니까.
“대체 뭘 양보했다고 하시는 거죠?”
어처구니가 없었다.
“제작 중단을 하시지 않은 거요? 애초에 제작 중단이 이사님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 거. 저도 알고 있어요. 컬러즈 정도로 거대한 회사에선, 한 사람의 의견으로 그렇게 일이 처리될 수 없다는 것도요.”
비록 구멍가게처럼 마음대로 운영하는 구석이 있긴 하지만, 컬러즈도 나름 상장 회사였다.
주주들한테는 어떻게 설명하실 건데?
홍 사장한테는 또 뭐라고 할 거고?
나는 김 이사가 절대로 중단시키지 못할 것을 알았다.
김 이사가 이를 부득 가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쪽도 오랜만에 정말 제대로 화가 났다.
“다른 애들 봐서 입은 다물어 드리겠지만, 려유도, 이사님도 제게 제대로 사과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김 이사는 피식, 비웃었다.
“안 하면, 네가 어쩔 건데?”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으로 당신이 죽어라 후회하게 만들어야지.
***
[‘메뉴컬’, 사상 초유의 사태… 000의 갑작스러운 하차, 왜?] [메뉴컬 제작진, “건강상의 이유… 연습생들의 건강 우선으로”] [컬러즈☞ ‘불화설 사실 아냐’ 해명, 진실은 어디로?]강스포) 연생 한 명 하차함
나 방청 뛰고 왔는데 한 명 하차함ㅋㅋㅋ
엑 누구?
└ ㅈㅎㅇ
└└ 헐 왜 하차하는 거…?
└└└나도 계자들끼리 얘기하는 거 들은거라 정확히는 모름 ㅜ
★
아니 희오니 왜 하차해…? 그것도 자진하차…?
끼발 안돼 희려 조합 내 최애엿단말임
RT해주세요ㅠㅠ #조희온_절대_지켜 #조희온_하차_반대
아니 이상하잖아 손끝팀 들어가자마자 애가 하차하겟다하는데 #메뉴컬_해명해 #조희온_절대_지켜 #조희온_하차_반대
기사가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평소에 프로그램을 보지 않던 사람들도, 논란이 터지자 모여들었다.
윤청이 왕따시켰다는 말이 있던데…
조희온이 나갈 때 아예 저격하고 나갔다던데?
방청갔던 애들아 이리 좀 와봐
니네 그 자리에 없었던 거 알긴 하는데, 뭐 복도에서 들은 거 없냐??
모름ㅠ 우린 MVP 발표할 때만 있었어 엠오엠 정할 때 조희온 나타난 거일듯
└ㅅㅂ 윤청이 손끝팀에서 희온이 따돌린건가?
아직 뭐 입장 나온 것도 없는데 지랄들이네 좀 기다려봐ㅋㅋ
조희온이 자진하차 하는데 왜 남탓을 해…? 덕질하다 빙글 돌아버리셨는지?
└아니 덕질은 우리가 하는데 훈수는 머글이 두네ㅋㅋ 그냥 지나가시라고요~!
└└개인 사정이 있으니까 나갔겠지 제작진한테 그걸 해명하란다ㅋㅋ 아휴… 제작진 ㅈㄴ 불쌍 제작진 입장에선 조희온이 깽판치는 거잖아;
당연히 숙소의 분위기는 좋을 리가 없었다.
모두가 침울해했다. 어떤 방의 연습생이든.
우리 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왜 그렇게 갑자기 나간 거지? 청 언니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건 또 뭐야?”
김금은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는 사람은 조희온을 제외하면 김려유와 나뿐이니까.
아, 지금쯤이면 김 이사의 귀에도 다 들어갔으려나.
나는 핸드폰으로 실시간 반응을 확인했다.
헛웃음만 나왔다.
피해자는 나인데, 오히려 내가 가해자가 되고 있었다.
선빵필승이다 이건가.
“청 언니, 혹시-”
“눈치 챙겨, 김금.”
류보라가 계속 질문만 하는 김금의 입을 막았다.
“…나 잠깐 나갔다 올게.”
나는 답답한 마음에 바깥으로 나왔다.
달칵.
아이씨.
“어머.”
나오자마자 제일 보기 싫은 놈이랑 마주쳤다.
김려유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물을 마시고 있었다.
“청아, 괜찮아?”
“…뭐가?”
“지금 다들 희온이가 너 때문에 나간 거라고 생각하잖아. 뭐, 하긴 틀린 말도 아니긴 하지?”
저 미친 인간을 봤나.
기가 차서 허, 웃음만 나왔다.
“글쎄. 원인 제공자를 따지면 솔직히 내 쪽보다는 네 쪽 아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청아. 희온이가 정확히 윤청, 너한테 사과하고 나갔는데.”
김려유는 피식 웃으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이모한테서 얘기 다 들었어. 나랑 이모가 사과만 하면, 네가 입 다물어 주겠다고 했다고.”
김려유는 고개를 뒤로 기울이며 애써 나를 내려다보려 했다.
“사과? 얼마든지 해 줄게. 미안해, 청아. 너무너무. 응?”
“우와.”
나는 김려유의 머리채라도 잡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저 집안 가정 교육을 대체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을 정도였다.
“그걸 사과라고 하니? 내가 가만히 안 있으면 어떻게 하실 건데?”
“조희온은 물론이고 너도 다 같이 망하는 거지. 입 털어 보고 싶어, 청아? 그런데 말이야. 조희온은 네 편 절대 안 들어 줄 거야. 걔는 기껏해야 입 꾹 다무는 게 전부일 거니까. 그럼 사람들이 희온이랑 사이 안 좋았던 네 말을 믿을까, 아니면 걔랑 쭉 제일 친했던 나를 믿을까?”
김려유는 실실 웃다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 척, 헝클어 버렸다.
“그니까 내가 훈훈하게 덮어 줄 때 제발 좋게 좀 가자. 응?”
나는 김려유의 손을 뿌리쳤다.
“훈훈?”
어처구니가 없어서.
“나는 아직 어떻게 하겠다고 결정한 게 없어. 네 이모가 애써 만들어 준 기회, 이런 식으로 걷어차는 거. 네 이모는 알고 있어? 사람 수틀리게 하지 말고 조용히 해, 진짜로.”
진짜 적당히 넘어가려 해도 사람을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네.
나는 부들거리는 김려유를 지나쳐서 숙소 밖으로 나왔다.
일단, 조희온을 만나는 게 우선이다.